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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낚시꽁트 씁새 (262)-집으로(하)
2018년 04월 406

연재_낚시꽁트 씁새 (262)

 

집으로(하)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저어 산에 딱따구리느으흔~ 없는 구녕도 파는디~ 우리 집 서방놈은 있는 구녕도 못 파네히~ 에헤라디여~”
“저 개시부럴놈!”
이마의 구슬땀을 닦아내며 총무놈이 승합차를 노려보았다. 어느덧 술이 거나해진 씁새가 승합차의 창문을 열고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듯 노래를 불러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게 씁새놈은 데리구 오덜 말자고 혔잖여!”
회원놈이 망치를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겨울이문 집구석에 처박혀서 꿈쩍두 안 허는 놈인디, 뭔 부귀영화를 보겄다구 데불구 온겨!”
“지랄을! 만약에 저 썩을 놈을 안 데불구 왔어봐! 지놈 안 데불구 갔다구 오만 개지랄을 다 떨 것이여! 지놈이 가덜 못 허드라두 얘기조차 안 해주문 뭔 해코지를 할지 우치기 알간?”
호이장놈이 허리를 펴며 대답했다.
“좌우간 개진상이여! 썩을 놈.”
회원놈이 다시 망치를 집어 들며 말했다.
“이 개종자덜아~ 안주가 떨어졌다! 어여 빙어를 잡아 바쳐라!”
또다시 승합차에서 씁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쓰벌눔 아가리에 귀디기를 퍼부어주고 싶다!”
총무놈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냥 그러려니 허구 살어. 우덜 인생에서 저눔 만난 것두 업보여. 니놈덜 신과 함께라는 영화 봤냐?”
호이장놈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안 봤는디, 뜬금없이 뭔 영화 얘기여?”
“거기 보문 주인공이 착한 일을 많이 혀서 염라대왕이 다시 인간이루 환생을 시켜주는디, 아마두 우덜은 염라대왕이 실수를 혀서 인간이루 환생시킨 거 같어. 염라대왕이 큰 실수를 헌 것이지.”
호이장놈이 첫 번째 구멍을 뚫고는 허리를 펴며 말했다.
“뭔 개소리여?”
총무놈이 물었다.
“우덜은 인간이루 환생허문 안 되는 것이었어. 근디, 염라대왕이 잠시 넋이 나갔거나, 지옥명부가 오류가 나서 인간이루 환생이 되어버린겨. 그란디, 인간이루 우덜을 환생시키구 나서는 염라대왕이 정신을 차린겨. 얼레? 이 잡것덜은 인간이루 환생허문 안 되는디? 이렇게 된겨. 그려서 염라대왕이 이왕 저 잡것덜이 인간이 되어버렸으니께, 다시 물를 수도 없고 혀서 씁새라는 최악의 인간을 우덜헌티 업보로 지정을 허신겨. 우덜을 말려 죽일라고. 확실혀.”
“그라문 뭐여? 저 씁새가 우덜을 괴롭히러 염라대왕이 보낸 차사다 이거여?”
회원놈이 물었다.
“정확혀.”
호이장놈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대답했다.
“염병… 우째 일리는 있다.”
회원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근디… 씁새가 조용허다?”
총무놈이 승합차 쪽을 보며 말했다.
“냅둬, 지놈두 지랄발광을 혀다가 지쳤는 모냥이지… 근디… 이거… 눈 오는디?”
총무놈이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눈 온다는 얘기 없었는디?”
회원놈과 호이장놈도 하늘을 우러러보며 중얼거렸다.
“이거 심상찮은디….”
점점 굵어지는 눈발을 보며 호이장놈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호이장놈의 말이 끝나고 순식간이었다. 눈앞을 가리며 엄청난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조졌다! 예미, 잠시 멈추고 차루 다 피신혀.”
어쩔 수 없이 세 놈이 연장들을 팽개치고는 승합차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쏟아지고 있었고, 바람까지 불어오기 시작했다.
“이거 쉽게 그칠 눈이 아니여. 이대루 낚시 종치는 개비다.”
승합차의 문을 열며 호이장놈이 말했다.
“이 개종자 꼴 좀 보소!”
총무놈이 승합차 안을 보며 소리쳤다. 뒷좌석을 한껏 눕혀놓고 씁새가 잠들어 있었고, 씁새의 옆으로는 빈 소주병이 세 개나 뒹굴고 있었으며, 씹다 만 오징어와 초고추장이 엎어져 있었다.
“이 미친놈이 쏘주를 다 처마신 모냥이여.”
잠들어 있는 씁새를 구석으로 몰아 놓고는 자리를 만든 회원놈이 차에 올라탔다.
“추워 죽겄다. 어여 히타 좀 틀어봐!”
총무놈이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월라리요! 빳데리가 나갔다!”


