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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75)_무정천리 (하)
2011년 05월 918

 

“어이, 호이장아!”
화장실에서 힘차게 소변을 보고 있는 호이장의 등 뒤에 대고 씁새가 조그맣게 불렀다.
“뭐여? 놀래서 오줌발이 발 등으루 튀잖여!”
“그건 니놈 물건이 시원찮아서 그런 거고, 저 방안에 있는 대전 패거리들 말여.”
“그 패덜이 우쨌길래?”
“그 패거리들 중에 대머리 훌떡 까진 놈 말여, 그 놈 세숫대야를 어디선가 본 듯 허덜 않냐?”
“그려? 난 모르겄는디? 워디서 봤다는겨?”
호이장이 머리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분명히 봤는디… 그놈두 아까 통성명하는디, 눈이 반짝 빛나는 것이 내를 아는 눈치여.”
“워낙이 네놈이 천방지축이루 돌아치는디 모르는 사람이 워디 있겄냐? 이미 대전 바닥에서 씁새 모르문 간첩여. 오죽허문 둔산낚시점에 ‘씁새 출입금지’라구 문 앞에 팻말을 붙였겄냐?”
“아녀! 분명히 나허구 뭔 사단이 난 놈이 확실혀. 내 기억 속에 심상치 않게 들어가 있는 것을 보문 안 좋은 기억이루 남은 놈일 것이여.”
씁새가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쓰벌눔! 니놈허구 얽혀서 좋은 일 생긴 사람이 어디 있간디? 기억이 아삼삼허문 장 선장님헌티 물어봐. 그짝 패거리들허구두 잘 아는 사이인 것 같드먼.”
호이장이 바지 지퍼를 올리며 말했다.
“분명히 기억 속에 있는 놈인디… 우째 떠올려지덜 않는구먼…”

 

 

씁새가 주방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장 선장님, 우째 장사는 잘 되간디유?”
씁새가 주방으로 들어서며 선장에게 물었다.
“대전서 낚시도매점 차렸다가 거덜나구 여기루 내려온 지 7년째여. 근근히 먹구 사는 거이지 뭐 있간디? 그려두 대전 낚시꾼덜이 종종 들려주니께 굶덜은 안 혀.”
장 선장이 감성돔의 껍질을 벗겨내며 대답했다.
“그란디… 저기 말여유.”
씁새가 썰어놓은 감성돔의 뱃살을 집어 먹으며 물었다.
“뭣이여? 뭐가 또 궁금헌거여?”
“방안에 우덜보다 먼저 들어온 패거리들 있잖여유?”
“어! 그려. 신탄진 안창수네 패거리들. 근디… 왜 그려?”
“그게… 장 선장님허구 막역시러운 관계인 듯 싶어서유.”
씁새가 또다시 감성돔 뱃살을 집어 먹으며 말했다.
“그만 집어먹어! 상에 올릴 괴기를 다 주워 처먹으면 우쩌자는겨? 회 맛은 알어가지구 배때지루만 집어 먹네 그려! 그짝 창수네가 내가 대전서 낚시도매점 헐 직에 자주 들려주던 단골들이여. 그때두 내랑 같이 낚시도 다니구 혔지. 그 인연이루 저 친구덜이 거제도 오문 우리집서 숙식허는겨.”
장 선장이 또다시 회 접시로 향하는 씁새의 손등을 쳐내며 대답했다.
“그러구먼유… 근디, 그 창수라는 패거리 중에유, 그 머리카락이 좀 모자라는… 인물 있잖여유? 그 인물은 뭐허는 인물이래유?”
“그건 우째 물어? 신탄진서 조그만 낚시점 운영허는 친구구먼. 예전에 우리 도매점서 물건두 떼가구 혔는디.”
“그려유? 신탄진서 낚시점을 해유?”
“그려. 신탄진서.”
“그… 참… 애매모호허구먼… 신탄진 쪽은 아닌디…”
씁새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건 또 뭔 말이여? 뭣이가 애매모호하단겨?”
장 선장이 씁새를 흘깃 쳐다보며 물었다.
방 안에는 저녁식사를 기다리며 고스톱이 한창 붙어 있었다.
“우치키, 누가 돈 좀 되남유?”
씁새가 총무놈과 회원놈 사이에 얼굴을 디밀며 물었다.
“인자 두어판 돌았는디, 딴 사람이 워디 있구 잃은 사람이 워디 있간디유? 광판 사람만 딴거지유.”
창수 패거리의 대머리가 대답했다.
“그렇지유? 이 고스톱이란 게 말여유, 치다 보문 딴 놈이 없는 겨유. 죄다 잃었대지. 존나리 광판 놈만 돈 따는겨유.”
씁새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란디, 그 짝분은 상당히 구면시럽구먼유? 우리 워디선가 보덜 안 했든가유? 신탄진서 낚시점 허신다드먼, 지는 신탄쪽이루 낚시를 가본 적은 없는디…”
씁새가 광을 팔고 물러 앉아있는 대머리에게 물었다.
“그류. 지두 아까 그짝을 보구서는 상당히 구면시러운 분이다 싶었구먼유. 워디선가 뵌 적이 있는디… 영판 생각이 떠올르덜 안 혀유.”
대머리 역시도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그라문, 워디 낚시터서 뵌 적이 있간유? 민물이라든가, 바다라든가.”
“글쎄유… 그럴 수도 있을 것인디. 워낙이 많은 분덜을 만나구 댕기니께 기억이 아삼시럽구먼유.”
대머리가 담배를 꺼내 물며 말했다. 나머지 패들은 모두 고스톱에 정신이 팔려 둘의 이야기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워떤 낚시를 좋아허신대유? 신탄진서 낚시점 허신다니께 루어낚시 좋아하시겄구먼유?”
씁새가 대머리 쪽으로 바짝 다가가며 물었다.
“웬걸유? 지는 한여름 돌돔낚시를 좋아허지유.”
순간, 씁새의 머릿속으로 새하얀 빛줄기가 스쳐지나갔다.
‘저… 저놈… 호… 혹시!’
“낚시허문 돌돔낚시지유. 호쾌허잖여유? 그저 무더운 여름날에 멀리 떨어진 갯바우에 주저 앉아서 돌돔 3홋대 던져놓고 수평선을 바라보면…”
한창 돌돔낚시를 주절거리던 대머리가 말을 하다 끊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씁새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 그렇지유. 돌돔…”
씁새가 애써 얼굴을 누그러트리며 대답했다.
“그라문… 신탄진서 낚시점 허시기 전에는 뭔 일을 하셨간디유?”
씁새가 큼큼 헛기침을 하고는 물었다.
“약 십년 전쯤에는 둔산에 있는 낚시점서 총무일을 봤구먼유. 낚시가게 운영허는 법도 배울 겸 혀서유. 그러다가 오년 전에 신탄진에다 조그만 낚시점을 열었지유.”
대답하는 대머리의 음성이 조심스러워지고 있었다. 대머리 역시도 무언가 기억이 떠오르는 중인 모양이었다.
“아! 그렇구먼유. 총무일… 좋지유. 낚시점 헐라문 노하우두 알아야 허구유. 어따, 배고픈디… 선장님이 저녁을 운제 주실라는가…”
씁새가 뭉기적거리다 일어서며 호이장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놀란 호이장이 돌아보자 씁새가 눈을 찡긋했다.
“뭐여? 또.”
밖으로 나온 호이장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좆 됐다! 밴대새끼다!”

