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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68)_낚시는 즐거워
2010년 10월 715

 

 

낚시는 즐거워

 


박준걸  artella@lycos.co.kr / artella@nate.com

 


애처러운 소리와 함께 젖혀지지 않은 베일과 탄력 받은 회전력에 의해 릴대는 장씨의 손을 떠나 파도 치는 바다 위로 고독한 비행을 시작했다.


제1화
낚싯대에는 날개가 없다네!

바다낚시에 입문한 지 얼추 3개월째 접어든 장씨, 대충 장비 마련하고 이 방파제 저 갯바위 쏘다니는 재미와 간간이 물어주는 바닷고기의 당찬 손맛에 미쳐버릴 시기였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슬슬 고가의 낚시장비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남보다 작은 고기를 잡을 때면 왠지 자신의 장비가 부실해서 큰놈들이 안 물어주든가, 그도 아니면 분명히 큰 고기가 입질을 했는데 자신의 장비가 워낙 저가품이다보니 어신을 제때 전달해주지 못해서 못 잡는 것은 아닌가 슬슬 의문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낚시 입문 3개월이면 김칫국에 떠 있는 멸치가 꽁치로 보이고, 밥상머리에 올라있는 젓가락이 막대찌로 보일 때가 아니겠는가. 적어도 1년 정도는 써금써금한 초짜용 장비로 버티면서 어느 정도 자신이 붙거든 좋은 낚싯대를 구입하라고 그리도 말렸건만, 멸치가 꽁치로 보이도록 눈이 뒤집힌 이 든적스러운 인간이 결국은 겁도 없이 감성돔 1호대를 일제 K사 제품 신형으로 들고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그 릴대에 장착된 릴 역시 K사의 역작이라는 신형이었다. 감히 우리 같은 친서민적인 낚시꾼은 쳐다보지도 못할 고가임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이 든적스러운 장씨가 그 세트로 이루어진 비까번쩍한 일제 세트를 우리들 눈앞에 바짝 들이대며 자랑을 해대는 폼이 당장이라도 <낚시춘추> 역대 최대어를 갈아치울 기세였다.
“씨바… 저 장가놈이 조만간 우리나라 역대 감성돔 최대어 타이틀을 갈아치울 챔인개벼. 낚시춘추 편집장님헌티 전화혀서 조만간 사건 터질 것이니께 우덜 뒤만 졸졸 따라댕기라구 혀. 실시간이루 최대어 기사 나갈 모냥이니께.”
부러움 반, 질투 반으로 호이장놈이 입맛을 쩝쩝 다시며 너스레를 떨었다. 당장이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의 낚싯대를 바닷물에 처넣고 감생이를 아작 내고 싶은 장씨의 바람과는 달리 주말마다 비 소식에 주의보가 떨어져 그야말로 장씨는 바람난 춘향이 기다리며 대청마루에서 가슴 졸이는 이몽룡의 심정이었다.
그러다가 그토록 기다리던 낚시를 떠나는 날, 고가의 장비가 담긴 낚시가방을 품에 안고 감격스러워 하는 장씨의 표정을 어찌 잊을 것인가. 손가락을 바들바들 떨며 갯바위에 주저앉아 릴대의 가이드를 뽑아내는 장씨의 손길은 마치 신혼 첫날밤에 신부의 잠옷을 벗기는 신랑의 그것과도 닮아 있었다.
“씨벌… 지랄!”
씁새가 그 꼴을 보고 피식 웃었다. 드디어 장씨가 릴대의 세팅을 마치고는 분연히 갯바위에서 일어섰다. 모두들 3개월 초짜 장씨가 과연 저 무지막지한 고가의 장비를 어찌 다루는지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아… 그때 씁새는 보았다.
초짜 장씨의 손에 들린 릴의 베일이 젖혀져 있지 않다는 것을! 빨리 이 멋지고 겁나게 비싼 낚싯대를 담가보고 싶다는 열망이 실수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드디어 장씨가 일제 K사의 릴대를 부드럽게 머리위로 돌렸다. 그리고 장씨가 우리를 향해 ‘나 존나 멋있지? 이거 일제 낚싯대그덩?’하는 표정으로 씩 웃는 모습이 보였다. 아아! 우리의 장씨는 1호 릴대는 원투용 낚싯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버렸거나,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장비를 자랑하려고 오버했을 것이리라. 대충 반원을 그리듯 부드럽게 돌려 던지는 것이 원칙이거늘 장씨는 무식한 돌돔대 휘두르듯 순식간에 한 바퀴를 돌려버린 것이었다.
“딱!”
애처러운 소리와 함께 젖혀지지 않은 스풀과 탄력 받은 회전력에 의해 릴대는 장씨의 손을 떠나 파도치는 바다 위로 고독한 비행을 시작했다.
“아…!”
장씨와 그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일행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하지만, 낚싯대에는 날개가 없다. 제법 날개 없이도 한껏 날아간 릴대가 하필이면 물거품이 이는 난바다 쪽에서 비행을 멈추고 떨어졌다.
“저… 아! 저… 저… 아!”
장씨가 비탄에 젖은 목소리로 갯바위를 뛰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난바다로 날아 가버린 릴대는 파도에 실려 꾸역꾸역 멀리 사라지는 중이었다.
“저 쓰벌눔의 낚싯대가 워디까지 갈라는가?”
뜬금없이 호이장놈이 물었다.
“쓰불! 저 눔의 낚싯대가 일본놈덜이 만들었대잖여? 그라문 대마도까정 떠내려 갈 테지. 지놈 고향 찾아서.”
씁새가 갯지렁이를 다시 갈아 끼우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날, 우리의 장씨는 철수하는 배가 도착할 때까지 갯바위 꼭대기에 주저앉아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흐느끼고 있었다. 이후, 장씨가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풍문이 들려왔다. 부디 그곳에서도 지팡이를 날려 보내는 실수는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팡이에도 날개는 없다!

