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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50)_봄날은 간다
2009년 04월 830

 

 

봄날은 간다

 


박준걸  artella@lycos.co.kr / artella@nate.com

 

 


“월래? 저 양복쟁이덜은 또 뭣이여?” 가뜩이나 입질 없는 찌를 쳐다보다 지쳐 풀밭에 길게 누워있던 씁새가 저수지 건너편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뭣이가?”
역시나 따뜻한 봄 햇살에 꼬박거리며 졸던 호이장이 문득 눈을 뜨며 물었다.
“저기 말여. 건너편에 웬 양복쟁이덜이 돌아 댕기잖여?”
씁새가 가리킨 저수지 건너편으로 낚시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뭔 뻑적지근한 양반이 낚시라도 왔는가… 경호원덜 아니여?”
점심 매운탕을 끓이려고 새우망의 피라미들을 꺼내던 총무놈이 말했다.
“이 총무놈은 뭔 상상력이 새우 대갈빡이여! 우라지게 뻑적지근헌 양반이 헐 일이 없어서 경호원덜 대여섯 명씩이나 대동허고 붕어새끼 낯짝이나 들여다보러 왔간?”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씨벌! 우라지게 뻑적지근헌 양반덜은 괴기잡이두 못하남? 전직 유명시런 모씨두 헐 일이 없으문 낚시나 가슈! 이라고 말했다는디.”
“튿어진 입이루 뭔 소리를 못 씨부리겄어?”
씁새가 도로 누우며 말했다.
“야야! 저놈덜 이짝이루 온다.”
호이장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정말로 대여섯 명의 검은 양복쟁이들이 회색 양복쟁이를 호위하듯 감싸고 저수지를 돌아 씁새 패거리 쪽으로 오는 중이었다.
“염병… 이 후접시런 낚시터서 뭔 뽕빨나게 힘줄 일이 있다고 거들먹거리는겨?”
이리저리 손짓을 하며 다가오는 회색양복을 보며 씁새가 이죽거렸다.