호이장놈이 차의 시동을 걸다 말고 소리쳤다.
“뭐여?”
“저 씁새놈이 히타 빵빵하게 틀어놓고 온갖 잡짓을 해댄겨! 빳데리 나갔다.”
“이런 지랄!”
“예미, 우덜 뒤지는겨? 집이두 못 가고?”
“우치키 혀?”
“서비스 불러!”
갑자기 차 안이 시끄러워졌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서로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서비스 불러. 빳데리 나갔으니께 부르면 될 거여.”
“여기가 시내여? 방아실 골짜기까정 서비스가 온디야?”
“그려두 해봐!”
“지둘려. 전화 해볼라니께!”
호이장놈이 급하게 휴대폰을 집어 들며 말했다. 그리고는 호이장놈의 얼굴이 사색이 되며 전화를 끊었다.
“시내에두 엄칭이 사고가 많이 나서… 여기까정은 못 온디야….”
“그라문 아는 놈덜 죄다 전화혀봐. 우덜 여기 고립되서 죽어가고 있으니께 차 끌고 오라고. 살려달라고 혀!”
회원놈이 거의 실성한 듯 떠들어댔다. 그리고는 각자 휴대폰을 꺼내 친구들, 친척들에게 전화해댔지만, 모두가 갑자기 내리는 폭설에 움직일 상태가 아니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씨불. 이렇게 고립되고 마는 거여?”
회원놈이 내리는 눈으로 앞도 보이지 않는 창밖을 보며 물었다.
“추워 뒤지겄다. 이 씁새, 이 지옥에서 온 염라대왕 꼬붕새키!”
구석으로 굴러 가 잠들어 있는 씁새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총무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차근히 혀. 차근히. 고요히 허고, 생각을 좀 혀봐. 우선 얼어 뒤지지 않을라면 저 뒤에 빠나 있을껴. 그걸로 불을 피워.”
호이장놈이 운전석에서 뒷좌석을 보며 말했다.
“차 안에서 빠나 피우는 게 월매나 무서운 짓인 중 아는겨?”
회원놈이 말했다.
“그라니께 창문을 열어! 얼어 뒤지지 않을라문 창문 열어서 환기시키문서 빠나 피우는겨.”
호이장놈의 말에 회원놈이 잽싸게 버너의 불을 피웠고, 총무놈이 창문을 열어젖혔다.
“아아~ 씨이불!”
그러나 열린 창문으로 엄청난 눈보라가 밀려 들어왔다.
“조진겨! 저 씁새놈이 기어코 우덜을 지옥으루 보낼라고 날을 잡은 모냥이여. 망치 가져와라! 내가 저 씁새놈 배때지에 구멍을 파서 빙어를 잡을란다.”
총무놈이 창문을 다시 닫으며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씁새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소리를 질렀다.
“조진겨… 인자 집이두 못 가고, 방아실 구석에서 얼빠진 낚시꾼 네 놈이 빙어 잡다가 얼어뒤졌다구 방송 타는겨.”
회원놈이 몸을 잔뜩 웅크리며 말했다.

“고요히 혀봐! 우선 여기를 벗어나는 게 문제 아녀? 그니께 방아실 입구에 매운탕 집들 있잖여? 거기로 가서 구원을 청혀. 차를 끌고 와서 빳데리 충전을 허든, 빳데리를 통째로 가져오든, 이도 저도 안 되문, 그 집이서 차 좀 빌려 달라고 혀서 집까정 태워 달라고 혀.”
호이장놈이 조근조근 말했다.
“이 눈보라 속에서? 저기 입구까정? 겁나게 먼디?”
“그라문 여기서 뒤질껴? 집이 안 갈껴?”
호이장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담부텀 씁새놈이랑 낚시를 가문 사람 새끼가 아녀!”
눈보라 속을 겨우겨우 걸어가며 총무놈이 이를 부드득 갈았다.
“낼부텀 내허구 씁새허구는 모르는 사람이여. 저런 놈 알덜 못허는 사이여.”
회원놈도 헉헉거리며 말했다.

어느 쪽이 길인지, 방아실 마을이 어느 쪽인지 엄청난 눈보라 때문에 보이지도 않았다. 총무놈과 회원놈은 그렇게 헉헉거리며 죽을힘을 다해 마을 쪽으로 향했다.
“어절씨구? 뭐여? 폐업이여?”
근 한 시간 이상을 눈사람이 다 되어서 방아실 입구의 마을에 도착한 총무놈과 회원놈의 눈에 굳게 닫혀있는 집들만 보였다. 방아실 입구의 서너 채 집들은 모두가 매운탕 집들이었고 겨울이면 휴업하기 일쑤였다. 영업을 한다고 해도 겨울의 맑은 날에 한해서만 문을 열 뿐이었다.
“뒤진겨… 여기쯤이서 우덜의 목숨이 끝난겨.”
총무놈이 가게의 작은 평상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내는 뒤져두 따땃한 집이서 뒤질 줄 알았는디….”
회원놈이 울먹울먹하며 중얼거렸다.
“오겡끼 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쓰~”


갑자기 총무놈이 벌떡 일어나더니 하얗게 변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벌판을 향해 소리쳤다.
“뭔 개소리여? 독도는 우리 땅인디, 아베헌티 사바사바허문 살려준대여?”
“그냥… 언젠가는 한 번 해보고 싶었어.”
총무놈이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였다. 전조등을 켠 채, 건너편 길로 버스 한 대가 대청댐의 종점을 향해 막 지나가고 있었다.
“아! 방아실에 버스가 다니지?”
총무놈이 금세 얼굴이 밝아지며 말했다.
“살았다! 우선 몸만 버스 타고 피신혀서 집으로 갔다가 맑은 날 승합차 가지러 오문 되겄다! 살았다!”
회원놈이 신이나 소리쳤다.
“근디… 우덜이 어디서 왔냐? 우덜 차가 어디 있는 거야?”
총무놈이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쏟아지는 대청댐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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