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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65)_좋은 친구들
2010년 07월 779

 

좋은 친구들

 

 


박준걸  artella@lycos.co.kr / artella@nate.com

 

 


“ 황금 주말을 비와 함께 보내야 허는 천만 낚시꾼덜 맴이 시방 찢어지고 있을 껴.
 비가 그냥 비가 아녀. 저것은 천만 낚시꾼들의 비통한 눈물이여.”

 

“비 한번 실허니 자알~ 온다.” 베란다에 나가섰던 씁새가 창으로 쳐들어오는 빗방울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비가 와서 낚시를 못 가니께 맴이 싱숭생숭혀유?”
씁새의 아내가 거실을 닦다 말고 씁새의 말에 뾰루퉁하게 물었다.
“아닌 게 아니라, 콧구녕이루 물 냄새가 솔솔 들어오니께 손바닥이 근질거리는디? 황금 주말을 비와 함께 보내야 허는 천만 낚시꾼덜 맴이 시방 찢어지고 있을 껴. 저 비가 그냥 비가 아녀. 저것은 천만 낚시꾼들의 비통한 눈물이여.”
씁새가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예 소설을 쓰슈.”
씁새의 아내가 거실을 닦아내던 걸레를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그란디, 오늘 우덜 점심은 뭐 해먹을 껴?”
씁새가 아내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비두 오니께 짐치전(김치전)이나 해 먹으문 우쩔까 싶네유?”
“그려! 그저 비오는 날은 짐치전이 최고라니께. 이왕이문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서 넣으문 참이루 맛있는디?”
“안그려두 그럴 참여유. 모처럼 휴일날 낚시 안 가구 집에서 쉬시니께 해주는 거여유. 비님헌티 고맙다구 허셔유.”
씁새의 아내가 그릇을 준비하며 말했다.
“암만! 감생이 뱃때지가 그리 맛있다고 허지만, 비 오는 날 쐬줏잔에 짐치전만 할까?”
씁새가 입맛을 쩍 다시며 킬킬거렸다.

 

