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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낚시 꽁트-씁새(246)-사랑과 전쟁
2017년 01월 899

연재_낚시 꽁트-씁새(246)

 

 

사랑과 전쟁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일진이 나빠도 그렇게 나쁜 날일 수는 없었다. 물론 주둥이 단속 못하고 깨방정 떤 것이 문제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내리막으로 치달을 수는 없었다.
계절은 겨울로 줄달음치는 중이었고, 마땅히 갈 만한 저수지도 없거니와 바다낚시도 툭하면 터지는 기상악화로 손바닥만 긁어대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신나는 것은 개차반낚시회의 안사람들뿐이었으리라. 다 같이 모여서 김장을 하자고 잡은 날이 휴일이었으며, 바다에 주의보 떨어진 날이었으며, 그나마 믿었던 옥천의 순풍실내낚시터가 보수공사를 하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총무놈의 집으로 모인 네 쌍의 부부들과 홀아비인 호이장놈이 산더미 같은 배추포기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예미… 그러게 대충 어디 낚시 간다고 허문서 빠져 나가자니께….”
절여진 배추를 칼로 쪼개며 호이장놈이 투덜댔다. 거실에서는 네 명의 안주인들이 김장 속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괜히 말도 안 되는 거짓말 혀구 빠져 나갔다가 들키문 뒤지는겨. 김장허는 날이라구 신경이 곤두서 있는디, 엉뚱한데 앉아있는 거 들키문 영영 낚시는 끝이여!”
배추 속에 넣을 양념을 버무리며 씁새가 말했다.
“예미….”
총무놈이 무를 채칼로 썰며 중얼거렸다.
“낚시꾼이 낚시터에서 낚싯대 들고 있어야 허는디, 채칼이나 들고 앉아 있어서 말이 되는겨?”
회원놈도 저려오는 발을 길게 뻗으며 말했다.
“그러니께 거시기허문 쫌 거시기 허잖여유? 그랄라면 차라리 거시기허문 속이 참 거시기 허지유.”
거시기가 파를 썰며 히죽거렸다.
“그려. 니놈은 속이 편헐껴. 그려두 이건 아니여.”
씁새가 거시기의 엉덩이를 툭 차며 대답했다.
“들통에 수육 삶는 거 잘 좀 봐유. 물 쫄아들도록 내비둬서 못 먹게 허덜 말구유.”
총무놈의 부인이 주방 쪽으로 소리쳤다.
“알긋네….”
총무놈이 부스스 일어나 들통의 큼지막한 고깃덩어리를 확인했다.
“그놈 잘 뒤져 가는구먼.”
총무놈이 다시 자리에 주저앉아 배추를 쪼개기 시작했다.

 


“근디, 이 배차 속에 말이여. 풀치(갈치 새끼)덜을 젓갈처럼 집어 넣으문 맛이 있을 것인디.”
회원놈이 무심코 뱉은 이 말이 그날의 화근이었다.
“월레? 그러구 보니께… 니놈이 지난주에 갈치낚시 간다구 안혔냐?”
총무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 그렇지… 니들두 다 같이 가구서 뭔 소리여?”
회원놈이 갑자기 말을 더듬으며 되물었다.
“뭐라꼬? 그라모 당신 혼자 낚시 간기가? 다 같이 간다고 그켓자내?”
회원놈의 부인이 거실에서 듣고 놀라 주방 쪽을 보며 물었다.
“아니… 그게… 얘들하고 같이 갔는데… 고기가….”
“이기 뭔 거짓말이고? 일박이일 동안 어데 갔었는데?”
회원놈의 부인이 드센 경상도 사투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게… 우덜은 저짝 안면도루… 주꾸미 잡으러 갔었는디….”
이번엔 총무놈이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이 머꼬? 그라모 저 인간이 다 같이 낚시 간다 캐놓고, 지 혼자 어데로 새삣네? 뭐꼬? 어데 갔었나?”
회원놈의 부인이 씩씩거리며 물었다.
“이씨! 그러는 이 총무놈은 지난달 말에 우덜허구 농어 잡으러 간다구 고짓말허구서니 초딩핵교 동창회 갔었는디?”
회원놈이 총무놈을 쳐다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뭣이여? 낚시 간다구 허드만 일박이일로 초딩핵교 동창회를 갔다 와유? 꿈에도 못 잊는다던 영심이 만나러 간겨유?”
이번에는 총무놈의 부인이 속을 버무리던 배추 포기를 집어던지며 물었다.
“예미… 사단났다.”
씁새가 흠칫 놀라며 중얼거렸다.
“그러니께… 괴기 잡으러 간다구 허문서 작당들을 혀서 딴 짓거리를 허구 댕긴다는 거 아녀?”
씁새의 부인이 거들며 나섰다.
“그게… 거시기 헌 거는 몇 번 거시기 혔구유… 그담이루는 거시기 헌 거는 거시기 허구먼유….”
이번에는 거시기가 쓸데없이 나섰다. 제놈딴에는 이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한 것일 테지만, 오히려 더 악화시키기만 했을 뿐이었다.
“뭐라구요! 작당해서 딴 짓거리 한 것은 작년까지 몇 번 했고, 그 다음부터는 다 같이 모여서 작당은 하지 않았다?”
거시기의 부인이 완벽하게 통역을 해 주었다.
“봐라. 봐라. 이기 머 이리 추잡노? 사내들이 낚시 간다 캐놓고 집에 마누라허구 얼라들 내 팽기치고 지들 바람 필 궁리만 했다, 이기네?”
회원놈의 부인이 눈에 독기가 가득해서 따지기 시작했다.
“우덜만 그란 거 아녀… 씁새두….”
총무놈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이 쓰불놈은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는겨? 내가 뭣이를 우쨋다는겨?”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 이놈! 니놈이 작년에 야미도의 몽금포 횟집 주인 아낙헌티 정신 뺏겨서 우덜이 주구장창 야미도만 따라가야 했던 일을 정녕 잊었단 게냐?”
총무놈이 씁새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는 네놈은! 주식 대박 터졌다문서 격포로 민어낚시 간다구 고짓말 치고는 우덜 죄다 끌고 몸부림싸롱 데리고 간 것은 잘헌 일이단 말이냐?”

