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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 (251)-당신의 낚시대회는 안녕하신가?
2017년 06월 596

씁 새 (251)

 

 

당신의 낚시대회는 안녕하신가?

 

 

“예미… 원제버텀 결혼식이 휴일날 허게 된겨?”
씁새가 목을 죄어오는 넥타이를 고쳐 매며 말했다.
“지랄을 퍼대기루 싸구 앉았네. 결혼식장에 왔으문 고요히 신랑 신부 잘되라고 빌어 주덜 못헐망정, 손바닥이나 긁고 앉아있는겨?”
호이장놈이 씁새에게 면박을 주었다. 하지만 호이장 놈도 손바닥 긁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호이장과 씁새의 친구 딸이 시집을 가는 날이었다. 녀석이 친척이 별로 없는지라 씁새와 호이장에게 필히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달라고 신신당부하였고, 없는 친척을 대신해 마치 친척인 양, 양복까지 입어야만 하는 지경이었다. 물론, 녀석의 딸도 씁새와 호이장을 친 아버지처럼 어릴 적부터 보며 자라온 이유도 있었다.
예식장의 유리창 밖으로 말간 하늘이 내비치고 있었고,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총무놈과 회원놈은 새벽 일찍 거제도로 내뺀 상태였다. 씁새와 호이장놈의 휴대폰으로 두 놈의 낚시 인증샷이 줄기차게 뜨는 중이었다.
“개눔의 자식들….”
감성돔 한 마리를 손에 들고 의기양양한 총무놈의 인증샷을 보며 씁새가 나지막하게 욕을 뱉었다.
“우쩌겄냐. 오늘은 낚시 생각 고이 접어두고 우치키 내일이나 대청댐에 루어 던지러 갈 생각혀. 살다 보문 이런 일, 저런 일 많은겨. 맨나닥 낚시만 댕길 수야 없잖여.”
호이장놈이 씁새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성인군자 나셨네. 예미럴….”

 


