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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62)_바람불어 좋은날(하)
2010년 04월 580

 

바람불어 좋은날(하)

 


박준걸  artella@lycos.co.kr / artella@nate.com

 

 


“박 사장님은 그라니께 낚시계의 고수가 못 되구 점방이나 지키는 거여유! 지랭이, 새우 꿰문서 40여년을 낚시터서 버텨봐유. 낚싯대 잡는 모습만 봐두 초짜인지 고수인지 대번 알아먹는다니께.”

 


“인자 봄이 돌아 온 모냥여유? 아침 바람이 션허니 상쾌헌 것이 대한민국 여성분덜 가슴깨나 설레게 만들겄는디?”
낚시점 문을 열고 들어서며 씁새가 떠들어댔다.
“그려서 증말루 그 요상시런 인물허구 낚시를 갈라는 겨?”
박 사장이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보다가 안경을 내려놓으며 씁새를 보고 말했다.
“진실루 낚시에 대해 철학적이루 알고 있는 고수를 만났는디, 함께 출조허야지유. 인물이 인물을 알아본다구, 그짝 사람이 이 씁새님을 인생을 달관허신 낚시인의 참모습이래잖여유? 오늘은 진실루 낚시와 인생에 대해 솔직시런 대화를 나눠볼 수 있겄구먼유.”
씁새가 설레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간 무고허셨쥬? 우째 장사는 좀 되남유?”
공터에 승합차를 주차시킨 호이장과 총무놈, 회원놈이 낚시점으로 들어서며 인사했다.
“그려. 몸은 무고헌디 장사는 무고허덜 않어….”
박 사장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란디, 이 씁새가 얘기하는 낚시계의 초절정 고수는 안직 안 왔는개벼유?”
호이장이 낚시점을 휘 둘러보며 물었다.
“초절정 고수? 시방 무신 무협영화를 찍는 겨? 초절정 고수는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여?”
박 사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씁새가 그라는디, 범상치 않은 세숫대야를 가진 낚시계의 거물을 만나서 오늘 통영이루 같이 출조허기루 했다드먼유. 그 인물이라는 사람이 그리 낚시를 잘 해유?”
총무놈이 물었다.
“낚시를 잘 허는지는 보덜 못했으니 모르겄다. 저 씁새놈허구 뭔 구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만 주절대다가 찌 하나 사가지구 갔으니께 뭘 알 수가 있어야지? 나두 첨 보는 사람이여.”
“박 사장님은 그라니께 낚시계의 고수가 못 되구 점방이나 지키는 거여유! 지랭이, 새우 꿰문서 40여년을 낚시터서 버텨봐유. 낚싯대 잡는 모습만 봐두 초짜인지 고수인지 대번 알아먹는다니께.”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때였다. 늘 낚시점 골방에 모여 화투장을 쪼아대는 부동산 장 사장패들이 낚시점으로 들어섰다.
“봐유! 여기 장 사장님허구 최 사장님까정, 노바닥(늘상) 골방서 화투패 40여년 만졌으니께 인자는 고스톱계의 고수가 다 돼서 화투장 한 순배만 돌아가문 바닥패를 읽어내잖여유?”
“이건 아침부텀 뭔 개소리여? 씁새가 아침을 안적 안 먹은 모양이구먼? 시끄럽게 지랄 떨덜 말고, 어여 지랭이 사가지구 낚시나 가. 니놈 나타나문 정신 사나우니께.”
장 사장이 씁새의 등짝을 퍽 치고는 얼굴을 찡그리며 골방으로 들어갔다.
“그란디, 이 초절정 고순지 뭔지 하는 인물님은 언제 오는 겨?”
낚시용 미끼와 소품을 준비하며 총무놈이 물었다.
“증말루 그 인물이라는 사람이 고수 맞는 겨? 괜히 씁새 니놈처럼 조동아리만 살아서 나불대 초절정 초짜 아녀?”
호이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쓰벌눔은 뙈놈 빤쓰를 겹겹이루 처입은 겨? 왜 남의 말을 믿덜 못혀? 자고로 인물이 인물을 알아보는 벱이여. 척 보문 고순지 초짠지 알게 된다니께.”
“쓰벌… 그려서 니놈이 고수란 겨? 끼리끼리 모인다고 천하에 개차반낚시꾼인 니놈헌티 걸려드는 사람덜 죄다 쓰잘 데 없는 인물들이드만.”
“그려! 그것이 정답이여. 참이루 우리 호이장이 말은 잘 허는구먼. 아하하하”
박 사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려? 그라문, 내가 개차반낚시꾼인디, 나허구 같이 낚시 댕기는 니놈덜은 뭐여? 니놈덜두 쓰잘데기 없는 놈덜 이라는 겨?”
씁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쓰벌놈….”
호이장이 들고 있던 파우더 봉지를 바닥에 던지며 중얼거렸다. 덩달아 웃어대던 박 사장도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으며 돌아섰다.

