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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낚시 꽁트 씁새-부르다 미칠 그 이름이여 -숙아!
2016년 09월 1045

연재_낚시 꽁트 씁새

 

 

부르다 미칠 그 이름이여 -숙아!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워뗘?”
씁새가 선장실로 다가가 물었다.
“그저 그려. 잽히기는 허는디… 잘어!”
홍원항 어부낚시 표 사장이 배를 몰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전반적이루 농어 조황이 신통허덜 안혀. 잽히는 것이 고만고만시러운 깔따구급들이여.”
“그라문 손님괴기라두 올라오기는 허는겨?”
씁새가 흔들리는 몸을 지탱하려고 난간을 붙잡으며 물었다.
“안 잽혀. 요상혀. 그 흔한 우럭두 안 나와. 오로지 농어 깔따구 새끼들이여.”
표 사장이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로 대답했다.
“오늘 낚시두 조질 모냥이다.”
씁새가 자리로 되돌아와서 열심히 채비를 준비하고 있는 진백이를 보며 말했다.
“인터넷이루 뒤져봐두 워디 대박 조황 나왔다는 곳이 없다니께유. 성님두 괜시런 희망 품덜 말고 욕정을 잠시 내려놓구 낚시를 즐긴다구 생각허셔유. 노바닥 따오기급 농어가 나오는 중 알어유?”
진백이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개아들놈!”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자신의 채비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번째 포인트. 표 선장의 기운찬 신호와 함께 어둠이 걷히는 바다 속으로 채비들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운차지 못했다. 18명 승선인원에서 올라온 것은 깔따구급을 겨우 넘어서는 농어 두 마리였다.
이즈음, 씁새는 불안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여태껏 씁새가 잡아낸 농어들은 새벽 무렵이었고, 그리고 80센티미터를 넘어서는 농어들이었기 때문이다. 새벽타임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씁새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씁새는 바로 옆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이 열심히 바닥을 걸고 씩씩거리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두 번째 포인트로 이동한 후에도 여전히 깔따구급 농어들이 드문드문 올라왔고, 방류급의 우럭이 간간이 얼굴을 보였다. 그때마다 표 선장은 “뭐여? 그거이 우럭이여? 놔줘유. 방생허셔유. 어럭(어린 우럭) 잡아서 뭣에 쓸라는겨?”라며 방송을 해댔다. 그러나 여전히 몰황에 기분 상한 낚시꾼들은 그 어린 우럭마저 아이스박스에 집어넣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씁새 옆자리의 낚시꾼은 바닥만 열심히 걸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세 번째 포인트에서 씁새가 호기롭게 걸어낸 것은 장대였다. 오늘 낚시는 일찌감치 글렀다는 생각이 확신처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배 안의 낚시꾼들 모두 한두 마리의 농어들을 걸어내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60센티미터급을 넘어서는 농어들이 얼굴을 내밀었고, 급기야는 80센티미터급의 농어가 올라왔다.
모처럼 세 번째 포인트에서 골고루 손맛들을 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씁새는 장대 한 마리로 버티는 중이었다.
