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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낚시 꽁트 씁새(250)-낭만에 대하여(하)
2017년 05월 657

연재_낚시 꽁트 씁새(205)

 

 

낭만에 대하여(하)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이게 대체 뭔… 환장허겄네.”
총무놈이 계속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우째 일이 심상찮이 잘 돌아간다 혔어….”
씁새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라문… 저 호이장놈이 남편이 눈 시퍼렇게 뜨구 살아있는디, 유부녀를 사랑하고 있었단겨? 불륜여?”
회원놈이 연신 뒤에 쫓아오는 차를 흘끔거리며 물었다.
“예미… 마누라 먼저 보내놓고 밤마다 옆구리 시리고, 등짝이 가려우니께 눈깔이 뒤집힌개벼! 과수댁이라드만 황소두 때려잡을 산적 같은 남편이 있잖여!”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드디어 기대하던 통닭집 여사장과의 낚시계획이 성사된 것이다. 장소는 예당지. 모두들 호이장과 여사장을 엮어 줄 생각에 들떠 있었건만, 출조 당일 아침에 통닭집 여사장은 웬 산적 같은 우락부락한 남자를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었다.
“오호호, 우리 남편예요. 동네에서 낚시 간다고 하니까 같이 가자고 데리고 나왔어요.”
여사장이 연신 웃으며 남자를 소개했다.
“김범식이라고 허누먼유. 집사람헌티 얘기는 들었슈. 지두 워낙이 낚시를 좋아허는디, 이리 동네에서 같이 가니께 기분이 좋구먼유. 지가 건축일을 허니라구 자주 어울리덜은 못혀유. 그려두 시간 되무는 여러분들과 같이 댕겨야겠구먼유. 민물, 바다 안 해 본 낚시가 없슈. 집사람 데리구 쉬는 날은 낚시 가는 게 일이었구먼유.”
여사장의 남편이 거구의 몸을 흔들며 웃어댔다. 그의 곁에는 한 눈에 보기에도 낚시의 베테랑임을 알려주는 손때 묻은 낚시가방이 세워져 있었다.
-좃됐다!
호이장놈을 제외한 세 놈의 눈에는 한결같은 단어가 떠올랐다.
“저 쓰벌눔이 임자 있는 여자를 좋아 한다는 거 아녀?”
“저눔이 조폭같이 생긴 남편헌티 맞아 뒤져봐야 정신을 채릴껴!”
“아무리 외롭고 여자가 그리워두 그렇지, 우치키 임자 있는 유부녀를 넘보는겨?”
총무놈의 승용차에 탄 세 놈은 연신 뒤에서 쫓아오는 여사장의 차를 보며 욕을 해대고 있었다. 호이장놈은 여사장과 남편의 차에 타고 뒤따라오는 중이었다. 물론, 자신의 집 단골인 호이장을 배려한 여사장의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라문, 우덜두 저 썩을 놈의 불륜을 주선헌 개아들놈들이 되었다는 거 아녀?”
씁새가 이를 부드득 갈며 말했다.
“암만, 우덜두 천하의 상놈이루 만들려구 혔구먼.”
회원놈도 주먹을 쥐며 씩씩거렸다.
“아무래두 호이장… 저놈을 우치키든 참헌 과수댁을 빨리 소개시켜줘야 헐 것 같어… 저 지랄허다가 사고 치겄어.”
총무놈이 운전을 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러게 이 흉노족 머슴 같은 자식들아, 니놈덜이 잘 알아보고 수작을 꾸몄어야 허는 거 아녀? 그저 무턱대구 호이장놈이 저 여사장을 좋아한다니께 뒷조사두 허덜 않고 덜컥 맺어주겄다구 나서는 바람에 이리 된 거 아녀? 아닌 말루 저 여사장허구 호이장놈이 정분이라두 나면 불륜이여, 불륜! 썩을 놈들아!”
씁새가 총무놈과 회원놈의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소리쳤다.
“그걸 우치키 우리가 알간? 호이장놈이 우덜이 다구치니께 통닭집 여사장을 좋아한다고 허드만. 그러고 그 여사장이 과수댁이라고 혔단 말여. 그라니께 우덜은 과수댁이루 알구 있었지. 예미… 썩을 종자!”
회원놈이 한숨을 폭 쉬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우쩌냐… 저 덩치가 호이장놈이 지 마누라 좋아혀서 이 낚시계획도 꾸민걸 알문 우덜은 모두 뒤지는디….”
총무놈이 운전대를 내리치며 말했다.