씁새가 예식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지루한 주례사가 끝나고,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 불러주는 축가와 이런 저런 행사도 끝이 났고, 양가친척의 기념사진도 끝이 났다.
“증말루 고맙구먼. 그려두 친구덜이 와 주니께 맘이 뿌듯혀.”
친구 녀석이 씁새와 호이장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당연한겨. 우덜이 그래두 몇십년 우정인디, 이런 날 안 오문 원제 오겄어. 딸 시집 보내니께 많이 서운허지?”
씁새가 친구의 손을 꼭 쥐며 물었다.
“집안에 귀한 보물을 도둑맞은 기분이여.”
녀석이 눈가가 그렁그렁한 채 대답했다.
“내 딸덜은 죽어두 시집을 안 보낼껴!”
씁새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것이 네놈 말대로 되간디? 순식간에 도적 맞는 게 딸들이여.”
호이장놈이 킬킬대며 웃었다.
“만약에 도적을 맞는다문 결혼식을 낚시터에서 시킬껴. 사위놈은 낚시 할 줄 아는 놈이루 허고. 하객덜 죄다 낚싯대 지참허라고 혀서 낚시대회를 허는겨. 순위 매겨서 축하선물 증정허고.”
씁새가 입에 밥을 꾸역꾸역 넣으며 말했다.
“지랄두 유분수여. 그것이 결혼식이여? 낚시대회지!”
호이장놈이 혀를 차며 말했다.
식사가 끝나고 신랑 신부와 인사도 끝이 났다. 예식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눈부신 햇살이 하나 가득 눈으로 들어왔다.
“지랄맞게 날씨 좋다. 낚시가기 딱 좋은 날이네.”
호이장놈이 자신의 승용차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갑자기 씁새가 호이장놈의 어깨를 붙잡았다.
“가자!”
“뭔 소리여? 워딜 가?”
“낚시!”
씁새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뭔… 개 짖는 소리여? 뭔 낚시를 가자는겨? 우덜 행색을 봐. 양복 걸치고 뭔 낚시를 허겄다는겨?”
호이장놈이 미친놈 보는 듯한 얼굴로 씁새를 쳐다보았다.
“네놈 차에 민물낚싯대 들어있지? 뭐, 큼직스런 저수지에서 서너 시간 담가보자는겨.”
“이 차림으로?”
“그려!”
“제 정신이여?”
“낚시에 미친놈의 정신이여.”
“중증일세….”
“네놈도 손이 근질거리잖여? 밤새 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물이라도 봐야 정신을 차리겄으니께 하는 말이여. 어둑해지기 전까정만 낚싯대 담그는겨.”
씁새가 호이장놈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예미… 가자!”
그렇게 결혼식장에 다녀온 양복차림의 해괴한 낚시가 시작되는 줄 알았다.
(이후의 사건은 일부의 몰지각한 낚시행사업체의 범죄일 뿐, 건전한 낚시행사와 낚시업계의 발전을 도모하는 신뢰할 수 있는 낚시업체와는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월레? 여기서 낚시대회를 허는 모냥인디?”
천안의 모 저수지 입구에서 미끼를 구입하고는 저수지 둑방을 넘어서자 낚시대회를 알리는 큼지막한 현수막과 커다란 천막이 보였다.
“그러네? 근디… 발써 낚시대회가 끝난겨? 천막 앞에 웬 사람덜이 저리 모인겨?”
시간은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상으로는 한창 낚시대회가 진행 중이어야 했음에도 저수지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본부석인 듯싶은 천막 앞에만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씁새와 호이장은 영문도 모른 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천막 앞에서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봐유! 우째 사람덜이 그러는겨유? 진행요원넘들 워디 간겨유?”
사람들이 씁새와 호이장을 둘러쌌고 그 중에 한 사람이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참가인원을 60명으루 헌다드만, 이 코딱지만한 저수지에 130명을 몰아 넣어유? 옆에 사람허구 어깨가 부딪힐 정도루 만들어놓구 뭔 낚시대회를 헌다는겨유?”
“그러구, 뭐허는겨, 시방? 상품을 개별적이루 택배루 부쳐줘유?”
“1등이 100만원 상당의 낚시용품이라드만, 공지가 잘못 나가서 50만원이라구유? 이게 무신 사기짓거리여?”
“점심식사가 워째유? 육개장을 포함한 정식이루 준비헌다드만, 여지껏 점심은커녕 물 한 통, 커피 한 잔두 준비를 안 했다는 게 말이 돼유?”
씁새와 호이장을 둘러싼 사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쏘아대기 시작했다.
“잠만유. 그니께… 우덜은 그냥 낚시를….”
씁새가 황당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께, 낚시대회를 헐라문 지대루 허든가! 이게 뭔 짓거리여?”
“아니, 우덜헌티 왜 그러는 중 몰르겄는디유. 우덜은 그냥….”
호이장놈이 나서며 말했다.
“뭘 당신들헌티 그런다는겨? 당신네들 주최 측 아녀?”
“진행허는 놈덜은 아침나절에 코빼기만 비추드만, 주최 측이서 안적 오덜 안 했다문서 눈치 보다가 도망가고, 당신덜 사기 아녀?”
“낚시대회 헌다구 낚시꾼덜 모집혀서 대충 허다가 도망가는 사기꾼덜이 있다든디, 당신들 아녀?”
“말해 뭐혀? 잡아다가 경찰서루 넘겨!”
말들이 점점 험악해져 가고 있었다.
“잠깐 우덜 말두 들어 보셔유! 우덜은 주최 측이 아녀유! 우덜은 낚시허러 온 낚시꾼여유!”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낚시허러 왔다구…유? 그 차림이루? 딱 봐두 주최 측인디?”
잠시 주춤하던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 말했다. 씁새와 호이장놈의 낚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양복차림을 보고는 주최 측으로 오해를 한 것이었다.
“그니께, 우덜은 친구 딸놈 결혼식에 왔다가 잠시 낚싯대나 물에 담굴라구 온 거여유. 애시당초 이런 낚시대회가 있는 줄도 모른다구유!”
호이장놈이 언성을 높였다.
“양복 입구 낚시헌다구…유?”
“못 믿겄으문 확인해 봐유! 경찰서든 워디든 가 줄라니께….”
씁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낚시대회를 빙자혀서 사기 치는 놈덜이 있다는 말은 들었는디… 실지루 눈앞에서 보니께 황당허구먼.”
씁새가 주춤주춤 물러서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근디유, 그라문 그 낚시대회 헌다는 주최 측이루 전화라두 허시지 그래유? 그 진행요원이라던 놈덜헌티두 전화해 보시구유.”
아쉬운 마음에 호이장놈이 그 중의 한 사람에게 말했다.
“해봤지유. 아침까정 잘 받다가, 두어 시간 전에 불통여유. 아마두 주최 측이란 건 아예 없고, 아침에 나타나서 돈 받구 진행헌다구 떠들던 세 놈이 사기 친 것 같어유. 본부석 앞에 상품이라구 전시했던 용품덜두 죄다 때려 싣구 어느 사이엔가 튀었슈!”
낚시꾼이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뭐, 첨부텀 대회 참가비가 3만원이라니께 너무 싼 게 의심스럽기는 했지유. 그려두 낚시가게마다 포스타두 부치고 했으니께 믿었지유. 그러구 참가비를 온라인이루 부치라구 혔으문 좀 더 의심스러웠을겨유. 당일 낚시터에서 걷는다니께 믿은 거지유. 아침나절에 진행요원이라는 청년덜 세 놈이 나타나드라구유. 그라문서 주최 측에서 차가 막혀서 안적 도착하덜 안 했다드만유. 그래도 진행에는 문제가 없으니께 그대로 진행을 헌 거지유.”
다른 낚시꾼이 속이 타는 듯 물을 통째로 마시며 말했다.
“어느 순간에 보니께 본부석이 텅 빈겨. 마이크루 떠들구 열심히 진행을 허는 듯이 허드만, 갑자기 조용해서 보니께 튀었슈. 협찬헌다는 낚시업체에도 물어보니께 금시초문이라는겨유. 그저 물만 보문 낚싯대 던지고 싶고… 그 잘난 경쟁심에 앞뒤 생각이 없었던 거지유.”
쓴 입맛을 다시며 물가로 향하는 낚시꾼들을 보며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어쩌면 돈 3만원이라는, 어찌 보면 적은 돈일수도 있기 때문에 번거로운 신고 따위를 묵살하고 쓴 웃음으로 털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한 맹점을 노린 사기는 어느 곳에선가 또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할껴?”
호이장놈이 씁새를 보며 물었다.
“하고 싶냐?”
씁새가 땅바닥의 돌을 발로 툭 차며 말했다.
“가자.”
호이장놈이 다시 차에 오르며 말했다. 저수지 공터의 때 묻은 천막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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