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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51)_욕쟁이 할머니
2009년 05월 926

 

욕쟁이  할머니

 

 


박준걸  artella@lycos.co.kr / artella@nate.com

 


세상일이 꼬이려고 하면 얼마든지 꼬이기야 하겠지만, 이 정도로 꼬인다면 숫제 재앙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낚시를 가기로 한 날이 하필이면 꽃샘추위가 막바지로 달려드는 일요일이었다는 것부터 문제였다. 감기에 잔뜩 걸린 호이장놈이 극구 못 가겠다는 것을 반 협박, 반 애원으로 끌고 나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놈이 운전할 여력조차 없다며 승합차 뒷좌석으로 기어들어가더니 길게 누워버렸다. 아프다는 놈, 좀 쉬게 하면 좋겠지만… 어쩌겠는가? 개차반낚시회 진상들이 모두 타고 갈 만큼 여유 공간 풍부한 대형차라고는 호이장놈의 이 썩어가는 승합차가 유일한 것을…. 그렇다고 호이장놈이 자신의 승합차 열쇠를 ‘아나, 쓰고 가져와라’하며 순순히 넘겨줄 씀씀이 좋은 놈이 아니다.
결국 다 죽어간다며 끙끙거리는 호이장놈을 짐짝처럼 뒷좌석에 잡아넣고는 총무놈이 운전을 해서 고속도로위로 올라섰지만, 영 찜찜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놈이 진짜루 뒤지게 아픈 모냥이다. 이대로 초평이루 빼는 것은 문제가 있덜 않겄어?”
총무놈이 백미러를 흘깃거리며 물었다.
“그렇다구 다시 집이루 돌아가자는겨? 새벽바람 맞으문서 빠져 나왔으문 똥물에라두 낚싯대는 담그는 게 낚시꾼들의 예의여!”
씁새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그라문… 대충 개심지루 가서 낚싯대나 담그다가 오후에 일찍 돌아오자구. 날씨두 겁나게 추운디, 뭣이가 잽히기나 허겄어?”
결국 이 이상스러운 날의 첫 단추가 그렇게 꿰어진 것이었다.
“그려… 대충 저수지 물이나… 귀경허구 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호이장이 말했다.
“시끄러워, 이 새뱅이 창자 같은 놈아! 몸땡이냐구 허접스러운 놈이 우째 지난 겨울에 얼음낚시는 댕겼대? 얼어 뒤지지두 않구?”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가뜩이나 아프다고 씩씩거리던 호이장놈이 발길질을 해댔다.
“이 촘만한 자식은 다 뒤져가문서 발길질 힘은 박지성이여!”
3월이라고는 하지만 꽃샘추위는 역시 매서웠다. 저수지의 응달진 바깥쪽으로는 꽤 실하게 얼음이 잡혀있는 지경이었다.
“날씨가 하두 변덕시러우니께 얼음두 잡혔네 그랴. 건너편 양지바른 짝이루 들어가 보자구. 설마 햇살이 쬐는 곳에 얼음이 얼었겄어?”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총무놈이 말했다. 하지만, 햇살 가득 비칠만한 양지쪽도 역시 그늘진 곳과 두께의 차이만 있을 뿐 가장자리로 얼음이 얼어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햇살이 퍼지면 가장자리의 얼음이 녹을만한 논둑위로 자리를 정하고는 각자의 낚싯대를 펴기 시작했다. 얼음이 얼었다고는 하지만 저수지 전체가 언 것도 아니고, 가장자리 쪽에만 띠를 두른 듯 언 상태라서 낚시를 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뭐여? 이 환자분께서는 차 안에서 고요히 쉬덜 않고 이 추위에 낚싯대 던진다고 기어 나오셨대?”
씁새가 어느 틈엔가 승합차에서 빠져나와 논바닥에서 낚싯대를 고르는 호이장을 보고 말했다.
“개떡을! 니놈덜 낚싯대만 목간 시킨다드냐? 내 낚싯대는 굉일이여?”
