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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98)_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상)
2013년 04월 88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상)

 

 

 

“갠잖유. 천천히 가유. 어차피 저수지에 갇혀서 사는 괴기덜이 워디루 도망가겄슈? 우덜이 존나게 밟아서 도착혔다구 그놈의 괴기덜이 노력이 가상혀다구 쑴펑 쑴펑 물어 주겄슈? 엑세레다 밟느라구 다리깽이만 아프지유. 천천히 가유.”
뒷자리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녀석이 또 피실피실 웃으며 말했다.
“대체 저 든적시런 면상은 또 뭐여?”
씁새가 열심히 운전 중인 호이장놈의 옆구리를 찌르며 조그맣게 물었다.
“내가 알가니? 낚시점 박 사장이 데불구 가라 혀서 데불구 온 거지.”
호이장놈도 녀석의 잔소리가 듣기 싫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이 이상하게 되느라 개차반낚시회놈들은 하나같이 이번 조행에는 다 빠져버리고 호이장놈과 씁새만 출조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미끼나 구입하려고 들렀던 대전낚시점에서 녀석을 만나게 된 것이다.
대전낚시점의 단골손님이라고 박 사장이 얘기해 줬지만, 씁새의 기억에는 저런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씁새가 낚시점에 들르지 않는 사이에 들렀던 손님일 수는 있겠지만.
녀석은 자신의 자가용이 고장을 일으켜서 황금 같은 주말을 손바닥이나 긁고 죽치게 생겼다며, 혹시나 출조 떠나는 손님이 있으면 얻어 타고 가보겠노라며 두어 시간째 대전낚시점에서 줄창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녀석은 씁새와 호이장의 출조 복장을 보고는 매우 신난 얼굴로 같이 출조하기를 앙망하였던 것이다. 더욱이 박 사장까지 가세해서 부탁하는데 안 들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녀석을 승합차 뒷좌석에 태우고 낚시터로 달려가는 동안 녀석의 해괴한 입담과 도통 영문을 알 수 없는 느긋함에 불안이 엄습하는 중이었다.

