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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86)_그들만의 리그(하)
2012년 04월 747

그들만의 리그(하)

 

 

“다섯 명? 우째 우덜이 다섯 명이여? 조지까정 포함하문 6명이지. 인원수가 되는디 뭣이가 모지란다구 조지를 집어 넣겄다는겨? 몬태나 촌놈이 얼음낚시를 알기나 허겄는가?”

씁새로부터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호이장놈이 길길이 날뛰었다.

“예미럴! 니놈은 명색이 개차반낚시회의 호이장이라는 놈이 회원덜 신상파악이나 지대루 허구 사는겨? 총무놈은 이번 시합에 있으나 마나 헌 놈이여. 그려서 그놈 빼구 조지 넣구 혀서 다섯놈인겨!”

“우째 총무놈을 뺀다는겨? 우째 총무놈이 있으나 마나 헌 놈인겨?”

“우라질 놈! 총무놈은 5년 전에 우덜허구 얼음낚시 안 갔었는가? 그때 얼음이 깨져서 사네 죽네 허던 거 기억 안 나는겨? 인자 슬슬 뒤질 때가 다가오니께 기억도 아삼삼허니 요단강 건너가는겨?”

“아… 그 애새끼 발모가지 차는 디서 얼음 깨지니께 뒤지는 중 알고 울부짖던….”

그제야 생각이 나는지 호이장놈이 무릎을 탁 쳤다.

“그려. 지나가던 꼬맹이가 우덜 생지랄을 보고서는 아자씨덜, 거기는 지 발모가지밖에 안 되는디유? 걸어 나오셔유. 안 뒤져유, 이라던 사건.”

씁새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호이장을 보며 혀를 찼다.

“그란디, 그 우습덜 않은 사건 혀고 창천지 얼음낚시가 뭔 상관이라는겨?”

“그 사건 이후로 총무놈이 얼음낚시를 우덜허고 한 번이라두 가보기나 했는가?”

“그… 그러고 보니께…”

“그려. 그놈이 그 사건 이후로 겁에 질려서 얼음이라면 질색 팔색을 하는 것이여. 컵에 담긴 얼음만 봐두 경기를 허는 놈이라 이번 시합두 포기헐 놈이라 이거여. 결국은 사지 멀쩡헌 조지놈밖에 써먹을 놈이 없는 지경이여. 예미럴!”

씁새가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조지만 문제가 아녀. 거시기놈은 얼음낚시를 해 봤간디? 그놈두 얼음낚시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놈인디….”

호이장이 한숨을 폭 쉬었다.

“씨벌… 그려서 이번 낚시시합은 조졌다는겨. 청수낚시횐지 창수낚시횐지 허는 지랄맞은 놈덜한티 조진겨! 조지라는 코쟁이가 낚시회에 들어와서 그라는가, 새해 초장버텀 조지는 일이 생기는구먼. 좌우지간 니놈은 조지헌티 얼음낚시나 잘 가르쳐 놔.”

씁새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든적시러운 놈! 겨우 그따위 사건 하나 때미 얼음낚시를 안 허겄다는겨? 그따위 사건이루 낚시 포기할라치면, 여태껏 우덜이 저질른 사건 때미 애시당초 낚싯대 분질르고 관 속이루 들어가야 헐 것이다.”

승합차 뒷좌석에서 중무장을 하고 앉아있는 총무놈을 돌아다보며 호이장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지랄 말고 앞이나 잘 보구 운전이나 혀. 니놈덜이 얼음장이 쩍쩍 갈라지는 저수지 한가운디서 목숨 내걸구 지랄헐 때 내는 둑방에서 불이나 쬘라니께.”

총무놈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라고 조지는 얼음낚시 자세히 배운겨? 헤이! 조지. 유 아이스피싱 마스터? 오케이?”

씁새가 조지를 돌아보며 물었다.

“오케이. 아이스피싱. 얼음낚시. 조지 배웠어. 얼음낚시, 조지.”

조지가 킬킬거리며 얼음낚시를 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라문… 거시기… 그 거시기는 지대루 거시기 허는 것이 거시기헌겨?”

