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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83)_개차반낚시회 쿠데타 사건(상)
2012년 01월 808

개차반낚시회 쿠데타 사건(상)

 

“헉!”

식당 주모가 알려준 방으로 들어서던 거시기가 마른침을 삼키며 비명을 질렀다. 이미 흰 종이를 깔아 한 상 준비해 놓은 방안에는 웬 코쟁이 녀석이 힘들게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있었다.

“거시기헌디…”

거시기가 들어서던 발을 빼서 다시 홀로 나가며 중얼거렸다.

“주모! 저기가 우리 거시기 허는 데가 거시기여유?”

주방 쪽을 바라보며 거시기가 소리치자 주방 문틈으로 주모가 얼굴을 내밀며 대답했다.

“우라질! 저녁 6시버텀 모임현다구 혀서 아랫도리 닳도록 준비했드먼, 우째 조지만 한 시간 내내 쭈굴티고 앉아있고, 한 놈두 안 오는겨? 그 방이 맞어. 어여 들어가. 옘병할!”

6시 모임 약속시간은 이미 1시간 이상 지나있었다.

“그라문 거시기덜이 안적두 거시기 헌겨유?”

“그려! 우라질 놈덜이 다리몽댕이가 부러졌는지 오덜 않는구먼. 예미, 삼겹살이 죄다 상할 판이여. 다리몽댕이가 부러졌으문, 가운데 다리루다가 기어 오던가 허야지, 니놈덜 낚시모임은 한두 시간 늦는 건 아예 예사여. 썩을 종자덜.”

주모가 큼지막한 칼로 주방 도마를 탕 치며 말했다. 서슬에 놀란 거시기가 주춤주춤 방으로 다시 들어섰다. 그러자 힘든 양반다리로 앉아있던 코쟁이가 헤벌쭉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아이!”

“허…헉! 거시기…”

거시기가 엉겁결에 손을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임 조지.”

“어… 어… 거… 거시기… 이건… 또 뭔 거시기여?”

코쟁이가 내미는 손을 마주 잡으며 거시기가 소리쳤다.

“호이장. 낚시, 씹새!”

코쟁이가 인상을 북북 써가며 말했다. 대체 뭔 소린지 알 수 없는 코쟁이의 말에서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그 정도 단어였다. 대충 유추해서 해석하자면, 이 코쟁이가 호이장이나 씹새?… 씁새 등을 알고 있으며, 낚시 모임이라고 해서 여기에 왔다. 그런데 이 거지발싸개 같은 놈들이 한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질 않는다. 그래서 나는 무척 화가 난 상태다… 이런 뜻인 것 같았다.

“예미… 원제부텀 우리 거시기가 외국적이루 거시기한겨? 조지? 글로발적인 거시긴디?”

거시기가 컵에 물을 따라 마시며 중얼거렸다. 코쟁이는 한 시간 동안 혼자서 기다린 것에 대한 울분이라도 토하듯 열심히 떠들어대고 있었지만, 거시기 귀에는 그저 알아들을 수 없는 잡소리로만 들릴 뿐이었다.

 

 

“이 배라먹을 인간덜이 시방 시간이 몇 시여? 6시버텀 준비혀 달라드만, 든적시런 쌍판때기 들이미는 시간이 7시허구두 30분이여. 이눔의 식당이 개차반놈덜 합숙소여?”

식당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화가 난 주모의 욕지거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주모의 볼품없는 세숫대야 일찍부텀 봐서 뭐헐 거여? 아랫거리에 새로 생긴 포장마차의 야시런 아줌씨라면 일찍부텀 행차허시겄지만 말여.”

씁새가 킬킬거리며 맞장구치는 소리가 들렸다.

“썩을 종자. 그런다구 그 아줌씨가 한 번 준대여?”

“그라문 주모는 한 번 줘서 여기 오간디?”

이번에는 호이장의 걸쭉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라질 잡것들!”

주모가 큼지막한 칼로 도마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썩을! 뭐여? 저 몬태나 후라이 낚시꾼은 또 웬일이여?”

방으로 들어서던 씁새가 코쟁이의 얼굴을 보더니 흠칫 놀라며 말했다.

“뭐긴 뭐여? 조지두 낚시허구 싶다구 허니께 그라문 우덜 12월 모임 허는디 참석허라구 혔지.”

총무놈이 조지의 옆자리로 가서 앉으며 말했다.

“하아이, 씹새!”

조지가 배시시 웃으며 씁새에게 손을 흔들었다.

“저 빌어먹을 몬태나 후라이 낚시꾼은 대체 몇 년이나 밥 처먹은겨? 세숫대야 주름이루 따지문 내보담 아랫넘일 것인디, 우째 욕지거리를 허는겨?”

씁새가 조지에게 눈을 흘기며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그라문, 저 거시기가 인자 거시기에 거시기를 허남유? 그라문 저 거시기가 다들 거시기 했남유? 운제 거시기 했남유?”

거시기가 씁새 옆으로 딱 붙으며 물었다.

“저 조지가 우덜 개차반낚시회에 들어오겄다는겨. 이미 호이장놈허구 총무놈, 회원놈은 조지허구 아는 사이니께 네놈허구 나만 우짤 것인지 결정허문 되는겨. 예미랄.”

씁새가 손 닦은 물수건을 상 위에 집어 던지며 말했다.

“그란디… 우덜 머릿수가 여섯인디… 상은 왜 이리 많이 채린겨?”

씁새가 넓직한 상을 둘러보며 물었다.

