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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낚시 꽁트 씁새-선천적 얼간이들 (두 번째 이야기)
2016년 10월 1144

연재_낚시 꽁트 씁새

 

선천적 얼간이들 (두 번째 이야기)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이 지랄루 일찍 가서 뭣을 허겄어? 방파제서 원투를 던질 것도 아닌디!”
총무놈이 계속 투덜대고 있었다.
“인간이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새벽에 쪽잠 자고 떠나느니 일찍 가서 승선명부 적어놓고, 방파제서 텐트 치고 한잠 자다가 떠나문 오죽 편허구 좋아? 새벽에 운전할라문 월매나 고통시러운 줄 아는겨? 안 그려? 호이장아!”
씁새가 총무놈의 머리통을 내려치며 대답했다.
“그건 그려.”
열심히 운전하고 있던 호이장놈이 대답했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초저녁에 달려간다, 그쵸? 그러면 방파제서 야밤 원투낚시도 할 수 있다, 그쵸? 그래서 내가 원투대를 가져간다, 그쵸?”
오랜만의 농어낚시에 신이 난 박격포가 떠들어댔다.
“꿈깨! 우덜이 텐트 칠라는 곳은 방파제가 아니라 선착장이여. 안 나와. 괴기가 엄써. 하다못해 베도라치도 안 나와.”
씁새가 박격포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면 나 혼자라도 방파제서 원투하면 된다, 그쵸?”
박격포가 지지 않고 말했다.
“실컷 혀봐!”
홍원항으로 농어낚시를 가는 중이었다. 예전이라면 저녁에 일찍 밥을 먹고 쪽잠이라도 자고서 새벽에 떠나는 것이 관례였으나, 총무놈이 신상 텐트를 구입했다는 얘기를 들은 씁새가 개시도 할 겸 일찍 떠나서 텐트 치고 미리 잠을 자자고 꼬드긴 것이었다.
“좋잖여! 술도 마음껏 먹음서 잠도 자고, 새벽에 출항하기 전에 일어나문 오죽이나 편허고 기분이 상쾌하겄어?”
씁새가 총무놈을 보며 실실 웃었다.
“지랄을 똥으루 싸고 앉았네. 니놈이 내 신상 텐트 우치키든 써먹을라구 난리 치는 거 아녀?”
총무놈이 씁새를 노려보며 말했다.
“자본주의의 그늘에 숨어 숭고한 인류의 유산인 낚시를 오염시키는 부루조아 졸부 자식! 네놈의 신상 텐트가 우덜의 40여년 우정보다 소중하단 말인가?”
“염병….”
총무놈이 조그맣게 욕지거리를 해댔다.
“니놈이 그따구루 물건이나 애끼문서 친구들과 나누려 하지 않으문 친구 하나 없이 친척 하나 없이 그렇게 독거노인으로 살다가 고독사 하는 거여, 임마, 어?”
씁새가 또다시 총무놈의 머리통을 내지르며 말했다.
“내 신상 텐트허구 고독사가 뭔 연관이 있다는겨, 개눔아!”
“어허! 지랄덜 말어! 다 왔으니께. 요즘 들어 저놈들은 눈만 마주치면 쌈박질이여. 나이를 똥구녕이루 처먹은 놈들!”
호이장이 어부낚시 주차장에 차를 세우며 말했다.

 

 

