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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낚시꽁트 씁새 (278)_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2019년 08월 277

연재 낚시꽁트 씁새 (278)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에헤이! 뭔 매운탕이 이려?”
낚시 도중, 점심시간이 되자 열심히 매운탕을 끓이고 있던 호이장놈에게 다가간 총무놈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지랄은… 하두 잡은 괴기덜이 삐까번쩍혀서 이 정도 밖에 못 끓였다. 우쩔껴? 우치키 된 저수지가 그 흔한 피라미 새끼덜두 안 나오는겨?”
“그려두 이건 너무혔다. 이게 매운탕이여? 고추장 국이여? 우찌된 심판인지, 괴기덜은 안 보이구 코펠 가득 물만 넘실거려?”
총무놈이 그야말로 물만 한 가득인 코펠을 뒤적이며 말했다.
뻘건 물만 한 가득인 코펠에는 애처로운 피라미 몇 마리가 둥둥 떠올랐다.
“염병허네. 지놈덜이 괴기 못 잡아서 이지경이 된 것이지, 이게 내 탓이여?”
호이장놈이 급기야는 숟가락을 집어던지며 씩씩거렸다.
“그러게 저 밑이 냇가에서 어항이라도 놔서 매운탕거리라도 잡아오자니께, 뭔 뚝심이루 개지랄 떨문서 저수지서 피라미는 실컷 잡을 것이라고 바락거린 놈이 누구냐고!”
어느새 다가온 회원놈도 거들고 나섰다.
“시상에 도움이 안 되는 새키!”
세 놈의 눈초리가 태평하게 낚싯대를 휘두르는 씁새에게 쏠렸다.
“개눔!”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새키!”
“천만 낚시꾼의 적폐! 아베 같은 새키!”
호이장놈이 다시 비닐봉지에서 매운탕에 넣을 청양고추를 꺼냈다.
“에헤이! 그건 그리하문 안 돼!”
총무놈이 손바닥만 한 도마에 청양고추를 올려놓고 칼로 썰려고 하자 말리며 말했다.
“이놈은 개차반낚시회의 수석 셰프라는 놈이 음식을 대하는 예의가 없어요.”
“뭔 개수작이여? 내가 음식을 허구 싶어서 허는 겨? 언놈이구 할려구 안 허니께 나라두 나서다 보니께 이 지경이 된 거 아녀?”
호이장놈이 들고 있던 청양고추를 집어 던지며 씩씩거렸다.
“에헤이, 우리 셰프님께서 왜 또 그러시나. 이게 말여, 자고로 청양고추는 칼을 대면 안 되는겨. 모든 음식은 쇳덩이가 닿는 순간 맛을 베리는 겨. 그니께 청양고추는 손이루 뚝뚝 분질러서 넣어야 쓰는 겨.”
총무놈이 호이장놈이 집어던진 청양고추를 주워들었다.
“우치키, 매운 맛은 보통이여? 중간이여? 최상이여?”
총무놈이 청양고추를 손으로 분질러 넣으며 물었다.
“지옥!”
씁새가 소리쳤다.
“그건 네놈이 가야할 곳이고!”
회원놈이 씁새를 보며 이죽거렸다.
“최상급이루 매운맛을 보여주자고. 가지고 온 청양고추 죄다 때려 던지는 겨. 괴기두 안 잽히는디, 홧김에 쐬주라도 깔라문 얼큰허야 혀.”
“이건 너무 많이 넣는 거 아녀? 내일 아침에 피똥 쌀 것인디?”
회원놈이 비닐봉지에 담긴 청양고추를 모두 분질러 넣고 있는 총무놈을 보며 말했다.
“걱정허덜 말어. 이열치열이라고, 한 여름에는 이렇게 매운 음식으루 땀을 빼줘야 하는 겨.”
기어코 열댓 개나 되는 청양고추를 몽땅 손으로 잘게 분질러 매운탕에 넣은 총무놈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게 매운탕이여, 사약이여…”
청양고추로 가득한 매운탕을 보며 호이장놈이 중얼거렸다.
“총무놈아. 니놈 찌가 춤을 춘다.”
세 놈이 그러거나 말거나 유유자적하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던 씁새가 느긋하게 말했다. 총무놈의 낚싯대 중 가장 긴 대의 찌가 높이 솟았다가 그대로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워미!”
득달같이 달려간 총무놈이 힘차게 낚싯대를 잡아챘다.
“예미럴…”
아쉽게도 빈 바늘만 달랑거리는 낚싯대를 보며 총무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늦었어. 아까부텀 깨춤을 추드라니께.”
씁새가 자신의 찌에 눈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개눔 새키! 그라문 니놈이라두 빨리 채던가, 아님 빨리 말해줘야 하는 거 아녀?”
“그라는 거 아녀. 넘의 낚싯대 함부루 만지면 낚시꾼의 예의가 아닌 겨.”
“지랄 똥을 싸고 자빠졌네, 썩을 새키.”
허탈해진 총무놈이 그대로 낚싯대를 던져놓고는 돌아섰다.

