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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91)_한 여름 밤의 꿈(하)
2012년 10월 778

한 여름 밤의 꿈(하)

 

 

개차반낚시회 수난사

랜턴 껐다고 해서 그눔의 시체가 안 보이겄슈? 하늘에 뜬 달덩이는 악세사리래유? 달빛 아래, 물 가운데 둥실 떠오른 그 시체는 안 볼래두 눈이 자꾸 그리루 가드라구유.
물빛보다 더 검은 머리카락이 물결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구, 허옇게 물 밖이루 삐져나온 손은 당장이라두 ‘이리 오니라~’ 이라문서 부를 거 같드라구유.
“우… 우쩌… 우쩌…”
“예미럴… 예미럴… 허다허다 인자는 시체까정 잡아내는겨?”
우덜은 죄다 바닥에 주저앉아서 중얼거리기만 했지유.
“그란디… 저 시체… 여자같덜 않은가?”
뜬금없이 씁새놈이 얘기허드만유. 이 든적시런 놈은 겁두 없는 놈여유. 허긴, 그 지랄이니께 사고만 치겄지유. 이 씁새놈은 그 처참시러운 시체를 뚫어져라 보드만유. 참이루 기괴시런 놈이여유.
“머리카락이 실허니 긴 것이 분명 여자임에 틀림없구먼. 그러고… 손의 모양이나 팔뚝의 가늘기루 봐서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같어. 안적두 몸이 불지 않고 탄력이 있어 보이는 것이 죽은 지 월매 안 지났구먼. 아니문, 죽인 후에 물에 빠트렸거나.”
참이루 잘난 놈이여유. 이 쓰벌눔이 케이블에서 방영허는 미국 드라마를 너무 본 것 같어유. 그 왜 있잖여유? 살인사건 나문 뛰어가서 시체 감식허고, 지문 뜨고 그라는 형사덜 드라마… CSI 수사대인가 뭣인가 하는 거 말여유.
여허튼 이 씁새놈이 우덜은 미친 듯이 떨고 있는디, 혼자서 CSI수사대 놀이를 하는 중에 둑 위루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만, 랜턴 불빛들이 마구 뛰어 오드만유. 아까 밥집 아들놈이 경찰에 신고헌 것 같어유. 경찰 두 명이 허겁지겁 달려오고, 동네 사람덜까정 우르르 몰려 오드라구유.

