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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상)-이완옥 박사의 외래어종의 현주소(5)
2011년 06월 1008 1954

 

 

 

 

이완옥 박사의 외래어종의 현주소(5)

 

 

 

배스(上)

 

 

최고 낚시대상어와 생태계위해종의 두 얼굴

 

 

 

 

외래어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쉽게 피해의식에 사로잡힌다. 왜일까? 우리 민족이 외국의 침략을 많이 받다보니 의식 깊은 곳에 외국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자리 잡았고, 그것이 외래어종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표출되는 것은 아닐까?
과거 우리는 외래종을 들여오면서 상당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현 상황을 고려하면 배스나 블루길 도입 당시 전혀 고민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도입 시기에는 그 시절의 경제적인 상황에 비추어 국민들의 먹거리 공급이 가장 우선 고려되었을 것이고 생태계의 위해성 등은 간과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상황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배스. 낚시 대상어로 사랑 받지만 국민들에겐 토종물고기를 잡아먹는 생태계 파괴자로 인식되고 있다.

 

 

 

낚시대상종으로서 배스의 인기는 세계적

 

 

우리나라 민물고기의 이식 역사는 1920년대로 올라간다. 일본에서 야마토고이(大和鯉)라는 이름의 일본 잉어가 자원조성용으로 들어온 것을 비롯하여 1930년대에는 한반도 북쪽에 서식하는 빙어를 남쪽으로 이식했다. 60년대와 70년대에 무지개송어, 향어, 블루길, 배스, 초어, 백연어, 대두어, 틸라피아 등의 외래종이 양식 목적으로 이입됐고, 최근에 다시 러시아산 철갑상어, 중국산 붕어, 잉어 등이 식용 또는 양식용으로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왜 유독 이 많은 외래종 중에서 배스(Micropterus salmoides(Lacepede))가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배스가 우리 물고기를 ‘엄청나게’ 먹어치울 것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실이면서 또한 사실이 아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배스가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사는 것은 틀림없지만 작은 물고기들이 사라지면 배스 또한 살 수 없기 때문에 서로 적당한 균형을 이루며 공존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고유종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고유종은 대부분 계류성 어종이고, 배스는 중류 이하에 사는 정수성 어종으로 서식처가 많이 겹치지 않는다.
그러나 몰개, 참몰개, 되경모치, 중고기, 참중고기 등의 고유종은 배스와 서식처를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으니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래 도입종 중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은 지탄의 대상이 되어온 종이 배스지만, 최근 낚시대상어로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종 또한 배스다.
사실 배스의 인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물의 낚시대상어로 배스는 세계적으로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잉어, 붕어를 노리는 대낚시가 정적인 낚시문화의 특징을 보이지만, 배스 등을 대상으로 하는 루어낚시는 동적인 스포츠의 개념으로 젊은 세대를 비롯하여 현대인 중에서도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배스의 인기는 당분간 양적으로도 팽창할 것이란 전망을 낚시전문가가 아닌 필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스낚시대회에 모인 낚시인들. 배스낚시는 스포츠피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500만년 전에 분화된 원시종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한 배스는 원래 북아메리카의 담수에 적응된 농어목(Perciformes), 검정우럭과(Centrachidae)에 속하는 담수어류다. 검정우럭과 어류는 우리나라에 이입된 블루길과 배스로 대표된다. 북아메리카에 8속 29종이 주로 살고 있으며, 배스와 같은 속에는 6종이 알려져 있다. 특히 이 배스 종들은 북미의 담수에 가장 잘 적응돼 있으며, 먹이피라미드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하고 있는 육식종이다.
이 종들은 대부분 수컷이 알과 새끼를 보호하는 부성애를 보여 급속하게 개체수를 늘릴 수 있다. 이들 중 배스(큰입배스)는 담수에서 가장 중요한 낚시대상종으로 알려져 있다. 원산지인 북아메리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식된 어종이다. 배스의 최대 크기는 80㎝ 이상이다. 후기 중신세(中新世, 2500만년~1200만년 전)에 록키산맥 일원에서 분화된 어종으로 이후 서쪽으로 널리 퍼졌고, 현생하는 검정우럭과 물고기 중에 가장 원시적인 종으로 알려져 있다. 배스는 두개의 아종(亞種 subspecies)으로 분류되고 있다(아종은 모양과 사는 장소 등이 차이가 있어 서로 구분되지만, 두 집단 간에 교배가 이뤄지고 자손을 만들 수 있는 유사한 집단을 말한다. 두 집단이 지리적으로 나누어진 후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해 분화가 일어났지만, 아직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보통 배스로 부르는 노던 라지마우스 배스(northern largemouth bass, 학명 Micropterus salmoides salmoides)고 다른 하나는 플로리다 배스로 구분해 부르는 플로리다 라지마우스 배스(Florida largemouth bass, 학명 M. s. floridanus)다. 두 종류의 배스는 모양이 거의 비슷하지만 측선 비늘 수가 노던 라지마우스 배스는 58~68개이고, 플로리다 라지마우스 배스는 이보다 많은 69~74개로 알려져 있다. 원산지의 자연 상태에서 플로리다 라지마우스 배스는 플로리다반도의 남부에 서식하며, 4.5~5.4㎏까지 더 성장한다. 노던 라지마우스 배스는 이보다 북쪽에 살며, 2.7~3.6㎞ 정도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식여건이 좋은 따뜻한 남쪽에서 플로리다 배스가 훨씬 더 크게 자라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처음에는 독립적으로 다른 수역에서 살던 두 아종이 여러 요인으로 같은 장소에 출현하게 되면서 서로 교배된 자손이 출현하기도 하는데, 지금까지 미국에서 최대어로 알려진 10.1㎏짜리(1932년)가 잡힌 조지아주 몽고메리호수도 두 아종이 모두 출현하는 수역이다.

