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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85)_그들만의 리그(상)
2012년 03월 797

그들만의 리그(상)

 

 

“청수낚시회? 그건 뭔 얼어 뒤질 낚시회여?”
“거 있잖여? 수자원공산지 뭣인지 댕기는 장가놈. 그놈이 맹길었다는디? 그려서 우덜 개차반낚시회허구 얼음낚시루 한판 붙어보자구 허드만?”
“얼씨구? 송아지새끼 한 마리 사더만 밭 갈러 나갈라구 한다더니 아조 깨춤을 추고 난리구먼.”
“그란디… 그 청수낚시회에 창수 성님이 드갔다든디?”
“창수 성님? 비래동서 추어탕허시는 창수 성님?”
“그려… 그 냥반이 우덜 개차반낚시회에 들어오라구 간청을 혀두 귓등이루 듣더만, 장가놈 낚시회에 덜컥 들어 갔다는겨.”
“예미랄! 그 냥반이 망둥이루다가 추어탕을 끓이는겨, 뭐여? 원제는 그저 하늘을 벗 삼아, 흐르는 강물을 애인 삼아 홀로 낚시나 즐기는 외로운 조사가 되겄다구 개 씨부리는 소리를 허더만, 장가놈헌티 붙었다는겨?”
“그려. 창수 성님이 장가놈보담 우덜허구 더 많이 낚시를 댕겼으문서두 그리 헌다는건 언어도단이여!”
“장가놈 씨불탱이가 창수 성님네 추어탕을 노바닥 처먹으러 댕겼는개비다. 그러니께 그짝이루 붙었지. 그러고 한 판 붙자는 것은 뭐여?”
“그 장가놈이 우덜 개차반낚시회를 깔꼬장허니 보구 있었잖는가? 이참에 지 놈두 낚시회를 하나 조직했으니께 우덜 코를 납작허니 맹길어주겄다, 뭐 이말인개벼.”
“똥 싸구 주저앉을 놈…”
호이장의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씁새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장가놈이 청수낚시회인지 뭔지를 만들든, 때 아닌 얼음낚시 시합을 하자든 그따위는 둘째 치고, 대체 창수 성님이 뭔 심사가 뒤틀려서 장가놈 낚시회에 덜컥 들어갔는가 하는 것이다. 아닌 말로, 여태껏 성님으로 깍듯이 모시며 출조한 것이 몇 십 년이고, 장사하는 추어탕 집에서 술 말깨나 팔아준 것이 몇 십 년째인가 말이다.
워낙 낚시 실력도 출중한 인물인지라 몇몇 낚시회에서 감투 쥐어주며 들어오시라고 간청을 할 정도였으나, 어디 얽매이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대충 홀로 출조를 하든가, 큰 낚시대회에나 따라가는 정도로 홀로 돌아다니기를 즐겼던 사람인지라, 씁새와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어도 개차반낚시회에 들어오기를 간청해도 고사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사람이 자신과의 끈끈한 정을 매몰차게 떨쳐내고 원수와 다름없는 장가놈의 낚시회에 붙었다는 것은 씁새의 우정에 대한 배반과 다름없었다.
“이 양반이 세월을 정통으로 처맞더니 정신이 돈 모냥이구먼!”
한참을 씩씩거리던 씁새가 그 길로 비래동 추어탕 집으로 향했다.