“워찌 된 것이래유?”
경찰 한 명이 물 중간의 시체를 랜턴이루 비추면서 묻드만유. 그러자 씁새놈이 설명을 시작허는디, 가관여유.
“우덜은 개차반낚시회 사람들이구유. 여기 동천보루 낚시를 왔구먼유. 그니께 저녁 20시경에 저짝의 개차반낚시회의 호이장이 저 시체를 끌어내다가 멈췄지유. 시방의 상황으루 봐서 20세 후반경의 여자로 추정되며, 시신의 상태루 봐서 물에 빠진지 서너 시간 되었거나 살해당한 후 시신이 유기되었거나 둘 중의 하나 같구먼유. 이 동네의 지형으루 봐서는 물에 빠져 죽을 만한 위험지역이 없으니께, 일단은 살인 쪽이루 무게가 실리는구먼유.”
씁새가 거침없이 쏟아 부으니께 주위에 있던 동네 사람덜이 “우와아… 저 냥반두 경찰 쪽이서 높은 자리에 있는 모냥이여? 시체를 보구서는 대번에 알아 맞히네.” “강력사건을 많이 맡았는 모냥이지? 훌륭한 형사님인개비여?” 이라는겨유.
그러자 경찰이 놀랐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루 다시 묻드라구유?
“그… 그짝은 누구시래유?”
“지는 개차반낚시회의 명예호이장여유.”
“개… 뭣이라구유? 차반?”
“개차반낚시회유.”
“그게 뭣이래유?”
“낚시회래니께유?”
그러자 또 동네사람덜이 “개차반낚시회는 뭐여?” “형사 아니여?” “낚시회 이름이 뭣이 그따구여?” 웅성웅성대드만유.
그러고 다른 경찰이 무전이루다 경찰서루 보고하는 모냥이드만유. 또 그때부텀 가관였시유.
“동천보 상황. 낚시꾼들이 낚시 도중 시체를 건져냈음. 현재 시각… 예? 낚시꾼… 네. 개차반낚시… 예? 예.” 그 경찰이 이라구 무전을 허드만 씁새를 돌아보더니 묻드만유.
“낚시회 이름이 개차반낚시회여유?”
“그류.”
“아… 낚시회 이름이 개차반낚시회랍니다… 개.차.반. 그렇게 얘기… 네!”
경찰이 똥 씹은 얼굴루 무전기를 끄더니 씁새를 홱 돌아 보드라구유.
“개차반낚시회가 맞어유? 아자씨덜 낚시회. 최초 발견자 보고를 해야 허는디… 개차반낚시회가 뭐대유? 뭣이가 이런 이름의 낚시회가 있대유?”
경찰이 얼굴까정 벌겋게 되어서는 씩씩거리드만유. 아마두 무전이루 최초 발견자가 개차반낚시회라구 허니께 본서에서 장난치는 중 알었는개벼유.
“그라문, 개차반낚시회니께 개차반낚시회라구 허지 그라문 소차반낚시회라구 허까유? 최초 발견자루다가 개차반낚시회라구 적어주셔유.”
씁새가 똥고집은 있어서 대차게 밀어 붙이드만유. 이미 보 중간에 둥실 떠있는 시체는 뒷전이 되야부렀지유.
“야! 씁새야. 그냥 우덜 이름이나 얘기허문 됐지, 무신 개차반낚시회라구 떠드는겨?”
지가 물어보니께 이 든적시런 놈이 대답하기를
“이눔아! 이건 역사적인 순간이여. 매스컴에 우덜 낚시회 이름이 도배되는 순간이여. 잘허문 텔레비전에 나올지두 몰러. 개차반낚시회가 동천보에서 살해당한 시신을 발견하였다. 자칫 세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살인사건의 최초 단서를 우덜 낚시회가 제공한겨.”
분명히 이 씁새놈은 미친 것이 틀림없어유. 위험한 놈여유.

“좌우간 본서에서 초동수사를 오신다니께 잠시 기다려봐유.”
무전을 마친 경찰이 우덜을 향해 말을 하고는 마을 사람덜을 둑 위루 올려 보내드라구유. 그러자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동천보 다리 위루 경광등을 울리문서 경찰 승합차가 달려 오드만유. 동네 가게 앞에 주차하자마자 형사처럼 보이는 냥반덜 댓 명이 씩씩거리면서 뛰어 왔구먼유.
“현장이 어디여?”
형사 한 사람이 경찰에게 묻드만유. 그러자 경찰보다 씁새가 먼저 의기양양해서 대답했시유.
“저 짝인디유? 우덜이 저녁 20시경에 저 시체를 건져 올렸고, 그 사이에 민박집 아들이 경찰로 보고한 시각이…”
“그건 됐구유. 발견자가 개… 뭣이라구유?”

