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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88)_5월은 잔인한 달
2012년 06월 696
5월은 잔인한 달

 

 

“어따, 봄날이 왔다구 꽃이 지천일세.”
호이장놈이 낚시가방을 내려놓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개나리에, 싸리꽃에, 복사꽃까지 저수지를 뒤덮으며 저수지가 꽃밭으로 변해 있었다. 발밑으로는 민들레와 오랑캐꽃들이 만개해 발을 디디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 저수지가 그려두 제일루 관리를 잘허는 것 같어. 관리인이 바지런허니께 저수지가 한 폭의 풍경화로구먼 그랴.”
씁새가 주위를 휘 둘러보며 말했다.
“예미. 관리만 잘 허문 뭣혀? 괴기가 잽혀야지.”
총무놈이 씁새를 힐끗 보고는 뒷받침대를 박으며 말했다.
“씨불넘이, 우째 낭만이 없어? 자고로 우덜 낚시꾼덜의 최고 스승이신 강태공 어르신께서두 복사꽃 아래가 아니면 낚싯대를 드리우질 않으셨다잖여? 쓰불넘이 가슴이 너무 삭막혀.”
씁새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지랄허구 자빠졌네. 그따구 말이 워디 있간디? 워디에 강태공이 꽃나무 아래가 아니면 낚싯대를 드리우지 않았다고 써 있간?”
“중국 야사에 그렇게 써 있다니께. 안 그라문 우리의 강태공 어르신께서 쓰레기루 범벅이 되어있는 낚시터서 입어료 주고 낚싯대 드리웠간디?”
씁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물에 빠져 뒤지문 조동아리만 동동 떠다닐 놈…”
총무놈이 낚싯대를 펼치며 중얼거렸다.
“일요일이라구 애덜 데리구 꽃놀이 나왔는개비네?”
낚싯대를 다 던져놓고는 물에 손을 씻던 호이장놈이 관리실 앞을 보며 말했다.
“뭔 소리여?”
“저기, 관리실 앞에 가족덜이 놀러온 모냥이여. 행색을 보니께 낚시허러 온 모냥은 아니고… 애덜 데리구 꽃놀이 나왔는개비구먼.”

관리실 앞에 주차해 있는 승합차에서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내리고 있었다. 그 뒤로 나들이용품을 꺼내는 두 명의 남자들과 두 명의 여자들이 보였다.
“보기 좋구먼. 인자 우덜은 손주 새끼덜이나 태어나야 저리 나들이라두 다닐 것인디.”
씁새가 입맛을 쩝 다셨다.
“개가 똥을 마다허지. 니놈은 손주 새끼덜 데불구 낚시터서 죽칠 놈이여.”
총무놈이 이죽거렸다.
“이 쓰벌눔이 아침에 뭣을 잘못 처먹은겨? 왜 말끝마다 토를 달구 지랄여?”
또다시 씁새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제발 니놈덜은 조동바리나 처닫구 있어! 아조 낚시터가 떠나가도록 지랄치는 것은 낼 모레가 환갑이문서두 지치덜 않어.”
보다 못한 호이장놈이 둘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보기가 사뭇 좋은디? 애덜 데불구 야외루 나오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인디, 애덜이 나라의 보배라구 저리 애덜 챙기는 부모덜이 월매나 보기 좋은가?”
씁새가 널찍한 평지에 자리 잡는 가족들을 보며 말했다.
“낚시할 것도 아님서 뭣헐라구 물가루 애덜을 데불구 나왔는가? 차라리 놀이공원이루 데불구 가는 것이 더 좋을 것인디?”
호이장놈도 공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들루 미어터지는 놀이공원 데불구 가서 애덜 생고생 시키느니, 차라리 한적하고 꽃이 지천인 이런 저수지로 가족끼리 놀러 오는 것이 더 좋은 것이여.”
씁새가 흐뭇한 표정으로 평지에서 고기를 굽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저씨. 고기 잡아유?”
낚싯대를 드리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씁새패들 등 뒤에서 웬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그려. 여기루 놀러온겨?”
돌아보니 올망졸망한 대여섯 살의 아이들 다섯 명이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우리 가족하구유, 얘네 가족하구 놀러왔슈.”
그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애가 대답했다.
“그려? 절루 멀리 떨어져 있어. 아저씨덜이 낚싯대 휘두를 때 바늘에 코 꿰면 큰일나니께.”
씁새가 씩 웃으며 말했다.
“니덜 여기서 뭐허는겨? 아저씨덜 괴기 잡는디 방해되잖여. 저기 아빠덜헌티 가서 놀아.”
저만치서 웬 여자가 다가오며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어이구, 괜찮어유. 애덜두 놀다가 무료해지니께 괴기 잡는 거 귀경허러 왔는개빈데 냅둬유.”
씁새가 여자를 향해 말했다.
“나두 괴기 잡구 싶은디…”
갑자기 제일 작은 녀석이 울먹이는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난두… 아빠한테 낚시하자구 허문 안 돼?”
또 다른 녀석이 여자를 향해 물었다.
“그냥 놀러 온 것인디, 낚싯대가 워디 있어? 어여 아빠들헌티 돌아가.”
여자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다섯 명의 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합창하듯 울어대기 시작했다. 놀란 여자가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며 잡아끌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울기 시작하자 평지에서 고기를 구우며 소주잔을 기울이던 남자들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뭣이여? 뭔 일이여?”
울고 있는 아이들과 낚시에 한창인 씁새패들을 보며 남자들이 물었다.
“난두 낚시하구 싶어.”
“아빠 우리두 낚시하자.”
“나두 낚시할거야!”

