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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54)_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中)
2009년 08월 774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中)


박준걸  artella@lycos.co.kr / artella@nate.com

 

 

 

 

거의 이삼십 미터를 끌려온 녀석이 물 밖으로 튀어 올랐다가 떨어졌다.
“농어다! 대충 육십 센티는 넘을 것 같은디?”
호이장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농어가 아니여! 저거 방어 아니여? 색깔이 틀린디? 크기두 팔십 센티는 넘어갈 것 같어!”

 

 

 

 


“시방… 거시기 하니께, 거시기두 안되구… 거시기…”
“물때도 다 맞고, 포인트도 완전 좋고, 수심도 겁나게 좋으니께 닥치고 낚시나 혀!”
입질이 없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거시기가 중얼거리자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짜증이 밀려오기는 씁새도 마찬가지였다.
죽어라고 밑밥을 퍼붓고는 있지만, 두어 시간째 잡힌 것이라고는 가운데 손가락만한 노래미 새끼 한 마리였다.
“참이루 희한시러운 일이여… 오후 물때에 들어오면 완전 초짜두 감생이 한 마리는 귀경을 헌다는 명 뽀인뜨 중바위가 우째 이 지경인겨?”
미끼를 갈아 끼우며 호이장놈이 머리를 긁적였다.
“우덜이 어디 가문 괴기새끼 귀경을 허간디? 천하에 저주받은 낚시꾼덜이 우덜 아녀? 양어장에 낚싯대를 드리워두 괴기새끼 귀경을 못헐 저주받은 놈덜이여.”
총무놈이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내 말이 그 말이여. 우치키 감생이 한 마리 떠 먹겄다구 날 세워서 가져온 회칼이 아깝다니께.”
총무놈 옆으로 같이 주저앉으며 회원놈이 말했다.
“얼씨구? 거시기놈은 또 뭔 짓을 할라는겨?”
넙적바위 위쪽으로 기어 올라간 거시기놈이 뒤돌아 앉아 무엇인가 조물딱거리는 모습을 본 씁새가 말했다.
“하두 거시기혀서 원투루 거시기 헐라구유.”
거시기 놈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참이루 도전정신두 좋은 놈이여. 씁새가 제자놈 하나는 잘 가르쳤다니께. 우덜은 지쳐서 좀 쉬었다 할란다. 열심히 던져봐라.”
호이장이 다리를 쭉 뻗으며 말했다. 어느새 원투 채비를 마친 거시기가 바위를 기어 내려와 발판 앞에 준비를 하고 섰다.
“그란디… 원투낚시는 원제 배운겨? 나는 원투낚시 가르쳐 준 바가 없는디?”
제법 그럴듯하게 폼을 잡고 선 거시기를 보며 씁새가 말했다.
“거시기 낚시춘추서 거시기헌 거를 배우구 거시기 했구먼유.”
거시기가 씩 웃으며 원투대를 힘차게 휘둘렀다.
“에헤헤!”
사오십 미터를 날아가 물속으로 떨어지는 채비를 본 거시기가 일행을 돌아보며 웃어댔다.
“씨불넘… 좋댄다.”
총무놈이 심드렁하니 대꾸했다.
“오늘은 완전 몰황인 모냥이다. 대충 정리허구 내일 진널방파제루 나가보자구.”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고, 이미 다른 배들이 속속 들어와 자신들의 손님을 철수시키는 중이었다.

“빌어먹을 중바위 조과가 놀래미 새끼 한 마리라는 것을 누가 곧이 듣겄어? 옌장맞을…”
호이장이 낚싯대를 접으며 말했다.
“에! 에헤! 에헤!”
모두들 부산스럽게 장비를 정리할 때였다. 갑자기 거시기놈이 원투대를 곧추세우며 소리를 질렀다.
“뭐여? 걸린겨?”
거시기의 원투대가 무지막지하게 휘어지고 있었다.
“바닥 걸은 거 아녀? 너무 휘는디?”
바닥이 아니었다. 원투대를 이리 저리 끌고 다니는 폼이 걸려도 제대로 큰놈이 물고 늘어지는 중이었다.
“결국 도전정신 좋은 놈이 한 건 올리는구먼. 옌장! 회칼 가져오길 잘했다.”
총무놈이 거시기놈 곁으로 뛰어가며 말했다.
“마구잡이루 감덜 말어! 진중허니 늦추고 풀고 반복허야 혀. 즐긴다는 생각이루 끌어 들이란 말여. 똥 마려운 애새끼 맨치루 마구 끌어 들이다간 줄 터지니께.”
씁새가 거시기를 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녀석은 필사적으로 줄을 감아 들이고 있었다. 녀석의 얼굴엔 땀방울까지 맺혀 있었고, 팔뚝엔 힘줄까지 불거진 상태였다.
“저거 저러다가 줄 끊어 먹는 거 아녀? 천천히 끌어들이라고! 너무 빨리 감아 들이잖여!”
호이장까지 애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옆에서 떠드는 소리를 들은 거시기놈의 릴링이 약간 늦춰졌다.
“철썩!”
거의 이삼십 미터를 끌려온 녀석이 물 밖으로 튀어 올랐다가 떨어졌다.
“농어다! 대충 육십 센티는 넘을 것 같은디?”
호이장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농어가 아니여! 저거 방어 아니여? 색깔이 틀린디? 크기두 팔십 센티는 넘어갈 것 같어!”
총무놈이 거시기의 옆으로 더욱 바짝 붙으며 말했다. 그 소리에 고무된 거시기놈의 릴링이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녀석의 눈은 전쟁이라도 치르는 듯 독기를 품고 있었다.
“씨불! 진중허니 끌어들이라니께. 조급하게…”
총무놈이 끌어들이는 거시기놈보다 더 애타서 떠들어댔다.
“딱!”

