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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 (246)-낭만에 대하여(상)
2017년 04월 573

씁 새 (246)

 

 

낭만에 대하여(상)

 

 

“뭐 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호이장놈의 목소리가 사뭇 풀이 죽어 보였다.
“방 넓이 재는 중이여. 이짝 벽에서 저짝 벽이루 딩굴딩굴 굴러가문 딱 다섯 번 굴러가는 구먼… 새삼 집구석이 코딱지만 혀.”
씁새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집구석이서 뒹군다는 거 아녀?”
호이장놈이 여전히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채무자가 돈두 안 갚구 뒤진겨? 왜 목소리가 상갓집 개처럼 그려?”
씁새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시간 있으문 잠깐 나오라구….”
“뭔 일인디?”
“별 거 아녀.”
“그라문, 저녁때 전화를 했으문 쏘주라두 기울이지. 점심나절에 뭔 전화질이여?”
“나오라니께, 빌어먹을 놈아!”
“알았다, 이 주워 먹을 놈아!”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뭔 일이여? 이 추위에 설마 얼어 뒤지자구 낚시 가자는 것은 아닐 테고….”
씁새가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아파트 입구의 작은 커피숍. 여전히 생경스러운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선뜻 들어서게 하질 못한다. 아직도 아날로그 세대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숍을 떠다니는 음악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묵직한 피아노곡이었다.
“그게… 우선 커피나 주문혀.”
호이장의 얼굴에는 알 듯 모를 듯, 복잡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발음하기도 힘든 커피를 주문하고,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던 호이장놈이 무겁게 입을 뗐다.
“그게… 말여. 말허기가 심히 쑥스러워서….”
호이장놈이 가볍게 웃었다.
“뭔 지랄여? 우덜 사이에 뭔 쑥스럽고 창피헐 일이 있다는겨? 어릴 적부텀 고추 내밀문서 볼 것, 안 볼 것, 죄다 보문서 살아왔는디.”
씁새가 피식거리며 말했다.
“그게… 에… 우리 딸이 시집가고… 애두 낳고… 그러니깐 심히 외롭다.”
호이장놈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려서? 밤마다 옆구리 시리니께 젊은 과수댁이라두 중신을 놔 달라는겨?”
씁새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에에이…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 텅 빈 아파트에 달랑 혼자 있으니께 온갖 생각이 다 드는겨. 먼저 떠난 애 엄마 생각도 들고….”
“애덜은? 큰 애는 시집가서는 지 남편 직장 따라서 미국이루 갔다문서? 작은 놈은?”
“그놈두 지 언니 있는 곳이서 공부하겄다고 같이 미국이루 유학 갔어.”
호이장놈이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려. 두 놈 다 미국에 있다구 혔지. 그려.”
씁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문 우찌 참헌 과수댁이라두 소개해주까? 왜 하늘 간 마님 생각 때문에 미안혀서 그러덜 못 허는겨?”
씁새가 다시 물었다.
“그런 건 아녀. 그냥 심란혀서 그려. 맘에 묻어두덜 마. 겨울이라 낚시도 못 가고, 손바닥만 근질거려.”
호이장놈이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
“맘에 둔 것은 내가 아니라 네놈 같은디?”
씁새가 호이장놈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올 겨울은 침선낚시 한번두 못가고 지나가네? 열기낚시 한번 가기가 이리 힘든겨?”
호이장놈은 여전히 다른 소리만 해대고 있었다.

 

 