“허이구, 성님네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루시는 모냥이여유? 미꾸리 대신에 망둥이 갈아서 추어탕이라구 파니께 수입이 짭짤한 개벼유?”
추어탕 집 문을 열고 들어서며 씁새가 이죽거렸다.
“오냐, 안 그려두 망둥이가 모질라서 낼 장사가 걱정이였는디, 씁새놈을 통째로 끓여서 추어탕이라고 팔아볼 참이다.”
창수씨가 툴툴거리며 들어서는 씁새를 보며 맞받아쳤다.
가게 안에는 대여섯 명의 손님이 술잔을 나누는 중이었다. 창수씨의 추어탕은 창수씨가 직접 새우망을 들고 충청도권 둠벙을 뒤져서 잡아오는 토종 미꾸라지로 끓인다는 것을 아는 손님들인지라 씁새의 농담에도 피식 웃기만 할 뿐이었다.
“뭔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행차하신겨? 듣자하니 개차반낚시회가 세계적이루 발을 넓혀간다구 허드만?”
씁새가 자리에 앉자 물 한 잔을 건네주며 말했다.
“그건 뭔 소리래유?”
“대전낚시점 박사장이 그라드만, 웬 외국 사람이 개차반낚시회에 들어갔드라고.”
필시 몬태나 후라이 낚시꾼 조지에 대한 얘기일 것이었다.
“그려유. 인자 우덜 낚시회는 글로발적이루 행동할 참여유. 이참에 방글라데시, 베트남, 태국, 거기다가 조선족까정 영입할 참이구먼유.”
씁새가 마신 물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외국 노동자덜을 죄다 영입할 모냥이구먼. 역시 씁새다운 발상이여. 그란디, 뭔 바람이 불어서 여까정 행차하신겨?”
“지가유, 참이루 성님헌티 섭헌 것이 있어서 찾아왔구먼유. 얘기가 심란시럽구 부애가 뻗치니께 대충 쐬주 줌 내놔봐유.”
“그려. 어지께 금산서 어망 들추니께 미꾸리 대신에 중태기가 잔뜩 들어있드만, 그걸루 매운탕 끓여줄티니께 쐬주나 한 잔 해보자고.”
창수씨가 주방으로 향했다.
“하이구, 씁새 동상이 우쩐 일이여?”
추어탕 집 문이 열리며 창수씨 부인이 들어오며 물었다.
“우째 가게는 파산 안 허고 잘 버티시는지 궁금혀서 염탐허러 왔슈.”
씁새가 고개를 꾸벅하며 말했다. 씁새의 말버릇이 워낙 그렇다는 것을 몇 년째 본 창수씨 부인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안 그려두 씁새 동상이 요즘은 뵈덜 않는다고 저 양반이 봉투 준비하라대유. 병풍 뒤에 누운 씁새 동상 보러 간다구.”
들고 온 보따리들을 주방으로 집어넣으며 창수씨 부인이 말했다. 시장이라도 봐온 모양이었다.
“병풍 뒤에서 향내 맡을 사람은 내가 아니라 창수 성님 같구먼유?”
“그건 뭔 소리래유?”
“몇 십 년의 우정을 씹다버린 껌처럼 뱉어버리는 사람 얘기여유.”
“누가 씁새 동상헌티 단단히 죄를 지은 모냥인갑네?”
“저 씁새가 내 얘기를 허는 모냥이구먼.”
창수씨가 주방에서 나오며 대답했다.
“왜유? 도둑놈처럼 발이 저려유?”
“청수낚시회 때문에 그라는겨?”
창수씨가 씁새의 앞에 앉으며 물었다.
“청수낚시회는 개뿔, 뭐래유? 차라리 창수낚시회라구 허시지. 청수나 창수나 한 끗발 차이지만…”
“장가가 며칠째 드나들문서 제발 들어와 달라고 사정을 안 하든가? 그려서 그러자고는 했다만, 그 낚시회에 들어가서 같이 돌아다닐 맘은 없다.”
“허지만, 성님이 어디에 이름을 올렸는가두 상당히 중요시러운 것이지유. 결국 성님이 장가놈이 팔아주는 추어탕 때문에 낼름 그짝이루 이름을 올렸다는 것 아녀유?”
“어따, 썩을 놈. 내 이름이 뭣이가 중요혀? 대충 지덜끼리 맘이 맞으면 낚시회 맹길고 출조허고 그라는 것이지. 그라문 개차반낚시회에도 내 이름을 올려. 문서로 올라가는 이름도 아니고, 우덜 낚시회에 이런 사람이 있다 허고 입방정 떠는 것이 뭣이가 중요혀?”

 

 