 

 

“새벽에 붕어가 그리 잘 나왔으문 우덜을 깨워야지, 니놈 혼자 손맛 보겄다구 얌생이 짓을 한 겨? 씨불넘! 때글때글한 붕어 혼자 잡아내며 기분 좋았겄다!”


제2화
살림망에는 지느러미가 없다니께!

“언놈이 토종붕어가 무더기루 나온다구 거짓말 친겨? 블루길루 한 바구니 챙겨갈 태센디, 뭣이가 붕어가 나온다는겨?”
씁새가 또 지렁이를 물고 올라온 블루길을 좌대 바닥에 팽개치며 소리를 질렀다.
“초평지에 붕어가 쏠쏠하게 나온다구 좌대 한 번 타자구 헌 놈은 니놈이여! 똥싼놈이 더 지랄이라구 지놈이 장소 잘못 선정하구는 누구 핑계 대는겨?”
이미 낚싯대 걷어치우고 소주잔을 비우고 있던 총무놈이 대답했다.
“초저녁 황금시간두 지나구 이미 붕어 얼굴 알현허기는 텄으니께 헛된 정력 낭비허덜 말고, 이리 와서 소주잔이나 빨어! 블루길은 그만치 패대기 쳤으문 됐으니께.”
씁새가 패대기친 블루길을 발로 툭 차며 호이장놈이 말했다.
“씨이불… 초평지두 인자 좃됐내벼. 우째 블루길만 이리 지랄허구 뎀비는겨?”
회원놈이 씁새에게 소주잔을 건네며 말했다. 이미 시간은 밤 11시를 넘어서고 있건만, 붕어라고는 한 마리도 구경하지 못한 채 내내 블루길에 시달린 터였다.
“그려두 저짝 짚은 쪽, 좌대서는 간간이 붕어두 올리는 모냥이던디? 우덜이 수초 공략헌답시구 너무 얕은 곳으루 들어온 거 아녀?”
“그짝두 블루길이 틀림없을껴. 그짝은 짚으니께 블루길두 손바닥만 허니께 붕어처럼 보이는 것일 테지. 붕어가 잽히문 벌써 불 끄고 들어갔간디?”
씁새가 멀리 떨어진 좌대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혹시나 새벽에는 될란지 모르니께 난 일찍 들어가 잘란다.”
호이장이 방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호이장을 선두로 이미 블루길 성화에 지친 나머지 패들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려두… 필시 어딘가는 붕어가 잽힐 것인디… 혹시 짚은 쪽이루 릴을 던지문 붕어 얼굴 좀 보는 거 아녀?”
씁새가 홀로 좌대에 남아 저수지 중심 쪽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저수지 중앙으로 붙은 좌대들도 불을 끄고 어둠속에 검은 실루엣만 남기고 있었다.
“이대루 블루길만 타작하다 물러 간다문 씁새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암만!”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씁새가 낚시가방을 열고는 릴대를 꺼냈다. 가장 실해 보이는 지렁이를 골라 바늘에 끼운 씁새가 저수지 중앙으로 힘차게 릴을 휘둘렀다. 멋지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봉돌은 정확히 깊은 쪽 좌대에… 떨어졌다.
‘툭!’
“월레? 씨벌… 뭣이여? 남의 좌대루 떨어진 겨?”
