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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낚시 꽁트 씁새(257)-아기와 나
2017년 12월 566

연재_낚시 꽁트 씁새(257)

 

 

아기와 나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낚시는 뽀대여. 이봐, 월매나 멋져? 이거이 신상 주꾸미 낚싯대여!”
택배로 배달되어 온 낚싯대를 꺼내며 총무놈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근디 뭔 주꾸미 낚싯대를 두 대나 산겨?”
씁새가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낚싯대를 쳐다보며 물었다.
“한 대만 가지구 낚시허는 놈이 워디 있간? 아… 네 놈은 한 대로 허지. 한 대는 예비용 낚싯대여. 최소한 두어 대는 가지고 다녀야 허는 것 아녀?”
“부루조아 자식!”
씁새가 총무놈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최고급 신상 낚싯대면 주꾸미덜이 우라지게 올라온대여? 우차피 물속에 사는 놈덜이 물 위의 사정을 우치키 알거여? 대충 미끼 물고 올라오는 것이지.”
씁새가 배 아픈 표정으로 말했다.
“지랄을 해요. 주꾸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란 말여. 니놈이 주꾸미여. 근디, 니놈이 미끼를 물고 올라왔어. 잽힌겨! 근디 올라와서 딱 보니께 나를 잡은 놈 낚싯대가 영 써금시러운 것이 길바닥에 던져 놔두 누가 주워가지 않을 썩은 낚싯대여. 근디, 옆에 낚시꾼의 낚싯대를 슬쩍 보니께 월레? 이게 상당히 고급진겨! 누가 봐두 명품이여! 비까번쩍혀! 니놈 맴이 우떴겄어? 잽히드라도 저런 명품 낚싯대에 잽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겄어, 안 들겄어? 주꾸미로서의 자괴감이 들겄어, 안 들겄어?”
총무놈이 낚싯대의 비닐을 걷어내며 떠들어댔다.
“아조 개지랄을 바가지로 해요. 물속에 살다가 뭔 이상시런 미끼 물고서 생전 처음이루 물 밖에 구경을 허게 돼서 황망시럽고 다급시런 상황인디, 그놈의 주꾸미가 뭔 그런 든적시러운 생각을 허겄어?”
씁새가 소파로 올라앉으며 말했다.


“여허튼!”
총무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원래대로라면 이 인간들은 바다, 그것도 배 위에 올라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악천후로 급작스럽게 배가 뜨지 못한다고 하자 할 일없이 빈둥거리던 씁새가 총무놈의 집으로 쳐들어 온 것이었다. 마침 총무놈의 아내는 총무놈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으로 나가있었다. 씁새가 놀러오자마자 신이 난 총무놈은 자신의 낚싯대와 장비들을 보여주며 씁새의 약을 올리고 있었다.

