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장바구니 주문배송조회 고객센터
과월호신청
Home> 조구정보 > 어류학
우리가 잘 모르는 물고기 이야기 ⑱ 불볼락(열기)
2015년 03월 1313 8448

우리가 잘 모르는 물고기 이야기 ⑱

 

 

불볼락(열기)

 

 

학명 : Seabastes thompsoni
표준명 : 불볼락
방언 : 열기
영문명 : Goldeye rockfish
일본명 : 우스메바루(ウスメバル)

 

김준형 부산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과 근무 루어낚시인

 

물고기들은 하나의 개체가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학자들이 부르는 어려운 라틴어로 된 학명,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이름으로 부르자고 공식적으로 정한 일반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명이나 일반명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불려오던, 어떻게 보면 가장 먼저 가지게 된 방언(또는 지역명)이 있다. 학계에서는 항상 일반명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현대에 들어서는 그렇게 어류도감에 기재된 정식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몇몇 어종은 이러한 공식적인 일반명보다 방언으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로는 광어와 우럭을 들 수 있겠다. 광어는 일반명이 넙치이고 우럭은 조피볼락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을 호적상의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미 방언이 너무 친숙해서 본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명이 오히려 어색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추측할 수 있겠다. 이번호에서는 이러한 경우의 대표 격으로 여겨지는 어종 중의 하나인 불볼락(열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자산어보엔 적박순어로 명기

불볼락은 열기라는 방언으로 훨씬 유명한데, 불볼락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열기라고 하면 대다수의 일반인들도 금세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면 크기나 생김새, 맛까지 비슷하여 혼동되는 경우도 많은, 어떻게 보면 서로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촌격인 볼락의 이름을 물려받아 불볼락이라고 불리는 것이 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실제 그 자원의 양이나 식탁에 오르내리는 우리네 식량으로서의 중요도나 친숙함 등으로 따지자면 불볼락이 오히려 볼락에 비해 유명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름에 볼락이라는 성(姓)을 써야 하니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억울함은 아마도 국민횟감인 조피볼락(우럭) 역시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 유명한가라고 근거를 찾기 시작하면, 오히려 이들이 볼락에 비해 더 불리해질 수도 있는데, 근대에 우리가 이들에 대한 일반명을 정해 호적에 올리기 이전에도 우리네 선조들은 불볼락을 볼락에 빗대어 이름을 지어준 것 같다. 자산어보에는 볼락을 박순어(薄脣魚)라고 하였으며, 불볼락은 박순어와 비슷하지만 색이 붉어 적박순어(赤薄脣魚)라고 부른다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일본에서도 볼락은 메바루(メバル), 불볼락은 얇다는 수식어를 붙여 우스메바루(ウスメバル)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정황들을 놓고 생각하면 또 볼락이 이들 중에서 시조 노릇을 하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불볼락(위)과 볼락. 체색은 다르지만 외형은 거의 비슷하다.

  ▲쿨러에 가득 담긴 불볼락.

  ▲불볼락

  ▲도화볼락의 새끼. 성장하면 열기와 거의 구분하기 어렵다.

 

난태생어로 한 번에 3만 마리 출산

불볼락은 쏨뱅이목 양볼락과에 속하며, 우리나라, 일본의 북해도 이남지역, 동중국해의 수심 약 70~150m 암반지역에 서식하는 연안정착성 어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 연안에 서식하지만 부산을 비롯한 남해안에서 특히 유명하며, 신안군 홍도에서는 최근 들어 불볼락 축제를 개최할 정도로 어획량도 많은 편에 속한다.
이들은 볼락과 마찬가지로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난태생어로 이들의 교미 시기는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으나 대략 산란시기의 1~2개월 전인 12~1월 사이로 추정되고, 새끼를 낳는 출산기는 2~6월로 알려져 있다. 한 번 출산에 낳는 새끼의 수는 평균 약 3만 마리 정도인 것으로 연구된 바 있으며, 비슷한 체격의 볼락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불볼락의 최대크기는 정확히 보고된 바는 없으나, 낚시춘추의 최대어 기록을 보면 전장 38cm로 기록돼 있다. 성장 역시 볼락과 마찬가지로 빠른 편은 아니라 만 2년생은 약 15cm, 만 3년생은 약 19cm 정도로 자라며, 우리가 주로 낚시의 대상으로 하는 크기인 20cm 이상이 되는 만 4년생부터 번식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볼락류는 먹이의 크기보다 양을 늘린다