형사가 냉큼 대답하는 씁새의 말을 자르고는 묻드만유. 그 사이에 그 형사허구 다른 형사덜이 랜턴이루 물속의 시체를 살폈지유.
“개차반낚시회유. 형사님께서 본서에 수사보고서 제출하실 직에 반드시 개차반낚시회라구 필히 적어주셔야 해유.”
“증말루 낚시회 이름이 개차반여유? 그냥 발견한 사람 이름이루 허문 안되는가유?”
형사가 갑자기 씨익 웃더니 묻드라구유?
“안 되유.”
“그려유. 그라문 보고서에 써드리께유. 개차반낚시회가 동천보에서 마네킹 줏었다구유.”
“마… 마네킹?”
형사의 말에 우덜을 비롯혀서 모여 있던 동네 사람덜 모두 놀라 소리쳤구먼유.
“그려유. 마네킹. 우쨌든 저것두 유실물의 습득이니께 경찰서서 보관허다가 일정시간 동안 주인이 안 나타나면 발견자가 갖게 되는디… 시방 상태루 봐서는 주인이 나타나덜 않을 것 같구먼유. 개차반낚시회 여러분이 그냥 가지셔유.”
형사가 말허자 같이 동행했던 형사덜이 죄다 웃드만유.
“어이. 들어가서 꺼내와. 그러고 자네덜은 저게 시체로 보이나? 물속에 빠진 시체가 불빛에 저렇게 빛이 나는 것을 봤어? 피부에 상처 하나 오물 하나 묻지 않고 새하얗구만. 대체 뭘 보고 배우는 거야? 그래놓고 경찰이라고 할 수 있겠어?”
형사가 처음 도착한 경찰을 보고 마구 꾸짖기 시작허는디… 참이루 미안하드만유. 다른 형사가 물 속으루 들어가드만 문제의 시체… 아니, 마네킹을 들구 나왔지유. 증말루 마네킹이드라구유.
우째서 동천보 시골마을 냇가에 마네킹이 떠다니는지는 모르지만… 틀림없이 마네킹이었어유. 온 몸 전체가 고스란히 붙어있는 마네킹. 씁새놈 추리에서 맞는 것은 하나 있드만유. 그 마네킹이 여자라는 것. 마네킹을 들고 나온 형사가 온몸이 흠뻑 젖어서는 인상을 쓰드라구유.
“뭐여, 이거. 마네킹 때문에 출동혀서 옷이나 죄 적시구 말여.”
그러자 씁새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지유. 이럴 때는 눈치두 없는 놈이여유.
“그 마네킹에 낚시바늘허구 낚시줄이 걸려 있으니께 여기서 릴루다 당기면 옷 안 적실 수 있는디….”
“그라문 진즉에 알려주셨어야지유. 옷 다 베린 담이 그 소리하문 뭔 소용이래유?”
부아가 난 형사가 원망 서린 목소리로 말허드만유.
“그만 혀. 개차반낚시회 분들이시래잖여.”
다른 형사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 형사를 진정시켰지유.
“여허튼 여기 개차반낚시회 분들께 마네킹 드리고 돌아가자고.”
고참 형사처럼 생긴 분이 둑 위에서 아래쪽의 형사덜헌티 명령허드만 돌아서 그냥 가드리구유.
“에또… 우쨌든 신고정신은 높이 사야지유. 무신 일이래두 수상하거나 위험한 일은 경찰서루 신고허시는 것이 최선이니께유. 여허튼 우덜 출동한 사건에 대해서는 보고서를 써야 허는디… 발견 및 신고자를 어느 분이루 해드릴까유?”
최초에 우리에게 묻던 형사가 다시 물었슈.
“그니께 지가 맨 처음 낚시루다 끌어냈으니께….”
지가 막 대답하려는디, 씁새가 또 나서더만유.
“개차반낚시회유.”
씁새놈이 완강허니 대답했지유.
“개차반이루 그냥 허실래유?”
“그류. 개차반낚시회루 해주셔유.”
참이루 요상시럽드만유. 이것이 잘 된 사건인지 못 된 사건인지는 모르지만, 형사 쪽이서는 참이루 난감헐 거여유. 대체 이눔의 낚시회 이름이 이따구여… 허구 좋은 이름 놔두구 개차반낚시회에다가 고작 마네킹 사건이라니 말여유. 개차반낚시회가 공식적이루 기관에 이름을 올리는 역사적인 순간인 것은 맞구먼유. 참이루 이눔의 낚시회 때려 치우구 싶었시유.
“증말루 개차반낚시회루 허실래유?”
형사가 다시 물었구먼유.
“그려유. 개차반낚시회.”
씁새의 눈은 흔들림이 없이 굳건해 보였시유.
형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돌아가드라구유.
“씨이불넘! 그냥 우덜 이름이루 허지 뭔 개차반낚시회는 들먹이구 지랄이여?”
“경찰보고서에 쓰기두 참이루 좋겄다. 개차반낚시회.”
“니이미럴. 웬 한여름밤에 뻘짓을 허는겨? 뭣이? 살인사건? 이십 세 후반의 여자? 개뿔이나….”
형사덜이 돌아가자마자 우덜 모두가 씁새헌티 있는 욕설을 다 퍼부었지유. 그러거나 말거나 이 씁새놈이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문제의 마네킹을 부둥켜 안드라구유.
“그럼… 이제 그대도 우리 개차반낚시회의 회원이 되는 겐가?”
분명히 씁새는 미친 놈이여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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