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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69)_낚시점 유감
2010년 11월 806

 

“헉!”

낚시점 문을 열고 들어서던 부동산 장씨가 흠칫하며 놀랐다.

“뒷간서 볼 일 보는 처녀귀신을 봤남유? 우째 사람 보구 놀란대유?”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떡밥봉지를 뒤지던 씁새가 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눔은 날씨 말짱헌 휴일인디 저수지서 쪼구리구 앉아 있덜 않구 낚시점 바닥에 쪼굴티고 앉아 있는겨?”

장씨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

“장 사장님은 집안에 텔레비전두 없대유? 엊저녁 뉴스시간에 뵈니께, 얄싸름시런 처자가 나와서 그러드먼유. 내일은 비가 존나리 오구, 바다 쪽이루는 먼 바다 4미터, 앞바다 3미터루다가 파도가 칠 모냥이니께 벽에 똥칠 헐때까정 오래 살 생각이면 낚시 생각은 허덜 말라구유.”

씁새가 여전히 떡밥봉지를 뒤적이며 이죽거렸다.

“씨이벌눔!”

장씨가 혀를 끌끌 차며 골방으로 향했다.

“여허튼 저 씁새놈 입 든적시러운건 천하가 다 안다니께. 말이라도 곱게 허문 밉지나 않지.”

골방에서 이미 패를 깔고 있던 안경점 오 사장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냅둬유. 가죽이 모질래서 찢어놓은 입이니께.”

씁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낚시를 못가서 씁새의 심기가 존나 불편시런개비네.”

낚시점 박 사장이 진열장 뒤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시방 날씨루 봐서는 비가 올 것 같덜 않은디? 인자 아침 9시니께 가차운 저수지라두 댕겨오면 쓰겄구먼.”

닭갈비집 최 사장이 박 사장의 말을 거들었다. 물론 저 꼴 보기 싫은 씁새놈을 쫓아내기 위한 말이기도 했다.

“그려. 가끔 보문 기상예보두 꽝 칠 때가 많드먼, 기상예보 믿구 방구석에서 굴러댕기문 낚시꾼이 아니지. 시방 날씨루 봐서는 갯바위 올라 타두 걱정 없을 것 같은디?”

장 사장이 헛기침을 큼큼거리며 거들었다.

“그러다가 지가 파도에 휩쓸려서 뒤지문 책임지실껴유? 낚시방 정문에 ‘축 씁새 사망’이라구 플래카드 걸라구 그라시는겨유? 장 사장님이나 어여 화투판에 올라 타셔유. 또 오링 나서 집문서 꺼내 오덜 마시구유.”

씁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씨바랄눔!”

장 사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화투판으로 돌아앉았다.

골방 안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박 사장님 맴이 다른 데 가 있는 모냥여유? 어디 참한 아줌씨 있는 주막이라두 하나 봐뒀남유?”

씁새가 여전히 쪼그려 앉은 자세로 뒤돌아보며 물었다.

“그건 또 뭔 뚱딴지같은 소리여?”

낚시점 박 사장이 진열장 너머로 쳐다보며 물었다.

“안 그라문 우째 이 떡밥덜이 벽돌마냥 굳었겄슈? 이리 돌뎅이처럼 굳은 떡밥이루 우찌 괴기를 잡으라는겨유? 이 돌뎅이 떡밥이루 붕어를 내리쳐서 때려 잡남유?”

“이 씨불넘이… 그 짝은 반품헐라구 모아 놓은겨. 사두 안 헐 거문 그만 쪼물닥대. 떡밥이 무신 니놈 드나드는 주막거리 아가씨 손모가진 중 아는 겨?”

박 사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씁새는 대꾸도 없이 이번에는 지렁이통을 열고 있었다.

“박 사장님! 낚시점이 잘 안 되니께 업종을 건강원이루 바꿀라는 개비네유?”

“이 씨불넘이 또 뭔 소리여?”