 

 

“지가 많이 늦었구먼유?” 낚시점 문이 열리며 웬 사내가 얼굴을 디밀었다. 바로 지난주에 낚시점에서 씁새와 떠들어 대던 그 사내였다. 하지만, 사내의 차림을 본 모두가 그대로 입을 다문 채 장승처럼 굳어버렸다.
“워낙이 오랜만에 가는 낚시라 준비헐 것이 솔찮시럽게 많구먼유.”
비척비척 가게로 들어선 사내가 등에 지고 온 어마어마한 크기의 배낭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그것이…!”
갑자기 조용해진 가게 안이 궁금해진 골방의 고스톱 패들도 무슨 일인가 해서 가게로 나오고 있었다.
“시방… 그라니께… 낚시를 가…는… 바다… 통영인디?”
씁새가 버벅거리며 말을 못 이었다.
“세상살이 인생이란 게 뭐 있겄슈? 인생사가 늘상 물고 물리는 낚시와 같덜 안남유? 사방천지가 낚시터고 시상이 온통 낚싯대루 둘러쳐진 것이 우덜 인생이지유.”
사내가 두루마기를 털털 털며 말했다.
“그게… 그라니께… 접때 씁새허구 이야기허실 때, 우덜이 통영! 그라니께 바다루다 낚시를 간다구 허덜 안 했남유?”
호이장이 간신히 입을 떼며 말했다.
“그리 말씀허셨구먼유. 통영이루 가신다고. 그려서 단단히 준비를 헌 거구먼유.”
사내가 헤벌쭉 웃으며 대답했다.
“저 많은 물건을 지구 내려오느라구 다리가 끊어져 나가는 중 알았슈.”
사내가 테이불의 의자로 다가가 앉으며 허벅지를 툭툭 쳐댔다.
“씁새! 이게 뭔 해괴시런 일이여? 저 사람이 니놈이 말허든 고수여? 내가 보기에는 중앙시장통에 돗자리 하나 깔아놓으면 딱이겄는디?”
총무놈이 씁새 쪽으로 슬그머니 다가서며 물었다. 천하의 개차반낚시인이라고 하는 씁새조차도 사내의 행색을 보며 뭐라 말을 할 상황이 아닌 듯 보였다. 영락없는 도인의 행색처럼, 사내는 회색 한복에 회색 두루마기를 걸치고 있었고, 발에는 요즘에는 찾아보기도 힘들다는 검정색 고무신을 신고 있었던 것이었다.

 

“세상살이 인생이란 게 뭐 있겄슈? 인생사가 늘상 물고 물리는 낚시와 같덜 안남유? 사방천지가 낚시터고 시상이 온통 낚싯대루 둘러쳐진 것이 우덜 인생이지유.”

 

