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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66)_선착장 연가
2010년 08월 828

 


선착장 연가

 


박준걸  artella@lycos.co.kr / artella@nate.com

 

 


“아니유, 그전에는 맨나닥 아침에 배 타구 나가다가, 지난 달부텀 멀리루 배 타구 나가셨대유. 돌아오실라문 몇 날밤 더 지나가야 한대유. 지가 아빠 보구 싶다구 안 할 만큼 밤이 지나가문 오신대유.”

 

아침 햇살을 받으며 고만고만한 고깃배들이 선착장에 한가로이 떠있었다. 나들이 나온듯한 가족 몇 명이 건너편 방파제에서 까르르 웃음을 흘렸다. 씁새의 패거리들을 야영지로 실어 나를 낚싯배는 아직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미… 그러게 휴게소에서 밥 처먹지 말고 내처 달려오자니께 이게 뭔 지랄이여? 냅다 달려 왔으문 충분히 낚싯배 타고 형제섬이루 들어갔을 것인디! 지금쯤 감생이 댓 수는 걸어놨을 것인디 말여.”
총무놈이 입맛을 쩝쩝 다시며 투덜댔다.
“우월하게 쪼잔한 새키. 자고로 배때지가 비어버리문 고기잡이건 뭣이건 간에 다 귀찮아지는겨. 이것두 먹고 살자고 허는 짓인디, 배때지 굶어가문서 뭔 지랄을 하겄다는겨?”
씁새가 낚시점 평상에 퍼질러 앉으며 대답했다.
“우덜 낚싯배는 원제 들어온대는겨?”
호이장이 평상에 드러누우며 물었다.
“손님덜 모시고 왕등도루 들어간 지 30분 되었다니께, 돌아올라문 두어 시간 걸리겄구먼. 어차피 야영낚시허러 온 것인디 조급허니 생각허덜 말고 고요히 지달리자구. 이미 뱃삯두 송금혀서 치렀는디, 다른 배 타고 나갈 수도 없잖여?”
회원놈이 담배를 꺼내 물며 말했다.
“월레 씁새! 시방 뭐 허는겨?”
총무놈이 낚시가방을 뒤적이는 씁새를 보고 물었다.
“놀면 뭐헐껴? 조기 선착장서 눈먼 농어 새끼라두 걸어볼란다.”
씁새가 4칸 민장대를 꺼내들고 대답했다.
“든적시러운 놈. 배때지가 부르니께 손바닥이 심심헌 모냥이구먼.”
“니놈덜은 낚시 안헐껴?”
씁새가 하나둘 낚시점 평상에 드러눕기 시작하는 패거리들을 보고 물었다.
“됐다. 우덜은 모자라는 잠이나 잘라니께, 니놈이나 매운탕거리 장만혀.”
“매운탕거리나 장만허겄어? 괜히 낚싯대 들고 깨춤이나 추는 것이지.”
패거리들의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씁새가 민장대를 들고 선착장으로 내려섰다. 대충 카드채비에 막대찌를 매달고는 고깃배 사이로 던져 넣었다. 발밑 물속으로 농어 치어인 듯 보이는 손가락만한 고기떼가 오가고는 있었지만, 낚싯바늘을 물고 늘어질 만한 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괴기가 안 잡히는디유?”
 무료해진 씁새가 담배를 한 대 물고 선착장 계단참에 앉으려 할 때였다. 등 뒤에서 웬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여섯 살 정도의 여자아이가 계단 위쪽에 쪼그려 앉아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아이의 눈이 초여름의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걸 우치키 아는겨?”
씁새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울 아부지하고 여기서 낚시했으니께유. 여기는유, 밤에 낚시하문 잘 잽히는디유.”
여자 아이가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그려? 그람 밤에는 뭣이가 잘 잽히는겨?”
여자아이의 낡은 반소매 블라우스와 물 빠진 청바지를 보며 씁새가 다시 물었다.
“농어 새끼두 잽히구유, 감싱이 새끼두 잽히구유, 복어두 잽혀유. 접때는 장어두 잽혔시유.”