“그라니께… 호이장놈이 뭔 소릴 하려다가 머뭇거렸다, 그 말여?”
총무놈이 씩 웃으며 말했다.
“과수댁 맞어.”
회원놈이 익은 삼겹살을 우적거리며 대답했다.
“아니라든디? 내가 참헌 과수댁 소개해 줄거냐니께 아니라든디?”
씁새가 소주잔을 자작하며 말했다.
“지랄을 똥으루 싸구 자빠졌네. 니놈은 눈치가 백단이문서 그 뜻을 모르는겨?”
총무놈이 씁새를 보며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뭔 개소리여?”
씁새가 술잔을 들다 말고 물었다.
“소개해 달라는 게 아녀. 이미 있다는 얘기여.”
“뭐여?”
“이미 호이장놈 맘에 한 여자가 있다고!”
총무놈이 씁새의 다리를 걷어차며 대답했다.
“이 염병을 허다가 거꾸러질 놈덜이! 니놈덜은 다 알고 있음서 나헌티는 얘기두 안 해준겨? 몇 십 년 우정을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낙엽보다도 가볍게 여기는 하찮은 놈들!”
씁새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손님이 없어 구석 자리에서 졸고 있던 여주인이 놀라 눈을 떴다.
“누구여? 어떤 여자여? 내가 아는 여자여?”
씁새가 재차 물었다.
“진정허고 앉아. 그거이 우덜두 긴가민가 허다가 눈치 챈겨. 아파트 정문에서 지구대루 빠지는 골목에 전기구이 통닭집 있잖여?”
회원놈이 씁새에게 가까이 얼굴을 디밀며 조용하게 말을 꺼냈다.
“접때, 니놈은 서울 간 날. 호이장놈허고 술이라도 한 잔 할까 혀서 전화를 했는디 안 받는겨. 그려서 우덜 둘이서 돌아 댕기다가 그 통닭집에 들어 갔는디, 호이장놈이 그 집에 혼자 앉아서 센티허게 술을 마시는겨.”
“그려서 우덜이 이건 뭣이가 있구나 생각헌거지. 그려서 호이장놈헌티 다그쳤드만, 거기 여 사장님을 흠모헌다는겨.”
총무놈이 보충설명을 했다.
“그라문 그 여사장은? 여사장두 맘에 있다는겨?”
씁새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물었다.
“그걸 우덜이 우찌 여사장헌티 대놓고 물어 보간디? 그 다음에, 총무놈허구 둘이서 호이장놈 빼구 그 집엘 갔었단 말이여. 여사장의 심중을 떠 볼려구.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손님두 없구 혀서 여사장님 오시라 해서 같이 맥주 마심서나 분위기를 띄웠지. 우덜이 낚시를 상당시럽게 좋아한다고. 낚시 얘기허구 뻥도 좀 치문서 허니까, 여사장님이 자기두 낚시 허구 싶다문서 데려가 달라는겨. 혼자서 심심허구 취미두 없어서 쓸쓸허담서.”
회원놈이 신나서 떠들었다.
“아마, 호이장놈이 씁새 네놈을 만난 것이 이러저리 허니께 아무래두 니놈이 우덜보다는 재미있고 얘기두 잘 허니께, 분위기 좀 띄워 달라는 것일 거여. 날씨 좋은 날, 조만간 같이 가기로 혔으니께.”
총무놈이 또 부연설명을 했다.
“솔직시럽게 호이장놈두 제수씨 떠나보내고 혼자 된 지 한참 되었잖여. 딸놈들은 둘 다 미국이루 가버리구 혼자서 월매나 쓸쓸허겄냐? 그려서 그 여사장님허구 잘 되문 좋구… 우덜 개차반낚시회에 여회원이 들어오문 또 월매나 좋은겨?”
“으흠! 그렇다면, 팔자에 없는 중신애비가 되 달라는 말이다, 이것이구먼.”
씁새가 술잔을 비우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호이장놈의 짝사랑을 실현시키기 위한 세 놈의 작전은 그런대로 잘 꾸며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번번이 무산되고 있었다. 주말이면 날씨가 변덕을 부리고, 바다에는 계속해서 주의보만 떨어지는 중이었다.

“이대루는 봄날 따땃허기 전에는 계획대루 허덜 못 헐 것 같어.”
씁새가 맥주잔을 기울이며 조용하게 말했다. 전기구이 통닭집, 주방에는 여사장이 열심히 안주를 만드는 중이었다. 당사자인 호이장놈을 뺀, 씁새와 총무놈, 회원놈이 모여 있는 중이었다.
“저 사장님은 뭣이가 그리 바쁘시대유? 안 바쁘시문 와서 맥주라두 시원허니 한 잔 허시라구 해유.”
안주를 내온 종업원 아줌마를 보며 씁새가 말했다.
“이따가 신협 직원덜이 회식허러 온다대유? 그려서 그거 준비허는 중이여유.”
종업원 아줌마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라무는… 바다낚시는 치워버리구서니 민물루 돌려.”
입에 묻은 맥주 거품을 닦으며 총무놈이 말했다.
“그려, 좌대를 두 개 빌려서는 우덜끼리 한 대 허고, 호이장놈허구 여사장허구 한 대를 줘버려.”
회원놈이 씩 웃으며 말했다.
“진도가 빠른 거 아녀? 그러다가 여사장이 눈치라두 채문 우짤껴? 진도가 상당히 심각시럽게 빠른디?”
씁새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호이장놈이 그럴 주제라두 되문 우덜이 이러고 있겄어? 그러고 그 놈이 주변머리라두 있어봐. 짝사랑허문서 가슴앓이를 허고 있겄어?”
총무놈이 빈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머! 좌대낚시. 그거 저도 엄청 좋아하는데. 그럼 언제 가요? 이번 주? 주말에 가요. 가게는 하루 저 동생에게 맡기면 되니까.”
주방 일을 마친 여사장이 씁새들의 자리에 와서 앉자마자 일사천리로 대답했다.
“동생. 이번 주말에 여기 사장님들하고 일박이일 낚시 가는데, 가게 좀 부탁해도 될까?”
여사장은 씁새들의 기우와는 정반대로 시원스럽게 진도가 나가는 중이었다.
“그… 그러면… 이번 주… 예당이루 갈…까?”
너무 갑작스러운 여사장의 대답에 놀란 씁새가 말을 더듬을 지경이었다.
“좌대에서 붕어 잡고, 매운탕 끓이고, 오호호. 그거 재미있는데?”
여사장이 신나서 말했다.
“저기… 낚시는 해… 봤남유?”
총무놈이 물었다.
“그럼요! 바다낚시는 한 번도 못했어도 좌대낚시는 많이 가봤어요. 수로낚시도 가보고, 루어낚시도 해 봤어요. 배스도 큰 거 많이 잡았는 걸요. 오호호.”
여사장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됐다! 딱이여. 호이장놈허구 천생연분이여. 둘이서 같이 낚시 댕기는 모습이 눈에 선허구먼.”
총무놈이 통닭집을 나와 아파트로 걸어가며 말했다. 하지만, 무언가 너무 빠르고 쉽다는 느낌에 씁새는 불안해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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