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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 (255)-아무도 모르는 이상한 이야기
2017년 10월 646

연재_낚시 꽁트 씁새(255)

 

 

아무도 모르는 이상한 이야기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워디서 왔는가?”
노인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전서 왔는디유?”
호이장놈이 다시 대답했다.
“그려? 그라문 뭣 땜시 왔는가?”
노인이 또다시 물었다.
“낚시허러 왔대니께유? 보시문 몰러유? 낚싯대 펼쳐놓고 낚시허구 있잖여유?”
이젠 호이장놈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려? 낚시허러 온겨? 그라문 저 사람덜이 일행이여?”
“맞어유. 우덜은 대전서 왔구유, 낚시를 허러 왔구유, 우리 모두 일행여유.”
호이장놈이 힘주어 말했다.
“그려. 그라문 어여 낚시혀.”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약초들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었다.
“낚시허러 왔다구?”
노인이 또다시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어르신! 우덜 낚시허러 왔구유, 대전서 왔어유! 여기 이 사람덜 모두 일행이구 친구들여유.”
호이장이 이젠 울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려… 그라문 어여 낚시들 혀.”
노인이 다시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는 일어섰다.
“저기, 근디…”
또다시 노인이 호이장을 보며 말을 이었다.
“여기 우덜이 같은 친구들이구유, 대전서 낚시허러 여기 왔구먼유.”
호이장놈이 노인의 입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리쳤다.
“그건 아는디, 뭔 괴기를 잡는겨?”
노인이 갑자기 주제를 바꾸어 버렸다.
“우덜은 친구들이구유, 대전서 낚시를 허러 왔는디유, 붕어를 잡을껴유.”
호이장이 냉큼 대답했다.


“그려, 이짝 뚬벙이 괴기가 많어. 작년에 저짝이루 뚝이 무너졌그든. 그려서 우덜이 여기 뚬벙에 괴기들을 죄다 잡았어. 엄칭이 많어. 어여 낚시혀.”
노인이 이번에는 정말로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는 길 위로 올라가더니 마을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뭐여? 이 뚬벙이 작년에 무너져서 괴기가 없다는겨?”
총무놈이 낚싯대를 펴다 말고 물었다.
“저 어르신이 그러잖여? 뚝이 무너져서 괴기를 죄다 잡았다구.”
회원놈이 낚시가방을 펼까 말까 망설이며 대답했다.
“근디, 범수가 지난주에 여기서 재미봤다구 헌 얘기는 뭐여? 그 놈이 허튼 소리 헐 놈이 아닌디? 준척급이루 잘 나온다드만.”
씁새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어르신이 허는 얘기가 뭔 소린지는 모르겄는디… 일단 왔으니께 대는 펴 보자구.”
호이장놈이 자신 없는 투로 말했다. 대략 천 평 남짓 되는 작은 둠벙이었다. 저수지마다 배스에 블루길 투성이인지라 어디 마땅히 갈 만한 곳도 없기에 낚시점에 들렀다가 범수라는 녀석이 추천해 준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산에서 약초를 캐고 내려오는 노인을 만났던 것이다. 노인의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렇다고 짐 싸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그려. 우쨌든 대는 던져 보자구.”

씁새도 짐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된 낚시에 드문드문 작은 크기이지만, 붕어들이 걸려나오기 시작했다.
“뭐, 그 노인네 말이 거짓말 아녀? 이 상태로 가문 밤이면 대물도 나올 상황인디?”
호이장놈이 빠가사리 한 마리를 떼어 내느라 끙끙거리며 말했다. 그때였다. 마을에서 둠벙으로 올라오는 작은 오솔길이 소란스러워졌다.
“그게 창식이네 텃밭이서 그란겨.”
아까 본 약초 캐는 노인의 목소리였다.
“아녀! 내가 봤대니께? 저 아래 논빼미서 그란겨.”
또 다른 노인의 목소리였다.
“누가 그려? 논빼미두 아니구, 창식이네 텃밭두 아녀. 점례네 고추밭이여.”
또 다른 노인의 목소가 들렸다. 모두 세 명의 노인들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봐! 여기들 있잖여.”
둠벙 위로 약초 캐는 노인의 모습이 보이더니, 뒤쪽을 향해 말했다.
“암만. 그라문 이 양반덜이 그렇다는겨?”
둠벙 위로 올라선 세 명의 노인 중 한 노인이 물었다.
“그렇다니께. 이봐유, 저기 천식이가 너구리를 잡아서 끄실렀는디. 그게 워디여?”
세 명의 노인 중 키 작은 노인이 갑자기 호이장놈에게 물었다.
“엥? 천식이가 누구여유?”
“저기 있잖여. 작년에 참외 농사허다가 때려치운 놈.”
“에헤이. 니가 잘못 아는겨. 참외 농사가 아니라, 수박이여.”
세 명의 노인 중 키가 큰 노인이 말했다.
“그라니께 니놈이 망녕이라구 허는겨. 뭔 놈의 참외구 수박이여? 특수작물 헌다구 농협이서 돈 빌리다가 다른 짓거리 혀서 망한 놈이잖여.”
약초 캐는 노인이 말했다. 세 명의 노인이 씁새 일행 뒤에서 설전을 치르는 중이었다.
“저기… 죄송헌디유, 우덜이 낚시를 지금 허거든유? 웬만허시문 댁이루 가셔서 하시문 안될까유?”
씁새가 세 노인을 보며 말했다.
“워디서 온겨?”
역시 약초 캐는 노인이 물었다.
“아까두 말씀드렸는디… 대전서 왔구먼유.”
씁새가 대답했다.
“대전… 그라문 복근이 아는가? 장수네 둘째 아들이여. 대전서 사는디. 갸가 심성이 맞춤혀서 싹싹혀. 일을 잘 혀서 대전서두 잘 산다는디.”
키 큰 노인이 물었다.
“그게 누군지는 모르는디… 우덜이 지금….”
“뭐 허는겨?”
키 작은 노인이 물었다.
“엥? 뭐… 허다니유? 보시다시피 낚시허는디유?”
“복근이가 잘 산댜? 누가 그려? 장수놈이 지 아들 자랑헌다구 잘 산다구 허는디, 실상이루는 안 그려. 여직 장개두 못 가서 저기 워디여, 베트콩 여자 만나러 갔다 오구 그랬댜.”
씁새의 대답에는 안중에도 없이 다른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실지여? 복근이가 심성이 맞춤혀서 잘 사는 중 알었는디? 복근이 잘 살지유?”
약초 캐는 노인이 씁새를 보며 물었다.


