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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96)_노변정담(하)
2013년 02월 836

씁 새(196)_노변정담(하)

 

 

“뭐여? 저 인간덜이 왜 또 여까정 몰려와서 쌈박질을 하는겨?”
낚시점 고스톱 패거리들인 부동산 최 사장 일행이 들어오다 말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씁새 패들을 보며 낚시점 박 사장에게 물었다. 그 사이 눈은 점점 더 거세지고 밖의 도로는 눈으로 뒤덮여가고 있었다.
“냅둬! 저놈덜 하는 짓거리가 노바닥 그렇지 뭐. 개차반낚시회가 낚시 안 간다고 사고 안  치란 법이 있는가?”
박 사장이 킬킬거리며 대답했다.
“예미럴 놈덜. 눈이 지랄맞게 오니께 날궂이 하는개비네.”
옷에 가득 내려앉은 눈을 털어내고는 낚시점 골방으로 들어가며 건강원 이 사장이 혀를 끌끌 찼다.
“그려서? 낚시인생 40년이 넘도록 월척 한 마리 잡덜 못한 놈이 뭔 지랄여? 니놈이 월척 잡덜 못한 것은 둘째 치고라도 우덜 낚시회가 워디서 좋은 소리 들어본 적이 있는겨? 허구헌날 사고만 치고 민폐나 끼치고 댕기지 안 혔어?”
호이장이 분에 못 이겨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지랄맞은 놈아! 그라문 우덜 거실에 걸려있는 어탁은 붕어가 아니고 피라미여? 그것도 40센티가 넘는 4짠디?”
씁새가 맞받아쳤다.
“낚시꾼 눈은 뭐 포경이여? 그것이 우째 토종붕어여? 대굴빡 튀어나오고 배때지 늘어진 떡붕어지!”
“니놈 눈이 진짜루 포경인 모냥이구먼. 정확히 토종붕어여! 내가 어탁을 잘못 떠서 떡붕어처럼 나온 것이지!”
씁새가 홱 토라지며 소리쳤다.
“기술두 좋은 놈이여. 우찌허문 토종붕어가 떡붕어루 변할 수 있는겨? 대단시런 기술을 보유허구 계시구먼!”
“오냐! 네놈 집 거실에 걸려있는 감생이두 쓸모없는 불가사리루 맹길어 주고야 말 테다.”
“그래라, 이놈아. 네놈 실력이라면 뭔들 못하겠냐?”
씁새와 호이장놈의 언성은 폭설로 변해가는 눈처럼 계속 터져 나오고 있었다.

“저 씁새놈은 안적두 월척을 못한겨?”
화투패를 돌리며 추어탕집 장 사장이 조용히 물었다.
“조동아리루 낚시허는 놈이 원제 월척을 잡을 시간이 있다든가? 저 씁새놈은 예전에 대청댐서 비니루 귀신헌티 홀리구 나서는 되는 일이 없다드먼. 재수가 옴 붙은 놈이여, 저눔이.”
부동산 최 사장이 혀를 끌끌 찼다.
“급살을 맞을 놈덜. 따땃시런 난로 옆이서 다정시런 한담은 나누지 못헐망정 싸움질을 하구 지랄여.”
추어탕집 장 사장이 돌려진 패를 쪼며 중얼거렸다.
“저 씁새놈이 이 낚시점에 처음 오던 날 생각나는가? 촐싹거리문서 감 놔라 배 놔라 떠들다가 잡지책이루 머리통 얻어맞고 도망간 놈이여. 그게 10여 년 전 일인디, 안적까지두 저 난리여. 오히려 그때보담 발전한 느낌이라니께.”
건강원 이 사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못혀!”

호이장놈이 버티며 대답했다.
“나는 인자 올해부텀은 고요시럽게 낚싯대 드리우는 것이 최고의 소원이여. 지발, 낚시다운 낚시 좀 하고 싶다 이 말이여. 그니께 내헌티 제자니 뭐니 하문서 나의 낚시인생에 초치덜 말어!”
“그려! 그건 나두 그려.”
“옳은 소리여. 내두 한가로이 고요시런 호숫가에 낚싯대 드리우고 싶은 소원이 굴뚝이여.”
총무놈과 회원놈까지 호이장놈의 말에 동조하고 나섰다.
“그라문 나더러 이놈하고 거시기놈하고, 조지놈까정 모두 건사하라 이거여?”
씁새가 재춘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라고, 이 시상에 문제점 없는 것이 워디 있는겨? 하다못해 화장실 똥물에도 파도가 치는 벱인디, 낚시 가서 이런저런 사고 좀 쳤다고 뭣이가 문제라는겨? 그딴 문제없이 나댕길라문 낚시 가덜 말고 저기 뒷골방서 고도리나 잡어.”
씁새가 다시 소리쳤다.
“뭐여? 시방 우덜을 까는겨?”
골방에서 최 사장이 머리를 내밀며 물었다.
“역시 최 사장님은 나이에 비혀서 귀가 참이루 밝어유? 귀가 밝으문 오래 사신대든디유?”
씁새가 순식간에 웃는 얼굴로 표정을 바꾸며 최 사장에게 살살거렸다.
“참이루 대단시런 놈이여. 그려 이눔아. 내는 벽에 똥칠헐 때까정 오래 살란다.”
최 사장이 골방 안으로 다시 머리를 숨겼다.
“사실적이루 얘기해 보자고. 니놈이 원제 낚시 가서 지대루 낚싯대 담가본 적이 있는겨? 죄다 사고나 쳤지. 동네 애덜이 붙잡은 붕어 사다가 낚시대회에 떡허니 내놓고 개망신을 당하덜 않는가, 둔산 낚시점 총무헌티 밴대종자라고 떠들어서 둔산이루는 발도 못 붙이게 하고, 낚시 갈 이유 만드느라 온 동네 사람덜 역병 걸려서 떼죽음 당하게 허고, 심지어는 돌아가신 우덜 아버님을 두 번씩이나 살렸다가 돌아가시게 하고, 우덜 아버님을 두 번이나 부관참시 헌 놈이여. 게다가 다방아가씨덜 데불구 고삼저수지 낚시 간 것 우덜 마누라헌티 고자질혀서 집안 파탄 날 뻔한 것도 기억나는겨? 니놈이, 그뿐이여? 남의 양어장에 처들어가서 괴기 잡다가 도망치게 허고… 한두 번이 아니잖여? 더 얘기해주랴? 그라니께 올해부텀은 니놈이 자숙허는 의미로 개차반낚시회에 회원덜이 들어오는 족족 니놈이 건사하란겨. 내는 손 놓을 테니께!”
“그려. 그건 내두 호이장허고 같은 생각이여.”
“내두 마찬가지여.”
총무놈과 회원놈이 또다시 호이장놈의 말에 동조하고 나섰다.
“개눔덜!”
말문이 막힌 씁새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그라문… 지는… 씁새 성님허구 스승과 제자여유?”
재춘이놈이 쭈뼛쭈뼛 나서며 물었다.
“왜? 뭔 불만이라두 있는겨?”
회원놈이 물었다.
“그것이… 그니께… 씁새 성님은 월척을… 한… 마리도….”
재춘이놈이 씁새를 흘깃거리며 말했다.
“니놈 스승이 조질나게 낚시는 못혀두 사고 하나는 기막히게 치는 놈이니께 잘 배워둬. 니놈두 씁새놈에게 만만치 않은 놈이여. 평생을 배를 몰아온 선장까정 토악질을 하게 만드는 엽기발랄헌 놈이니께.”
총무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총무놈의 말에 급격히 재춘이놈의 얼굴이 우울해졌다.

