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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낚시 꽁트 씁새 256-명절은 무서워
2017년 11월 571

연재_낚시 꽁트 씁새 256

 

 

명절은 무서워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뭔 낚싯대가 이리 많은겨? 일은 안 허고 노바닥 낚시만 댕기는겨?”
추석을 맞아 시골에서 대전의 형님 집으로 인사를 오셨다가 씁새의 집으로 친히 왕림하신 이모부께서 씁새의 낚시방으로 들어오더니 눈이 커졌다.
“설마 노바닥 낚시만 댕기겄어유? 일허는 틈틈이 댕기는 거지유.”
불안해진 씁새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또 다시 설날의 악몽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란디 뭔 낚싯대가 이리두 많은겨? 낚시가게 혀두 되겄는디?”
벽으로 진열해 놓은 낚싯대를 둘러보며 이모부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이게 죄다 월매여? 이거이 죄다 비싼 낚싯대 아녀? 딱 봐두 가격이 꽤 나가겄는디?”
여전히 설날과 같은 이모부의 말이 이어졌다.
“월매 안혀유. 지가 뭔 돈이 있다구 비싼 낚싯대를 사겄슈. 그냥 써금써금헌 낚싯대들여유. 월매 안 허는 거여유.”
씁새가 거실에 앉아 있는 아내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씁새의 이 말도 지난 설날에 똑같이 했던 말이었다. 씁새 아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려? 그라문… 얘, 창식아! 일루 와봐라.”
갑자기 이모부가 거실의 이종사촌인 창식이를 불렀다.
“니는 낚싯대가 몇 개나 남아 있는겨?”
낚시방으로 들어 온 창식이를 보며 이모부가 물었다.
“몇 개 안 돼유. 두 개 있었는디, 접때 한 대 뿌러트리구 한 개 있어유.”
창식이가 부러운 눈으로 방에 진열된 낚싯대를 보며 대답했다. 이모부를 따라 농사를 짓는 창식이는 틈틈이 집 위의 저수지에서 민물낚시를 하는 전형적인 시골 둠벙 낚시꾼이었다.

“야는 무신 낚싯대가 이려? 방이루 한가득 있는겨? 요새는 낚싯대두 비싸다는디, 이거 내다 팔문 돈이 을매여?”
뒤이어 이모까지 방으로 들어오며 거들었다.
“우리 창식이두 낚시 댕기구 허는디, 이리 낚싯대가 많덜 않어. 근디, 야는 무신 낚시가게를 허는겨? 이게 대체 몇 개여?”
이모가 씁새의 얼굴과 진열된 낚싯대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창식이는 지난 설에두 와서 몇 대 가져가드만, 발써 죄다 뿌라트린겨?”
씁새가 창식이를 보며 물었다.
“지난 설에 받은 것은 너무 써금혀서 쉬 뿌라지대유?”
창식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게 우찌 써금혀? 몇 번 쓰덜두 않은 비싼 낚싯대였는디?”
“낚시 가는디 이걸 죄다 바리바리 싸가는 것은 아니잖여?”
이모부가 씁새의 말에는 미동도 않은 채 씁새를 보며 물었다.
“그… 그렇지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몇 개만 들구 가는 거지유.”
씁새가 불안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이 다음에 나올 말은 정확하다.
“그려? 그라문 여기서 몇 개만 창식이 줘.”
정확했다.