“니놈이 그려서 부루조아, 지주 집안의 자식이라는겨.”
씁새가 이죽거렸다.
“니놈덜은 죄다 당파적인 천민의식에 사로잽힌 자식들이여.”
총무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려, 우덜은 천민이여. 그려서 우덜의 민중봉기에 의해서 니놈이 몰락하는 처참한 광경을 보고 싶은겨?”
씁새가 티브이 리모콘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
“되덜 않는 잡소리 그만 허고 낚시방송이나 봐. 니놈의 든적시러운 낚시 실력을 올려야 할 것 아녀? 노바닥 사고나 치문서 낚시 생태계를 교란허덜 말고, 낚시방송이나 보문서 실력을 쌓으란 말여.”
총무놈이 신상 낚싯대를 이리저리 휘둘러보며 키득거렸다.
“내 낚시실력이 우떴다는겨? 그러고 내가 사고를 치고 싶어서 치간? 우치키 하다 보니께 일이 그리 되는 것이지.”
씁새가 티브이를 틀며 말했다.
“우헤헷! 씁새야, 이것은 또 뭣인 중 아는가?”
총무놈이 이번에는 또 다른 택배박스를 뜯으며 물었다.
“크헤헷! 이것이 이번에 새로 나온 바람막이와 우비를 겸한 낚시복이여. 인자부텀 비 온다구 우비 꺼내느라 난리치덜 안 혀도 된다는 것이지!”
총무놈이 회색빛 낚시복을 꺼내 펼치며 말했다.
“옘병… 아조 돈 지랄을 해요.”
씁새가 다시 총무놈의 등짝을 발로 차며 말했다.
“낚시는 뽀대여!”
총무놈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씁새를 쳐다보았다. 총무놈의 옆으로는 신상 낚싯대와 낚시복이 펼쳐져있었다.
“인자 이 낚싯대를 들고 서해안의 모든 주꾸미를 도륙할 것이여. 지금쯤 서해안 주꾸미덜이 긴장 타고 있을 것이다.”
총무놈이 흐뭇한 표정으로 낚싯대와 낚시복을 바라보았다.
“워떤 사람들은 자기 집 방 한 칸을 옷방이루 쓴다구 허드만, 그려두 방 한 칸을 낚시장비 보관하는 낚시방이루 쓰는 놈은 니놈이 유일헐 것이여. 민중의 고혈을 빨아서 고가의 낚시장비를 수집허는 부루조아 자식!”
“내가 뭔 민중의 고혈을 빤다는겨?”
“니놈 슈퍼마켓. 거기서 손님들의 고혈을 빠는겨!”
“지랄을 하고 자빠졌네. 정당한 가격이루 물건 파는디 뭔 고혈을 빤다는겨? 가끔씩 쎄일두 허문서 지역사회의 융성에 이바지하는 중이구먼.”
“어쨌든 니놈은 자본주의의 그늘에 숨어 숭고한 인류의 유산인 낚시를 오염시키는 부루조아 졸부 자식이여!”
“내 눈에는 네 놈이 온갖 분탕질로 인류의 숭고한 유산인 낚시를 오염시키는 주범인 것 같은디?”
“이 천박스러운 졸부자식!”
이들의 치졸한 싸움은 느닷없이 울리는 초인종 소리로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월레? 이따가 저녁에 온다드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총무놈의 첫째 딸이었다.
“이 서방은 저녁에 이리로 온다고 했고, 나만 먼저 왔지. 아저씨 별고 없으셨지요?”
총무놈의 딸이 가슴에 안은 아이와 짐 가방을 내려놓으며 씁새에게 인사를 했다.
“그… 그려. 오늘 저녁에 가족들 모임인개비네?”
“모임은 무슨… 그냥 저녁 한 끼 먹는 거지요. 아빠. 나 지금 엄마 보러 슈퍼에 갈 테니까 이 녀석 좀 부탁해요. 잘 보고 계세요. 지금 자는 중이라 한참 안 깰 거예요.”
총무놈의 딸이 후다닥 이야기를 쏟아내고는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이… 이것 참….”
졸지에 받아든 아이를 보며 총무놈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얘가 손주놈이여? 사내여?”
씁새가 총무놈의 품에 안긴 아이를 보며 물었다.
“그려. 올해 두 살이여. 사내.”
총무놈이 아기를 조심스럽게 거실 바닥에 눕히며 대답했다. 아기는 곤히 잠들어 있었고, 자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총무놈이 예의 낚시방으로 들어갔다.
“에또, 이것이 이번에 구입한 갯바위낚싯대여. 이것은 참돔용, 이것은 감생이용. 그러구 요것이 돌돔대여. 죄다 최신상이루 개비해 버린겨!”
낚시방에서 바리바리 낚싯대를 들고 나온 총무놈이 거실에 주르르 깔며 말했다.
“그려. 니 똥은 굵어. 칼라여 18색 칼라여!”
씁새가 낚시채널을 고정하며 건성 대답했다.
“크하하하하! 또 보여주랴? 내년의 낚시를 위해서 또 준비한 물건이 있지. 이걸 보면 네 놈도 부러움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한껏 신이 난 총무놈이 다시 낚시방으로 들어갔다.
“그만 혀, 이 개아들놈아! 뭔 낚시를 장비 구입하는 취미루 허는겨? 낚시터에서 패션쇼허는 놈은 니놈이 유일할 것이다!”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씁새의 목소리에 놀란 것인지, 잘 자고 있던 아기가 부스스 깨어나더니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는 눈을 부비며 한참 주위를 둘러보고는 씁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어서 씁새의 눈이 얍삽한 표정으로 쨍 빛이 났다.
“나의 좌우명이 낚시는 뽀대여. 구질스럽게 낚시를 허덜 않는다, 이것이여.”
열심히 무엇인가를 챙기는 듯 부스럭대며 총무놈이 낚시방에서 떠들었다. 씁새를 한참 바라보던 아기가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낚싯대 개비허는 차에 다른 소품들도 개비혔구먼. 이게 이번에 개비헌 구명조끼허구, 찌허구… 월레! 이게 뭔 일이여?”
태클박스와 상자에 담긴 물건들을 한 아름 들고 나오던 총무놈이 그 자리에 굳어지며 소리쳤다.
“민중봉기!”
씁새가 소파 위에서 아기를 안고는 조용히 말했다.
“뭔 개소리여? 이게 뭔 일이냐구?”
총무놈이 들고 있던 물건들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거실로 뛰어오며 물었다.
“부루조아 지주놈의 억압과 핍박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련한 민초들의 숭고한 봉기여.”
씁새가 아기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네놈이여?”
총무놈이 씁새를 노려보며 물었다.
“나는 네놈의 손주놈이 일으킨 민중봉기를 말리는 사람이여.”
씁새가 아기를 보며 키득키득 대답했다.
“이… 이게… 우리 손주놈이 이랬다고?”
총무놈이 초릿대가 몽땅 부러진 낚싯대들을 손에 들고는 황망한 목소리로 물었다.
“낚시방송 한참 보는디, 뭣이가 뚝뚝거리길래 보니께 얘가 어느새 일어나서는 낚싯대를 아작을 내고 있드만. 아조 힘두 쎄여. 녹두장군 전봉준이여. 민초들의 항쟁.”
“그려서? 그려서 보고만 있었다는겨?”
총무놈이 죽일듯한 눈으로 씁새를 노려보며 물었다.
“뭔 소리여? 애 다칠깨비 얼른 격리조치 했구먼.”
“뭔가 수상혀! 얘가 겨우 두 살밖에 안됐는디, 이 낚싯대의 초릿대들을 이리 분질렀대는겨?”
“낚싯대가 알고 보면 무지 약헌겨. 애가 엉덩이루 슬쩍 앉으니께 작신 부러지드만.”
씁새가 울상이 다된 총무놈의 품에 안고 있던 아기를 안겨주며 일어섰다.
“니놈 눈에 혹시 씁새놈이 분질르고는 아기한티 덮어 씌우는거 아닌가 허는 의심이 가득혀서 못 앉아 있겄다. 내는 호이장놈 복덕방이루 놀러 갈라니께 어여 부러진 낚싯대들이나 치워. 애가 돌아다니다가 다칠라.”
씁새가 현관 문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증말루… 우리 손주놈이… 설마… 네 놈이….”
“민중봉기. 부루조아 지주놈들에 대한 민초들의 반란!”
씁새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며 뒤돌아 총무놈의 얼굴을 보며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개눔의 시키!”
총무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현관문은 닫힌 뒤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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