그랬다. 방향이 잘못된 봉돌이 물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남의 좌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씨이불… 몇 년 릴대 안 던졌다구 그새 방향두 못 맞추는겨?”
씁새가 투덜거리며 릴을 감아 들이기 시작했다. 만약 그쪽 좌대에 잠들지 않고 낚시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욕을 바가지로 들었을 터였다.
“뭐여? 또 워디 걸린겨?”
약간 끌려오는 듯하더니 바늘이 어딘가에 걸린 듯 꼼짝을 하지 않았다.
“이 씨이벌! 그냥 들어가 자빠져 잘 걸… 이게 뭔 고생이여?”
이리저리 릴대의 방향을 바꾸며 씁새가 중얼거렸다. 한동안 꿈쩍하지 않던 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무엇인가 질질 끌리는 듯한 기분으로 저수지 바닥을 훑고 오는 것 같았던 것이다. 끙끙거리며 릴을 감아 들인 씁새는 한동안 그것이 무엇인지 달빛 아래서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푸드득!”
제법 실한 붕어들이 담겨있는 살림망이었다! 남의 좌대로 떨어진 씁새의 바늘이 급기야는 남의 살림망을 도적질한 꼴이었다.
“월라리요? 이건 또 뭔 달밤에 깨춤 추는 짓이여?”
실한 붕어들이 11마리나 담겨있는 살림망을 좌대로 올려놓은 씁새가 주위를 황망히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예미랄놈! 네놈은 친구두 아녀!”
호이장놈이 태우던 담배를 물로 던지며 소리쳤다.
“새벽에 붕어가 그리 잘 나왔으문 우덜을 깨워야지, 니놈 혼자 손맛 보겄다구 얌생이 짓을 한 겨? 씨불넘! 때글때글한 붕어 혼자 잡아내며 기분 좋았겄다!”
총무놈이 씁새를 흘겨보며 말했다.
“다른 좌대는 죄다 꽁 쳤다는디, 그려두 씁새씨 혼자 붕어 타작했으니께 다행이구먼. 어제 붕어덜은 죄다 짚은 곳이서 나왔다누먼.”
민박집 김 사장이 보트를 운전하며 말했다.
“저짝은 왜 저리 시끄럽대유?”
회원놈이 저수지 중앙의 좌대 쪽을 보며 물었다. 좌대 위에서는 몇 명의 낚시꾼이 이리저리 좌대를 돌며 부산을 떨고 있었다.
“어제 저녁나절에 붕어덜을 신나게 잡았대잖여? 그란디 아침에 일어나 보니께 살림망이 사라졌다는겨. 물 속으루 빠졌나 해서 이리저리 찾는 중이래잖여. 실헌 붕어루 근 20여 마리 잡았다든디… 월척두 두어 수 있었대여.”
김 사장이 혀를 끌끌 차며 대답했다.
‘쓰벌눔덜… 열한 마리가 우치키 새끼 쳤간디 스무 마리여? 월척 두어 수? 아무리 봐두 월척에는 택두 없이 모자라는구먼. 그라고, 아무리 찾아봐라. 살림망에 지느러미가 달려있지 않은 이상은 우덜 좌대 밑바닥에서 니놈덜 좌대루 헤엄쳐 가지는 못할 것이다.’
씁새가 자신의 살림망을 흐뭇하게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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