 

 

아빠들이 나타나자 다섯 명의 아이들이 중구난방으로 소리치며 더욱 거세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월레? 왠지 우덜이 죄인이 된 기분인디?”
총무놈이 엉거주춤 일어서며 말했다.
“낚시허는 것이 이리두 아이덜 가심에 깊은 상채기를 남기는 중 인자 알었네….”
호이장놈도 앉지도 서지도 못한 상태로 낚시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며 말했다.
“이게 뭔 난리여? 우째 우덜이 낚시허는디 애덜이 우는겨?”
씁새도 어쩔 줄 모르며 말했다. 난감한 아이들의 아빠들과 엄마들이 씁새 패거리들을 향해 무슨 뜻인지 모를 표정을 지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눈빛을 마구 쏘아 보내는 중이었다.
“어허… 이것 참… 어허, 이것 참…”
이제는 씁새 패거리 누구도 낚싯대를 휘두를 엄두가 나질 않았다. 땅바닥에 드러눕다시피 하며 발버둥치는 아이까지 생겨났다.
“애덜이 낚싯대 잡기에는 안적 어린디… 그러고 관리실에 얘기허문 낚싯대두 빌려 줄 것인디….”
씁새가 아이들과 부모들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낚싯대를 들어 물로 던져 넣었다. 그러자 무슨 대형 사고나 터진 듯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저수지가 떠나가도록 더욱 크게 터져 나왔다.
“우아~ 나두 낚시! 나두 낚시!!”
“낚시할거야! 낚시할거야! 빨리 낚싯대 줘!”
다섯 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고애고래 악을 써대며 울어댔다.
“저기… 우치키… 저짝이루 가셔서 괴기래두 드시구 소주두 한 잔 허시지유? 시장하실 것인디…”
애 아빠가 다시 돌아와 씁새패들에게 또 물었다.
“괜찮어유. 우덜두 음식 싸왔으니께 우덜은 괘념치 마시구 어여 드셔유. 여기서 애덜 지대루 낚시허는지 봐드리께유.”
씁새가 입이 댓 발 나온 채로 대답했다.
“이거… 증말루 염치가 없구먼유. 애덜이 워낙이 드세서 우덜두 우치키 헐 수가 없네유. 증말 죄송시럽구먼유. 에헤헤. 낚시두 지대루 못 허시구… 에헤헤.”
애 아빠가 머리를 긁적이고는 비척비척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예미럴! 애새끼덜 데불구 놀라문 놀이공원이루 가야지 우치키 낚시터루 온겨? 낚시헐 것도 아님서.”
씁새가 칵 침을 뱉으며 말했다.
“뭔 소리여? 아까는 애덜 고생 안 시키구 호젓시러운 낚시터루 데불구 왔다구 칭찬허더만.”
총무놈이 씁새를 노려보며 말했다.
“원제 내가 그렸어? 예미럴. 낚시터가 애새끼덜 놀이터여? 애덜은 놀이공원서 놀아야 하는겨!”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까 네놈이 그랬잖여? 애덜은 나라의 보배라구.”
호이장놈이 씁새를 보며 말했다.
“보배는 예미… 아까 울구불구 발광허는 것 보니께 보배가 아니라 괴물이드먼….”
씁새가 애꿎은 민들레꽃을 잡아 뽑으며 말했다. 씁새패들의 낚시 자리에는 다섯 놈의 아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귀한 낚싯대 상하기라도 할까 싶어서 한 칸 대로 자리를 만들어 주고는 아이들의 등 뒤 언덕으로 올라와 쭈그리고 앉아있는 중이었다.
다섯 아이들은 서로 낚싯대를 잡겠다고 계속해서 싸우는 중이었고, 줄이 엉키는 바람에 풀어 주러 뛰어 내려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씨이벌… 애새끼덜 싸질러 놨으문 예절두 싸질러 줘야 할 것 아녀. 우째 애새끼덜이 악다구니가 이만저만이 아니여.”
씁새가 한숨을 폭 쉬며 말했다.
“낚시를 허다허다 못해서 인자는 애덜 등살에 낚시 포기허는 일까정 생겼구먼. 우덜은 언제쯤 지대루 낚시를 헐 수 있을 것인지… 지랄맞은 낚시인생…”
총무놈이 바지를 털고 일어서며 말했다.
“워디 가는겨?”
“오줌 누러…”
그때였다.
“빠그작!”
제일 어린 녀석이 낚싯대 휘두르는 시늉을 하다가 그대로 앞받침대에 후려치며 낚싯대를 부러트렸다.
“씨이벌! 이눔의 저수지 관리인 놈은 청소는 지대루 허는겨? 우째 낚시터가 이 지랄루 드러워? 아마두 이 시상 저수지 중에서 여기가 제일루 드러운 낚시터일 것이여. 이 지랄허구두 입어료를 받는겨? 예미 씨이벌!”
씁새가 벌떡 일어서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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