 

 

1973년 치어 500미가 미국에서 도입돼

 

 

배스의 원 분포는 북아메리카의 남동부지만 현재는 미국 전역으로 이식됐으며, 전 세계로 폭넓게 퍼져나가 있다. 이식된 이후 분포가 정확히 알려진 나라로는 오스트레일리아, 스웨덴, 헝가리, 러시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슬로바키아, 벨기에, 폴란드, 스페인,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쿠바, 캐나다, 멕시코, 남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등이며 지금도 계속 이식되어 세계적으로 분포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73년 미국에서 치어 500마리를 도입해 시험 사육하면서 뿌리를 내리게 됐다. 지금은 운암호(옥정호), 안동호, 팔당호 등 인위적으로 조성된 대형 수계를 중심으로 일부 작은 저수지까지 널리 분포해 우리나라의 내수면의 자연수계에 이미 완전히 적응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1925년 미국의 오레곤주에서 도입해 지금은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중국도 양식용으로 도입해 사육이 이뤄지고 있고 자연에서도 널리 분포가 확인되고 있다.
배스는 물의 흐름이 없는 호수지역을 선호하지만, 하천의 하류지역에도 나타난다. 원산지인 미국에서는 강 하류 염분이 있는 기수지역에서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염분농도 5%인 강화도 간척지 수로를 비롯하여 전남 고흥반도의 해창만수로에까지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배스의 서식에 적당한 다른 조건만 충족된다면 기수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서식이 가능할 것이며, 현재에도 서식하고 있다.

 

 

 국내 토너먼트에 참가한 외국인 배서가 배스를 보여주고  있다. 배스낚시는 세계적으로 즐기고 있는 글로벌 낚시 장르다.