“대단시런 놈이여!”
골방에서 씁새패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최 사장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대한민국 낚시계에 저런 해괴시런 놈두 없을껴. 좌우간 눈물나게 재미진 놈들이라니께.”
박 사장이 골방으로 커피를 내주며 말했다.
“그라문 인자 니덜 낚시회는 오늘부로 깨지는겨?”
최 사장이 다시 골방에서 머리를 내밀며 물었다.
“개차반낚시회가 사라졌다고 허문 진심이루 기뻐할 사람덜 많을 것인디? 아마두 낚시협회서 국경일루 지정하자구 나설지두 모를 일이여.”
최 사장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그라는 최 사장님은 그 손에서 화투장 놓는 날이문 대한도박협회서 조기를 계양허자구 할 거여유. 저짝이 사거리에 새 파는 가게 있던디, 거기서 고스톱 쳐야 안 되겄슈? 우치키 낚시점서 새를 잡는대유? 고것은 상갓집서 디스코 추는 격인디?”
씁새가 킁킁거리며 대꾸하자 불끈 화가 치밀어 오른 최 사장이 맨발로 골방에서 뛰쳐나왔다.
“이 천하에 막돼먹은 씁새놈! 네놈하고 이눔의 개차반낚시회놈덜 모두 아작을 내주마!”
“어헉! 최 사장님 고정허셔유!”
“고정은 개뿔이나! 새해 초부텀 멍석말이 당해볼텨?”
“옌장, 튀어!”
씁새놈이 후다닥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밖으로 뛰어 나가며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호이장놈과 총무놈, 회원놈까지 일어서더니 황망한 표정으로 씁새의 뒤를 따라 밖으로 뛰쳐 나갔다. 수북이 쌓인 도로의 눈 위로 녀석들의 발자국만 점점이 멀어지고 있었다.
“이… 이… 그게… 우치키… 허라…고?”
느덧없는 소동에 놀라 재춘이놈만 반쯤 일어선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자네두 개차반낚시회여?”
“아… 안적… 아닌디유?”
서슬퍼런 최 사장의 물음에 재춘이놈이 울먹이듯 대답했다. 최 사장이 골방으로 다시 들어간 후에도 이 낚시점을 그냥 나가야 할지, 씁새 패거리들이 다시 돌아올지 몰라 재춘이놈의 의자는 바늘방석이었다.

그때였다.
“저기… 거시기….”
머리와 어깨에 눈을 가득 올려놓은 거시기놈이 낚시점 문을 열고 조그맣게 말했다. 순간 재춘이놈과 거시기놈의 눈이 반가움으로 마주쳤다. 재춘이놈에겐 이 좌불안석을 타파해줄 반가운 얼굴이었고, 거시기놈에겐 토악질 사건으로 친해진 반가운 얼굴이었던 것이다.
“저기, 거시기는 우찌 거시기래유?”
“?”
“글면 안적 거시기는 거시기여유?”
“?”
그라문 조금 거시기혀야겠는디?“
“?”
둘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도저히 이해 불가능인 거시기놈의 말에 뻘쭘해진 재춘이놈은 그저 눈 내리는 창밖만 바라볼 뿐이었고, 자신의 말을 이해 못하는 재춘이놈에게 실망한 거시기놈은 건성건성 낚시점 안을 훑어볼 뿐이었다.
“참이루 재미진 조합이여. 저놈덜 낚시회는 인간문화재루다 가득헌 모냥이여.”
삽시간에 적막해져 난로불만 쬐고 앉아있는 두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박 사장이 혀를 끌끌 찼다.
“저리 모이기두 힘들 것인디….”
최 사장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뿐이 아니여. 저놈덜 낚시회에 외국놈이 들어온대는겨. 조지라나 뭐라나 하는… 올 한해두 저놈덜 무지하니 사고 치고 다니겠구먼.”
박 사장이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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