“야? 뭐라구유? 지난 설에두 줬는디.”
“부라졌대잖여. 낚싯대두 많은디 창식이 몇 개 주라고. 창식이두 낚시 댕기는디, 야가 낚싯대 죄다 뿌라트리고 낚싯대가 별루 음써. 비싼 것두 아니문 몇 개 줘두 쓰겄네. 이건 뭐여? 깨끗허니 쓸만허네. 이거 줘.”
하필 이모부가 꺼낸 낚싯대는 이번에 새로 산 주꾸미 전용대였다. 그것도 씁새가 며칠을 지름신이 강림하여 고민하다 산 고가의 낚싯대였다.
“이것이 보니께 다른 낚싯대보담은 길이가 짧네. 긴 낚싯대가 비쌀 것인디, 이것은 작어. 그라문 싼 거 아녀? 이거 줘. 그라고 보자… 이건 뭐여?”
이모부가 덜컥 고가의 주꾸미 전용대를 창식이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에헷! 그것이 아니구유. 이건 지두 사서는 한 번두 안 써 본 겨유. 그러구유, 이것은 저수지서 쓰는 낚싯대가 아니구유, 바다에서 그것두 배 위에서 낚시 헐 때 쓰는겨유.”
씁새가 잽싸게 주꾸미 전용대를 낚아챘다.
“동기간에 그라는 거 아녀. 창식이가 니 동생 아녀? 맨나닥 만나는 사이두 아니고, 명절 되야 얼굴 보는디, 이럴 때 선물 식이루 주문 좋잖여. 동기간에 우애두 있는디. 그것이 정이루 저수지서 쓰는 게 아니문 이걸루 줘.”
이번에는 이모가 진열된 낚싯대 중에서 고가의 외제 낚싯대를 세트째 꺼내며 말했다.
“이것은 절대 안되유. 그라니께… 이… 이것은 지가 선물로 받은 것이라서 안 되는구먼유.”
씁새가 다시 낚싯대를 뺏으며 말했다.
“동기간에 그리 야박허게 구는 게 아녀. 낚싯대두 이리 많이 갖고 있으문서 몇 개 주문 월매나 좋아? 만약에 창식이가 낚싯대가 이리 많으문 창식이가 자네헌티 몇 개 안 주겄어? 안 그러냐, 창식아?”
“그라문유. 지두 형님헌티 주구 말구유. 몇 개라두 드리지유. 동기간에 우애가 그런데서 싹 트는겨유.”
창식이놈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근디… 낚시는 말여유, 지가 지 손이루 하나하나 장만허문서 댕겨야 실력두 늘구 애착두 가는겨유. 넘덜이 쓰던 낚싯대 덜컥 받아서 댕겨봐유. 그것이 애착이나 가구 그러겄슈? 안그려, 창식이? 그러구 이 낚싯대덜이 몽땅 지 손때가 묻구 추억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누구 주기두 참이루 어렵구먼유.”
씁새가 낚싯대를 다시 진열대에 꽂고는 몸으로 막아서며 말했다.
“됐네. 창식이가 그저 땅이나 파먹구 사는디, 자네처럼 이리 멋진 낚싯대 들구 몇 번이나 낚시를 허겄어? 짬짬이루 낚시허는 것인디, 형이 된 도리루 몇 개 줄 수도 있는 거 아녀? 땅 파먹는 농사꾼이 원제 낚싯대 장만허구 그려? 따지구 보문 창식이가 낚시 배운 것도 자네 아버님 때문이여. 생전에 살아 계실 적에 우리 시골루 시간만 되문 내려오셔서 낚시허시고, 그라문서 창식이두 배운 거 아녀? 일 년에 몇 번이나 얼굴을 보는가. 명절에 얼굴 보문서 그저 낚싯대 여유루다 남는 거 몇 개 선물 받으문 좀 좋은가? 새루 사 주는 것도 아니고, 쓰던 거 주는 게 그리 아까운겨?”
이모부의 얼굴에 핏대가 서기 시작했다.
“지가 아까워서 그라는 게 아니구유. 명절 때마다 오시문 낚싯대를 가져가….”
씁새가 답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으나 이모부의 핀잔은 씁새의 말을 잘라버렸다.
“자네는 참이루 야박허구먼. 이리 많은 낚싯대에서 쓰덜 않는 거루다 몇 개 주문 오죽 좋아. 자네 아버님이 계셨으문 이리 안 허실껴. 가자. 동기간에 우애두 인자는 세월 지나문서 개나 줬는개비다. 어여 짐 싸. 집이루 가자.”
이모부가 벌컥 화를 내며 거실로 나갔다.
“저기, 그게 아니구유. 어이, 창식이. 자네는 알 거 아녀. 주구 싶어두 못 주는 맴이 월매나….”
“아녀유. 됐구먼유. 형님두 그라는 거 아녀유. 접때 형님이 우덜 동네에 낚시 오셨을 직에 월매나 반갑게 대접했어유? 닭까정 잡아서 드렸는디, 너무 야박허셔유. 없는 집이서 정이 난다구, 그거 몇 개 준다구 뭣이 달라져유? 치사시럽구먼유. 맨나닥 와서 달라는 것두 아니구, 지난 설에 몇 개 주신 게 그리 아까워유?”
창식이가 진정 서글픈 눈빛으로 옷을 챙겨 입으며 말했다.
“에헤이, 그게 아니구. 잠시만 지달리게.”
짐을 싸서 일어서는 이모님 가족을 진정시킨 씁새가 낚시방으로 들어가 대충 그럴싸한 민물 낚싯대로 몇 개 들고 나왔다.
“노여움 푸셔유. 낚시꾼이 그렇잖여유. 주기 싫어서 안 주남유? 죄다 손에 익은 낚싯대라서 냉큼 주기가 어려운 거지유.”
창식이에게 낚싯대를 건네며 씁새가 말했다.