“졸려 죽겄슈. 괴기두 안 잽히구 지는 쉴랍니다.”
첫 번째 포인트에서 깔따구급 농어를 한 마리 걸어낸 후 씁새처럼 헛손질만 하던 진백이가 선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포기하면 편하다고 했던가. 씁새도 문득 졸음이 몰려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바로 옆에서 바닥만 걸어내던 낚시꾼이 무지막지한 챔질을 해대자 낚싯대가 사정없이 휘었다. 그러자 표 선장과 총무를 맡고 있는 표 선장의 아들이 뜰채를 들고 뛰어왔다.
“바닥이여.”
씁새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역시 옆의 낚시꾼은 바닥을 긁고 있었던 것이다. 표 선장이 씩 웃으며 뜰채를 들고 돌아섰다. 그리고 그 이후도 옆의 낚시꾼은 열심히 바닥만 걸어냈고 그때마다 표선장과 아들이 뜰채를 들고 왔다가 허탕을 치기 일쑤였다.
옆의 낚시꾼은 분명 초짜임에 틀림없었다. 그렇다고 씁새가 낚시방법에 대해 말을 건네기도 어줍지 않은 상황이었다. 옆의 낚시꾼과 같이 온 일행들이 댓 명 정도 되었고, 그들은 그런대로 농어를 잡아내며 즐거워하는 중이었다. 다만, 왜 일행들이 저 초짜에게 낚시하는 법을 설명하지 않는지가 궁금했다. 또 하나는 아직도 한 마리 걸어내지 못한 씁새가 얼굴 팔리게 이러니저러니 하기도 우스운 노릇이었다.
그리고, 결국 네 번째 포인트에서 씁새가 기어코 70센티미터급의 농어를 잡아냈다. 멋지게 뜰채를 대주고 표 선장이 씩 웃으며 돌아섰다. 옆의 낚시꾼은 씁새가 잡아내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일인양 신나서 떠들어댔다. 그제야 여유를 찾은 씁새가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옆의 초보낚시꾼은 민물낚시 정도는 해본 모양이었다. 챔질을 하거나 미끼를 꿰고 채비를 만드는 모습은 민물낚시에서는 그런대로 베테랑급은 되는 듯 해보였다.
그리고 초보낚시꾼의 일행 중 선수 쪽에서 낚시를 하는 홍일점의 여성분이 아마도 초보낚시꾼의 아내이거나 친한 친구인 듯했다. 그 홍일점 여성 낚시꾼은 배낚시는 꽤 해본 듯 바닥 걸림 없이 열심히 낚시질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 어느 것 한 마리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그 초보 낚시꾼과 여성 낚시꾼만 아직 한 마리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자 봐유. 지금 아자씨는 바닥을 긁고 있는 겨유. 손에 감각이루 드륵드륵 느껴지지유? 투둑투둑 뭔가 치지유? 그거이 입질이라고 생각혀서 아자씨가 챔질을 해대시는디, 그라문 걸려, 바닥에. 여지껏 아자씨는 바닥만 열심히 긁고, 바닥만 걸어내고 있는 겨유. 봉돌이 바닥에 닿는 순간 릴을 세 바쿠 감어유. 그리고 또 드륵드륵 허는 느낌이 있으문 또 두어 바쿠 감어유. 괴기가 물문 툭툭 치거나 드륵드륵 허는게 아니구, 우두둑 물고 나가니께. 알겄쥬?”
이제는 여유를 찾은 씁새가 보다 못해 초보낚시꾼에게 요령을 알려주었다.
“진즉에 알랴 주시지.”
씁새의 설명에 기분나빠할 줄 알았던 초보낚시꾼은 환한 웃음을 웃으며 고마워했다. 그리고, 씁새의 기술 전수가 통한 것이었는지 얼마 안 가 초보낚시꾼의 릴대가 휘어졌다.
“바닥 아녀유?”
그 모습을 본 초보낚시꾼의 일행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괴기여. 찬찬히 감어유! 막 감으문 터져! 찬찬히, 찬찬히!”
씁새가 얼른 일행의 핀잔을 막으며 말했다. 표 선장이 머뭇거리다 씁새의 말을 듣고는 뜰채를 들고 뛰어왔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장대였다. 그것도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장대였다.
“장대다!”
환한 웃음을 머금은 초보낚시꾼이 첫 조과에 소리쳤다.
“숙아~~~~~~! 장대다! 숙아~~~~!”