아이가 내친김에 계단참에 주저앉아 다리를 까불거리며 말했다.
“그려? 그라문 큰 놈두 잽히는가? 니가 말하는 건 죄다 새끼덜이잖여?”
“큰 놈두 잽힐겨유. 지는 못 봤는디, 창수가 여기서 한 뼘 되는 감싱이두 잡았대유!”
“한 뼘? 무지 큰놈일세.”
씁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려두 우리 아부지는 배 안 탈 직에는 지허구 여기서 밤에 낚시했구먼유.”
아이가 문득 먼 바다 쪽을 보며 말했다.
“아부지는 오늘두 배 타구 나가신겨?”
씁새가 낚싯대를 거두어 카드채비를 다듬으며 물었다.
“아니유, 그전에는 맨나닥 아침에 배 타구 나가다가, 지난 달부텀 멀리루 배 타구 나가셨대유. 돌아오실라문 몇 날밤 더 지나가야 한대유. 지가 아빠 보구 싶다구 안 할 만큼 밤이 지나가문 오신대유.”
아이의 눈에 슬픈 쪽빛 바다가 얼핏 지나갔다.
“그렇구먼… 그라문 엄니는 어디 가신겨? 우째 혼자 나와 있는겨?”
씁새가 카드채비를 떼어내고 외바늘로 바꾸어 던지고는 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바늘에 갯지렁이를 미끼로 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엄니는 물질 나가셨어유.”
“물질?”
“키조개 따러 가셨어유.”
“아….”
씁새가 다시 낚싯대를 거두어들이려다 그대로 멈췄다.
“아부지하고 또 밤에 낚시허구 싶은디….”
아이가 고개를 숙여 까불거리는 자신의 발을 쳐다보았다.
“그라문 니두 낚시 잘 허냐?”
“그람유. 지두 갯지렁이 잘 만져유. 친구 애덜은 갯지렁이 못 만져서 맨나닥 가짜 미끼루 하거든유? 근디 지는 아부지허구 갯지렁이루만 낚시혀서 잘 만져유. 그러구유, 여기보담은 저 짝에 가로등 있지유? 거기가 잘 잡혀유. 아부지허구 낚시허문 거기서만 했는디유?”
아이의 헝클어진 긴 머리가 바람에 날렸다. 작고 가냘픈 손가락이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빗어 넘겼다.
“낚시… 허구 싶냐?”
씁새가 계단을 올라와 아이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아니유… 아부지허구 밤에 할건디유… 아부지 오시문유….”
아이가 힘없이 대답했다.
“꼭 아부지허구 해야 허는 건 아니잖여? 그러구 꼭 밤에 해야만 허는 이유두 없잖여? 아저씨가 작은 낚싯대 하나 줄 테니께 여기서 해볼텨?”
씁새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동네 애덜이 아부지허구 밤에 여기서 낚시허문 막 샘내구 그랬거든유? 조기 낚시방 할아부지두 아부지허구 낚시허문 막 이쁘다구 허셨어유. 근디… 지금은 애덜이 밤에 낚시헐 때 안 놀아줘유… 아부지두 없구… 낚싯대두 없거든유….”
“그렇구나… 그럼 이 아저씨가 예쁜 낚싯대 하나 줄까?”
씁새가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부지는 없잖여유….”
아이가 조그맣게 한숨을 폭 쉬며 말했다.
“여서 계속 낚싯대 담그구 있을껴? 배 들어올 때 다 되었는디, 얼릉 낚싯대 걷고 준비혀.”
호이장이 낚시점 앞에서 큰 소리로 씁새를 불렀다.
“지는 이만 갈께유. 안녕히 계세유.”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있는 호이장 쪽을 힐끗 돌아보더니 일어나 마을 쪽으로 뛰어가며 말했다.
“어… 어이… 아가야! 꼬마 아가씨!”
씁새가 종종거리며 달려가는 아이의 뒤에 대고 불렀지만, 아이는 멈추지 않고 달려가더니 씁새네 패거리가 퍼질러 누운 낚시점 뒷골목으로 사라졌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처자가 뭔 물질을 헐 줄 알겄어?  엄마가 연주 낳기 전부터두 마누라 애지중지헌다고 배에 태우덜두 안 혔는디, 젊은 나이에 남편 잃고서 시어미 수발허고 자식새끼 키울라문 뭘 헐 수 있겄어. 한 달에 두어 번 집에 들르기는 허드만….”