연신 기침을 콜록대며 호이장놈이 다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려, 니놈이나 우리나 낚시에 미쳤으니께.”
씁새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드디어는 햇살이 저수지를 비추고 매섭던 추위도 견딜 만해지고 있었다. 그들이 앉은 곳은 파릇한 풀들이 올라오는 논둑이었고, 논둑과 저수지와는 약 50cm 정도 높이의 턱이 져 있었다. 낚싯대를 들어 올리고 던지고 할 때마다 조심하지 않으면 저수지로 빠질지도 모르는 장소였다.
급작스러운 꽃샘추위에 뭔 고기가 입질을 하겠는가만, 물을 보고 낚싯대를 던지지 않는다면 낚시꾼이 아니라는 실없는 고집이 그들에게 부지런히 낚싯대를 움직이게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털썩… 뻑!”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에 모두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월레? 이건 또 뭔 개수작이여?”
제일 처음 해괴한 모습을 보고 씁새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얼씨구? 저수지에 대고 절하는 놈 첨 봤네. 아, 뭐혀? 얼렁 잡아 끄집어 내지 않고!”
회원놈이 가장 빠르게 호이장 쪽으로 뛰어갔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또는 웃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감기 기운으로 발발 떨던 호이장놈이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자 꼬박꼬박 앉아서 졸다가 둑 위에서 그대로 머리를 아래로 한 채 고꾸라진 것이었다. 여기까지야 낚시꾼이라면 한 번쯤은 본 풍경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꽃샘추위에 얼어붙은 발밑의 얼음이었다.
머리를 처박고 둑 위에서 저수지로 고꾸라진 호이장놈이 얼음장을 깨고 머리를 모심듯 박아버린 것이었다. 녀석의 몸뚱이는 둑 위에 걸려있고, 머리는 얼음 구멍에 쑥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거꾸로 얼음구멍에 머리를 심은 꼴이었다.
버둥거리는 녀석의 몸을 끌어 올려놓으니 이건 가관도 아니었다. 육신은 멀쩡한데, 머리는 물에 젖어 산발을 한 놈이 기침에 콧물에 입으로 들여 마신 저수지 물을 뱉어내느라고 온통 정신이 없는 지경이었다.
“야! 애 잡겄다. 얼렁 불부터 피워.”
총무놈이 축 늘어지는 호이장놈을 논으로 질질 끌어다 놓으며 말했다. 부랴부랴 마른 풀이며 나뭇가지를 가져다 불을 피우고는 호이장놈을 불 옆으로 앉혔다.
“이 시방새는 저수지 안에 뭐 쳐다볼게 있다고 얼음장을 깨고 들어갔대?”
씁새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이… 씨… 발… 이… 씨… 발…”
회원놈이 승합차에서 급히 가져온 파카며 옷가지로 호이장놈을 감싸주자 겨우 정신을 차린 호이장놈이 사시나무 떨듯하며 욕지거리를 뱉어냈다. 그때였다.
“이 썩을 놈덜이 뭔 짓거리여?”
갑자기 호이장놈의 욕보다 더 거친 욕설이 그들의 등 뒤에서 들렸다.
“에? 뭐… 뭔 일이래유?”
언제 왔는지 그들의 등 뒤에 지팡이로 간신히 버티고 선 머리칼 새하얀 할머니 한 분이 보였다.
“뭔 지랄 맞은 짓을 한다고 넘의 논빼미 줴다 파 헤치문서 난린겨? 니놈덜은 괴기 잡아먹구, 이 노친네는 논빼미 다 망가져두 된다는겨?”
허리가 90도 각도로 굽은 할머니가 지팡이로 두들겨 팰 듯 휘둘러대며 말했다.
“어르신, 뭔 소리래유? 지덜은 그냥 요기 둑에서 낚시허는디… 논둑을 파헤친 것도 아니구… 안적 논에다가 모를 심은 것두 아니잖어유.”
총무놈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썩을놈이! 니놈이 밟고 선 것이 뭔중 알어?”