“그려, 동기간에 우애가 이리 혀야 돈독시러워지는겨. 원제 낚시 허러 내려와. 요즘 저수지에 월척이 대글대글혀.”
만족한 이모부가 얼굴 가득 웃음을 담고는 현관문을 열며 말했다.
“야. 그러문 내려 가셔유. 멀리 안 나가유.”
시끄럽던 이모부 가족이 떠나고 쓰린 속을 부여잡고 씁새가 거실에 털썩 주저앉자 씁새의 부인이 다가왔다.
“몇 개 뺏겼어유?”
“세 대.”
“그러게 비싼 낚싯대는 숨겨 놓으라니께.”
“깜빡 혔어.”
“올 해만 몇 개 뺏긴겨유?”
“설에 뺏긴 거까지 일곱 대.”
“셋째 이모네서두 두 개 뺏었다는디유?”
“셋째 이모헌티 전화가 왔는가?”
“종구가 전화했어유. 갸덜 집이서 두 개 뺏고는 형님네루 떠났다구 비싼 거 치우구 너덜거리는 거루 몇 개만 내 놓고 있으라구.”
“진즉에 전화해 주지. 아주 명절마다 성지 순례여.”
“그려두 이번에는 낚싯대만 뺏기구 다른 것은….”
씁새 아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
“그려 그럴 테지….”
씁새의 아내가 현관문을 열었고, 씁새가 낚시방으로 들어갔다.
“가다 보니께유. 낚싯대만 있구, 나머지가 없네유?”
창식이가 씩씩 밭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려! 지금 챙기구 있구먼.”
낚시방에서 씁새가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보니께유, 낚싯줄허구 뒷받침대가 없어유. 그러구 살림망두 접때 잃어버렸는디 있으시문 그것도 좀 주셔유. 릴두 주시문 좋구유.”
창식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려. 뭔들 못 주겄어? 일이 이리 되었는디, 과부 고쟁이라두 벗겨 줘야지.”
“야? 뭐라구유?”
“아녀. 혼잣말이여.”
씁새가 바리바리 낚시소품과 받침대들을 쇼핑백에 담아 창식이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허니 잘 쓰겄구먼유.”
창식이가 쇼핑백을 받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아! 그리구유, 지가 내년부텀은 그 바다낚시라는 것두 해볼 참여유. 맨나닥 붕어만 잡으니께 재미가 없어서유. 인터넷이루 보니께 바다낚시가 재미지대유? 그라문 이만 가겄슈. 안녕히 계셔유.”
창식이가 인사를 마치고 사라지기 무섭게 씁새가 전화기를 들었다.
“셋째 이모님여유? 종구헌티 똑똑히 전해 주셔유. 창식이가 바다루 진출헌대유! 인자 바다 낚싯대두 털리게 생겼슈. 종구헌티 바다낚싯대 죄다 치우구, 인자는 민물낚시만 댕긴다구 허라구 전허셔유! 아니다, 아예 낚시 접었다구 허셔유! 낚시는 꼴두 보기 싫다구유!”
씁새가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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