 

“아! 연주. 그 녀석 참 안됐구먼….” 낚시점 최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연주 아빠가 통발 어선을 몰았었지… 연주 엄마는 연주 아빠하고 거의 열두 살 차이 나는 베트남 처자였고… 연주 아빠가 결혼헐 나이가 훌쩍 넘은 노총각이었거든. 좌우간 두 사람이 부부 사이가 엄청나게 각별했었어. 무남독녀 외동딸인 연주에겐 더할 나위 없는 아빠였고, 연주 아빠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디, 그 연주 엄마가 또 워낙 시어머니한티 잘 혀서 동네에 칭송이 자자혔구먼. 여름밤마다 저쪽 선착장 밑에서 연주 아빠하고 연주하고 매일 낚시질을 했었어. 연주 아빠가 연주를 또 그렇게 예뻐하고 끌어안고 살았으니께. 그러다가… 지난해에 연주 아빠가 통발 걷으러 배 타고 나갔다가 너울파도에 당했지… 시체도 못 찾았으니께.”
최 사장이 말을 마치고는 측은한 표정으로 담배를 빼어 물었다.
“그람, 연주 엄마가 전복 딴다고 물질허러 나갔다든디?”
씁새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처자가 뭔 물질을 헐 줄 알겄어? 연주 엄마가 연주 낳기 전부터두 마누라 애지중지헌다고 배에 태우덜두 안 혔는디, 젊은 나이에 남편 잃고서 시어미 수발허고 자식새끼 키울라문 뭘 헐 수 있겄어. 한 달에 두어 번 집에 들르기는 허드만….”
최 사장이 쩝쩝 입맛을 다시고는 말을 맺었다.
“최 사장, 그 낭창낭창허니 예쁜 낚싯대 한 대 줘봐. 두 칸 반 정도 되는 놈, 빨간색이면 더 좋고.”
씁새가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낚싯대? 학공치 잡을라는 겨? 학공치 전용이루 만든 낚싯대 있잖여?”
“오늘 사귄 친구놈 줄란다.”
씁새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최 사장이 껄껄거리며 진열장으로 다가섰다.
“이 쓰벌눔은 배 들어온다니께 뭔 궁상을 떠는 겨?”
호이장이 평상에 앉아 낚싯대에 채비를 달고 있는 씁새를 보고 물었다.
“뼘치급 감싱이 전용대 만든다.”
내친김에 여벌의 채비까지 만들어 놓은 씁새가 최 사장에게 낚싯대를 넘겼다.
“뭐 지놈 아빠허구 낚시허는 맛이야 날까만, 새 낚싯대 생기문 우울헌 기분도 사라질 것 아닌가?”
“암만! 안 그려두 지 아빠허구 허던 낚싯대가 낡아서 투덜거리드만 참이루 좋아허겄는디?”
최 사장이 씁새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씁새야! 배 들어왔다. 어여 짐 날러.”
총무놈이 자신의 장비들을 주섬주섬 들고 메며 말했다.
“형제섬이루 야영 들어간다고?”
낚싯배 박 선장이 일행의 짐을 받아주며 물었다.
“그려. 그 짝이루 밤낚시에 감싱이가 제법 붙는다구 허드만.”
회원놈이 부산하게 일행의 짐들을 배에 실으며 말했다.
“형제섬은 감싱이보다는 숭어가 더 많이 붙는디? 채비 단단히 혀고 미끼 확실허니 준비혀 가. 지난번처럼 미끼 떨어졌다고 야밤에 전화질 허덜 말고.”
박 선장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어이! 씁새, 니는 뭣허는겨? 얼릉 배에 오르덜 않고?”
호이장이 아직도 선착장에 우두커니 서있는 씁새를 보며 물었다.
“우째 이번참에는 니덜끼리 야영허야 쓰겄다. 나는 다른 곳에서 야영낚시를 헐 참이여.”
씁새가 결심이 선 듯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저 빌어먹을 놈은 또 뭔 짓거리를 헐라는 겨? 시간 없으니께 어여 올라타!”
총무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아까 아주 예쁜 아가씨허고 야영낚시를 허기루 약속혔거든? 그라니께 니놈덜은 냄새나는 사내자식덜끼리 갯바위서 실컷 뒹굴러.”
씁새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저 쓰벌눔이 또 사고 칠라는개비네?”
총무놈이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떠들었지만, 씁새의 뜻을 알고 있는 낚시점 최 사장은 미소만 흘릴 뿐이었다.
“최 사장. 우리 저짝 선착장 가로등 밑에서 야영낚시 한번 합시다. 삼겹살도 굽고, 나하고 데이트헐 아가씨 좋아하는 과자도 준비허고, 그 아가씨 친구놈들도 올 테니 넉넉히 준비허야겠는걸? 갯바위보다 발판도 넓고, 오늘 야영낚시는 최상이구먼!”
씁새가 얼굴 가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여부가 있겄는가? 낚시점 일찌감치 문 닫고, 밤새도록 배도라치 새끼들이나 잡아야겠구먼.”
최 사장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배도라치? 웬 배도라치여? 여기서 감싱이 새끼두 나오구 장어두 나온다드먼?”
“뭔 소리여? 가끔 전어 새끼는 나오드만… 감싱이? 장어? 거긴 배도라치 소굴인디?”
최 사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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