“아하하하하! 날씨가 정말 따습군요! 이런 날씨면 붕어 좀 올라오겄는디요.”
씁새 패거리들에게로 다가온 회색 양복이 갑자기 너털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붕어가 뭔 해맞이 헐 일이 있다구 육지로 올라온대유? 찌두 꼼짝을 안 허는구먼.”
씁새가 풀밭에 누운 채로 회색 양복쟁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뉘슈?”
“아하하하하! 지는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헌 아무갭니다. 오늘 지가 출마한 지역구서 구민 낚시대회가 있다고 하길래 이렇게 격려차 방문하였습니다. 아하하하하하!”
또다시 회색 양복이 너털웃음을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 서있던 검은 양복이 잽싸게 윗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더니 씁새 패거리들에게 돌렸다.
“이번이야말로 진정한 구민들의 대변인을 뽑아야만 합니다. 저 한 몸 다 바쳐서 우리 구를 위해 분골쇄신하고 구민들의 진정한 머슴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겠습니다.”
회색 양복이 구십도 배꼽인사를 하며 외치듯 말했다.
“대변? 그건 똥인디?”
씁새가 여전히 누운 채로 꼬아놓은 발을 까닥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어느 낚시회에서 오셨습니까?”
검은 양복이 물었다.
“우덜유? 우덜은 개차반낚시회에서 왔는디유?”
씁새가 웃음을 가득 머금고 대답했다.
“개·차·반… 그 낚시회는 회원이 얼마나 되십니까?”
이번에는 다른 검은 양복이 수첩에 무엇인가 적더니 물었다.
“회원유?”
“우덜 개차반낚시회는 회원이 대략 25명 정도 되는구먼유. 모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었지유. 이놈이 낚시회 호이장여유.”
머뭇거리는 호이장 대신 씁새가 나서서 대답했다.
“25명! 오옷! 꽤 규모가 크신 낚시회군요.”
회색 양복이 눈에 띄게 화색이 돌며 말했다.
“그람유. 이럭저럭 투표권 있는 가족덜 합하면 얼추 100여명은 넘지유.”
씁새가 여전히 발을 까닥거리며 말했다.
“오호! 그러면 자알 좀 부탁드립니다. 우리 구를 위해서라면 정말 상머슴처럼, 아니 노예처럼 일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회원들과 회장님은?”
“우덜 세 명만 오늘은 대표루 참석했구유. 여기 이놈이 우덜 호이장여유.”
“호…이장이 뭔 말인가요?”
“이놈이 워낙이 부실헌 회장이 돼놔서 정식 회장 대신에 호이장이라고 불러유. 그 있잖유, 선거 때만 되문 머슴이랍시고 땅바닥에 머리가 닿도록 조아리고는 당선되문 아나 콩떡! 이라문서 대구리 빳빳이 들고서는 국민덜 무시허구서는 맨나닥 국회서 쌈박질이나 쳐해대는  무늬만 국회의원덜. 바루 그 짝여유.”
씁새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씁새! 내가 뭔 대구리 빳빳이 들구 댕겼대는겨? 그라구 내가 호이장 허겄다구 했냐? 예라, 니놈이 호이장혀라! 이러구 감투 씌우구선 마구 불러 제끼구 댕긴 거 아녀?”
호이장이 벌컥 소리를 질렀다.
“아하하하하! 그런 심오한 뜻이 있었군요. 일부 그런 국회의원이 있습죠. 하지만 저 이 아무개는 절대 그런 파렴치한 국민의 종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지켜봐 주십쇼!”
회색 양복이 또다시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여하튼 대단하십니다. 25명 회원을 거느린 낚시회라… 그것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회색 양복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리 후보님은 일찍이 국가공무원을 지내시면서 특히나 우리 구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늘 찾고 계셨…”
수첩에 무엇인가를 바삐 적어대던 검은 양복이 나서며 말했다.
“그건 됐구유. 명함이랑 받았으니께 기억해 둘께유. 여기서 후보님을 찍네 마네 허는 건 어불성설이구유, 낭중에 연설회서 정견발표 하실 때 뵈문 되는구먼유.”
물가에서 피라미 배를 따내던 총무놈이 말했다.
“아하하하! 그렇지요, 그렇지요. 그저 오늘은 저 이 아무개가 이런 사람이다 하는 얼굴만 뵈어드릴 생각입니다. 합동연설회에 오셔서 부디 제 소견을 경청해 주십시오.”
회색 양복이 또다시 배꼽인사를 하고는 물러났다. 하지만, 씁새의 말대로라면 100여 개의 투표권이 몰려있는 노다지 낚시회를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줘야 그 표들이 자신에게 몰려올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색 양복의 눈에 총무놈이 배를 따내고 있는 피라미가 보였다.
“아하하하하하! 매운탕 준비하시는군요! 저 역시나 시골 촌놈이다 보니 민물고기 매운탕이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조금 여유가 남으신다면… 제가 합석을 해도….”
회색 양복의 기발한 생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러셔유. 안적 다 될라면 멀었으니께 한 바퀴 휙 돌구 오셔유.”
씁새가 흔쾌히 대답하자 회색 양복이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몇 번의 배꼽인사를 하며 자리를 떴다.
“야이, 씁새야! 뭣이가 우덜 개차반낚시회가 인원이 25명여? 달랑 다섯 놈이 지지고 볶으문서? 그라고, 뭐? 회원가족 유권자 수가 100여명?”
호이장이 저만치 멀어지는 회색 양복을 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냅둬! 저 양복쟁이 허는 짓거리를 보니께 국회서 멱살잡이 헐 인물이여. 오죽허문 여북헌다고 낚시터까지 쫓아와서 저 난리를 치겄냐? 든적시런 국회의원덜 한두 해 보문서 살았간? 이제는 국회의원 낯짝만 봐두 인물 됨됨이를 알 지경이다.”
씁새가 여전히 누운 채로 발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근디… 저 양복쟁이 몸집이 국회 난장판 가서 멱살잡이나 제대로 할라나 모르겄다. 국회의원이 될라문 격투기 선수 정도 몸집은 돼야 허는디….”

