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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63)_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상)
2010년 05월 76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상)

 


박준걸  artella@lycos.co.kr / artella@nate.com

 

 

 

 

“건석이가? 그 놈이 뭔 바람이 불어서 낚시를 배운다는 겨? 산에 오르다가 지친 겨? 우째 그 쓰벌눔이 하체가 부실시럽다 했드먼 그예 산에 오르다가 지쳤구먼.”

 

좋은 놈
“또 낚시 가는 겨유? 그것이 뭐시가 운동이 된다구, 노바닥 물가루 쏘댕긴대유? 차라리 지처럼 산이루 올라 댕기문 오죽이나 운동 되구 좋아유?”
늘 이 빌어먹을 세숫대야만 만나면 하는 소리였다. 산이라고 하면 죽었다가도 벌떡 일어설 정도로 등산을 좋아하는 녀석이다 보니 낚시광인 씁새 패거리들과는 자연스럽게 부닥치는 형국이었다.
“쓰벌눔… 그라는 니놈은 산에 뭐시가 처먹을 것이 있다고 힘들게 올라가는 겨? 차라리 우덜처럼 낚시를 가문 반찬거리라두 생기지. 산이루 쏘댕기 봐야 발모가지만 아프지 뭣이가 좋대는 겨? 산등성이서 고꾸라져 마빡 깨질 놈!”
“어따, 성님! 자고로 산을 올라간다는 것은 심신수양도 되구유….”
“됐으니께 일절만 지껄여. 심신수양 할라문 차라리 대가리 밀구 조용시런 암자나 겨들어가. 우덜은 반찬거리 장만하러 갈라니께. 저 쓰벌눔 기세는 히말라야 십이좌를 완등헐 기세여, 존만놈!”
대충 휴일 아침이면 등산을 가기 위해 나서는 녀석과 낚시를 떠나는 씁새 패거리가 주차장에서 만나다 보니 이런 식의 짓거리가 일상이었다. 그때마다 자신의 취미가 제일이라는 농담 반 진담 반 입씨름이 도를 지나쳐 살기를 품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취미를 몰아세우며 날선 대화가 오가던 지난 3월이었다.
“건석이가? 그 놈이 뭔 바람이 불어서 낚시를 배운다는 겨? 산에 오르다가 지친 겨? 우째 그 쓰벌눔이 하체가 부실시럽다 했드먼 그예 산에 오르다가 지쳤구먼.”
씁새가 피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것이 나두 요상시럽단 말여. 그 놈 기세로는 더 늙기 전에 히말라야 등반을 헐 태세드먼, 느닷없이 접때 퇴근허다가 집 앞이서 만났는디, ‘저… 그게… 지두 우치키 낚시를 좀 배웠으문시럽구먼유…’ 이 지랄을 허는 겨.”
호이장도 의문스럽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얼레? 그라문 그 쓰벌눔이 우덜 낚시계의 노하우를 빼앗아서 지놈 등산하는 디다가 써먹을라구 허는 거 아녀? 틀림없이 건석이놈이 낚시계의 동향이나 정보 따위를 빼낼라구 하는개벼.”
총무놈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이 미친 눔이… 낚시계허구 등산계가 무신 전쟁이라두 벌인 대여? 뭣이가 정보구 동향이여? 이 황당하기가 배스낚시 가서 돌돔 잡을 놈아.”
씁새가 총무놈의 등짝을 후려치며 말했다.
“여튼! 건석이놈이 뭣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심신의 변화를 일으킨 것이 틀림없다니께. 좌우간 씁새, 니놈이 건석이가 그리 원허니께 좀 데불구 댕기문서 장비 마련허는 것도 도와주고, 낚시 좀 가르쳐줘봐.”
