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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모르는 물고기 이야기 ⑬-우리가 잘 모르는 물고기 이야기 ⑬
2014년 10월 959 5147

우리가 잘 모르는 물고기 이야기 ⑬

 

 

흰꼴뚜기(무늬오징어)

 

 

학명 : Sepioteuthis lessoniana
표준명 : 흰꼴뚜기
방언 : 무늬오징어
영문명 : bigfin reef squid, oval squid
일본명 : 아오리이카(アオリイカ)

 

김준형 부산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과 근무 루어낚시인

 

예전 학창시절 필자는 제주 성산항 부근 양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무렵도 낚시가 취미였던 필자는 하루 일과가 끝나면 바로 앞 성산포방파제로 낚시 구경을 다니곤 했는데 여름 무렵이라 방파제는 한치를 낚으려는 낚시꾼들로 항상 북적거렸다. 당시만 하더라도 필자는 두족류에 대해서는 학교 수업시간에 잠깐 배운 지식 외에는 문외한에 가까워 한치를 낚다가 가끔씩 올라오는 커다란 날개가 달린 오징어를 갑오징어라고 생각해 버렸다.
이후 그 갑오징어(?)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2000년도 초반 정치망에서 어획되는 어종을 조사할 때였는데, 그때서야 그 날개 달린 오징어가 흰꼴뚜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2006년쯤부터 ‘에깅’이라는 흰꼴뚜기(무늬오징어) 루어낚시가 많은 낚시인들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이제는 낚시인이라면 이 흰꼴뚜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낚시대상종이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에깅이라는 장르는 엄청난 파급력으로 바다루어장르를 석권하는 괴력을 보이며 전국으로 확대되어 나갔는데 완전히 장르가 정착되고 많은 기법들이 정립된 오늘날에도 실상 이들의 생태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호에서는 낚시의 재미와 입맛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완벽한 루어낚시 대상종인 무늬오징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무늬오징어 에깅에 사용하는 에기.

  ▲무늬오징어 암컷. 몸통에 점이 둥글다.

  ▲무늬오징어 수컷. 몸통에 진한 줄무늬가 있다.

 

오징어의 피는 푸른색

우리에게 상당히 친숙한 이름인 오징어라는 명칭의 유래는 오징어를 일컫는 중국어인 오적(烏賊)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된다. 자산어보 등의 고서에서도 오적어(烏賊魚)로 기재되어 있으며, 일본에서도 이 오적(烏賊)이라는 한자를 그대로 사용하여 이카(イカ)라는 명칭으로 오징어류를 통칭하고 있다.
우리가 무늬오징어라고 알고 있는 종의 정식 표준명은 흰꼴뚜기이다. 한때는 흰오징어라고 불린 적도 있다. 우리가 이 흰꼴뚜기를 무늬오징어라고 부르게 된 계기는 알 수 없다. 혹시 에깅이 도입된 최초 시기 즈음에 입술무늬갑오징어와 비슷한 모습으로 인해 명칭이 혼동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 이전 수산계 고등학교 교과서나 인터넷 백과사전 등에 무늬오징어의 학명이 입술무늬갑오징어의 학명으로 잘못 기재된 바가 있었다. 현재 무늬오징어라는 명칭은 낚시인들만 사용하는 일종의 방언으로 이들에 대한 정확한 명칭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흰꼴뚜기는 영어권에서는 ‘bigfin reef squid’라 불리는데 이는 이들의 커다란 지느러미 때문에 붙은 이름이며, 이들의 학명은 Sepioteuthis lessoniana로 이들의 속명인 ‘Sepioteuthis’는 이들의 형태가 갑오징어(Sepia)와 비슷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살오징어목’과 ‘갑오징어목’에 속해 분류학상으로는 상당히 먼 관계의 종들이다.
오징어 등의 두족류는 대부분 외형적으로 크게 몸통-머리-다리의 세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몸통은 실제 몸통을 감싸고 있는 외투막과 지느러미로 구성되어 있고, 외투막 내에 물을 분사하여 추진력을 내는 누두(수관)가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흰꼴뚜기 역시 큰 맨틀(몸통, 외투막이라 부르기도 한다), 부속머리, 10개의 팔(다리)로 구성되어 있다. 몸통은 생식, 소화, 호흡, 물질순환 및 배설 등을 담당하는 내부 기관이 위치하고 있으며, 외부는 맨틀이라는 근육기관으로 둘러싸여있다.
일반적인 꼴뚜기류와 마찬가지로 흰꼴뚜기의 눈은 선명한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동공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등 뛰어난 시각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 편광기능이 있어서 수중에 투과되는 빛의 간섭을 모두 제거하고 명확히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리 아래에는 같은 길이의 여덟 개의 팔과 두 개의 촉수가 위치하고 있다. 촉수는 주로 먹이를 잡거나 짝짓기 등의 기능을 하며, 팔에는 먹이를 붙잡기 위한 이빨이 있는 빨판이 줄지어 위치하고 있으며, 촉수의 경우에는 하단 끝 부분에만 빨판이 달려 있다.
몸통과 머리 사이에는 추진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수관이라고 부르는 깔때기 모양의 기관이 위치하고 있으며, 오징어의 특징적 추진기관인 워터제트 시스템은 ‘giant axon’이라고 하는 신경세포에 의해 조정되고 있는데, 이 신경세포가 의학적으로 가치가 높아 해외에서는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의 혈액은 푸른빛을 띠는데, 그 이유는 무늬오징어의 혈액이 헤모글로빈이 아닌 구리 성분의 헤모시아닌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생을 가까운 연안에서 서식

