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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낚시꽁트 씁 새 (270)-짧아서 못다 한 이야기
2018년 12월 394

연재_낚시꽁트 씁 새 (270)

 

 

짧아서 못다 한 이야기

 

 

-전우애 1-

 

외나로도에 우주센터가 생기기 전의 일이다. 외나로도 끝 마을에 낚시꾼들을 위한 민박집이 있었다. 1층은 식당 겸 주인집이었고, 2층은 낚시꾼들을 위한 숙소였다. 그리고 그 집의 화장실은 숙소에 개별적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고, 1층의 식당과 붙어 있는 공동화장실이었다.
공동화장실이라고는 하지만, 간이 샤워나 세수 등을 할 수 있도록 세면대와 샤워시설도 같이 붙어 있는 구조였다. 따라서 샤워하다보면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의 몹쓸 냄새까지 종종 맡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발가벗고 목욕하는 사람의 등짝을 바라보며 양치질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금이야 그런 식의 시설이 없겠지만, 근 20여 년 전의 일이다.
내나로도를 거쳐서 외나로도 맨 끝까지 와야만 하는 먼 길이었지만, 식당의 사장이 낚싯배를 가지고 있었고, 식당의 바로 앞에서 배를 탈 수 있다는 편리함과 외나로도의 낚시 포인트를 줄줄이 꿰는 선장의 해박함 때문에 그 멀고도 먼 길을 달려 찾아가는 꾼들이 적지 않았다.
민박집 앞의 후박나무에서 짙은 향기가 날리던 늦봄이었다. 민박집에는 우리 일행 외에도 세 팀의 꾼들이 2층에 숙소를 정해 놓은 상태였다. 서로 통성명을 나누고, 선장으로부터 갯바위 조황을 묻고는 이내 식당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오랜만에 보는 단골꾼들과 흥에 겨웠던 선장은 수족관의 고기들을 죄다 퍼 와서는 회를 썰며 서비스를 하고 있었고, 안주인은 그런 선장에게 마구 면박을 주는 중이었다. 마지막 남아있던 돌돔까지 썰어내 준 선장이 그제 잡았다는 문어를 보여주며 “죽긴 죽었는디 먹어도 암시랑 않을 것이여”라며 호쾌하게 문어숙회를 만들어 내주었다. 어쩐지 문어에서 홍어 삭힌 듯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순식간에 비어가는 문어숙회를 보며 급하게 술을 들이켠 것이 탈이 나고야 말았다. 꾸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로 달려갔고, 가장 앞쪽 칸으로 뛰어들어 한껏 위장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겨우 한숨을 돌릴 때였다. 갑자기 전기가 나가고 화장실이 암흑으로 변해버렸다. 마찬가지로 식당은 물론 민박집 전체가 전기가 나가버린 것이다. 너무 외진 곳에 민박집이 있다 보니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았고, 화장실과 샤워실을 확장하는 등 무리한 개축공사로 전기량이 많아진 것이 원인이었다. 그래서 종종 전기가 과부하가 걸리면 정전이 되고는 했다.
“왐마! 정전여야! 왐마! 두꺼비집 올리야겄는디?”
“안적두 이 집이는 정전이루 고생허는겨? 후라쉬 좀 줘봐. 두꺼비집 내려갔내벼.”
식당 쪽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고 이미 이 상황이 익숙한 꾼들이 능숙하게 두꺼비집의 차단기를 다시 올려서 정전 사태는 1분도 지나지 않아 해결이 되었다. 다만, 화장실만 빼고 말이다.
정전이 되면 희한하게도 화장실 문 앞의 스위치가 내려가 버린다. 그러다보니 다시 화장실 불을 켜려면 문 앞의 전기 스위치를 올려야만 했다. 순간 암흑 속에서 만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이 어둠속에서 조용히 앉아 있다가 누군가가 화장실로 들어오며 불을 켜주면 마무리 하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지금 이 상태대로 어둠속에서 마무리를 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민망스럽지만, 화장실에는 나 혼자인 것 같으니 엉덩이를 깐 채로 밖으로 나가 스위치를 올리고 돌아와 마무리를 할 것인가?
결국 맨 마지막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식당안의 떠들썩한 분위기로 보아 화장실에 올 사람은 없어 보였고, 어둠속에서 일처리하기에는 부담스러웠으며, 그나마 혼자서 아랫도리 까고 아무도 없는 화장실 안을 배회해도 문제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화장실 문을 살며시 열었다. 어디가 어딘지 시커먼 어둠만 가득했고, 화장실 입구의 문틈으로 밖의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바지는 무릎까지 내리고, 엉덩이는 훌러덩 까놓은 채, 화장실 입구의 불빛 쪽으로 뭉그적거리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힘겹게 다가가 스위치를 올리자, 순식간에 화장실이 환해졌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마무리를 할 생각으로 화장실 칸으로 가기 위해 뒤를 돌아본 순간! 이런 광경을 무어라 해야 할지 모를 황당한 순간이 벌어졌다.
나와 똑같은 자세로 바지는 무릎까지 내린 채 엉거주춤 서 있는 두 사람이 보였던 것이다.
애초에 화장실에는 나 혼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이미 두 사람이 화장실을 점령하고 있었으며, 정전이 되자 나와 함께 두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세 사람은 스위치를 올리기 위해 볼품없는 엉덩이를 까놓고는 뭉그적거리며 문 쪽으로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왐마! 겁나 빠르요! 나가 헐라 했는디.”
앞쪽에서 주춤거리며 서 있던 꾼이 작게 말했다.
“어… 어허. 어… 그… 앞 쪽에 계셔서 빨랐군요.”
뒤쪽의 꾼 역시 엉거주춤한 자세로 말했다.
“여허튼 성공했으니, 마저 끝냅시다.”
내가 바지를 부여잡으며 말하자 두 사람 역시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전라도 낚시꾼인 듯한 바로 옆 칸의 사람이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청했다. 그렇게 우리는 비장한 얼굴로 바짓단을 부여잡은 채, 엉덩이를 반쯤 까놓고 외나로도 민박집의 화장실에서 사나이들의 악수를 나누었다. 시원한 뒷마무리 덕분이었을까?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런 조과였지만, 화장실의 엉덩이들 세 명은 감생이를 타작하는 놀라운 조과를 발휘했다.