 

 

씁새가 하얗게 질려 말했다.
“뭣이가 밴대여? 바다낚시에서 민물괴기 밴대는 뭔 말여?”
호이장이 다급하게 물었다.
“인자 기억력이 썩어 문드러진겨? 둔산낚시 밴대종자 모르는겨?”
씁새가 호이장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밴…대 종자? 그 안심저수지서 우덜헌티 개욕을 먹었던, 그 둔산낚시 총무 말여?”
호이장놈이 눈을 커다랗게 뜨며 물었다.
“그려! 그러구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둔산 쪽 목욕탕에서 또 만났잖여! 그때두 개욕을 퍼부어 주고 우덜은 튀었잖여!”
씁새가 방 쪽을 흘깃거리며 말했다.
“니이미 씨벌! 웬수는 외나무다리서 만난다드만, 이게 뭔 지랄이여?”
호이장놈이 새파랗게 질리며 말했다.
“안적 저 밴대종자가 우덜을 완전히 기억 못허는 모냥이여. 만약, 우덜이 그 개욕을 허구 다닌 시방새들인 걸 알문 거제도 앞바다에 수장할라구 뎀빌껴. 저 종자가 기억이 돌아오기 전에 튀자구. 목숨이 아깝거든 말여!”
씁새가 허둥거리며 말했다.
“아… 씨벌… 오늘 낚시두 조졌다…”
호이장놈이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근디… 이 양반덜은 죄다 슬금슬금 나가드만, 왜 안 들어오는겨?”
같이 화투를 치던 두 놈이 앞서 나간 패거리들을 따라 나가더니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자 대머리가 중얼거렸다.
“월레? 이짝 패덜은 워디루 갔대?”
장 선장과 장 선장의 부인이 회와 저녁상을 들여오며 물었다.
“그러게유? 고요히 화투치다 말구 사라졌구먼유? 단체루 변소깐에 들어갔나부지유. 배고프문 들어오겄지유.”
대머리가 대답했다.
“워낙이 희한한 별종들이다 보니께 참이루 웃기는 짓거리덜을 많이 헌다니께. 오죽허문 별명이 씁새겄어.”
“맞다! 씁새!”
장 선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머리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뭐여? 뭐여? 아는 사람이여?”
대머리의 패거리들도 덩달아 일어서며 물었다.
“그놈이여! 아까 나헌티 이것저것 묻던 안경잽이놈!
그놈이 바루 씁새여. 둔산낚시 총무 시절에 밴대종자라구
상욕을 내지르구 다니던 놈!”
대머리가 분기탱천해서 소리쳤다.
“이 씁새, 이놈! 오늘 내가 네놈을 거제도 바다 밑에 수장을 시켜주고야 말리라!”
대머리가 급히 방을 가로질러 밖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나 텅 빈 마당에는 달빛만 가득하고 바람만 쓸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니미, 씨벌눔! 또 도망쳤구먼. 참이루 빠르기가 바람 같은 놈이여. 예미랄.”
대머리가 식식거리며 말했다.
“씨불, 거기서 밴대종자를 만날 줄 누가 알았겄어?”
호이장놈이 승합차를 밟아 몰며 말했다.
“니놈덜은 그렇다고 쳐. 나하고 회원놈은 무신 죄라구 같이 도망가야 허는겨?”
총무놈이 씁새의 등짝을 후려치며 물었다.
“모진 놈 옆에 있다 보면 덩달아 번개 맞는 벱이여. 뒤지기 싫으문 존나게 밟어. 올해 바다낚시 운세도 조진 모냥이다, 씨이벌…”
씁새가 한숨을 폭 쉬며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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