거시기가 뚱한 눈으로 조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왓?”

“흐미. 그라니께 자네가 거시기헌티 기시기를 지대루 거시시 혔느냐고?”

“왓? 거시기? 거시기 왓?”

해괴한 언어를 들었다는 표정의 조지가 거시기를 보며 연신 어깨를 들썩거렸다.

“예미럴. 개차반낚시회가 증말루 개차반이루 돼가는 모냥이다. 거시기야. 한국말두 지대루 못 알아듣는디, 니놈 말이 해석이나 가능허겄는가?”

씁새가 혀를 끌끌찼다.

“증말루 이 사고뭉치에 초짜덜 데리구 청수낚시회 인물덜 허구 시합을 허겄다는 심산이여?”

회원놈이 조용히 물었다.

“그라문 우쩌겄어? 우덜이 실력이 되덜 않으니께 졌슈 허구 꼬랑지라두 말고 댕기라는겨? 얼음구녕 파다가 빠져 뒤지는 한이 있어두 결사항전뿐이여!”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미럴. 대체 창수 성님이 뭣이가 대단허다구 이 추운 겨울에 얼음낚시 시합을 헌다는겨? 그것두 창수 성님을 경품이루 내걸구. 아조 대단헌 시합이구먼.”

회원놈이 씁새의 등받이를 발로 차며 말했다.

“저어 산에에~ 딱따구리느으은~ 없는 구녕두 잘 파는디~ 우리집 서방놈으은~ 있는 구녕두우~ 못 파네에~ 아리 아리랑~”

느닷없이 씁새가 승합차의 창문을 열고는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씨불놈! 이번 시합 조졌다 생각허니께 열불이 터지는 모냥이구먼. 그려 이 시합은 조진겨!”

“왓?”

호이장놈이 푸념을 하자 조지가 자신을 부르는 줄 착각하고는 물었다. 승합차는 힘겹게 창천지로 오르고 있었다.

“뭐여? 저 시방새덜이 발써 구녕을 파는겨?”

창천지 제방 위로 오르자 창천지 우측 나무가 수몰된 지역의 얼음바닥에서 열심히 망치질을 해대는 녀석이 보였다.

“이 쓰벌눔덜이 지대루 반칙을 허는겨? 시합시간은 10시 아녀? 시방 9시 밖에 안 됐는디, 발써 삽질인겨?”

씁새가 승합차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소리를 질렀다.

“이 문댕이 똥구녕에서 보리알 빼내서 괴기 잡을 놈아! 신사적이루 시합하자드먼, 시방 먼저 창천지에 구녕을 뚫는겨? 먼저 구녕 뚫는 놈이 임자라 이거여? 쓰벌눔이 낚시계의 스승이시자 지존허신 강태공 어르신께서도 금지허신 반칙을 서슴없이 저지르는겨?”

씁새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지만, 거리가 떨어져 있었고 칼바람 소리 때문에 들릴 리 만무했다.

“씁새 왔는가?”

씁새 패들이 승합차에서 우르르 내리자 저만큼 주차해 있던 승합차에서 청수낚시회의 장가놈이 문을 열고 나오며 말했다.

“오냐, 이 장가놈아. 발써 구녕을 파문 우쩌자는겨? 신생낚시회라문서 워디서 이따위 든적시런 반칙버텀 배운겨?”

씁새가 장가놈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승질 드럽기는 여전허구먼.”

뒤이어 같은 패거리인 안경점 조가놈이 내리며 키들거렸다.

“어이, 안경. 자네도 같은 청수낚시회여? 아조 청수낚시회가 재미지구먼. 안경도 안 쓰는 넘이 안경원을 허듯이 낚시두 모르는 인물덜이 모여서 낚시회 조직헌겨?”

씁새가 키득거렸다.

“지랄. 우덜이 아무리 낚시를 모른다고 해도 개차반낚시회만큼이야 허겄는가? 추운디 여기서 이라덜 말고, 우덜 승합차 뒤에 불판 채려 놨으니께 그리루 가자고.”

장가놈이 씁새 일행을 둘러 보고는 앞장서며 말했다.

