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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74)_무정천리 (상)
2011년 04월 757

씁 새

 

무정천리 (상)

 

 

 

“우째 하늘이 심상하덜 않은디… 오늘 낚시두 조지는 거 아녀?”

조수석에 앉아 연신 바깥 날씨만 살피며 총무놈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오랜만에 바다낚시 떠나는디, 설마 하씨가 초치시겄냐? 대충 조동바리 닫구 고요히 혀.”

뒷좌석에서 씁새가 불퉁맞게 말했다.

“바깥에 날씨나 한번 보구 떠들어라, 씁새야.”

“날씨가 뭣이 우쨌다는겨? 모처럼 화창허니 날씨만 좋은디? 니놈은 빤쓰를 중국제루 입어서 의심이 많은겨.”

씁새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바깥을 쳐다보고 말했다.

“빌어먹을 새뱅이 같은 놈아, 해가 떴다구 날씨가 다 좋은겨? 바다낚시 일박이일 가는 놈두 아님서. 바깥을 보란 말여. 바람이 심상허니 불어제끼니께 허는 말이지.”

총무놈 말대로 햇볕은 화창한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아직도 헐벗은 길가의 가로수가 나뭇가지를 사정없이 떨어대는 중이었다.

“원래 봄 날씨라는 게 말여, 시에미 마음처럼 하루에도 골백번 바뀌는겨. 걱정은 니놈 사타구니에 고이 접어놓고 조동바리 닥치구 고요히 혀.”

씁새가 다시 뒷좌석에 길게 누우며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대전서 떠나올 때는 괜찮드만, 아래 지방이루 갈수록 바람이 거세지는디… 이러다가 배두 안 뜨는 거 아녀?”

회원놈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리두 걱정이문 차 돌려서 다시 대전이루 돌아갈껴? 우차피 반절 이상 왔는디 계속 가야지 우쩌겄어? 그러구 거제도 들어가문 또 날씨가 우치키 변할지 알간? 날씨가 조져서 배가 안 뜨문 대충 방파제서 놀래미 새끼나 빼내문서 시간 죽이면 되는 거여.”

여전히 길게 누워 눈을 감은 채 씁새가 말했다.

“씁새 니놈두 인자 뒤질 날이 얼마 안남은 개비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호이장놈이 이죽거렸다.

“그건 뭔 개풀 뜯어먹다 토하는 소리여?”

“정신 사납고 산만하기 이를 데 없는 니놈 입에서 느긋헌 소리가 나오니께 허는 소리여.”

“염병허시고 운전이나 허셔. 인자 반백년 살았으문 시상을 달관헐 줄도 알아야 허는겨.”

“아나, 씁새. 달관시런 얘기허구 자빠졌네.”

호이장놈이 이죽거렸다.

“내가 죽기 전에 필시 호이장놈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다가 뒤질껴.”

씁새가 모자를 깊이 눌러쓰며 말했다.

“개아들놈! 잇몸병 있냐?”

호이장놈이 백미러로 뒷좌석의 씁새를 보며 말했다.

세상없이 편한 씁새와 달리 다른 녀석들의 기우대로 날씨는 험악해지는 중이었다. 통영으로 들어서며 멀리 보이는 바다가 허연 파도를 일으키며 출렁이는 것이 바람이 심상치 않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래두 조진 거 같어… 저건 가까운 바다 3미터 난바다 5미터짜린디?”

총무놈이 멀리 보이는 바다를 근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아녀. 저건 가까운 바다 5미터여!”

회원놈도 반쯤 자리에서 일어나 바다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 시방새들아. 시방 무신 쓰나미가 몰려오는겨? 니놈덜이 자꾸 날씨 가지구 초를 치니께 하(하느님)씨가 진노허시고, 용(용왕님)씨가 협조를 안허시는겨. 그라니께 늘어진 불알 좌석에 붙여놓고 진득허니 목적지까지 가자고. 아놔, 이 새뱅이 콧구녕 같은 놈덜은 우째 몇 십 년 낚시 경력이라구 자랑허문서 허는 짓거리가 고무신짝에 송사리 잡아넣는 초딩덜보다두 못혀.”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호이장 말대루 씁새가 뒤질 날이 낼모랜개비다.”

총무놈이 씁새의 머리를 모자로 후려치며 말했다.

 

 

 

“배?”

“그려유. 배.”

“배?”

“그려유. 먹는 배 말구, 몸뚱이에 붙은 뱃때지 말구, 물에 띄우는 배 말여유.”

“참말?”

“어따, 선장님두 중국산 빤쓰 입었슈? 물에 뜨는 배 달라구유. 낚시허러 갈라니께.”

느닷없이 들이닥쳐서 배부터 띄우자고 말하는 씁새 패거리를 본 장선장이 허망한 얼굴로 계속 물었다.

“시방 배 띄우자는겨?”

“그람 바다에 배를 띄우지, 세숫대야를 띄우남유?”

“흐미… 저기 선착장이루 나가서 바다를 알현혀봐. 사람마저 날려 보낼 지경이루 바람이 불어대는디 무신 배를 띄우자는 겨?”

“많이 불어유?”

씁새가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물었다.

“존나게 불어!”

“예미랄, 하씨가 협조허시는디, 용씨가 협조를 안 허는구먼.”

“우쨌든간에 배 타구 갯바우 나가는 건 조졌으니께 포기혀.”

장선장이 담배를 빼어 물며 평상에 걸터앉았다.

“그람, 우쩌라구유?”