“이것이 지랭이여유? 뱀이지. 시상에 이리 굵은 지랭이가 워디 있대유? 이눔의 뱀지랭이를 미끼루 매달문, 붕어가 무서워서 우치키 먹간디유? 아하… 그라니께 이 뱀지랭이루 미끼를 허는 것이 아니고, 이 뱀지랭이가 붕어를 물어와라… 이 뜻이구먼유?”

“어따, 든적시런눔. 지발 그만 조잘대구 의자에 앉아있어라. 커피 한 잔 타줄라니께. 드런눔의 시키.”

박 사장이 허탈해진 표정으로 돌아섰다.

“증말루 날씨가 비올 날씨는 아니지유?”

박 사장이 타준 커피를 홀짝거리던 씁새가 밖을 내다보며 물었다.

“그렇다니께. 저리두 화창시러운디, 뭔 얼어 죽을 비가 온다는겨? 시방이라두 늦덜 안 했으니께 니덜 패거리 불러서 군산이루 댕겨와봐. 군산 쪽이루 우럭이 풍년이라드라.”

박 사장이 얼굴에 화색이 돌며 대답했다.

“그려두… 안 되겄지유? 요즘 기상청 장비가 좋아서 거의 백프로 날씨를 맞춘다든디유? 괜시리 하늘만 쳐다보구 낚시 갔다가 개고생 허겄지유? 엊저녁 얄싸름시런 기상예보 아가씨 말을 믿어야겄지유? 얼굴이 이쁘문 거짓말두 안 헐 거구먼유.”

씁새가 커피를 홀짝거리며 말했다.

“씨이불… 넘!”

박 사장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씁새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어서 오셔유.”

씁새가 의자에서 폴짝 일어서며 말했다. 낚시점 안으로 두 명의 사내가 들어서고 있었다.

“어서 오셔유. 워디 낚시 가시게유? 찾으시는 건 뭣인감유?”

박 사장이 씁새를 밀치고 손님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공주 갑사 쪽이루 밤낚시를 갈까 허는디유. 낚시채비 좀 살라구유. 그러구 이 친구는 낚싯대두 몇 대 살라는디유.”

사내가 씁새와 박 사장을 번갈아보며 대답했다. 박 사장의 얼굴이 급격하게 환해졌다. 모처럼의 손님에 기분이 들뜬 박 사장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그라문 갑사지루 가시겄구먼유? 갑사지는 워낙이 블루길 성화가 심혀서 붕어 콧빼기두 보기 힘들 것인디? 충남권이루는 대략 블루길덜이 점령혀서….”

씁새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고뇌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니놈은 어여 커피나 마저 처먹어. 모처럼 낚시 가시는 손님들께 뭔 시답잖은 소리여. 블루길 성화가 심혀두 붕어 잡는 사람덜은 잘두 잡아 오드만. 니놈처럼 사고나 치는 놈덜은 블루길두 못 잡잖여.”

박 사장이 짜증을 부리며 씁새를 밀쳤다.

“허긴 그려유. 그려서 요즘은 떡밥이루 붕어를 때려 잡는대지유?”

씁새가 의자에 풀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건 뭔 소리래유?”

또 다른 사내가 씁새를 보며 물었다.

“에또, 그것이… 요즘 낚시기법인디, 떡밥을 돌뎅이처럼 굳혀서 그걸루 붕어를 때려 잡는겨유.”

“월래? 아자씨는 농담두 잘 허시는구먼유. 뭔 떡밥이루 붕어를 때려 잡어유?”

사내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내 말이 시방 거짓말 같은개비네유? 그게 거짓말이문, 저기 문간에 싸놓은 떡밥덜이 왜 죄다 돌뎅이처럼 굳어 있겄슈? 안 그류? 그러구, 또 다른 낚시기법인디, 지랭이를 뱀 마냥 굵고 튼실헌 놈이루 쓰는 기법이 있구먼유. 붕어가 지랭이를 무는 것이 아니구, 지랭이가 워낙이 크다 보니께 아예 지랭이가 붕어를 물고 나오는 겨유. 내 말이 거짓말 같으문 저기 지랭이통을 열어봐유. 몽둥이만한 지랭이가 꿈틀대고 있을 꺼니께유. 그 지랭이 이름이 뱀지랭이여유.”