그렇게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씁새로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서로 자신의 취미가 제일이라고 게거품을 물던 놈과 느닷없는 동반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미친 듯이 좋아하던 산을 내려와 물가로 나서겠다는 저의가 못내 궁금했지만, 건석이 녀석은 그저 힘없이 웃기만 할 뿐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낚시용품을 구입하면서도 씁새도 어색하고, 건석이 놈도 어색할 뿐이었다. 딱히 건석이놈의 표정도 낚시가 좋아서 취미를 바꾸려는 것은 아닌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종종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은 무언가 말 못할 사연이 있어보였다.
그리고 녀석이 구입하는 장비들마다 최고가의 장비이며 신제품이다 보니 녀석의 사연이 꽤 심각하다는 것만 눈치 챌 뿐이었다. 마치 무언가에 배신당한 여인네들이 자신을 치장하기 위해, 또는 그 아픔을 잊기 위해 쇼핑에 몰두하듯 녀석은 매일처럼 씁새를 불러내어 낚시가게 탐방을 해댔다.
주말마다 궂은 날씨에, 때 아닌 폭설까지 겹치면서 씁새 패거리와 건석이 녀석과의 출조는 한 달 정도 미루어지다가 마침내 출조일이 잡힌 3월 말, 저녁 무렵이었다. 모처럼의 출조에 들뜬 씁새가 거실바닥에 낚시소품들을 늘어놓고 채비 준비에 한창일 때 녀석이 거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뭐여? 낚시채비 만들어 달라구 온 겨? 소품가방만 달랑 들구 오문 될 것을 뭐허러 죄다 들구 온 겨?”
녀석의 등과 손에 바리바리 들려있는 낚시가방과 장비를 보며 씁새가 물었다.
“그게유… 지가 낚시를 못 댕기게 되었구먼유.”
녀석이 씁새의 거실에 낚시장비를 모두 내려놓으며 말했다.
“월레? 그건 또 뭔 새뱅이가 배스 뜯어먹는 소리여? 이번 주말에 거제도루 가기루 혔잖은가? 집안에 일이라두 생긴 겨?”
“그게 아니구유, 지가 낚시를 할 맴이 없다 이거지유. 이번 주말에 산에 올라가야 헌다니께유.”
녀석의 얼굴에는 여태껏 보이던 풀죽은 표정이 아니라 완연한 화색이 돌아와 있었다.
“산에? 자네 하산헌 거 아니었는가?”
“에또… 지가유, 이… 산이루 올라 댕기문서… 봐둔 여자가 있었구먼유. 그란디 그 여자가 한 달 전부텀 뵈덜 안 혀는겨유. 그려서 낙심혀서 산을 내려올라 혔든 거지유. 근디, 아까 우리 산악회 총무님이 전화혀서는 그 여자분이 이번 주말에 나온다네유? 이참에 그 여자분헌티 정식이루 사귀자구 헐 모양이구먼유. 그니께 지는 낚시 못 가유!”
속사포처럼 쏟아 부은 녀석이 그대로 몸을 돌려 현관을 뛰쳐나갔다.
“어이, 이 잡시런 놈아! 그라문 이 장비를 우쩌자는 겨?”
현관으로 쫓아 나가며 씁새가 다급하게 물었다.
“성님 가지셔유. 선물이니께. 대신 선물에 대한 보답이루 이 노총각 장개 좀 갈 수 있게 그 여자분이랑 잘 되라구 용왕님께 빌어만 주셔유. 지는 꾸질꾸질허게 지랭이 만지구 떡밥 만지문서 물괴기 잡자구 생고생 안 헐 거구먼유!”
녀석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급하게 떠들어댔다.
“아! 그러구, 성님은 뭣이가 좋다구 온몸에 비린내 풀풀 풍기문서 물가루 쏘댕기셔유? 산이루 댕기문 오죽 좋아유? 공기 신선하구… 운동두 되….”
“꺼져, 쓰벌눔아!”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씁새가 녀석을 밀어 넣으며 소리쳤다.
“아놔… 디런눔… 그란디… 이거… 횡재헌 거 아녀?”
씁새가 거실에 쌓인 낚시장비를 보며 입가에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최신형 고가의 민물, 바다낚시 장비에서 루어용 장비까지… 구명조끼에 낚시복까지….
 “그 여자분이 누군지는 몰라두, 용왕님께 잘 되라구 열심히 빌어줄 껴! 그려, 건식이 놈은 좋은 놈이니께! 그러고 낭중에 이 장비들 중고품 되문 그 여자분이 또 한 번 사라졌다가 다시 오시라구 빌어줄 껴! 건식이 놈은 좋은 놈이니께!”
씁새가 호탕한 웃음을 날리며 소리쳤다.

