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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낚시 꽁트 씁새-고지전 (하)
2016년 12월 815

연재_낚시 꽁트 씁새

 

 

고지전 (하)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얌마! 내일 퇴소식 하고 우리 가족들이 여기로 오기로 했거든? 그래서 미리 낚싯대 사서 준비해 두려는 거야, 임마!”
“그래도… 아… 참! 난감하네… 그러면 아예 가게에 보관해 두었다가 퇴소식 하시고 나가서 찾아가시면 되잖습니까? 아니면 내일 사도 되는데….”
위병초소의 군인 이야기가 맞지유. 뭔 열쳤다구 퇴소식 끝나고 천천히 사서 가족들과 놀다 가문 될 것을, 훈련 받다가 말구 이 짓이래유?
“얘들이 짬밥만 먹으니까 머리가 안 도는 거야? 너 낚시해 봤어?”
“아… 아닙니다.”
“마! 군인덜이 왜 훈련 받아? 유사시에 즉각 대처하려고 그러는 거 아냐? 그러니까 낚시도 똑같은 거야. 미리 준비해 놓고 후다닥 포인트 점령하고! 유리한 고지를 지킨다 이거지.”
김 아무개라는 옥수동 곤들메기도 청산유수대유. 물론, 말씀드린 대로 내일 퇴소식 하고서 편안히 낚시허문 되겄지유.
허지만, 일단 부대 밖으로 나가면 아까의 군 지역의 둠벙으로 다시 들어오기가 어렵다는 거지유. 그려서 낚싯대 미리 준비하고, 퇴소식이 끝나문 눈치 봐서 부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둠벙으로 튀겄다는 생각이었지유.
“알겠습니다. 그러면 낚싯대 절대 안 들키게 잘 보관하십시오. 점호시간에 걸리면 저희와는 아무 상관없는 겁니다.”
점호? 무신 진짜 사나이 찍는대유? 예비군덜 점호하는디 기간병 훈련허듯이 그리 허남유? 다 아시잖여유! 여허튼 그러구러혀서 내무반이루 돌아와서는 침상 밑에 고이 낚싯대를 감췄구먼유. 그리고 들뜬 기분이루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퇴소식을 맞이했지유.
그때 우리가 좀 더 치밀했거나, 눈치라도 빨랐으면 괜찮았을 거여유.막 퇴소식이 중반으로 치닫고, 부대장의 지루헌 인사말이 이어질 때쯤여유. 부대 안이루 M60 도라꾸가 서너 대 들어오드만유? 그라더니 총 든 군인덜이 우루루 내리는 겨유. 막 기관총두 들구 내리대유? 뭐… 그러려니 했지유. 낚시생각에 들뜬 놈덜이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나 허겄슈?
어찌어찌 퇴소식이 끝났구먼유. 아시지유? 퇴소식이 끝나자마자 개떼처럼 달리는 거? 연병장 가득히 예비군덜이 튀기 시작했시유. 뭐, 달려봐야 그거지만, 동원예비군 수송버스 탈라구 허는 거지유. 그런다구 집에 일찍 가겄슈?
조교덜이 “슨배님들! 뛰지 않습니다. 천천히 갑니다!” 떠들어 봐야 백전노장 예비군덜이 말귀나 들어먹겄어유? 그 개떼 무리에 섞여서는 마구 뛰다가 사병식당 뒤로 잽싸게 돌아갔지유. 그러고는 두말없이 산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이 각개전투 교장이 보이는 산등성이를 오르자 둠벙이 기다리구 있었지유.

 

 