“이건 또 뭐여?” 드디어 씁새의 아내가 첫 번째 김치전을 구워내고는 접시에 담아 내오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 아파트 현관문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다.
“이 든적시런 놈은 초인종 냅뚜구 뭔 주먹질이여?”
현관문을 열자 방긋 웃고 서있는 호이장놈을 보고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짐치전 붙이는 냄새가 온 아파트 단지를 진동허드만.”
넉살좋게 거실로 들어서며 호이장이 대답했다.
“내가 먹을 복이 있는 모냥이여! 들어오자마자 제수씨께서 낼름 짐치전을 등장시켜 주시누먼유?”
“든적시런 눔. 비 와서 낚시 못 가문 니놈 집구석에서 바늘쌈지나 만지든가 허지 뭔 중뿔 났다구 쳐들어 오는 겨?”
호이장은 씁새의 말에 아랑곳없이 김치전을 한입 가득 넣고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내여, 그려? 뭐 허는가? 씁새네 집이서 짐치전 파티를 헌다누먼? 그니께 오늘은 감생이 도륙 내는 대신 짐치전이루 도륙을 내는 겨. 마침 쐬주두 한 병 있는디, 모자랄 것 같으니께 서너 병 들구 오문 쓰겄구먼. 그려. 오문서 거시기허구 총무놈두 데불구 오문 좋을 것인디?”
“이건 뭔 얌통머리 없는 짓거리여? 니놈이 뭣인디 온 동네 사람덜을 죄다 부르구 지랄여? 원제 우덜집이서 짐치전 파티를 헌다구 했다는 겨?”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인간이 심성을 그리 쓰문 못 쓰는 겨. 그려두 노바닥 같이 낚시 댕기문서 지내는 사이면 맛난 음식 있으문 나눠먹는 것이 인간시상의 이치다 그 말이여. 안 그류? 제수씨?”
 “그… 그러지유…”
씁새의 아내가 밀가루 반죽을 더 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씨이벌… 왜 오늘 같은 황금주말에 비는 오구 지랄여? 저 낯짝 두꺼운 인간덜 죄다 집이루 몰려들어서 이게 뭔 고생이여?”
씁새가 빈 접시를 들고 주방으로 오며 말했다.
“시방, 내 맴이 딱 그거여유. 당신두 그렇구 죄다 낚시터루 몰려가서 내 혼자 평화시런 주말을 보내구 싶구먼유.”
씁새의 아내가 다 익힌 김치전을 빈 접시에 담아주며 대답했다.
“짐치전을 워서 사오는 겨? 안주 떨어진 지가 애저녁인디 안적두 대령을 안 하는 겨?”
총무놈이 킬킬거리며 소리쳤다. 어느새 거실은 개차반패거리들로 점령당했고, 빈 술병이 나뒹굴기 시작하고 있었다.
“월레? 니놈은 짐치전 처먹다 말고 뭔 짓거리여?”
옷방에서 씁새의 낚시가방을 질질 끌고 나오는 거시기를 보고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는… 거시기혀서, 참이루 거시기할라구 그… 거시기혔는디유?”
가시기가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내 낚시장비가 뭣이가 궁금하다는 겨? 니놈 장비나 내 장비나 똑같으니께 어여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짐지천이나 씹어!”
거시기가 되돌아서서 옷방으로 들어갔다.
“이 쓰불넘들아! 짐치전 처먹으러 왔으문 고요히 짐치전이나 씹으란 말여. 왜 엄헌 남의 장비는 쪼물딱거리며 지랄여?”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씁새가 다시 소리쳤다. 술상을 옆으로 치운 호이장놈과 총무놈, 그리고 회원놈이 언제 꺼내들고 왔는지, 씁새의 낚시도구함을 열고는 이리저리 흩트리며 낚시기법에 대한 의견이 한창이었다. 이리저리 봉돌이 구르고, 낚싯줄이 방구석으로 굴러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총무놈은 씁새가 애지중지하는 루어대를 술 취한 손으로 펼쳐내는 중이었다.
“이 악마의 종자들!”
씁새가 각자의 손에 들려있는 자신의 낚시장비를 빼앗으며 소리쳤다.
“씨벌, 거참 친구 간에 도리두 없는 놈일세. 친구덜이 니놈 장비 구경 좀 허겄다는디 뭔 금테 두른 장비라구 매몰차게 뺏어가는 겨?”
이미 술에 취해 게게히 풀린 눈으로 호이장놈이 킬킬거렸다.
“이 악마의 시방새들아! 내 장비는 다이아몬드루 테를 두른 거라서 그렇다.”
씁새가 장비들을 주섬주섬 챙겨 옷 방으로 들어가며 다시 소리를 질렀다.
“꺄아악~~~”
느닷없이 옆방에서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또 뭐여?”
놀란 씁새와 씁새의 아내가 옆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비 오는 오후 나절이라 어둑어둑한 방안이 초록빛으로 환히 밝혀져 있었다. 온 방안이 발광하는 케미라이트로 온통 푸른빛으로 도배한 듯 보였다. 거시기가 데려온 두 아들놈이 어떻게 찾아냈는지 씁새의 태클박스에서 케미라이트들을 몽땅 꺼내서 꺾어서는 온 방안에 뿌려놓은 상태였다.
“이놈! 거시기!”
참다못한 씁새가 거실로 나서며 소리쳤다. 하지만, 거실에서는 더 참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베란다로 나간 호이장과 총무놈, 회원놈 그리고 거시기놈까지 죽 늘어서서 열린 창으로 씁새의 릴대를 드리우고 있는 중이었다.
“이거여! 이 릴대의 휨새가 2번, 3번 마디에서 각도가 저리 죽으문 이건 버린 릴대여. 즉, 싸구려 릴대라 이거여. 휨새가 적어두 4번이나 6번서 버텨줘야….”
호이장놈이 불콰한 눈으로 열변을 토해냈다.
“뭔 시덥잖은 소리여? 좋은 릴대란, 초릿대에서 승부가 나는 겨. 초릿대의 휨새가 지대루 받아주지 못 허문 아작나는 겨.”
총무놈이 호이장놈이 들고 있던 씁새의 릴대를 빼앗으며 말했다.
“이 씨불넘들아! 니놈덜 모가지를 휘어버리기 전에 릴대 안내놔?”
씁새가 베란다로 뛰어들며 소리쳤다.
“이 씨불넘들이 낚싯대에 뭔 짓을 한 겨?”
무엇을 매달았는지 릴대가 무식하게 휘어져 있었고, 줄을 감아올리는 릴에서는 연신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씁새가 겨우 끌어올린 물건을 보고는 경악했다. 그것은 씁새의 아내가 자주 다니던 수녀원에서 보내준 주먹만한 메주덩이였던 것이다.
“이 몰지각시런 놈들아! 한 놈씩 이리와. 이 낚싯줄에 한 놈씩 매달아서 니놈덜 집이루 날려 보내줄 테다.”
씁새가 씩씩거리며 돌아섰다. 하지만, 패거리들은 언제 그런 소란이 있었냐는 듯 어느새 술 상머리에 퍼질러 앉아 술잔을 돌리는 중이었다.
“가라.”
릴대를 팽개친 씁새가 베란다 문턱에 주저앉아서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뭔 소리여?”
호이장놈이 반쯤 감긴 눈으로 씁새에게 물었다.
“제발 가라고, 이 악마의 새끼들아!”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참, 희한시러운 친굴세… 언제는 지 집이서 짐치전 파티 헌다고 부르더만, 인자는 가라고 허는 겨?”
회원놈이 씁새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원제 내가 파티헌다고 했간? 니놈덜이 쳐들어 와서는 이 지경이루 맹긴 것 아니여?”
거실 구석구석에 나뒹구는 찌들과 봉돌, 낚시장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허긴… 인자 다 먹었으니께 가야 허겄는디?”
호이장놈이 주섬주섬 일어서며 말했다.
“월레? 이 낮도깨비들은 또 뭐여?”
옆방에서 나오는 거시기의 아들들을 보며 씁새의 아내가 놀라 소리쳤다. 아이들의 얼굴과 온 몸에는 케미라이트에서 흘러나온 야광액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이 몰지각시런 놈들아! 한 놈씩 이리와.
이 낚싯줄에 한 놈씩 매달아서 니놈덜 집이루 날려 보내줄 테다.”