씁새가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그람 내는 우쩌라고? 낚시 포기허고 대전이루 철수허든가, 아니면 바닷가에 왔으니께 우덜 횟집서 감생이나 까먹구 놀다 낼 올라가든가.”

장선장이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대답했다.

“그라문, 대충 뒤편이루 돌아서 바람 막을 수 있는 갯바우루 내려주시문 안될까유?”

호이장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물었다.

“어따, 호이장. 시방 배를 못 띄운대니께 말귀를 못 알아들어? 차라리 차 타구 거제도를 한바쿠 돌아. 그려서 대충 바람 덜 받는 장소에서 낚싯대 던지문 되겄구먼. 방파제는 죄다 글러 먹었으니께, 저짝 바람의 언덕 올라가는 비탈길 내려가문 외진 장소 있으니께 거서 허든가.”

“예미… 거기는 내려갈 땐 초스피든디, 비탈길 올라 올라문 피똥 싸구 초죽음 되는 장소 아녀유? 오죽허문 밧줄을 묶어놨겄슈?”

총무놈이 한숨을 폭 쉬며 말했다.

“모험이 없으문 대물두 없는겨. 목숨 내놓구 뎀벼봐.”

장선장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난감해진 패거리들이 다시 차에 올랐다. 어차피 배로 가지 못한다면 장선장 말대로 차로 거제도 한 바퀴 돌며 도보 포인트라도 공략할 셈이었다. 하지만, 한나절을 유명 도보 포인트를 돌았건만 어느 곳 하나 만만하지 않았다.

피똥 싸는 비탈길이라는 ‘바람의 언덕’ 초입의 포인트도 바람이 들이치기는 마찬가지였다. 밤낚시에서 그런대로 재미를 본 적이 있는 매물도 유람선 선착장 앞 방파제 역시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거센 바람 탓이었다. 유람선조차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며 힘들어 하고 있는 중이었다.

“호래기 잡는 사람두 없는디…”

이미 어두워져 방파제의 가로등에도 불이 들어왔건만, 주위는 바람 소리만 거셀 뿐이었다.

“호래기 잡다가 뒤질 일 있간디? 우쩔껴? 이대루 대전이루 올라갈껴? 아님, 장선장네서 하루 자고서 내일 우찌 될란지 볼껴?”

호이장이 맥없는 소리로 물었다.

“우쩌겄냐? 모처럼 마누라 품어줄랐드니 공산당이 쳐들어 왔다고, 상황이 협조를 안 허는디.”

씁새가 바람이 들이치는 차창을 닫으며 말했다.

“이 씁새는 비유를 해도 꼭 개떡같은 비유를 해요. 예미랄, 장선장 집이서 하루 자구서 낼 날씨 한번 기다려 보자고. 거제도 귀경 왔다고 생각허문 되는 것이지.”

호이장이 차를 돌리며 말했다.

 

 

 

 

“왔는가?”

장선장이 승합차에서 내리는 패거리들을 보며 키득거렸다.

“거제도가 바람이루 들이찬 느낌인디유? 개떡이나 바람 안 부는 곳이 없어유. 방 하나허구 감생이나 한 접시 까줘유. 술이나 퍼 마시구 뒤져버릴라니께.”

씁새가 신발을 벗고는 횟집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그려. 괴기 안 잽히고 날씨 드러울 직엔 쐬주에 파묻혀서 뒤지는 것이 제일이여.”

장 선장이 다시 키득거리며 주방 쪽으로 들어갔다. 횟집이라지만, 4인용 식탁 5개가 전부인 조그마한 방이었다.

장선장이 직접 잡은 고기로 회를 떴다. 요리하는 집이라 가격도 저렴했고, 무엇보다 장선장의 횟집에서 저녁을 먹으면 자신이 운영하는 민박집은 공짜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어 인기가 꽤 있는 편이었다.

“어따, 방구들 뜨듯 허니 쪼오타!”

씁새가 방바닥을 벌벌 기어 식탁으로 가며 말했다. 그리고 이미 씁새 일행보다 앞서 와있는 패거리들이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도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식탁에는 흰 종이 위에 숟가락과 젓가락만 달랑 놓여 있었다.

“먼저 오신 분덜이 계시구먼유?”

씁새가 희죽 웃으며 말했다.

“그짝두 날씨 때미 낚시 조진겨유?”

“그려유. 밤낚시 헐라구 왔는디, 배를 못 띄운다네유? 그려서 저녁이나 먹구 고스톱이나 치면서 놀라구 들어왔슈.”

비슷한 동년배로 보이는 꾼이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쪽 패들도 4명이었다. 그리고 꾼의 말대로 빙 둘러 앉은 그들의 앞에는 군용모포와 화투가 놓여 있었다.

“말씨가 보니께 대전인개벼유?”

총무놈이 물었다.

“그류. 우덜두 대전인디, 그짝두 대전인개비구먼유? 반갑구먼유.”

또 다른 꾼이 희번득 웃으며 말했다.

“같은 동넨디, 합석허시지유? 같은 취미를 가진 꾼이고, 같은 동넨디 내외허문 쓰간디유?”

대충 얼굴들을 훑어본 씁새 패거리들이 식탁을 맞붙이고는 8인상을 만들었다.

“이리 만나니께 증말 반갑구먼유. 대전 낚시꾼덜 보기 힘든디…”

호이장놈이 이쪽저쪽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눌 때였다. 상대 쪽의 한 녀석이 씁새와 눈이 마주치고는 번쩍 불빛을 뿜어냈다. 씁새 역시도 무언가 머리를 치는 느낌이었다.

-앗! 저 시방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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