“그게… 복근이가 누군지는 모르겄구유. 그냥 우덜이 여기에 낚시를 허러 왔는디유?”
“여기가 괴기가 엄칭이 많어. 작년에 저짝이루 뚝이 무너져서 괴기를 동네사람덜이 엄칭이 잡았어.”
약초 캐는 노인이 아까의 이야기를 또 했다.
“뭐여? 작년에 뭔 뚝이 무너져? 여기 뚬벙은 일정 때 한 번 무너지구서는 여즉 한 번두 안 무너졌어.”
키 큰 노인이 핀잔을 주며 말했다.
“뭔 일정 때여? 이 뚬벙이 육이오 끝나구 만들어졌는디. 그때 아랫골 의찬이네 아들이 여기서 멱 감다가 빠져 죽었잖여.”
키 작은 노인이 말했다.
“뭔 여서 죽어? 의찬이 아들이 아니고, 두호리 사는 최가네 애가 놀러 왔다가 빠져 죽은겨.”
이번에는 약초 캐는 노인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이봐유, 빠져 죽은 애가 의찬이 아들이여? 최가네 아들이여?”
키 작은 노인이 씁새를 보고 물었다.
“그걸 우덜이 우찌 알겄나유? 우덜은 그냥 났시허러 온….”
“워디서 왔는가?”
약초 캐는 노인이 또다시 물었다.
“대구서 왔다잖여. 아까 물어 봤으면서 그려.”
키 큰 노인이 말했다.
“대구서 왔는가? 그라문 귀분이 잘 알겄네? 귀분이가 대구서 살지, 아마?”
약초 캐는 노인이 이번에는 총무놈을 보며 물었다.
“귀분씨가 누군지는 모르겄구유….”
“여서 뭐 잡는겨?”
키 작은 노인이 다시 물었다.
“그게 붕어를….”
“여기에 괴기가 엄칭이 많어. 작년에 저짝이루 뚝이 무너졌는디, 온 동네 사람덜이 죄다 괴기를 잡아갔어. 괴기가 엄칭이 많어.”
약 캐는 노인의 레파토리가 다시 시작되었다.
“에헤이, 여기 뚬벙은 일정 때 무너진겨. 그때 온 동네 사람덜이 죄다 올라와서는 며칠씩 무너진 데 막느라구 고생혔어.”
키 큰 노인이 약초 캐는 노인에게 핀잔을 주며 말했다.
“월레? 그라니께 자네덜이 노망이 났다구 허는겨. 뭔 일정 때여? 둑이 무너진 것은….”
“육이오 때지유? 육이오 끝나구서 무너졌지유?”
호이장놈이 짐을 주섬주섬 싸며 말했다.
“그걸 우찌 아는가? 봐. 이 양반두 육이오 때라잖여. 뭘 알라문 똑바루 알아야지.”
씁새와 회원놈, 총무놈도 짐을 주섬주섬 싸기 시작했다.
“워디서 왔는가?”
약초 캐는 노인이 또 다시 물었다.
“저짝이 두호리에 사는디유?”
씁새가 낚시가방을 어깨에 메며 건성 대답했다.
“두호리 살어? 그라문 두호리 병식이네 오양간 고친다는디, 거기 좀 도와줘.”
키 작은 노인이 씁새에게 말했다.
“두호리 병식이는 오양간 고치는 게 아녀. 똥두깐이 무너져서 그거 고친디야. 오양간이 아녀.”
캐는 노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게, 오양간이든 똥두깐이든 얼른 고치러 지들은 일어날께유.”
씁새가 부리나케 짐을 짊어지고 둠벙 위로 내달으며 말했다. 씁새의 뒤로 호이장과 총무놈, 회원놈이 따라 나서고, 그들의 등 뒤로 세 노인의 설전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아… 대체 뭔 조화 속이여? 참이루 요상시러운 날이여….”
마을로 내려가는 오솔길을 신나게 달리며 씁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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