“양다리를 걸치시겄다, 이 말여유? 성님두 그라시는 게 아녀유. 장가놈이 성님이 낚시회에 들어가니께 대뜸 우덜헌티 낚시 시합 한 번 하자고 초청장을 디밀잖여유? 솔직히 장가놈 낚시 실력이란 게 시냇가에서 애새끼가 고무신이루 송사리 잡는 실력인거 아시잖여유? 작년에두 청산도 낚시 가서는 식전 댓바람부텀 술 처먹구 갯바우서 굴러 떨어진 사건. 그 지랄맞은 놈은 거기서 염라대왕 문안인사 드렸어야 허는 것인디.”
씁새가 먼저 내온 소줏잔을 비우며 말했다.
“그라문, 니덜 개차반낚시회는 실력이 출중헌겨? 시상에 해괴시런 사고는 다 치구 댕기구, 명예호이장이라는 씁새는 평생에 월척 한 마리 잡아본 적 없는 위인이란 거 시상이 다 아는디?”
“미꾸리나 끓이시지, 왜 엄한 내 마음은 뒤흔들어유? 그깟 월척이 뭣이가 중요허대유? 자고로 우덜 조사덜의 위대한 스승이신 강태공 어르신께서 월척 잡았다는 근거가 있간디유? 그려두 그 냥반을 위대허신 낚시계의 스승이루 모시구 있잖여유? 월척이 중요헌 게 아니라니께유!”
씁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방에서 창수씨 부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씁새 동상의 말은 참이루 청산유수여.”
“됐으니께 어여 중태기 매운탕이나 내오셔유!”
씁새가 주방에 대고 소리쳤다.
“어쨌든 간에 장가놈이 우덜허구 시합허자고 했으니께 붙어는 봐야는디, 그 짝이서 성님두 출전허실 생각이시잖유? 장가놈이 성님 낚시 실력을 알고 있는디 성님이 빠지실 수 있간디유? 그라문 우덜 개차반낚시회허구 성님허구는 영원히 척을 지는겨유.”
씁새가 빈 잔에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
“참이루 인생 고달프게 사는 인간덜이여. 내가 뭣이라고 이 난리들인지, 원.”
창수씨가 큭큭거리며 웃었다.
“하이고 성님. 계셨구먼유.”
추어탕 집 문이 열리며 사내 하나가 들어서며 창수씨에게 인사를 던졌다. 그와 동시에 씁새와 사내의 눈빛이 불을 뿜듯 부딪쳤다. 문제의 청수낚시회 장가놈이었다.
“월레? 이게 누구여? 그 유명시런 개차반낚시회 명예호이장님이신 씁새님 아니신가?”
장가가 씁새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허이구, 이게 누구여? 안적은 이름도 알리지 못한, 피도 안 마른 신생 낚시회라는 청수낚시회의 햇병아리 호이장이신 장현수씨 아니신가?”
씁새가 장가의 손을 잡으며 맞받아쳤다.
“듣자허니 자네가 우덜 개차반낚시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허드만?”
“그려. 우덜 낚시회 목표가 대전권의 웬만한 낚시회허구 시합을 혀서 독보적이며 유명시런 낚시회로 발전을 시키는 것이여.”
장가놈이 빈 잔을 가져와 자작하며 대답했다.
“원이가, 시상 이치란 것이 새싹이 순식간에 거목이루 자라나는 것이 아니여. 자네가 창수 성님을 영입혔다구 혀서 몇 십 년 내공을 쌓은 우덜 개차반낚시회허구 어깨를 나란히 허겄다는 심보 같은디, 그런 망칙스런 생각은 자네의 똥구녕 주름 사이에 살포시 숨겨두는 것이 좋을 것이여.”
씁새도 자신의 잔에 자작하며 말했다.
“잠깐, 듣자허니 자꾸 내 이름이 들먹이는 것이 상당시럽게 보기 안 좋구먼? 그라니께 이리허면 워뗘? 두 낚시회가 시합을 혀서 이기는 쪽이루 내 이름을 올리는겨. 그러고, 그 낚시회에서 출조를 헌다고 허문, 단독이루 돌아 댕기지 않고, 자주 참석헐 모양이니께.”
창수씨가 두 사람을 말리며 말했다.
“좋구먼유.”
“그려유. 그건 찬성혀유.”
씁새와 장가놈이 동시에 대답했다.
“장소는 창천지. 시방 얼음이 단단히 얼었다니께 헐만헐껴. 시간은 이번 주 토요일. 각 낚시회에서 5명씩 출전헌다. 낚싯대는 각 3대씩. 심판은 내가 보마.”
창수씨가 매운탕을 테이블에 올리며 말했다. 씁새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섯 명! 분명히 장가놈네 낚시회에는 대전낚시점에서 낚시깨나 한다는 인물들이 모여 있을 것이고, 우리 쪽은 나, 호이장, 총무놈, 회원놈 그리고 거시기하고… 도합 네 명.
한 사람이 빈다. 아니다! 있다! 조지… 조지? 그놈이 얼음낚시를? 이건 애초부터 조진 게임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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