 

씁새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하이고… 가관이다! 어디 더 해보그라!”
회원놈의 부인이 같이 소리쳤다.
“그눔의 낚싯대를 죄다 뽀개야 허는겨! 낚시 간다구 핑계 대구서는 딴 짓거리만 혔구먼.”
씁새 부인이 같이 거들었다.
“그건… 총무놈이 잘헌 짓인디… 그건 얘기 허덜 말지….”
호이장놈이 둘을 말리며 말했다.
“네놈두 그려. 네놈은 삼거리 포장마차집 과수댁허구 눈 맞은거… 아… 네놈은 상처했으니께 문제는 없구먼.”
씁새가 호이장놈에게 대들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거시기 이놈은 우떤 중 알어? 이놈은 거제도에 뭔 여자를 숨겨 놨는지, 우덜허구 낚시 같이 안 가문서, 지놈 혼자 줄창 댕기잖여!”
이번에는 호이장의 화살이 거시기에게로 향했다.
“그건… 지가 거시기가 심혀서 거시기를 못 허니께 그게 거시기를 헐라구 거시기 헌 건디유?”
“뭣이 어째? 뱃멀미가 심혀서 우덜허구 못 놀고, 어쩔 수 없이 거제도 갯바위만 탔다 이거여?”
총무놈이 정확하게 통역하며 물었다.
“흥! 결국 그거였네? 뱃멀미는 핑계였네? 거제도에 어떤 년을 숨겨둔 거야!”
거시기의 부인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이런 호환마마 같은 놈들! 우쩌자구 우덜끼리 팀킬이여? 한 번 다 같이 죽어보자 이거여?”
씁새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그려! 이참에 이실직고허구 깨춤을 추자구! 회원놈은 통영이루 낚시 가서는 술집아가씨 헌티 홀딱혀서 술 처먹다가 돈 없어서 낚싯대 죄다 뺏긴 적두 있구유. 총무놈은 비싼 옷허구 장비 처들여 사서는 술집이루 패션쇼허러 댕기구유. 씁새놈은 낚시터마다 아낙네들허구 염분 뿌리는 게 취미구유, 거시기놈은 거제도서 첫사랑 여자 닮은 애헌티 빠져서는 주구장창 거제도루만 댕기는겨유! 지는유? 지는… 잘못헌 게 없는디유?”
호이장놈이 거실 쪽 부인들을 보며 줄줄이 읊어대기 시작했다.
“자랑이다! 홀애비 자식아! 이 자식을 뽀개 버리자!”

씁새가 호이장놈의 멱살을 잡고는 현관 쪽으로 끌며 말했다.
“죽여!”
회원놈과 총무놈도 덩달아 일어서며 말했다.
“거시기혀!”
거시기놈도 은근슬쩍 일어서며 패거리들에게 파묻혔다.
“어데 가노! 이기 다들 처맞아야 정신을 채릴라카나? 거기 안서나?”
회원놈보다 네 살 위이며 왕언니인 회원놈의 부인이 현관 쪽으로 슬슬 내빼기 시작하는 패거리들을 보며 소리쳤다.
“어디루 도망가는겨! 거기 안서!”
“언니! 쟤 좀 뽀개 버려!”
“잡아!”
“얼레? 도망가? 영영 못 들어 올 수도 있다는 거 모르는겨?”
급기야는 닫히는 현관문으로 포기 배추가 날아들었다.
“씨벌! 튀!”
씁새가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 한 채, 계단으로 마구 뛰어 내려가며 소리쳤다. 앞치마를 두르고 빨간 고무장갑을 손에 낀 다섯 명의 남자들이 다급하게 아파트를 빠져 나오고 있었다.
“이 씨불놈이! 니놈은 홀애비니께 괜찮다 이거여? 그려서 그렇게 이실직고허문 니놈만 깨끗한 놈이여?”
밖으로 뛰쳐나와 헉헉대며 총무놈이 호이장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말했다.
“이런 개종자들! 무덤까지 가지고 가자던 약속은 워떤 집 개헌티 던져주구서는 이 지랄여?” 씁새가 고무장갑을 벗어 땅바닥에 집어 던지며 씩씩거렸다.
“내가 이런놈덜허구 낚시 댕기는 게 미친 놈이여….”
호이장놈이 바닥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좃됐다… 이미 거덜 난 것 같은디….”
총무놈도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왜 지난주에 갈치 잡으러 갔다는 얘기를 꺼내고 지랄여?”
회원놈이 총무놈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예미… 이왕 이렇게 된 거… 수습이 문제여. 잘못허문 이번 주 침선낚시 가는 것두 도루묵이구 영영 낚시와는 쫑날 수도 있는겨… 누구 비아그라 있냐? 온 몸이루 봉사허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디… 청와대에는 몇 백 알이 있다드만….”
씁새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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