“근디 말여유. 좌우지간에 이 낚시라는 게 그려유. 개두 안 물어갈 붕어새끼나 잡겄다구 낚시 장비에 돈을 처발르구 지랄이잖여유? 그것이 중앙시장서 좌판에 붕어새끼덜허구 잉어 새끼덜 양동이에 담아 파는 아줌니덜헌티 사무는 월매나 싸게 사겄슈? 안 그류?”
녀석이 또 방정맞게 떠들어댔다.
“씨벌. 나는 개보다 못혀서 붕어 잡으러 가니께, 그짝 양반 입이나 다물어유. 그러고 그짝 양반은 뭐헌다구 개두 안 물어가는 붕어새끼 잡겄다구 대전낚시점에서 두 시간이나 방댕이에 치질 걸리도록 앉아 계셨대유? 그러고 돈 처바르구 지랄하러 낚시 가기 싫으문 중앙시장에 내려줄 테니께 거기서 아줌씨헌티 붕어새끼나 사들구 집이루 가유.”
듣다 못한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에헤이… 그짝 양반은 내 말을 곡해 들으시는구먼유. 지 말은 그것이 아니구유. 그저 일부 낚시꾼덜이 그렇다는 거지유. 때깔 끝나는 낚시복에 삐까번쩍헌 장비 챙겨들구 고작 붕어새끼나 조지러 댕기는 일부 낚시꾼덜 얘기여유.”
녀석이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개새끼!”
씁새가 녀석의 복장을 훑으며 작은 소리로 빈정거렸다.
녀석의 낚시복은 일제 K사의 신형 낚시복이었다.
“우덜 아파트에 웬 개덜을 키우는 집덜이 늘어나드먼.”
호이장이 뜬금없이 말을 꺼냈다.
“근디 말여, 우덜 집이 3층 아니여? 퇴근혀서 집이루 올라갈라치면 1층에 사는 개새끼덜 부텀 지덜 집구석에서 짖어대는겨. 그라문 2층, 3층 죄다 짖어대는디, 낭중에는 온 아파트 개덜이 전부 짖어대는겨. 우덜 아파트는 인간이 살덜 않고, 개새끼덜만 사는개벼.”
“그건 뭔 개소리여?”
씁새가 뚱한 얼굴로 호이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개소리는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는 소리여.”
호이장이 뒷좌석을 힐끗 쳐다보며 대답했다. 뒷좌석의 미친 종자에게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었다.
“우덜 집두 개를 키우는디유? 근디 이 개새끼가 우덜 딸들헌티는 지랄허구 애교를 떨구 난리를 치는디, 지헌티는 개새끼가 달구(닭)새끼 쳐다보듯 헌다니께유.”
녀석이 또 떠들었다.
“개새끼두 알아보는 벱이지, 암.”
씁새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근디… 그짝 양반덜 낚시회가 개… 뭣이라든디유? 그짝이두 개새끼덜허구 뭔 상관이 있남유?”
“저 빌어먹을 새끼를 여기서 조져버리구 개값 물어볼까?”
씁새가 호이장을 보고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씨부럴, 염병! 대전낚시점 박 사장은 우째 저런 놈을 우덜헌티 데불구 가라 그런겨? 저눔 짓거리를 아니께 우덜헌티 엿 먹으라구 붙여준 거 아녀?”
호이장놈도 못 참겠는지 이를 부드득 갈며 대답했다.
“두 양반은 뭣이가 그리 비밀시런 대화를 이어가신대유?”
“개소리루 알아들으시문 되유.”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근디… 그짝 개… 무신 낚시회 말여유. 거기 회원덜이 몇이나 되간디유? 지가유, 낚시를 상당시럽게 좋아라 허는디 여즉까정 혼자서 낚시를 댕겨서 심심시럽다 이거지유. 그려서 몇 군데 낚시회에 들어가기두 혔는디, 우찌 된 심판인지 몇 번 같이 출조허문 낭중에는 나를 왕따 시키드먼유? 우째 낚시회 사람덜이 그리 고약시럽대유? 낚시회에 입회헌다구 박수치구 환영허구서는 몇 번 지나문 지덜끼리 낚시 가구 지헌티는 연락두 없어유.”
“오죽허문 여북허겄어….”
호이장놈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저 지경이라면 낚시회 아니라 심성 고운 종교모임에서 조차 왕따 당할 것이 뻔했다.
“그려서… 그짝 개… 뭐라는 낚시회에 지가 들어갈….”
“회원이 다 차서 인자 자리가 없거든유? 그러구 그짝 양반은 외국어 좀 해유? 우덜 낚시회는 영어 못 허문 못 들어와유.”
씁새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왜유? 개… 뭐라는 낚시회에서는 외국이루두 낚시가유? 붕어하구두 영어루 얘기혀유? 우째 영어를 허야 되유?”
“우덜 낚시회는 글로발적인 낚시회라서 외국 양반덜이 상당수 있슈. 그 중에는 몬타나에서 플라이낚시루 명인 자리에까지 오른 유명시런 미국사람두 있구유. 그려서 영어 못허문 들어오덜 못혀유. 그것두 영어 존나게 잘 해야 되유. 하이, 헬로 따위만 알문 애저녁에 아웃이구먼유.”
씁새가 이죽거리듯 말하자 호이장놈이 차를 갓길로 부리나케 세우더니 허리가 꺾어지게 웃어댔다. 몬타나 플라이 명인이란 고향에서 플라이낚시 댓 번 던져본 것 외에는 없다는 조지놈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말을 뱉은 씁새놈도 멋쩍게 웃어댔다.
“오오! 그 개… 뭐라는 낚시회가 정녕 유명하고 멋있기가 이를 데 없는 낚시회구먼유.”
녀석이 얼굴 한가득 존경스런 표정을 담아 중얼거렸다.
“그라문 낭중에라두 자리가 비문 지를 꼭 회원이루 받아주셔유. 오늘부터라두 영어공부 좀 해 놓을 테니께유.”
녀석이 간곡한 얼굴로 말했다.
“옘병… 유명허구 멋있기가 이를 데 없다구?”
호이장놈이 다시 차를 운전하며 키득거렸다.
“그라문, 지가유. 오늘 낚시허는 저수지서 최고루 좋은 명당을 골라서 두 분께 드리겄슈. 이왕지사 개… 뭐라는 낚시회에 가입 1순위가 되었으니께 두 분께 잘 보여야 허겄지유? 그렇지유?”
녀석이 비실비실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녀석의 시답지 않은 이상한 신소리를 들어가며 일행이 금산의 소류지로 접어들었다. 대충해야 3천 평 정도의 아담한 평지형 저수지이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월척에 마릿수로는 인근 저수지들에게 뒤지지 않는 저수지였다. 초봄의 기운이 저수지에 가득 내려앉았고, 군데군데 삭은 수초 사이로 새 수초들의 푸른 기운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에헷! 그라문 지는 최고의 명당이루 잡아 놓고 두 분을 지다리겄습니다.”
녀석이 승합차가 서자마자 뛰어내려 저수지로 뛰어가며 말했다. 녀석의 등에는 최고급 낚시가방이 얹혀 있었다.
“개새끼! 때깔 끝나는 낚시복에 삐까번쩍헌 장비로구만!”
씁새가 이죽거렸다.

