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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76)_칸의 눈물(상)
2011년 06월 897

 

 

“뭣이가 잽혀야 찌를 쳐다보든가 말라비틀어진 지랭이를 꿰든가 허지. 우쩌자고 배쓴지 뻐쓴지허는 놈 새끼만 나오는겨?”
호이장놈이 또다시 대롱대롱 매달려 나오는 배스 새끼를 보고 떠들었다.
“원체 5월이 가정의 달 아녀? 애덜만 신나는 5월이라서 괴기덜두 어린애덜만 나오는 모냥이여.”
씁새가 처량한 투로 말했다.
모처럼 연휴라고 밤낚시 실컷 해볼 요량으로 단단히 준비하고 나왔지만, 낚시 시작한 지 두어 시간이 흐르도록 물려 나오는 것이라고는 배스 새끼들뿐이었다.
“잡아두 먹덜 못하는 그런 놈덜은 집어치워!”
총무놈이 호이장놈이 살림망에 넣으려는 고기를 빼앗아 던지며 말했다.
“썩어 뒤질 놈!”
“그라문, 그놈의 새끼 가져다가 어탁이라두 뜰껴? 나잇살이나 처먹은 놈이 안적두 괴기새끼에 목을 매구 지랄여.”
총무놈이 호이장놈에게 쏘아 붙였다.
“지랄맞은 놈! 석가탄신일이 낼모레라구 정신 차린겨?”
“정신 차리기는 애저녁에 글렀다. 씁새놈이 뒤지문 정신 차릴라나 모르겄다.”
총무놈이 다리를 길게 뻗으며 대답했다.
“단체루 뒤질 개눔의 시키들. 왜 나를 들먹이구 지랄여?”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언덕위로 올라섰다.
싸리꽃이 지천으로 피었고, 철쭉과 진달래가 무성히 핀 풀숲을 향해 오줌을 누던 씁새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 양반은 우치키 앉아 있는 폼새가 시상 고민을 죄다 뒤집어 쓴 몰골이여?”

언덕위의 끝자락.
철늦은 파란색 파카를 뒤집어쓴 사람 하나가 앉아 있었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아 낚시를 하러 온 사람도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누군가 낚시하러 온 것을 구경삼아 따라온 것 같지도 않았다. 그 사람이 앉은 아래쪽 낚시 자리는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연인지는 몰라도, 그 사내는 쪼그려 앉아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우째 폼새가 심상하덜 않은디?”
씁새가 낚시 자리로 내려오며 중얼거렸다.
“뭣이가? 니놈 나이가 드니께 물건이 시원허덜 않은겨? 오줌발이 발등을 적시면 이미 인생 저녁 무렵으루 들어선겨.”
회원놈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걱정 말어라. 안적 이 형님의 오줌발은 마른땅에 이십 센티 구멍을 파낼 정도루 힘차니께. 내 얘기는 저짝에 앉아 있는 사람을 말허는겨.”
씁새가 사내를 가리키며 말했다.
“월레? 초여름 날씨에 웬 궁상맞은 파카차림이래?”
호이장이 사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뭣이가 좀 수상시럽지 않은가? 시방 벌건 대낮에 산에서 내려온 간첩일 리두 없고…”
“냅둬. 어디 낚시회에서 단체 출조허는디 선발대루 먼저 온 모냥이지.”
총무놈이 미끼를 갈아 끼워 던지며 말했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행색두 그렇고… 앉아 있는 모냥새가 너무 처량시러운디?”
씁새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니놈은 오지랖이 넓어서 탈이여. 괜한 걱정 하덜 말고 낚싯대나 담궈. 우치키든 괴기를 잡아내야 저녁에 매운탕 끓여서 밥을 먹지. 안 그러면 맨밥 씹어야 혀.”
총무놈이 대답했다. 낚싯대를 휘두르면서도 씁새의 신경은 그 사내에게 가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그 사내에게서 온갖 슬픔이 모두 배어 나오는 듯 싶었기 때문이다.
“워디 가는겨? 또 오줌 누러 가는겨? ”
부스스 일어서는 씁새를 보며 호이장이 물었다.
“저 양반이 왜 저러는지 알아봐야 헐 것 같아서.”
씁새가 언덕 위로 올라가며 대답했다. 언덕을 걸어 사내에게 다가가는 순간에도 사내는 아까처럼 여전히 미동도 없이 고개를 파묻은 채로 앉아있었다. 사내의 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싸리꽃이 더 슬퍼보였다.
“저기… 이봐유. 낚시 오셨는감유?”
씁새가 사내의 뒤에서 조용히 물었다. 사내가 잠시 움찔하는 모습이더니 여전히 고개를 파묻은 채 대답이 없었다.
“저기… 인자 점심때가 되었는디… 지덜이랑 점심이라두 같이 허실까유? 낚시터 인심이란 게 옆자리 사람 매몰차게 내비두는 거 아니거든유.”
씁새가 껄껄 웃으며 다시 말했다. 그제야 사내가 뒤로 고개를 돌렸다.
‘어! 외국인…’
나이는 얼추 30대 초반, 얼굴 생김새로 보아 동남아 쪽 계통의 남자였다.
“고맙습니다.”
사내가 피곤과 슬픔이 가득 고인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사내는 다시 고개를 파묻었다. 고맙다는 말이 괜찮다는 말인지, 아니면 점심을 같이 먹겠다는 뜻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라문… 누구 일행이라두 있나유?”
씁새가 아예 사내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혼자 왔어요. 어제 왔어요. 여기… 잤어요.”
사내가 뒤쪽의 풀숲을 가리키며 말했다. 풀숲에는 사람 하나 들어가 누울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마분지 상자가 길게 깔려있었다. 사내는 씁새 패들이 도착할 때까지도 그 속에 누워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씁새 패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깼을 것이다.
“그… 그라문… 아침두 못 먹었겠구먼유?”
씁새가 묻자 사내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문 같이 가유. 우덜이 조짝에서 낚시허는디… 인자 점심 먹을라니께. 같이 가유.”
씁새가 손을 내밀었다. 어둡게 그늘진 얼굴의 사내가 미안한 듯 머뭇거리다가 씁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손에는 새끼손가락이 중간마디밖에 없었다. 무엇인가 씁새의 가슴속에서 울컥 치밀어 올랐다.
외국인 노동자… 힘든 일… 그리고 불법체류자…
씁새의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이 스치고 지나갔다.