“웬일루 이리 일찍 오셨대유?”
표 선장의 아들이 초저녁에 나타난 씁새패들을 보며 물었다.
“일찍 내리와서 술 먹고 편히 쉬다가 낚시 할라는거여. 노바닥 새벽에 올라니께 더 피곤혀. 승선명부나 줘봐. 일찍 휘갈기고 사라질라니께.”
씁새가 봉돌과 채비를 고르며 말했다.
“술 좀 작작 드셔유. 내일 파도가 좀 높다고 허는디, 술 안 깨서 접때처럼 선실에서 주무시지 마시구유. 그러구 배에서 음주는 위법인 거 아시지유? 술 가지구 타시문 안돼유.”
표 선장 아들이 씁새패들의 선비를 계산하며 말했다.
“걱정을 붙들어 매. 적당히 마시구 말짱시런 모습이루 농어 때리잡을라니께.”
씁새가 호기롭게 대답했다. 표 선장의 블루오션호가 정박하는 선착장이 이들의 텐트 칠 자리였다. 하지만, 선착장 구석으로 쌓아놓은 폐그물과 바다 쓰레기가 차고 넘치며 어마어마한 악취가 코를 찌르는 바람에 도저히 텐트를 칠 엄두가 나질 않았다. 결국 홍원항의 선착장과 항구 사이의 폐선들을 올려놓은 공터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뭣이 하나 순탄시러운 것이 없어!”
텐트를 치며 총무놈이 투덜댔다.
“인자 지는 방파제서 원투 던지고 온다, 그쵸?”
텐트를 치고 짐들을 정리하고 나자 박격포가 낚시가방에서 원투대를 꺼내며 말했다.
“격포야! 지금이 집 나간 며느리 유인해서 포획할 절호의 찬스여. 잘 혀봐?”
씁새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그쵸?”
“전어가 풍년이란 얘기여. 낚시점에 가서 전어 채비 사서 방파제서 던지문 전어 정도는 꽤 나올 거여.”
호이장놈이 대신 대답했다. 박격포가 전어 잡을 마음에 들떠 사라지고 나자 드디어 술판이 벌어졌다.
“내일 파도가 좀 있다구 혀구 물때두 그리 좋덜 않은디… 괴기가 좀 나올라나?”
호이장놈이 간간이 바람이 스치는 바깥을 내다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걱정 말어. 서해바다 농어덜이 번호표 뽑구 기다리고 있으니께.”
씁새가 담배를 빼물며 말했다.
“낚시경력이 많아질수록 늘어나는 것이 뻥이여! 뻥치덜 말어.”
총무놈이 씁새를 노려보며 말했다.
“지랄맞은 놈아! 국회는 못 믿어도 내 말은 믿어도 돼!”
“개썩을! 시상 천지에 씁새놈 말을 믿을 놈이 워디 있간디? 그러고 텐트 안에서 담배 피우면 우쩌자는겨? 불똥 떨어져서 텐트 구멍 나문 우쩔껴?”
총무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랄들 그만 혀! 니놈덜은 붙어 앉으면 쌈박질하는 통에 내 가슴이 미어져! 우치키 된 놈덜이 전생에 웬수를 진 놈덜두 아니구 왜 지랄들이여?”
호이장놈이 두 놈을 말리며 말했다.
“저 쓰벌눔이 내 말이라문 족족이 태클을 걸잖여!”
“원제 내가 태클을 걸었다는겨? 씁새, 네놈이 허는 짓거리가 개차반이라서 그러는 것이지.”
“죽을텨?”
“그래! 오늘 니놈하고 나하고 싸우다 죽어보자.”
분기탱천한 씁새와 총무놈이 분에 못 이겨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고, 두 놈을 말리던 호이장놈도 말리다 지쳐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어는커녕, 노래미 새끼 한 마리 구경 못하고 돌아온 박격포가 이 쌈박질에 말려들어 줄기차게 편의점으로 술을 사러 들락거리며 같이 취해가고 있었다.
“이라문 안 되는겨! 40년지기 친구라는 놈덜이 쌈박질이나 허문 되겄어?”
몸을 가누지 못하고 흔들거리며 호이장놈이 말했다.
“그건 그려. 40년지기 친구문서 노바닥 쌈박질허문 우덜 자식덜이 뭐라구 생각허겄어? 오늘도 만신창이가 된 아버지들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질 것 아니여? 그라니께 오늘 저 총무놈을 수장시키고 말껴!”
씁새가 횡설수설하며 다시 담배를 빼 물었다.
“오진 놈의 자식! 담배는 나가서 피워라! 내 신상 텐트에 구멍 난다.”
총무놈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말했다.
“그게 무서우문 텐트를 치지 말고 니놈 대구리에 이고 댕겨! 인민의 고혈을 빼먹는 부루조아 자식아!”
씁새가 건들거리며 말했다.
“계백 장군의 후예다, 그쵸? 논산 호국의 요람, 그쵸?”
이번엔 박격포가 술잔을 비우며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해댔다.
“니놈도 저놈 계파냐? 국회로 보내주랴?”
“씨불놈들아 그만혀! 내일 낚시 할라문 그만 처마시고 자빠져 자야 할 것 아녀?”
“날밤 까며 놀고 싶지 않으면 유부남이 아니여! 제껴! 날밤 까!”
“불! 담뱃불! 텐트에 빵꾸 났잖여!”
“씨불! 땜빵 혀! 대충 고무 쪼가리루다가 땜빵 혀!”
“방파제두 안 나온다, 그쵸? 농어는 바다에서 나온다, 그쵸?”
그리고 무엇인가 우당탕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거기까지가 그들이 기억하는 모든 것이었다.

 

 

제일 먼저 눈을 뜬 것은 박격포였다. 눈이 부시도록 밝은 햇살이 텐트 안으로 비쳐들있었다.
“큰일 났다! 벌써 해 떴다! 그쵸?”
박격포가 이리저리 쓰러진 씁새패들을 깨우며 소리쳤다.
“뭐여 뭐여! 날씨가 왜 이랴? 발써 해가 뜬겨?”
아직도 비틀거리는 몸으로 텐트 밖으로 기어 나온 일행을 맞이한 것은 이미 중천에 떠버린 해와 주말을 맞이하여 홍원항으로 나들이 나온 관광객들이었다.
“월레? 이게 대체 뭔 사단이랴?”
호이장놈이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전화를 그리 해대는디 워디서 자빠져 잔겨? 30분이나 지체허문서 전화질을 해대두 안 받구 말여. 낚시꾼덜이 화를 내고 난리치는 바람에 헐 수 없이 자네덜 못 싣고 그냥 나왔어! 뭔 낚시를 와서 그리 술을 퍼 먹은겨? 지금이 몇신 중 알어?-
휴대전화로 표 선장의 화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좃됐다….”
씁새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우덜이 어제 뭔 짓을 헌거여?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지는 않은 것 같은디….”
호이장도 주저앉으며 텅 비어버린 선착장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표 선장 전화가 수십 통이 와 있네. 알람도 맞췄는디… 씁새야! 우덜 어제 뭔 일이 있었던겨?”
총무놈이 먼 바다를 쳐다보며 물었다.
“몰러… 뭔가 시끄러웠던 것은 아는디… 이게 뭔 일이여? 네 놈이 모두 곯아 떨어졌다는겨?”
씁새가 허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기 선착장에 낚시꾼들 몇 명이 있다, 그쵸? 뭐 잡히나보다, 그쵸?”
박격포가 선착장에서 원투를 던지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집 나간 며느리 포획할 절호의 찬스여!”
씁새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건 언젠가 써먹은 얘기 같은디….”
호이장이 허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표 선장이 다시 와서 우덜 데리구 가지는….”
“표 선장이 미쳤대?”
“방파제 한번 가보까?”
“뭣이라두 나온대?”
“전어….”
맥 빠져서 주저앉은 씁새패들의 두서없는 이야기들이 넓은 공터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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