 

 

배스의 포식으로 블루길, 황소개구리 감소추세

 

 

배스는 봄에서 가을까지는 주로 수초지대를 중심으로 활발히 먹이를 찾지만 수온이 섭씨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늦가을부터는 깊은 곳으로 이동해 나무 등걸이나 기타 숨을 만한 장소를 찾아 집단으로 월동한다. 초봄에 수온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먹이를 찾기 시작하는데, 다른 온수성 어류와 달리 겨울철에도 먹이를 먹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빙어가 서식하는 호수에서는 겨울철 수온 4도 이하에서도 배스가 빙어를 포식하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산란기는 원산지인 북미의 북부에서 5~6월, 남부에서는 12~4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웃 일본에서 조사한 결과로는 5~7월에 주로 산란이 이루어지며, 6월에 수온 16~22도일 때 가장 활발히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남부와 중부지역이 시기적으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이와 비슷한 시기에 산란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1~2m 수심에 모래나 진흙, 자갈이 깔린 지역을 산란장으로 정하고 청소를 한다. 산란둥지는 직경 50㎝, 깊이 15㎝ 내외로 만드는데, 다른 둥지와는 6m 이상 떨어지게 하며 장애물이 있으면 더 가까이 만들기도 한다. 한 마리의 수컷은 보통 한 마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하나 여러 마리의 암컷을 유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둥지가 완성되면 암컷이 알을 낳는데, 암컷은 1개의 둥지, 또는 여러 둥지에 나누어 낳기도 한다. 알을 낳은 암컷은 깊은 곳으로 이동해 2~3주 동안 먹지 않고 휴식한다.
보통 한 둥지에서 2천~2만개의 알이 부화한다. 부화는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7일 정도 걸리며, 부화 후 1주일 동안은 난황이 있어서 둥지에 그대로 있으나, 그 이후에는 수컷의 보호 아래 주위를 맴돌면서 동물성 플랑크톤을 찾아 먹는다. 2~3㎝에 도달하면 단독생활을 시작하고, 5㎝가 되면 다른 어류를 먹는 어식성으로 변한다. 배스는 작은 물고기를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직접 조사한 결과로는 갑각류인 새우류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다음으로 어류다. 새우와 소형 어류가 감소하면 수서곤충, 육상곤충, 개구리 등 양서류와 파충류, 조류, 포유류까지 먹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배스의 식성은 서식하는 수역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커다란 입과 위가 있어 자기 몸의 반이 되는 크기도 먹을 수 있다. 최근에 배스가 서식하는 수계에는 황소개구리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배스가 황소개구리의 올챙이와 성체를 모두 포식할 수 있는 잠재적 포식자로서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블루길만 서식하는 수계에는 블루길이 우점종 노릇을 하지만 배스와 같이 서식하는 수계에서는 블루길이 대량 번식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같이 먹이피라미드의 극상에 있는 배스에 의해 포식자-피식자의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인위적 배스 이식은 생태계 파괴행위

 

 

우리는 이제 배스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시기가 됐다. 나는 우리나라 어류의 생태를 연구하는 학자로 배스에 결코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생태계 위해종으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정책 담당자와 어류학자들이 무관심하게 방치하는 사이 배스는 우리의 전 수계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고, 최근에는 주요 어업의 장소가 되는 대형 호수에도 모두 배스가 확인되어 어로어업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이르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배스가 분포하지 않던 마지막 보루인 소양호에서도 배스가 확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분포지 확산은 모두 자연적인 확산으로만 보기 어렵다. 자연적으로는 도저히 확산될 수 없는 지역인 동해안의 강릉 경포호와 제주도에서도 발견되는 배스는 일부 이기적인 낚시인의 소행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낚시인들에게 진정으로 묻고 싶다. 낚시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고유종에게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는 배스를 마구 이식해도 좋은지, 또 일부 꾼들의 무책임한 행위로 전체 낚시인들이 환경파괴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써도 좋은지 묻고 싶다. 우리 낚시인들이 진정으로 우리의 물고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슬그머니 자기가 사는 가까운 수계에 배스를 방류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다음호에는 우리나라 배스의 전국적인 분포와 유전적 다양성, 개체군 생태와 군집생태에 대하여 살펴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배스를 바라보고자 한다.

 

 

 

 

 

 

이완옥

이학박사, 중앙내수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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