씁새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란디 이 씁새가! 뭔 손님께 되도 않는 농담이여? 자, 자… 이눔 말은 온 세상 낚시꾼덜이 믿덜 않으니께 신경 쓰덜 마시고, 에또… 밤낚시를 가시고, 낚싯대도 준비하실라문… 보자….”

 

 

박 사장이 씁새를 노려보고는 손님들 쪽으로 돌아섰다.

“오늘 비온다드먼유? 그렇쥬, 박 사장님? 내일까정 비가 계속 온다드먼, 어제 뉴스시간에 기상예보 허문서 거짓말 허덜 못 하는 예쁜 아가씨가 그러드만유. 비가 무지허니 오구, 바다에는 기상악화루다가 폭풍주의보가 떨어진대지유?”

씁새가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박 사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려유? 근디… 날씨가 저리두 화창한디 비가 오겠슈?”

손님 하나가 근심스런 표정으로 밖을 내다보며 물었다.

“시방 봐서는 구름 한 점 없구… 날씨두 따땃허니 좋기만 헌디….”

또 다른 손님 하나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일기예보가 틀리는 경우두 있잖은감유? 제 육감으루 봐서는 절대루 비가 올 날씨는 아니구먼유. 걱정 마셔유. 어트키, 떡밥하구 지렁이 같이 준비해 드리까? 어분허구 깻묵가루두 필요하실 텐데? 낚싯대는 어떤 것으루 장만을 허실지?”

박 사장이 얼굴에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박 사장님은 육감이루 일기예보 허시잖여유? 엊저녁 예쁜 아가씨는 기상청 예보와 정확헌 날씨정보를 바탕이루 예보허는 것이고… 그라구유, 얼굴이 예쁜 사람은 거짓말을 못하는 거여유.”

씁새가 슬그머니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란디, 이 씨불넘이 식전 댓바람부텀 찾아와서는 장사허는디 소금을 치는 겨? 그렇게 헐 일이 없으문, 저 앞 사거리 실내낚시터라두 찾아가! 여기서 떠들덜 말고.”

박 사장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 그라문 우리는 좀 더 날씨를 보구서… 찾아올께유.”

씁새와 박 사장의 얼굴을 살피던 손님들이 비척비척 낚시점을 빠져 나가며 말했다.

“그 사거리 실내낚시터가 문을 닫았드먼유. 시커먼 골방 지하실에서 우치키 낚시허는 맛이 나겄슈? 그저 어두컴컴헌 골방에서는 화투패나 쪼이는 것이 최고지유.”

씁새가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뭣이여? 우리 들으라는 소리여?”

골방 문이 열리며 최 사장이 큰소리로 물었다.

“그렇게 들렸어유? 지는 그냥 어두운 골방 얘긴디?”

씁새가 낚시점 문을 열고 나서며 말했다.

“어따, 저 씨불넘은 전생에 뭔 웬수가 졌다구 가끔 쳐들어와서는 남의 심사를 벅벅 긁어놓는겨?”

박 사장이 씩씩거리며 씁새가 빠져나간 문을 노려보았다.

“우째… 씁새가 오늘은 더 표독스러운디? 뭔 심사가 뒤틀렸길래 저러는가? 날씨가 나빠진다구 낚시를 못가서 저러는가?”

장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니미럴, 장사를 헐라문 제대루 허야지. 초짜 손님이라구 굳어버린 떡밥에 지랭이냐구 몽둥이 같은 지랭이에 낚시바늘보담 작은 지랭이나 팔문서 잘되길 바라는 겨? 씀씀이가 좋아야 손님덜이라두 소개해줄 것인디 말여.”

지난주, 친구들과 첫 출조했다가 박 사장의 가게에서 산 미끼로 낭패를 보았다며 씩씩거리던 옆집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씁새가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증말루 일기예보가 맞기는 허는겨? 얼굴이 이쁘문 거짓말두 안 헌다는디… 그것두 거짓말 아녀?”

하늘은 비올 생각이 없이 화창하게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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