불볼락의 식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불볼락이 선호하는 먹이는 새우류, 난바다곤쟁이류, 작은 어류, 두족류 순이었으며, 크기가 커질수록 새우류가 먹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고, 20cm 이상에서는 새우류 다음으로 어류의 비중이 약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류는 생존을 위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의 먹이 섭취 유형을 나타내는데 크기가 커질수록 먹이의 크기 역시 큰 것을 선호하는 유형과 크기가 커질수록 먹이의 양을 늘리는 유형이 있다. 전자의 유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낚시대상어종으로는 삼치가 있으며, 후자의 대표적인 낚시대상어종으로는 볼락을 들 수 있다. 불볼락 역시 후자에 속하여 성장함에 따라 먹이를 섭취하는 양을 늘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루어낚시에서 흔히 말하는 ‘Big bait에 Big fish’(큰 미끼에 큰 고기가 입질한다)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불볼락은 흔히 비교되는 볼락 외에도 훨씬 더 닮은 사촌격인 어종이 있는데, 그 생김새가 너무 유사해서 보통 사람들은 잘 구분하지 못하며, 그런 물고기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 불운한 물고기는 도화볼락이라고 부르는 어종으로 생김새가 불볼락과 너무 유사하여 구분하기가 실제 쉽지 않은데, 이들의 차이를 정리하자면 다음 표와 같다.

 

평생 한 자리에서 사는 연안정착성

불볼락은 남해안 선상낚시의 대표적인 대상어종 중 하나로 주로 이들이 짝짓기를 하는 시기인 겨울철에 낚시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낚시는 주로 카드채비를 이용한 외줄낚시로 이루어지며, 보통 채비 하나에 많게는 10개가량의 바늘을 단다. 낚시꾼들은 10개의 바늘에 불볼락이 다 물고 올라오는 경우를 ‘줄을 태웠다’라고 하고, 이렇게 활성도가 좋아서 불볼락이 많이 잡힐 때를 ‘열기꽃이 피었다’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불볼락의 군집특성을 이용하는 낚시의 특성상 낚시의 성과는 양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고, 또한 음식재료로 딱 적당히 먹기 좋은 크기에 맛도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또한 적지 않은 돈을 선비로 지불하고 배에 타기 때문에 더욱 더 많이 잡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낚시의 성과를 흔히 ‘쿨러 조과냐 아니냐’로 판가름 하는 경우가 많다. 불볼락이 속해 있는 양볼락과의 어류는 연중 일정한 지역에 머무르면서 거의 이동하지 않는 습성을 지닌 연안정착성 어류로서 대대손손 한 자리를 지키면서 살아간다. 따라서 이러한 연안정착성 어종들은 연안해역의 자원 조성의 수단으로 널리 선호되기도 하지만 남획에 의한 자원 고갈의 위험 또한 상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불볼락의 경우도 최근 들어 환경변화와 남획 등의 영향으로 자원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불볼락은 상업적인 어획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주요 대상종은 아니라서 현재 정확한 자원량이 추정되고 있지는 않은 실정으로 오히려 자원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위험한 어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지금은 계속해서 이들의 군집을 찾아다니면서 낚시를 할 수 있지만 언제 이들이 귀신같이 자취를 감출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가 주로 불볼락을 낚는 시기는 불볼락이 번식을 하기 위한 짝을 만나는 교미기부터 새끼를 낳는 출산기의 초기까지와 거의 일치하는데, 이러한 시기에 많은 양의 어미를 잡아내는 것은 결국 자원량의 감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용까지 지불하고 험한 겨울바다에서 고생하며 잡은 맛있는 열기를 놓아주자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억지고, 불합리한 얘기라는 것은 낚시인의 한 사람인 필자도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이런 재미를 지속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조금 더 작은 용량의 쿨러를 가지고 배에 오르는 아량 정도는 베풀어도 되지 않을까라고 얘기하고 싶다.



※ 낚시광장의 낚시춘추 및 Angler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무단 복제, 전송, 배포 등) 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