 

 

이건 뭔 생뚱맞은 소린가 싶었다.
초보낚시꾼이 이름을 부르자, 선수 쪽에서 열심히 낚싯대만 드리우던 여성조사가 고개를 숙였다. 정황상 이렇게 보였다. 아마도 초보낚시꾼의 부인이거나 여자 친구인 여성조사가 바다낚시를 일행들과 즐기고 있었고, 그때마다 민물낚시는 베테랑이지만, 바다낚시는 처음인 초보낚시꾼에게 조과를 자랑했을 것이다. 못마땅한 초보낚시꾼이 자신도 해보겠다고 따라왔으나 그저 대강의 낚시하는 법이나 알려주고는 일행들로부터 내팽개쳐졌으며 누구 하나 알려주지 않는 낚시를 하느라 엄청난 굴욕감을 견뎌내고 있었으리라. 그래서 장대 한 마리를 잡아내고는 너보다 빨리, 잡아냈다는 기쁨에 그렇게 소리쳐 불렀으리라!
초보낚시꾼의 우렁찬 목소리가 바다에 울려 퍼졌고, 배 안은 온통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봐유! 장대를 잡았다는 것은 안적두 바닥을 긁는다는 얘기여유. 장대는 밑바닥 고기니께. 무조건 바닥을 찍고, 두어 바쿠 감어유. 또 바닥에 걸린다 싶으문 또 감어유.”
씁새가 다시 초보낚시꾼에게 얘기했고,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후 또 다시 초보낚시꾼의 릴대가 휘어졌다.
“농어여! 찬찬히! 찬찬히! 안적두 빨리 감고 있어유! 찬찬히!”
릴 끝의 움직임이 틀림없는 농어였다. 그리고 표 선장의 노련한 뜰채 솜씨에 40센티미터급의 농어가 얼굴을 보였다.
“숙아! 수우우우우우가~~~! 숙아! 농어다! 오빠가 농어를 잡았다!”
또다시 초보낚시꾼의 호쾌한 울부짖음이 바다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선수의 여성조사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바닥에 걸린 채비를 빼내느라 끙끙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또다시 초보낚시꾼의 릴대가 휘어졌다.
“월래? 또여? 이번에도 농어여!”
연타석 농어였다. 뱃전에 올라와 퍼덕이는 농어를 보며 역시나 초보낚시꾼이 소리쳤다.
“수우우우우우가! 숙아! 농어다~~~~~~~~~~~~! 농어를 두 마리 연달아 잡았다! 숙아!”
이제는 모두의 눈이 여성조사에게로 쏠렸다. 계속해서 숙아를 목 놓아 부르짖는 초보낚시꾼과 점점 어깨가 움츠러드는 여성조사. 초보낚시꾼은 씁새에게 고마움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고맙구먼유. 이리 설명해 주시니께 잡아내누먼유. 증말루 고맙구먼유.”
그러나 그때까지도 초보낚시꾼의 일방적 승리 또는 숙이라는 여성조사의 굴욕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마지막 포인트에서였다. 초보낚시꾼은 연신 농어를 잡아내던 무용담을 쏟아내며 숙이라는 이름의 여성조사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며 놀리기 바빴다. 씁새가 또다시 50센티미터급의 농어를 걸어내자 초보낚시꾼도 비장한 얼굴로 채비를 드리운 순간이었다. 갑자기 뱃전이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표 선장이 뜰채를 들고 선수 쪽으로 뛰었다.
여성 조사였다! 릴대의 움직임으로 보아 농어는 아니었다. 배 밑으로 파고들며 겨우겨우 끌려 나오는 모습이 광어 아니면 개우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다! 조심, 조심!”
표 선장이 여성조사 곁에 바짝 붙으며 응원하기 시작했다. 모두의 기대와 놀라움 속에 나온 것은 70센티미터급을 넘어서는 광어였다. 표 선장이 뱃전에 광어를 내려놓자 크기가 좌중을 압도했다. 마침내 씩씩거리던 숨을 가라앉힌 여성조사가 갑자기 초보낚시꾼을 쳐다보더니 소리쳤다.
“봉팔아~~~~~! 광어다~~~~~! 누나가 광어를 잡았다! 봉팔아! 광어다!”
여성 조사가 힘차게 외쳤다.
그 소리는 바다 저 멀리 퍼져나갔다.
“봉팔아~~~~~~~~!”
초보낚시꾼이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예미… 농어낚시라드먼… 반칙이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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