 


-전우애 2-

 

예전 대청댐 귀신골은 조황은 들쑥날쑥하고 웬만하면 꽝인 악명 높은 낚시터였다. 그러나 걸어 올렸다 하면 대물들이라서 그 매력에 빠져 며칠을 숙박낚시를 하는 꾼들이 많았다. 그 해에는 유난히 대청댐에 있는 향어 가두리가 많이 터져 나가던 해였다. 그래서 방아실, 문의대교, 귀신골 등지로 향어꾼들까지 몰리면서 대청댐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해이기도 했다.
주말을 맞아 향어 채비를 하고는 귀신골로 들어갔다. 향어 포인트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대물이 나오지만, 꽝이 많은 안쪽으로는 낚시꾼들이 많지 않았다. 전문적으로 대물만 낚는 사람들이었다. 아쉽지만, 친구 녀석들과 전문꾼들 사이에 섞여 낚시를 시작했다. 역시나 귀신골의 명성답게 대물자리에서는 피라미 한 마리 나오지 않았고, 바깥쪽의 향어 포인트에서는 그런대로 향어들을 걸어 올리는 듯했다.
“파토여! 예미랄, 발써 삼박사일째 허는디, 붕애새끼 한 마리 올라오덜 안혀. 어여 쐬주나 한잔 하고 밤낚시나 기대허야겄어.”
내 옆쪽의 전문꾼이 그 옆의 동료 낚시꾼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려. 별 수 없지. 삼겹살이나 구워서 쐬주나 한… 저! 저… 저! 까마구 새끼!”
갑자기 그 꾼이 말을 잊지 못하고 자신들의 텐트를 돌아보다가 소리를 질렀다. 그들 텐트의 앞에는 며칠을 먹을 음식이 담겨 있는 커다란 스티로폼 아이스박스가 놓여 있었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그 뚜껑을 열고는 커다란 삼겹살 뭉치를 들고는 뜯어 먹고 있었다.
그렇다! 귀신골의 유명한 것은 대물도 있지만, 악명 높은 까마귀들이다. 무리로 떼 지어 다니며 꾼들을 위협하고는 했던 것이다.
“오냐! 너 이놈! 어제도 잘도 밥을 훔쳐 먹었겠다. 오늘은 기필코 혼쭐을 내줄 것이다.”
분기탱천한 꾼이 조용히 텐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삼겹살에 눈이 팔린 것인지, 까마귀가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었다. 어쩌면 배짱이 좋은 것인지도…. 그리고는 까마귀에게 살금살금 다가간 꾼이 갑자기 삼겹살 덩어리를 입에 문 까마귀의 싸대기, 정확하게 싸대기를 날린 것이다. 놀란 까마귀가 소리를 지르며 날아올랐고, 의기양양한 꾼이 하늘의 까마귀를 향해 소리쳤다.
"다음번엔 양 싸다구를 올려 줄껴, 이눔의 자식!“
우리는 킥킥거리며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하늘이 이상하게 어두컴컴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올려다 본 하늘엔 어마어마한 까마귀 떼들이 날고 있었다. 아마도 아까 싸대기를 맞은 까마귀가 일러바친 듯했다. 그 많은 까마귀들이 하늘을 맴돌며 괴성을 지르더니 점차 원을 그리며 아래로, 정확히 아까의 꾼들과 우리들이 있는 방향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뭐여! 저 까마귀들이 한 번 해 보자는 거여?”
우리 옆의 두 낚시꾼이 앞받침대를 빼들었다. 그리고 공포를 느낀 우리들도 앞받침대를 빼들었다. 결국 치열한 까마귀들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위협하듯 스치며 날아가는 까마귀들과 허우적거리며 받침대를 휘두르는 우리들.
전세는 까마귀들의 우위였다. 고작 받침대를 휘두르는 4명의 꾼들 따위에게 날쌘 까마귀들이 결코 당할 리 없었다. 이제는 까마귀들이 우리를 공격할 것 같았다. 점점 까마귀들의 행동반경이 우리들의 코앞으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와!”
갑자기 함성 소리가 나더니, 바깥쪽의 낚시꾼들이 받침대를 들고는 우리 쪽으로 뛰어 오고 있었다.
“힘내요! 우리가 갑니다!”
“죽여! 그냥 휘두르지 말고 정확하게 타격해야 돼!”
드디어 까마귀들의 인해전술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대형이 흐트러진 까마귀들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만세!”
악다구니 같은 까마귀들을 물리친 귀신골의 영웅들은 하늘 높이 받침대를 흔들며 만세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감격의 만세 소리가 그날 귀신골을 가득 메웠다. 그 후로 귀신골에서는 까마귀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하는데, 귀신골 대첩에서 패한 까마귀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이라고도 하고, 더 이상 대청댐에서 낚시가 어려워지며 낚시꾼들이 자취를 감추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도 한다. 가끔씩 대청댐 호반도로를 달릴 때면 그 날의 귀신골 대첩의 만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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