 

 
“지금이라도 저 밑에 개울로 가서 피래미라두 더 잡아와야 허는 거 아녀? 고추장 국물만 들이킬 수는 없잖여?”
잡목이 우거진 쪽으로 돌아선 총무놈이 바지의 지퍼를 내리며 말했다.
“그라니께. 저 고추장 국물 잠시 끄고, 니허고 나하고 피래미라두 잡으러 갔다 오자.”
바늘에 떡밥을 매달아 던지고 있던 회원놈이 총무놈을 바라보며 말했다.
“피래미 한 마리라두 아쉬운 지경에 처하다니… 이게 뭔 짓이여.”
소변을 보고 난 총무놈이 지퍼를 올리며 돌아섰다.
“붕어 낚시 와서는 피래미 잡으러 천렵 가는 놈덜은 우덜 밖에 없을 껴. 호이장놈아! 접때 흑석리서 쓰던 어항 그대로 차에 있는 겨?”
“그대루 있을 껴. 안 꺼냈으니께.”
호이장놈이 주머니에서 자동차 키를 꺼내 회원놈에게 던져주었고, 총무놈과 회원놈이 호이장놈의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길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둑길의 중간쯤을 오르던 총무놈이 그대로 굳어버렸고, 뒤이어 저수지가 떠나갈 듯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아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주저앉은 총무놈이 그대로 둑 아래로 굴러 내려왔다. 녀석은 자신의 배꼽아래 주요부위를 감싼 채로 버둥거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녀석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뭐여? 이놈 왜 이 지랄여?”
“왜 그려? 왜 그려?”
“벌에 쐰 겨?”
땅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지르는 총무놈을 보며 저마다 소리치고 있었다.
“고추!”
호이장놈이 문득 소리쳤다.
“그러니께. 왜 지놈 고추를 잡고 지랄이냐고?”
“그 고추가 아니고! 청양고추!”
아… 그것이었다. 총무놈은 열댓 개나 되는 청양고추를 손으로 잘게 잘라냈고, 자신의 찌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본 순간 손을 씻어야 한다는 것을 망각했으며, 그대로 소변을 보기 위해 고추를 분지른 손으로 자신의 고추를 만진 것이었다.
“염병! 청양고추 독이 이놈 고추에 올른 겨?”
회원놈이 소리쳤다.
“물! 물! 물!”
비명을 지르던 총무놈이 땅바닥에 누워 버둥거리며 말했다.
“부어!”
회원놈이 잽싸게 페트병에 담긴 물을 건네자 총무놈이 자신의 바지를 순식간에 까 내리며 말했다. 당황한 호이장놈이 햇볕에 고스란히 노출된 총무놈의 고추에 물을 부었다.
“아아아아악! 나 죽을 것 같어. 병원! 병원!”
한두 개도 아닌, 열댓 개나 되는 청양고추였다. 녀석의 손바닥도 청양고추의 매운 독으로 벌겋게 변해 있었다.
“좀 지나면 괜찮아 지지 않을까?”
씁새가 회원놈과 호이장놈을 보며 물었다.
“개눔아! 네놈 고추도 만져주랴? 얼른 병원!”
총무놈이 눈물까지 흘리며 소리쳤다.
“그러고, 손수건! 손수건! 손수건에 물 적셔서 줘! 얼른! 개놈들아! 아아아아악!”
회원놈이 손수건에 물을 적셔서 주자 총무놈이 손수건으로 자신의 고추를 감싸고는 다시 소리쳤다.
“병원!!!!!”
달리는 차 안에서도 총무놈의 비명은 멈추지 않았다.
“조졌어… 오늘 낚시도 조졌어…”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총무놈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씁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무… 무슨 일이세요? 사고 난 건가요?”
읍내의 병원으로 들어가자 눈물과 함께 어그적거리며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일행들을 보며 간호사가 물었다.
“헉!”
심상찮은 총무놈의 행색을 살피던 간호사가 녀석의 아랫도리 쪽을 보더니 입을 가리며 짧은 탄식을 쏟았다. 녀석의 아랫도리는 젖은 손수건으로 감싼 탓에 두툼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 그게… 그냥 의사선생님허구 얘기허야 되겄는디유?”
“급헌 사단이 났어유. 죄송헌디, 의사 선생님 좀…”

 


“이게… 그게 아니고… 이게 고추가…”
세 놈이 애처로운 눈초리로 말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총무놈을 번갈아 보던 간호사가 급하게 원장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원장실을 나온 간호사가 총무놈을 부축하며 원장실로 들어갔다.
“우덜보다 인생이 버라이어티한 놈덜두 없을 껴.”
호이장놈이 대기실 의자에 앉으며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완전 총천연색 칼라 시네마스코프여. 인생이 이렇게 드라마틱헌 놈덜 있음 나와 보라구  혀.”
씁새도 호이장놈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그때였다. 세 놈이 부축하고 들어오는 총무놈의 아랫도리를 유심히 쳐다보고 앉아있던 노인이 씁새의 어깨를 툭툭 쳤다.
“예? 왜 그러신대유?”
씁새가 묻자 노인이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우오! 좋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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