“대전낚시 박 사장님이 그짝 낚시꾼덜 몇 명허구 같이 참석허고 싶다드만? 그려서 오시라구 혔다니께.”

호이장놈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개차반낚시회 모임인디, 우째 타인덜을 초청허는겨? 그라문 그 사람덜 음식 값은 우짜는겨?”

씁새가 총무놈을 보며 물었다.

“박 사장님이 죄다 계산허신댔으니께 우덜은 먹구 마시기만 허문 되는겨.”

총무놈 대신 회원놈이 대답했다.

“박 사장이 짜기로 말허자문 염전 수준인디… 우째 공짜루 우덜 삼겹살을 멕여준대는겨? 우째… 냄새가 폴폴 나는디?”

씁새가 실눈을 뜨며 물었다.

“우째 네놈은 남의 성의를 그리 무시허는겨? 뭐, 대충… 우덜이 대전낚시점 고객인데다가… 고정손님을 한 사람이라도 더 유치허려는 그런 속셈일지도…”

총무놈이 씁새의 눈을 슬슬 피하며 대답했다.

“그니께 말허자문, 우덜 개차반낚시회가 좀 더 인원수도 늘리고, 대외적인 인지도도 높일 겸해서 대전낚시점의 또 다른 낚시회허구 통폐합을 허자… 뭐 그런 논의를 헐라는겨.”

호이장놈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라니께… 개차반낚시회를 없애버리자 그런 뜻이여?”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고기는 운제 먹을겨? 지금 가져다 줘?”

방문이 벌컥 열리며 주모가 얼굴을 디밀며 물었다.

“지금 괴기가 문제여? 개차반낚시회가 사라진다는디?”

주모를 향해 씁새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썩을 놈의 종자. 삼겹살로 낯반대기를 후려 갈겼으문 좋겄구먼!”

주모가 씁새를 노려보고는 방문을 힘차게 닫아버렸다.

“아하하하하하하.”

이번에는 느닷없이 조지가 허리를 잡고 웃어 재꼈다.

“뭐여? 저 몬태나 후라이 낚시꾼은?”

심기가 불편해진 씁새가 조지를 노려봤다. 그러자 조지가 큰소리로 무언가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형님! 그것이 시방 거시기를 거시기허자는 그 거시긴감유?”

거시기가 씁새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려. 이 빌어 처먹을 애새끼덜이 개차반낚시회를 다른 낚시회루다 팔아 처먹을라는겨.”

씁새가 씩씩거리며 대답했다.

“솔직히 말혀서, 우덜 개차반낚시회가 워디 정식 낚시회여? 대충 우덜끼리 모여서 싸돌아 댕기는 것이지? 그러니께 이참에 제대루 낚시회를 만들어서 내년부텀 멋지게 돌아다니자는겨.”

총무놈이 식탁을 탁탁 치며 말했다. 그 와중에 시끄럽게 떠드는 조지와 그 말에 대답하느라 떠드는 호이장의 말소리까지 섞여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삼겹살 원제 처 먹을껴?”

또다시 방문이 열리고는 주모가 씰룩거리며 물었다.

“시방 삼겹살이 문제가 아니라니께! 시방 도야지 새끼 씹을 정신이 아녀.”

씁새가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라문 거시기허문, 인자 거시기허남유? 우리는 인자 거시기여유?”

“이런 쓰벌눔의 집구석! 조용히 안 혀!”

씁새가 결국에는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일순간, 방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예미, 우째 한 해가 지나가는 마당에 술 한 잔 걸치구서 지난날을 회고허자는 말이 나올 때부텀 뭣이가 요상시럽다구 혔어. 그란디, 그것이 아니고 쓰벌 잡것덜이 우덜 개차반낚시회를 깨부수겠다는겨?”

“개차반낚시회구 나발이구, 고기나 처먹음서 떠들어! 이것덜이 식당서 괴기는 안 처먹고 쌈박질덜이여.”

“저기, 그라니께 거시기허문 거시기가 우째 거시기 허는겨유?”

“씹새! 크레이지… 릴랙스, 씹새!”

“개차반낚시회가 뭣이가 대단헌겨? 맨나닥 사고나 치면서 돌아댕기는디….”

“니놈은 접때 갯바우서 연탄가스 마셨을 적에 뒤졌어야 혀!”

“이런 씨불넘이!”

순식간에 다시 난장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틈을 타 주모가 재빠른 솜씨로 삼겹살을 들여오기 시작했고, 마구 소주병을 따기 시작했다.

 

 

“어따, 역시 개차반낚시회는 떠들썩허니 보기 좋구먼유. 진즉에 이런 활기찬 낚시회허구 교류가 있었어야 허는 것인디 말여.”

식당 문이 열리며 뱃살 두둑한 남자가 그만그만한 사람들과 들어서며 말했다. 다시 식당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 저 얍삽시러운 세숫대야를 워디서 봤던가…?

씁새의 머릿속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어디선가 본 얼굴이었고, 씁새의 뇌리에는 안 좋은 얼굴로 분류되어 있었다.

“아하하. 먼저들 와 있었구먼. 자, 다들 자리에 앉읍시다. 우리 이짝 대전수천낚시회허구 이짝 개차반낚시회가 모처럼 교류를 갖는 자리니께, 즐겁게 한 잔씩들 하문서 얘기 나누도록 헙시다.”

대전낚시점 박 사장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 씁새와 문제의 뱃살 두둑한 남자와 눈이 부딪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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