 

 

 “그 여자분이 누군지는 몰라두, 용왕님께 잘 되라구 열심히 빌어줄 껴! 그려, 건식이 놈은
좋은 놈이니께! 그러고 낭중에 이 장비들 중고품 되문 그 여자분이 또 한 번 사라졌다가 다시 오시라구 빌어줄 껴! 건식이 놈은 좋은 놈이니께!”

 

나쁜 놈
“그게 말여… 인간이란 게 워낙이 전투적인 생물이라서 말여, 다른 생물들, 예컨대 호랭이나 사자나 뭐, 이런 생물들은 말여… 에또, 자신의 굶주림, 즉 생명을 유지허기 위헌 최악의 경우에만 살생을 헌다 이거여.”
“씨벌… 저 요상시런 세숫대야는 또 뭐여?”
씁새가 승합차 뒷좌석에 앉아 열심히 떠들어대고 있는 사내를 돌아보며 호이장에게 물었다.
“몰러… 총무놈 친구라든디, 낚시구경 허겄다구 부탁혀서 데불구 왔다잖여.”
호이장이 백미러로 뒤를 흘깃 보며 대답했다.
“직업이 철학자여? 아니면 자연보호협회에 댕기는가? 아니면 대한민국 물고기 보호협회 임직원이신가?”
씁새가 키득거리며 조용히 물었다.
“씨벌… 내두 모른다니께. 워서 주워들은 풍월은 많아서 근 한 시간째 저러니께 운전에 집중이 안 되누먼.”
호이장이 입맛을 쩍 다시며 대답했다.
“씨불… 총무놈은 워서 저런 친구놈을 데불구 온 겨? 낚시헐 맛 다 떨어지게….”
씁새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이것이 자연의 진정시러운 법칙이다 이거여. 그란디, 우덜 인간은 종족보호라든가, 아니면 최악의 생명을 유지허기 위해서 살생을 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여. 이것이 문젠디, 에또… 인간이라는 전투적이며 호전적인 생물덜은 오로지 취미를 위해서 살생을 헌다 이것이여. 이것은 자연의 생태적 위계질서를 어지럽히는 짓이다 이 말이여.”
씁새와 호이장의 말을 들었을 터이지만, 사내의 말은 여전히 터져 나오고 있었다.
“거참… 말씀허시는 게 이치적이루 틀리덜은 않혔는디 말여… 시방 이 시국에 그런 말을 허시는 저의가 뭐래유?”
참다못한 씁새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에또… 지 말은 자연생태적 이치를 논하는 것일 뿐이구먼유. 안 그려유? 만약에 자연생태계에 형법이 있었더라면, 우덜 인간덜은 모두 사형이라는 중형을….”
“그게유, 지 말은 선생께서 허시는 말씀이 이치적이루 틀리덜은 안 허셨는디, 그것이 무신 형법이니, 사형이니 허는 극단적인 표현이루 얘기허실 성질은 아니다 이거지유.”
씁새가 목소리를 올리며 말했다.
“극단적인 표현이라 허심은….”
사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그게유, 마치 우덜이 극형에 처해야 하는 중범죄자….”
“그만혀. 니놈두 그만 떠들어. 아조 물 만난 괴기처럼 청산유수여. 뭣이가 배아지가 틀어졌간디 낚시 귀경 가겄다고 따라오문서 그딴 소리나 허는 겨?”
총무놈이 제 친구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아니, 내는 자연의 섭리에 대해….”
“그만헙시다. 자연의 섭리구 개뿔이구 간에, 내는 오늘 물괴기덜 도륙을 낼 모양이니께.”
씁새가 다시 몸을 돌려 앞을 보며 이죽거렸다.
“선상님이 안적 지 말을 이해허시덜 못 혔는 모냥이구먼유. 우리 인간덜이 어떤 목적에 의혀서 살생을 허는가, 아니문 그도 저도 아닌 자신의 흥미와 습성적인 취미루 살생을….”
“그만혀라니께유? 내는 오늘 이 손에다가 바닷괴기 피를 진뚝 묻히고, 갯바위를 물괴기 시체루 도배를 헐 모양이니께.”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손을 펴 보였다.
“그…”
씁새의 서슬에 놀란 사내가 헛기침 같은 말을 내뱉었다.
“예미, 물괴기 잡으러 바다로 가는 것이 무신 살인허러 가는 모양새구먼, 그라문… 물괴기 대여섯 마리 잡아내문 연쇄살인이여?”
쐐기를 박듯 씁새가 내질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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