흰꼴뚜기는 일반적으로 인도양-서태평양 해역(홍해 및 호주 북부, 뉴질랜드, 아시아, 인도양 열대 바다 등)의 수온 16℃~34℃ 사이의 연안 해역에 살고 있다. 해초가 무성한 모래바닥, 혹은 암초대에 주로 서식하는데, 분포범위가 아주 넓은 종으로 우리가 자주 먹는 살오징어가 심해에서 생활하는 것과는 달리 일생을 육지에서 가까운 연안해역에서 서식하는 연안성 오징어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서식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수온은 일정하다는 전제하에 나머지 요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그 중 무늬오징어의 서식지를 결정하는 첫째 조건은 먹이의 풍부함이다. 오징어는 단시간에 번식이 가능한 사이즈까지 자라야 하므로 하루에 체중의 30% 이상의 먹이를 섭취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런 어마어마한 양의 먹이를 공급해 줄 수 있는지가 무늬오징어의 서식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둘째 조건은 산소공급이 풍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양의 먹이를 섭취하는 무늬오징어는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원활한 대사작용을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 많은 양의 산소를 소비하게 되므로 무늬오징어는 산소공급이 원활한 곳에 서식하거나, 산소량이 많아질 때 집중적으로 먹이를 섭취하게 된다. 물때가 바뀌고 물이 움직이기 시작하니 갑자기 오징어의 입질이 활발해지는 경우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넓은 분포지역만큼 산란기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국내에서 흰꼴뚜기의 산란기는 아직 연구가 이루어진 바가 없다. 일반적으로 인도와 같은 연중수온이 높은 열대해역에서는 1월 초가 주산란기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처럼 연중수온이 비교적 낮은 온대해역에서는 주산란기가 9월 말쯤인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우리나라 에깅 낚시인들의 조황을 살펴보면, 제주를 제외한 남부지방에서 쌍을 이루어 다니는 무늬오징어가 목격되는 시점인 4월 이후부터 산란기가 시작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산란기가 언제까지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늦게 태어난 무늬오징어들은 다 자라서 성숙하기 전에 겨울을 맞아 월동을 하러 이동하기 때문이다.

 

수컷의 독특한 산란 전략

흰꼴뚜기는 최초 부화 후 일정크기에 이를 때까지는 무리를 이루었다가 성장함에 따라 각자 흩어져 생활한다. 그러다가 번식기에 접어들면 짝을 찾기 위해 다시 무리를 이루는데, 낮에는 무리를 이루어 짝을 찾다가 야간에는 다시 흩어져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짝짓기를 앞둔 수컷은 성숙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매우 호전적으로 변하며 다른 수컷들과 체색의 변화 등을 이용하여 경쟁을 하게 된다. 에깅 중에 낚인 수컷오징어 중에 외투막에 진한 줄무늬가 있는 개체들이 종종 목격되는데 이러한 체색은 ‘zebra pattern’이라고 불리는 패턴으로 다른 수컷들로부터 암컷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어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쌍을 이룬 수컷은 일반적으로 암컷이 산란할 때까지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계속 붙어 다니면서 암컷을 보호하는 행동양상을 보이는데, 이후 수컷이 떠나게 되면 암컷은 곧 산란에 들어가고 짝을 떠난 수컷은 다른 암컷을 찾아 다시 짝짓기를 시도하는 일부다처 전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암컷은 산란을 끝낸 후 알이 무사히 해초나 수중구조물에 착상 되는 시기에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번식생태와 관련하여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에깅을 하다보면 가끔 수컷인지 암컷인지 모호한 무늬를 하고 있는 개체를 목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녀석들은 대부분 수컷으로, 짝짓기 시기에 일찍 짝을 찾지 못한 수컷이 성숙한 암컷이 내는 체색으로 위장하여 다른 수컷을 유혹하고 그들의 정충낭을 헛되이 낭비(?)시키는 전략을 이용하여 경쟁자를 제거한다.