 

 

결국 거의 발밑까지 끌려온 고기의 마지막 저항이 있은 후, 줄 끊어지는 소리가 중바위를 메아리쳤다. 순간! 씁새는 물속에서 고기 대신 총알처럼 튀어 오르는 은빛 물체를 보았다. 그 물체는 정확하게 날아올라 거시기놈 옆에서 떠들어대고 있는 총무놈에게 은빛 편린을 날리며 달려들었다.
“따악!”
“아악!”
두 개의 소리가 정확하게 0.5초 사이를 두고 울렸다. 총무놈이 이마를 감싸며 푸시시 쓰러졌다.
“옌장! 맞았다!”
씁새가 쫓아가며 소리쳤다. 쪼그려 앉아 이마를 감싸고 있는 총무놈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비치고 있는 중이었다.
“월레? 이거 심각한디?”
총무놈의 손을 조심스럽게 치우며 호이장이 말했다. 총무놈의 이마는 금세 새파랗게 부어오르고 있었고, 터진 살 사이로 피가 흘렀다.
“옌장! 오늘두 괴기 대신 애새끼 하나 잡구 가는겨? 장 선장은 왜 안 오는겨?”
이미 주위는 어둑해지고 있었고, 부산스럽게 낚시꾼들을 철수시키던 배들도 보이질 않았다.

“전화두 안 받는디?”
그 사이에 부랴부랴 장사장의 핸드폰과 가게로 전화를 걸어대던 회원놈이 말했다.
“친척 조카놈 결혼식에 간다드먼, 거기서 눌러 앉은 거 아녀? 워낙이 술 좋아하는 양반이니께 또 술에 꼴은 모냥이여.”
“그럼… 우덜 철수는?”
호이장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철수고 영희고 간에 우선 이놈 지혈부텀 해봐.”
씁새가 낚시용 수건으로 총무놈의 이마를 누르며 말했다.
“비상용 약이라두 있으문 좋겄는디, 든적시러운 낚시꾼덜이 워디 비상약이라두 챙겨오간디?”
“그라문 대충 아는 낚시가게나 하다못해 119라도 불러! 애새끼 죽어간다고.”
중구난방 떠드는 와중에 사태의 주범인 거시기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사색이 되어 있었다.
“뒤질 상 허구 앉아 있덜 말어. 모진 놈 옆에서 훈수 둔 놈이 잘못이지, 니놈 잘못이 아니니께.”
씁새가 거시기놈의 장비를 챙겨주며 말했다.
“119를 부르기는 뭣허잖여? 낚시허다가 봉돌 맞아서 대구리 터진 놈이 있다고 허기는 상태가 약간 경미허고….”
호이장놈이 다시 핸드폰을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그라문 근처에 대충 아는 낚시가게루 전화혀. 늦은 시각이라두 와줄 수 있을런지.”
이미 시간은 저녁 8시로 치닫고 있었다. 겨우 사물이 분간될 정도의 어둠이 깔리는 중이었다.
“저기… 여보셔유. 우덜이 시방 중바위… 어이쿠!”
또 사고가 터지고야 말았다. 이번엔 휴대폰을 들고 일어서던 호이장놈이 주위에 널려있던 낚시장비를 발로 차며 넘어지고 만 것이다.
“옌장!”
주르륵~ 갯바위를 미끄러지며 바다로 들어가기 직전의 호이장놈에게 회원놈이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씨벌! 온갖 해괴한 짓거리가 난무를 허는구먼. 이러다가는 증말루 애새끼 하나 잡겄다.”
회원놈의 손을 잡고 갯바위로 올라선 호이장놈이 훌렁 까인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라니께 꼼짝 말고 앉아서 누군가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리란 말여. 어두워서 분간도 못할 지경이니께.”
씁새가 여전히 총무놈의 이마를 누른 채 말했다.
“누구 휴대폰 없어?”
호이장놈이 피가 배어나오는 손바닥을 수건으로 감싸며 물었다.
“아까 네놈이 전화하고 있었잖여?”
“빠트렸다.”
호이장놈이 무척이나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내 껀 밧데리가 다 나갔는디?”
이제야 정신이 드는지 총무놈이 신음과 함께 대답했다.
“씁새는 아예 휴대폰은 개목걸이라고 안 가지고 다니는 놈이고, 거시기놈은 아까 충전헌다고 차에 꽂아두고 내렸고… 네놈은?”
호이장이 씩씩거리며 회원놈에게 물었다.
“지둘려. 내가 전화해 볼라니께. 진성낚시점이루 전화허문 될 것 같은디. 그 집 배 안 타구 다른 집 배 타서 이 지경이 되었다문 꽤나 섭섭허겄지만, 데리러 와 주기는 할 것이여.”
회원놈이 주머니를 뒤적이며 말했다.
“예미! 이거 조짐이 영 안 좋은디?”
회원놈이 휴대폰을 열며 중얼거렸다. 녀석의 휴대폰 액정에는 배터리 한 눈금이 애처롭게 반짝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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