 

 

 

“월레? 외국분이시구먼?”
씁새가 데려오는 사내를 보고 패거리들이 떠들었다.
“우치키 여기까정 오셨대?”
“국적이 워디래유?”
“오늘 노는 날여유? 일 안하는 날여유?”
쏟아지는 질문에 사내가 비척비척 땅바닥에 앉았다.
“잠시 지달려. 우치키 사람은 하난데 질문은 수백 가지여? 땅바닥에 앉덜 말구 여기 앉아봐유.”
씁새가 간이 의자를 펼쳐주며 말했다.
“우선은 이 분이 아침을 안 먹었대니께 얼릉 식사부텀 허라고 혀. 시방 밥 지으문 오래 걸릴 것인디…”
씁새가 허둥대며 말했다.
“아침을 안 먹었다구? 원제 왔길래 아침두 안 먹구 여길 온겨?”
호이장이 사내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제 점심 먹었어요… 어제 저녁 못 먹었어요.”
사내가 어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옘병! 우치키 밥두 안 먹구 댕기는겨? 총무야. 밥 지을라면 시간 걸리니께, 요기 저수지 아래짝에 중국집에 자장면이라두 시키자. 우덜두 같이 시키고.”
총무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폰을 누르기 시작했다.
“여기, 이거라두 마셔 봐유.”
어느 틈에 회원놈이 커피잔을 내밀며 말했다. 사내의 행색에서 이미 저간의 사정이 읽혀졌기 때문일 것이다. 씁새 패들이 분주히 사내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기 시작했다. 두꺼운 파카를 벗기고, 여벌의 옷 중에서 티셔츠를 꺼내 입히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에 세수를 시키고 나서야 사내의 얼굴이 밝아졌다.
“칸입니다. 스리랑카에서 왔어요. 삼년 한국에 있어요.”
사내가 더듬더듬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름이 칸인개벼? 스리랑카에서 왔구먼.”
씁새가 사내의 옷깃을 여미어주며 말했다.
“나이는 우치키 되는가?”
“서른두 살예요.”
“그려… 그라문 말 놔두 되겄구먼… 칸! 말 놔두 괜0찮어?”
씁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저씨들 형님예요. 저 동생예요.”
사내가 처음으로 해맑게 웃었다.
“그라문… 어제 오늘 노는 날이여?”
호이장이 물었다.
“아니요. 내일까지 여기 있어요. 공장 못 가요.”
칸이 쓸쓸하게 웃었다.
“그려… 그라문… 오늘밤두 여기 있어야 허는구먼… 칸! 낚시 헐 줄 아는가?”
씁새가 낚싯대를 가리키며 물었다.
“낚시 몰라요. 저수지 어제 왔어요. 칸 고향에 저수지 없어요.”
칸이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려? 그라문 내가 낚시 가르쳐 줄라니께, 낼꺼정 우덜하고 지내. 다들 칸허구 낚시 허는데 불만 있는가?”
씁새가 칸과 일행을 쳐다보며 물었다.
“암만!”
일행들의 얼굴에 기분 좋은 웃음이 흘렀다.
“우치키 된 것인지 사정 얘기는 칸이 우덜이랑 같이 지내문서 허고 싶을 때 혀. 하고 싶덜 않으문 안 해도 되니께. 그냥 저수지 놀러 와서 좋은 형님덜이랑 낚시 헌다고 생각허문 되니께.”
씁새가 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칸의 얼굴에서 얼핏 눈물이 비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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