 

수명은 수온과 성숙시기에 따라 달라져

낚시인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되는 것이 흰꼴뚜기가 1년생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만나본 많은 낚시인들은 흰꼴뚜기가 1년생이라고 믿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이들의 엄청난 크기 때문이다. 흰꼴뚜기는 외투막 길이가 30cm가 넘는 대형종으로 이보다 훨씬 큰 개체들도 심심찮게 목격되며,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심지어 사람만 한 크기의 몬스터들이 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1년 미만의 개체들이 맞으며, 외국 문헌에 따르면 무늬오징어의 평균수명은 4~6개월 이내이고, 지금까지 관찰된 자연상태에서의 무늬오징어 평균 수명은 171일, 사육한 오징어의 최고 수명은 315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수명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을까? 우리가 간혹 만나게 되는 엄청난 크기의 개체들은 돌연변이일까?
비밀은 오징어의 엄청난 성장률에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온이 25℃인 조건에서 무늬오징어의 일간성장률은 1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이 수치는 실제로는 엄청난 수치로 최초 0.05g 정도로 태어난 개체가 6개월 후에는 약 1.5kg의 몬스터로 자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일간성장률은 최초 부화 시 오징어의 크기가 평생 자랄 사이즈를 결정한다고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로 시즌에 낚이는 오징어의 현격한 크기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무늬오징어의 수명은 열대지역일수록 짧고, 아열대, 온대로 올라갈수록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아마도 수온과 성숙시기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산란 앞둔 개체에는 방생의 미덕을

필자가 에깅을 처음 시작한 것은 에깅이 한창 유행하기 시작한 2007년 무렵이었다. 당시만 해도 바다루어 자체가 그리 저변이 넓지 않았고 지금처럼 낚시인이 많지도 않던 시절이라 에깅은 정말 쉽게 많은 마릿수를 낚을 수 있는 장르였고, 그 때문에 상당히 많은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연안에서는 에깅으로 흰꼴뚜기를 낚기가 어려워지고 있고, 그래서 선상에깅, 소형보트를 이용한 일종의 트롤링낚시인 팁런이라는 장르까지 새로 생겨나게 되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며, 에깅이 생겨난 일본에서도 우리보다 더 일찍 이런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에깅의 발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많던 흰꼴뚜기들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보통 낚시인들은 오징어가 1년생이라는 것 때문에 아무 거리낌 없이 잡을 수 있는 한 최대로 잡으려 하고 릴리즈를 하는 경우는 정말 보기 드물다. 하지만 이들은 글 서두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일생을 연안에서 보내는 연안성 오징어로 외부로부터 새로운 자원이 유입될 가능성이 적은 종이다. 따라서 산란하기 전의 오징어를 마구 잡아내는 것은 이들의 자원상태를 심각하게 위협하게 되고, 또한 시즌에 지속적으로 많은 낚시인이 빨리 자라는 우량한 개체들을 계속해서 솎아내게 되어 결론적으로 가장 성장이 늦은 열등한 개체들만이 근근이 살아남아 그들의 유전자를 물려주게 된다. 따라서 점점 이들의 크기도 작아지게 되고 그 수도 자꾸 줄어들게 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실제로 예전 유명한 에깅 포인트 중에 아직도 그 명성을 이어가는 곳은 찾아보기가 극히 힘들고 가끔 대박을 만났다는 곳들은 대부분 낚시인의 발길이 닿지 못했던 곳이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에깅을 즐기지 않는다. 많은 조우들이 필자가 이 재밌는 낚시를 하지 않는 것에 의아해 하기도 하고, 왜 하지 않는지 이유를 물어보기도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필자가 에깅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을 잘 잡기 위해 생태를 이해하려 찾아본 이러한 정보들 때문이었다. 필자는 주요 상업종도 아닌 흰꼴뚜기가 우리들 곁에서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것이 온전히 우리 낚시인들의 탓이라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우리 낚시인들이 이들을 보호하고 이 재밌는 에깅이라는 낚시가 우리뿐 아니라 후대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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