“그… 그 차림이루 시방 갯바위에 올라서겠다는 겨유? 바다낚시가 애덜 소꿉장난두 아닌디….”
“낚시계의 고수라드만….”
“대체 낚시는 헐 줄 아는 겨?”
“뭣 허는 사람이여? 낚시꾼은 아닌 거 같은디?”
가게로 몰려나온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어댔다.
“저기… 거시기… 그라니께, 내가 보기에는 그짝 분이 도무지 오늘 통영이루 바다낚시를 갈 차림이루 보이지는 않는디, 뭔가 착각허신 거 아녀유?”
씁새가 겨우 말을 떼었다.
“왜유? 낚시허는데 어떤 차림이루 허야 헌다는 규칙이 있는감유?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인디, 나의 마음이 오늘은 이러한 차림이루 바닷가에 서있으라고 혔구먼유.”
여전히 사내가 얼굴에 웃음을 머금은 채 대답했다.
“씨이벌… 초절정 고수 맞는개비다!”
회원놈이 바닥에 쪼그려 앉으며 중얼거렸다.
“그… 그라문… 낚시 장비는… 워디 있슈? 설마 저 배낭에 눌러 담은 건 아니겄쥬?”
씁새가 다시 물었다.
“낚시를 꼭 장비로만 허는 것이 아니구먼유. 저 배낭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시상을 낚기 위헌 마음의 낚시장비들이구먼유.”
“원, 당최 우덜은 뭔 소리들인지 모르겄다. 좌우간 오늘두 씁새가 한 건 단단히 물었는개비다. 인생 오진 놈이여, 씁새 저놈두.”
고스톱 패거리들과 골방으로 들어가며 최 사장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혹시… 어디서 인생 철학관이라두 허시는 개벼유?”
총무놈이 정신을 차리고는 물었다.
“철학관유? 안적두 배울 것이 너무 많아서 그런 짓거리는 허덜 못허지유. 그저 시상을 귀경허는 귀경꾼 정도구먼유. 그란디… 인자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감유? 해가 중천에 뜰라고 허는디유?”
사내가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저기… 그라니께… 진지스러운 인생 이야기는 통영이루 가문서 얼매든지 헐 것이고… 그라니께 시방 그짝께서는 우덜이 낚시를 헐 때, 통영 시내를 거닐문서 귀경이나 허겄다 이것이구먼유? 그려서 시상 유람허는 차림이루 오신 거지유? 낚시차림이 아니라 관광객 차림인디?”
씁새가 다시 물었다.
“씁새님은 또 왜 그라신대유? 같이 낚시 가기루 허덜 안했는감유? 파도치는 갯바위에 올라서서 시상의 시름을 잊고 진지허니 대화를 나눠야 허겄지유?”
“그… 그라문, 에또… 인자 출발허문 늦었으니께 통영까정 쉬덜 않고 달려야 허니께 철학적인 고수님께서는 어여 화장실을 다녀오셔야 헐 것 같구먼유.”
씁새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 그랄까유? 그람 냉큼 다녀 올라니께 준비덜 허구 계셔유.”
사내가 비척비척 낚시점 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씁새야! 시방 저 인물허구 낚시를 갈라는 겨? 오늘 낚시두 조져 버릴껴?”
총무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씁새가 호이장, 총무놈, 회원놈의 등을 문 쪽으로 떠다밀기 시작했다.
“씨벌! 뭔 생귀신 데리구 인생 상담 헐 일 있간디? 나는 물괴기덜 하고 대화허기두 바쁜 사람이여. 저 철학적인 인물님 오기 전에 어여 튀어!”
씁새가 낚시점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말했다.
“월레? 그라문 저 사람은 우짜는겨? 그대루 내빼문 우쩔껴?”
박 사장이 따라 나오며 소리쳤다.
“개뿔같은 인생낚시는 박 사장님 가게 옥상에서 철학적인 낚싯줄 던져놓고 실컷 허라구 해유! 이 씁새님은 통영에서 뽈라구 잡으문서 바다낚시 할테니께.”
씁새가 승합차에 일행들을 태우며 소리쳤다.
“초절정 고수라매? 고수덜끼리 가야 허는 것 아녀?”
박사장이 키득거리며 출발하는 승합차에 대고 소리쳤다.
“씁새님! 씁새님! 지가 안적 올라타덜 안했는디? 씁새님!”
어느새 화장실을 다녀온 사내가 두루마기 자락을 휘날리며 승합차를 쫓아오며 소리를 질러댔다.
“저 철학적인 인물은 대체 워디서 나타난 겨? 씨이불… 얼른 밟어! 오늘두 존나게 도망가야 허겄다.”
사이드미러에 비친 망연자실한 사내의 모습을 보며 씁새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끝)

(이분의 이름이나 직업은 알 수가 없다. 다만, 대전 동구 지역의 낚시점마다 드나들며 바다낚시용 막대찌 하나를 사놓고 한나절을 앉아서 인생이야기만 떠든다. 낚시에 미쳐 정신이 약간 나갔다는 이야기도 있고, 환속한 스님이라는 말도 있다. 다음에 또 만난다면 자세히 알아내서 독자 여러분께 알려드릴 예정이다. 다시 만나기엔 부담스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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