할머니가 더욱 역정을 내며 말했다. 문득 발밑을 보았지만, 그저 파랗게 올라오는 잡풀들만 보일 뿐이었다.
“니놈덜이 내 냉이를 죄다 뭉개고 있단 말여! 이거 우쩔껴!”
“그… 그게… 이건 냉이가 아니라, 그저 잡풀인디유?”
씁새가 발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려두 이놈덜이 찢어진 입이라구 잔소리여? 도회지 놈덜이 뭔 냉이를 알겄어? 니놈덜이 냉이를 뜯어 봤겄냐… 처 먹어보기는 했겄지.”
“얼레? 우덜두 냉이쯤은 구별헌다구유. 그러구 봄에 낚시 댕기문서 냉이두 뜯어 봤구먼유.”
회원놈이 항변을 했지만, 할머니의 우격다짐은 더욱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려? 우쩐지 봄마다 우덜 논빼미에 냉이가 죄다 사라진다 했드먼, 니놈덜이 몇 해를 뜯어 처 먹은겨? 당장 뱉어내라, 이놈덜아.”
어림짐작으로도 80세는 넘어 보일 할머니의 힘이 개차반 패거리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
“아, 시끄러워! 뱉어내지 못할거문, 이걸루다가 가득허니 냉이나 캐. 니놈덜이 캐다 처먹은 벌이여!”
할머니가 말을 마치고는 왼손에 쥐고 있던 플라스틱 바구니 세 개와 모종삽 세 개를 던졌다.
“에? 할머니… 그게…”
“시끄럽대니깐, 근디… 이건 또 뭐여?”
일언지하에 씁새의 말을 잘라버린 할머니가 이번에는 모닥불 옆에 옷가지로 둘둘 말려진 호이장에게 다가섰다. 머리까지 옷으로 뒤집어쓰고 눈만 내놓은 채 불 옆에서 떨고 있는 호이장의 모습이 좀체 인간이라고는 생각을 못하고 그저 모닥불 가에 쌓아놓은 옷가지라 생각했던 것일까? 종종걸음으로 다가간 할머니가 순식간에 냅다 발길로 옷가지를 걷어 차버렸다.
“우에켁!”
옷가지를 날리며 호이장놈이 옆으로 쓰러졌고, 자신의 발길질에 웬 놈팽이 하나가 나가떨어지자 놀란 할머니도 그 자리에 쓰러졌다.
“뭣이여? 이 똥 싸고 자빠진 놈은?”
정신을 차린 할머니가 모로 누워 발발 떨어대는 호이장놈을 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이게 뭔 황당시런 일이래?”
총무놈이 급작스럽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물었다.
“뭔 일은 뭣이가 뭔 일이여? 예미럴… 어여 바구니 들구 냉이나 캐. 할머니헌티 드도 보도 못한 욕을 또 듣고 싶지 않으문…”
씁새가 풀이 죽은 채로 바구니를 집어들며 말했다.
“근디… 저 할머니 의도적이지 않어? 그저 냉이나 캐러 나온 할머니가 워째 우리들 숫자에 맞게 바구니 세 개를 준비허셨대?”
회원놈도 바구니를 집어 들며 물었다.
“우덜 오늘 된통 걸린겨. 니덜 소문은 들어봤냐? 개심저수지 욕쟁이 할머니라구… 바로 저 할머니여. 그려두 우덜은 나은겨. 여름에 낚시 와서 저 둑 위에서 낚시하던 정식이네 패거리는 저 할머니에게 걸려서 하루죙일 논에 들어가서 피 뽑다 갔댄다.”
씁새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려두, 이건 너무 하잔여? 우째 생면부지의 낚시꾼덜헌티 욕지거리를 해대구 없는 일을 했다면서 부려먹는대?”
총무놈이 할머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냥 냉이나 캐! 날씨두 더럽게 추워서 괴기두 안 잡힐 것인디. 이게 다 할머니 도와드리는겨. 점심나절에는 막걸리라두 받아다 주실 것이니께.”
어느 틈에 주저앉아 모종삽으로 냉이를 캐내고 있던 씁새가 웃으며 말했다.
“언능 냉이 안 캐고 뭔 소리들을 씨부리는겨? 어여들 캐! 그란디… 이 대구리 젖은 놈은 우째 냉이 캐기에는 시원찮다. 감기 걸린겨? 감기에는 따끈한 매실차가 직방이라는디… 가져다주랴?”     
할머니가 여전히 논바닥에 누워 발발 떠는 호이장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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