“그라문, 우덜 부부는 저짝 좌대를 탈께유. 낼 아침에 철수헐 때 제일 작은놈 잡은 팀이 낼 저녁에 술 사는겨유.”
여사장의 남편이 싱글거리며 말했다. 예당지에 도착하여 예약한 좌대로 들어가기 전이었다.
“그려유, 그려유. 우덜이 네 명이구 그 짝은 두 명인디, 불리헐 것인디유?”
호이장놈이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 씁새패들이 계획한 여사장과 호이장놈의 합방은 느닷없는 남편의 출현으로 무산되었지만, 여전히 호이장을 제외한 씁새패들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그건 두고 봐야 알겄지유? 지두 물괴기 잡겄다구 밖으루 나돈 세월이 수십 년이여유. 그러구 우리 집사람두 어지간한 낚시꾼들보담은 잘 잡지유.”
“오호호. 만만히 보시면 큰일 날 거예요.”
여사장과 남편은 연신 웃으며 말했다.
“그람유, 그람유.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지유.”
호이장놈은 계속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이 썩어 문들어질 놈아! 대체 우쩌자는겨?”
여사장과 남편이 좌대로 먼저 떠나고 난 뒤 좌대 김 사장이 배를 돌려오기를 기다릴 때 씁새가 호이장의 등짝을 후려갈기며 물었다.
“왜 지랄여? 뭘 우쩐다는겨?”
호이장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여사장을 사모한대며? 우째 그럴 수 있는겨?”
회원놈도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여사장을 사모허든 뭣이가 우떴다는겨?”
호이장놈이 지지 않고 소리쳤다.
“정녕 네놈이 저 사람들의 차를 타고 오문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질 않았다는겨?”
총무놈이 호이장을 노려보며 물었다.
“뭔 개소리여? 내가 사람 좋아하는디, 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겨?”
“이게… 개 후레아들놈이네.”
결국 대화는 단절되었고, 김 사장의 배를 타고 좌대에 도착해서까지도 서로 앙금이 남은 채 낚시가 시작되었다.
“개눔의 새끼….”
“여자에 환장을 혀서 눈깔이 뒤집힌 놈….”
“인륜과 도덕을 차버린 음탕한 놈!”
좌대에 낚싯대를 거치하고 떡밥을 개며 씁새와 총무놈, 회원놈이 호이장놈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안되겄다. 이 쓰벌눔을 물속에 수장혀야 되겄다.”
결국 분에 못이긴 씁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이 개아들놈아! 우치키 남편이 있는 유부녀에게 흑심을 품는겨? 그러고도 네놈이 우리 친구여?”
“이건 무신 뒷동네 개가 짖는 소리여? 뭣이가 유부녀란겨? 남편은 또 뭐여?”
호이장놈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여사장도 네놈이 흑심을 품은 걸 알고는 있는겨? 그 남편두 눈치 챈 거 아녀?”
총무놈이 물었다.
“흑심이라니? 그저 흠모하는겨! 그러고 저짝에 남편이란 사람도 알고 저짝 여사장도 알고 있는디?”
호이장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
“난리 났네, 환장허겄네… 근디… 그 남편이 뭐라 안 혀? 잡아 죽일라구 안 혀?”
회원놈이 물었다.
“뭔… 지랄맞은 소리여? 여사장 남편두 잘 되도록 도와준다고 혔는디? 아까 차 같이 타고 오문서….”
호이장놈이 대답했다.
“뭐여? 이 콩가루 같은 막장드라마는 뭐여? 남편이라는 작자가 자기 마누라허구 잘 되도록 도와준다고 혔다구? 증말루 환장허겄네!”
씁새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

 

“이 썩을 놈덜은 무신 소리들을 하는겨? 그 여사장은 과수댁이여. 남편을 여윈 지 10년이 넘었다는디?”
“뭐여? 그라문… 저 남편이라는 사람은 누구여?”
“저 남편은 저 여사장의 남편이지.”
“월레? 남편이 죽었다문서?”
“응!”
“근디… 저기 살아 있는디… 그라문 저 남편이란 사람이 가짜여?”
“뭔 개 똥구녕에 떡밥 처넣는 소리여? 저 여사장은 저 남자하고 부부지간이고, 통닭집에 또다른 여사장이 과수댁이라고! 저 부부가 나허고 그 여사장허고 잘 되도록 도와준다고 혔다니께.”
순간, 씁새패들의 머리 속으로 엉켜있던 실타래가 순식간에 풀려나가는 것이 보였다.
“통닭집을 두 여사장님덜이 허는겨. 공동이루 돈 투자혀서. 그 중에 오늘 못 온 여사장이 내가 흠모허는 분이라고, 이 썩을 종자덜아!”
호이장놈이 씁새와 총무놈, 회원놈의 등짝을 두들기며 말했다.
“뭐여? 이 드럽게 아름다운 시나리오는 뭐여?”
씁새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시상에 낭만이라고는 없는 놈덜이 깝치고 나서서는 지랄이여. 번지수 잘못 잡은겨! 찌 올라온다. 괴기나 잡어.”
호이장놈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낭만에 대하여는 최백호고… 이건 뭔… 그러게 뒷조사를 충분히 허라고 말혔잖여, 튀겨죽일 종자덜아!”
씁새가 총무놈과 회원놈을 쳐다보며 욕을 퍼부었다.
“우째… 이야기가 그리 돌아간겨? 예미… 참이루 낭만시럽긴 허다.”
회원놈이 자리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호이장님 파이팅!”
멀지않게 떨어진 좌대에 앉은 여사장이 남편과 함께 이쪽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화이팅!”
호이장놈도 크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참이루 낭만시럽다….”
씁새가 저수지 주변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을 보며 씨익 웃었다. 세 칸 대의 찌가 조용히 올라서고 있었고, 물 가운데에서는 끄리에게 쫓기는 피라미 한 마리가 수면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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