 

“씨이벌눔들…” 패거리들이 돌아간 후, 거실을 정리하며 씁새가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우쩌겄슈? 당신 친구덜인디… 접때 당신두 회원집 가서 개차반이루 놀았다구 허드만….”
씁새의 아내가 빈 그릇을 치우며 말했다.
“친구를 보문 그 사람을 안댔잔여유? 그니께 당신 친구덜이나 당신이나 똑같은 겨유. 참이루 오지게 좋은 친구덜여유. 아마 이 시상 어디를 찾아봐도 당신 친구덜처럼 유별난 사람덜두 없을 거구먼유. 참이루 좋은 친구덜여유.”
씁새의 아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 인생에서 저런 든적시런 놈덜 만난 게 참이루 웬수 같을 뿐이여.”
씁새가 대답했다.
“아무리 그려두 당신만 허겄슈? 당신처럼 징허니 문제시런 사람두 없는디, 그려두 친구덜이라구 다 받아주잖여유? 그것만 봐두 친구덜은 참이루 잘 뒀다니께유. 그려서 좋은 친구덜이라구 허는 겨유.”
아내의 말을 들으며 씁새는 TV 장식장 안으로 굴러 들어간 찌를 꺼내기 위해 있는 힘껏 팔을 늘이는 중이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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