“됐습니다!”
옥수동 곤들메기가 마치 험준한 고지를 점령한 개선장군 같은 웃음을 지었슈.
“인자 퇴소식두 끝나고 혔으니께 이짝이루는 아무 일도 없을껴. 괴기덜만 우리를 지달리는겨.”
엄청 신났지유. 둠벙으루 내려갔는디, 이게 또 천혜의 조건인 거여유. 수풀이 키 높이루 자라 있구 둠벙 앞이루는 큼직헌 언덕이 막구 있어서 속칭 은폐 엄폐가 잘되는 지형이었구먼유. 다른 얘기 헐 틈두 없었시유. 자리 골라서 앉자마자 곤들메기가 사온 몽둥이만 한 써금써금헌 낚싯대를 하나씩 꿰차고 낚시를 시작했지유. 증말루 월척에 약간 못 미치는 붕어덜이 따문따문 올라오는디, 이거 되겠다 싶드라구유.
“낮에두 이런디, 밤 되무는 큰놈덜이 나올 것 같은디?”
호이장놈이 연신 싱글벙글허문서 괴기를 꺼냈지유.
“될껴. 여기가 예전에 메기 기르던 곳이라니께 밤 되무는 괴물 메기도 나올지 싶은디!”
저 역시도 마구 들떠 있었지유.
“근디, 저녁에 보초덜이 오는 거 아녀?”
호이장놈이 주위를 둘러 보문서 물었지유.
“걱정 마십시오! 초소는 이쪽이 아닙니다. 저기 보이는 사격장 위쪽으루 초소가 있습니다. 즉, 케미 꺾어도 안 보인다는 말이지요!”
곤들메기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어유.
“역시, 이런 숨은 명당이 최고인겨.”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문서 저녁 겸 혀서 빵 쪼가리루 요기를 허고는 어둑해지문서 케미를 막 꺾을라는 때였지유. 각자의 보잘 것 없는 살림망에 괴기덜이 그득허니 들어 찬 때였시유.
갑자기 각개교장이루 올라오는 언덕빼기가 소란시러워지대유? 그라더니 사격장 쪽이서 막 확성기 소리가 나는 겨유.
“중화기는 대기하고, 각 사격사로 확인한다. 개인화기부터 준비할 수 있도록.”
월레? 이건 또 뭔 사단이래유? 우덜 오른쪽이루 저 멀리 사격장이 있어유. 그니께 각개교장 옆이루가 사격장이었던 거지유.
“뭐여? 이건 또 뭔 난리랴?”
“야간사격 허는개비네?”
“난리 났다.”
낚시 허다 말구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손을 놓고 있었지유.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개시!”
갑자기 온 천지가 총소리루 난리가 난겨유.
“우.…우쩌냐? 이거 우쩌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사격장으루 예광탄들이 빨갛게 지나가는 게 보일 정도였지유. 아무리 맴이 오지게 큰 놈이라두 쪼그라들기 딱 알맞았지유. 그렇게 우덜은 꼼짝 못하고 낚시도 잊은 채 풀숲에서 벌벌 떨고 있었구먼유. 근 한 시간은 그리 쏴 댄 것 같어유.
“중화기 사격 준비.”
한참을 조용한가 싶더니 결국 올 것이 오는 모냥이더만유. 이번에는 캐리바 50이 불을 뿜는겨유. 아… 죽을 것 같드먼유. 물론, 사격장이 멀리 떨어져 있고, 쏘는 방향이 우리와는 정 반대지만, 엄청난 총소리 들어보문 유탄이라두 날아올까 무섭대니께유?
“1조 사격 끝. 2조 사격 준비.”
웜메, 이눔의 야간사격이 원제 끝날지 알 수가 있어야지유.
“좃됐다. 튀어.”
지가 나서서 말했지유. 다들 지허구 맴이 똑같았내벼유. 낚싯대 순식간에 챙기구, 살림망 옆구리에 차구 그야말루 포복허듯이 풀숲을 기어가기 시작했지유.
“저기 언덕을 넘어야 혀. 그 짝이 읍내루 나가는 길이여.”
예미… 나뭇가지에 걸리구 풀에 찔리구 이런 난리가 없었지유. 겨우 겨우 둠벙을 빙 돌아서 앞쪽의 언덕배기까정 다가갔을 때였시유. 웬 플래시 불빛이 우덜 쪽을 비추는겨유. 죽었다 싶었어유. 갑자기 총알이라두 날아올까 무서웠지유.
“낚싯대허구 살림망 버려!”
곤들메기가 소리쳤슈. 그런디 이놈 말두 총소리에 파묻혀서 겨우겨우 들릴 정도였구먼유. 어차피 들켜서 잽히문 죄다 뺏길 것 아녀유? 대충 풀숲에다가 버리고는 박박 기었지유.
아마두 야간사격 통제하는 교관덜이 풀숲에서 뭣인가 움직이니께 불빛을 비춘 것 같았어유. 
예비군 훈련 가서 그렇게 각개전투의 낮은 포복 실감나게 해 보신 적 있어유? 낚시 가서 그렇게 바짝 기어 본 적 있어유?
안 해봤음 말을 허덜 마셔유. 땀은 비 오듯 흐르지유, 온몸은 가시덤불과 나뭇가지에 만신창이가 돼가지유. 이제는 총소리 속에 간간이 떠드는 소리도 들리대유.

 

 

“뭐야?”
“고라니 같은데요?”
“비춰봐.”
“저쪽으로 움직인다. 언덕으로 넘어간다.”
“고라니치고는 너무 느립니다.”
교관놈덜이 우덜을 쫓아오는 것 같았어유. 그야말루 필사적이루 둠벙 앞의 언덕을 낮은 포복이루 기어 넘었지유. 사격장 옆의 각개교장에서 통제하던 교관들이 다급하게 뛰어 오는 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리는 듯했어유.
언덕위로 올라서니께 앞쪽으루 마구 자란 나무덜이 서 있었지유. 그러구 저 멀리 동네의 불빛이 보이대유. 언덕을 내려서자마자 그대루 뛰었지유. 아시지유? 지형지물을 이용한 은폐, 엄폐. 막 뛰다가 나무에 숨고, 막 뛰다가 풀숲에 숨고…
뭔 지랄이래유? 어느 정도 뛰어 와서 보니께 둠벙의 언덕 위에 불빛이 오락가락 허드만유. 그쪽이서 우리를 비춘대두 불빛이 도달하지 못해서 들키지는 않을 것 같았지유. 겨우겨우 시골의 농로길에 도착하고 나니께 몸이 확 풀리는겨유.
“예미럴! 육이오때 고지전이 바루 이랬을껴.”
길바닥에 널부러지문서 지가 말했어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이 중화기 야간사격 하는 날인가 봅니다.”
곤들메기두 헉헉거리며 말했지유.
“젠장… 살다 살다 총 쏘는 놈덜 옆이서 낚시허기는 첨이네.”
호이장놈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어유. 뭐… 결국은 괴기 잡다가 사람 잡을 뻔 했지유. 그 후에 곤들메기하고는 몇 번 낚시를 다니기는 했는디, 지가 대전 내려오고는 연락이 끊겼어유. 몇 년 후에 그 예비군 부대를 지나갈 기회가 있었지유. 부대는 어디론가 가버렸구, 커다란 번화가가 들어섰더만유. 예의 그 둠벙 자리에는 아파트덜이 들어섰구유.
그때를 생각허문서 피식 웃었지유.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철없는 낚시꾼덜은 따라허시지 마셔유. 잘 못허다가는 좃되는 수가 있는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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