차를 과수원 앞으로 주차시키고, 장비를 챙겨들고, 밤을 지샐 장비들까지 나누어 이고 들고 저수지로 들어가느라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었다. 이 저수지 최고의 명당이라는 중상류 부근의 미루나무 밑으로 서둘러 발을 옮겼다.
씁새와 호이장놈의 생각에는 녀석이 명당자리 운운하며 뛰어갔어도 설마 그 명당자리를 알고 있겠는가 하는 느긋함이 있었다. 이 저수지는 몇몇 꾼들 외에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무명의 소류지였던 때문이다. 같이 오는 와중에 저수지의 이름을 얘기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녀석에게도 낯선 저수지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둘의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어어어… 저… 저…”
어쩐지 이상한 녀석은 상당한 고수임에 틀림없었다. 녀석은 보란 듯이 최고의 명당자리를 꿰차고 이미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황당한 것은 그 명당자리가 두 사람이 편하게 낚시할 만한 오붓한 자리였는데 녀석은 그 넓은 자리를 수십 대의 낚싯대로 모두 점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명당자리는 3칸 대 기준으로 던지면 물골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수초 군락 사이의 황금 웅덩이가 길게 포진하고 있는 최고의 포인트인 것이다. 두 사람이 편하게 낚시할 공간도 있고, 뒤쪽으로 공터가 있고 텐트까지 칠 수 있어 이 저수지를 아는 꾼들에게는 최고의 명당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자리에 녀석의 번쩍번쩍 빛나는 낚싯대가 드리워져 있었고, 수제작이 틀림없어 보이는 곱디고운 찌들이 두 녀석을 비웃듯 나풀거리고 있었다. 허접스러운 소리만 던져대던 이상한 녀석은 진정한 고수였던 것이며, 무려 두 사람의 포인트를 혼자서 독점하고 웃어대고 있었다!
“에헤헤! 지가유, 이짝이서 헐라니께 두 분덜은 그짝이서 허심 되겄구먼유. 보니께 그짝 뽀인뜨가 수초도 알쌈하니 알맞게 있고, 명당임에 틀림없구먼유.”
녀석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 개놈을 이 저수지에 수장시키고 말껴!”
씁새가 버럭 화를 내며 녀석이 있는 쪽으로 뛰어가려는 것을 호이장이 막아섰다.
“아서!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낳아놓은 애새끼여! 인자 와서 우쩌겄어.”
“존마난 새끼!”
씁새가 분이 안 풀려 씩씩댔다.
“그나저나… 예미럴. 오늘 낚시 조진 듯허다.”
호이장놈이 녀석이 지정해준 자리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빽빽이 수초가 들어차서 바늘 하나 꽂을 자리도 없는 듯 했고, 낚시자리도 옹색했다.
“차라리 상류로 올라갈까?”
호이장이 체념한 듯 물었다.
“아녀! 씨부럴! 내가 저 이상한 새끼를 아주 아작을 낼껴! 개차반낚시회의 이름을 걸고 저놈을 조질껴!”
씁새가 비장한 목소리로 이를 앙다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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