멀리 사라지는 회색 양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던 씁새가 부스스 일어서더니 풀섶으로 다가갔다. 자그마한 바위들을 유심히 살피던 씁새가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꿀밤 때리듯 해댔다. 그리고 돌아온 씁새의 손에는 도마뱀 댓 마리가 들려있었다.
“그건 뭣이여? 또 뭔 짓거리를 할라는겨?”
“양지쪽에서 졸고 있는 도마뱀 몇 마리 잡아왔다. 몸도 부실헌 우리 후보님 뱀탕이라도 끓여 드려야지. 총무야. 이놈들은 따로 매운탕에 넣어서 푹 고아라.”
“월레? 아까는 인물 됨됨이가 안 된다는 둥, 국회서 멱살잡이나 헐 인물이라는 둥 까대더니 그새 맴이 바뀐 겨?”
총무놈이 씁새가 발치에 떨어트려준 도마뱀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려두 말이라두 국민들 맴을 이해허겄다고 나왔는디, 설령 당선이라두 되문 지금 했던 말 잊지 말라고 허는겨. 엄허게 쌈박질이나 해대구 자신을 찍어준 사람덜 안면몰수허고 나대지 말라고 말여.”
씁새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런디… 우째 도마뱀이여? 증말루 저 양반을 생각해서 고아줄라문 진짜 뱀이루 넣어야 허는거 아녀?”
“냅둬, 시뱅아! 그냥 닥치구 끓여. 너무 많이 알라고 허문 목심이 짧아지는 겨. 당장 뱀을 잡을 길이 없으니께 도마뱀이루 대신허는 거여. 우쨌든 뱀은 뱀이잖여.”
씁새가 끓고 있는 매운탕 냄비에 도마뱀을 통째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우째… 아무리 생각해두… 씁새놈 허는 말과 도마뱀탕이 어울리덜 않는디… 혹…시 이놈, 엿먹어봐라, 이런 심뽀 아니여?”
씁새의 어이없는 행동에 호이장과 총무놈이 낄낄거리고 웃었고, 저수지를 한 바퀴 돈 회색 양복이 그들에게 돌아왔다. 물론 씁새의 고귀하신 마음씨가 들어가 푹 고아진 뱀탕인지, 도마뱀탕인지 알 리가 없는 회색 양복은 자신을 호위하는 검은 양복들과 즐겁게 매운 뱀탕을 먹었다. 간간이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각인시키는 것을 잊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먹고살기 바쁜 판인지라 그 회색 양복쟁이의 합동연설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치자.
“뭣이여? 이런… 떨어진겨?”
저녁 뉴스를 보던 씁새가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뉴스가 나오자 소리쳤다.
“누가유? 당신이 찍은 사람이 떨어졌슈?”
씁새의 옆에서 과일을 깎던 씁새의 아내가 물었다.
“아녀… 내가 뱀탕 끓여 멕인 양반이 떨어졌구먼. 한 서너 마리 더 잡아서 과 줬어야 했는가? 아무래두 도마뱀이 부족했든 모냥이구먼. 뒷심 부족여.”
“그건 뭔 소리래유? 누구를 찍었길래 그런대유? 그 양반헌티 뱀두 잡아 멕였슈? 선거운동 해줬단거여유?”
“아니여. 그냥 뱀이나 댓 마리 과줬어.”
“그라문… 그 양반 찍어주진 안했슈?”
씁새가 아내의 물음에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뱀이라두 멕였으니께 다행이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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