“어허. 따숩다. 우낙이 추우니께 불알에서 얼음장 깨지는 소리가 나는구먼. 근디, 저 구녕질 허는 양반이 청수낚시회 인물이 아니라고?”

장가네 패거리가 지펴놓은 불가에 둘러앉아 통성명이 오가고 몸이 녹기 시작하자 호이장이 물었다.

“그려. 시방 보니께 얼음장 두께가 석 달 열흘은 뚫어야 헐 것처럼 얼었다니께. 창수 성님이 창천지로 시합 장소를 정헌 것버텀 문제여. 이번 주에 그리 한파가 심할 줄이야 누가 알았겄는가? 시방 저 양반이 우덜이 도착했을 때버텀 구녕을 뚫고 있었는디, 여적지 뚫고 있다니께. 저 양반 고집두 쇠심줄인개벼.”

창천지 계곡으로 둔탁한 함마질 소리가 울려퍼졌다.

 

 

“용쓰는구먼. 그라문 우덜 시합은 우찌 되는겨? 그라고 창수 성님은 워디 간겨?”

총무놈이 눈만 빼꼼 내민 모습으로 물었다.

“워디 갔간디? 창수 성님 차는 저짝 길가에 세워 놨드만. 그 양반이 워디루 갔을 거 같은가?”

안경점 조가가 키들거리며 물었다.

“워낙이 죄지은 놈이 죗값을 받는 것이여. 창수 성님이 이 정도 얼음 두께면 구녕 뚫는 것도 문제없다고 고집 피우드만, 여적지 망치질이라니께. 저 고집을 누가 말려?”

장가놈이 한숨을 폭 쉬며 대답했다.

“그… 그라문… 저 양반이 창수 성님이여? 저 뚫리덜 않는 구녕에 삽질허는 양반이?”

씁새가 놀라 일어서며 물었다.

“얼음낚시 텄다고 초봄 되문 그때 시합을 다시 허자고 혔드니 젊은 놈덜이 약해 빠졌다문서 자기가 뚫어보겠다고 욕을 댓바가지 쏟아놓고는 얼음장이루 뛰어 들어서는 저 지경이여.”

장가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덜은 삼겹살이나 구워 먹음서 야유회나 허자고. 창천지 얼음장 위에서 깨춤 추는 양반이야 알아서 허겄지. 잘된 것 아닌가? 이 엄동설한에 볼따구 떨어질 칼바람 맞음서 구녕 뚫는 것 보담은.”

장가놈이 승합차로 가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개차반낚시회와 창수낚시회 인물들 얼굴에는 화사한 봄꽃처럼 웃음이 피어올랐다.

“예미! 오늘이야말로 우덜 개차반낚시회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줄라고 혔드만.”

총무놈이 소줏잔을 받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썩을 놈! 그 소리는 저 얼음 위에서 해라.”

호이장놈이 총무놈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여허튼, 이번 시합은 연기허는 것이여. 날 풀리거던 재시합을 갖자고.”

장가놈이 자신의 소줏잔을 들며 말했다. 동시에 모두들 소줏잔을 들고는 ‘월척’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성님! 창수 성님~~~~~~~~~~”

갑자기 씁새가 아직도 구멍 뚫기에 여념이 없는 창수씨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몇 번의 고함소리에 땀으로 젖은 창수씨가 몸을 일으키고는 고개를 돌렸다.

“성님! 힘내셔유!”

둑방 위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삼겹살 굽는 냄새가 몰려왔다. 창수씨의 발 아래에는 겨우 손가락 서너 마디 정도의 얼음이 파여 있을 뿐이었다.

“성님! 지가유, 힘쓰시는 성님을 위혀서 노래 한가닥 불러드릴 께유!”

둑방위의 씁새놈이 소줏잔을 들고 소리쳤다.

“저어~ 산에에~ 딱따구리느으은~ 없는 구녕도 잘 파느은디~ 우리집 서방놈으은~ 있는 구녕도 못 파네에~”

“씨이불 자식!”

창수씨가 뱉어놓은 말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얼음장 위에 서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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