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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새(170)_그 섬에 가고 싶다(上)
2010년 12월 876

 

 

“암만 생각혀두 이번 낚시두 예전처럼 조질껴!”

호이장놈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건 또 뭔 재수 없는 소리여?”

옆자리에 앉은 총무놈이 물었다.

“저 앞에 앉은 씁새놈 세숫대야를 봐라. 저것이 엊그제까지 낚시 간다고 길길이 날뛰던 놈 세숫대야여? 워디서 개 터지듯이 줘터지고 도망쳐온 패장의 꼬락서니지.”

호이장놈이 버스의 두 번째 좌석에 앉아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는 씁새를 보며 말했다.

“허긴… 저 쓰벌눔이 뭔 사단이 났길래 풀이 죽어서 저 지랄이여? 새벽밥 처먹은 게 탈이 났는가? 그려두 우덜끼리 가는 것도 아니고, 낚시회에 묻어서 가는 것이니께 씁새놈이 또 사고를 치겄는가?”

총무놈이 씁새 쪽을 건너다보며 대답했다.

“원제 씁새놈이 사고치문서 이것저것 따지문서 쳤어? 저 지랄루 풀죽어 있다가두 냅다 사고 치는 것이 씁샌디?”

호이장이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하긴 그렇다만… 우째 씁새놈 조짐이 영 수상시러운디…”

총무놈이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 씁새 쪽으로 다가갔다. 오랜만에 개차반낚시회 회원끼리의 출조가 아닌 대전의 모 낚시회에서 단체로 떠나는 바다낚시였다. 이른 새벽에 떠난 낚시 버스 안에는 30여 명의 낚시꾼이 잠에 취해있었고, 유독 씁새만 풀죽은 얼굴로 새벽도로에 분분히 흩날리는 낙엽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정신없이 떠들고 드잡이 놓던 예전 씁새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버스에 올라타서도 자신들의 패거리와 뭉치지 않고 저 혼자 뚝 떨어져서 빈자리에 앉아있었던 것이다.

 

 

 

 

“뭐여? 똥 마려운 겨?”

총무놈이 씁새의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똥 마려우면 기사님헌티 잠시 세워달라고 허까?”

“나… 변비여.”

씁새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씨벌눔… 그라면, 속이 부대끼는 겨? 토헐 봉다리 가져다 주까?”

“니놈 낚시복 주머니두 넓어.”

또다시 씁새가 이죽거리듯 중얼거렸다.

“옘병할 놈…”

총무놈이 씁새의 뒷통수를 툭 치며 말했다.

“그라면 뭣 때미 얼굴이 둘째 마누라 도망간 기둥서방 꼴이여? 도로에 날리는 낙엽을 보니께 환갑 바라보는 나이에두 맴이 싱숭생숭허는가?”

총무놈이 씁새의 얼굴을 찬찬히 살핀 후 다시 물었다.

“총무놈아…”

씁새가 여전히 창밖으로 어두운 새벽도로를 바라보며 나직이 물었다.

“남해 쪽 어딘가에 우덜이 모르는 섬이 있다는디… 그거 아는가?”

“그건 또 뭔 소리여? 워디 무인도를 얘기하는 겨? 남해 쪽이야 섬이 하두 많다 보니께 이름없는 무인도나 작은 바위섬들도 있겄지.”

“그 섬 이름이 좃도래는 겨.”

“뭐여? 좃도는 뭐여?”

“그 섬에 괴기덜이 사는데… 그 괴기덜이 참이루 희한시럽게 생겼대는 겨. 그 괴기덜 이름을 아는가?”

여전히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나직한 소리로 씁새가 물었다.

“좃도라는 섬이 워디 있간디?”

“있어! 그 섬에 사는 괴기덜두 있대는 겨!”

“니미럴… 그 좃도라는 섬에 뭔 괴기가 산대는 겨?”

“오르가자미!”

씁새가 조용하게 대답했다.

“씨불놈!”

총무놈이 나직이 이를 갈았다.

“그러고, 우리나라의 복어 비슷허니 생긴 괴기두 있다누먼.”

“뭐여?”

“박어!”

“이런 씨불넘.”

“그려서 좃도 모르면 낚시질을 허덜 말라고 허는 말이 나온 겨.”

“니놈이 아무래두 새벽에 처먹은 오뎅 국물이 잘못된 겨!”

총무놈이 씁새의 머리통을 쥐어박고는 일어섰다.

“우뗘? 왜 인상이 진상이 됐다는 겨?”

자리로 돌아온 총무놈을 보고 호이장놈이 물었다.

“미쳤내벼.”

총무놈이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건 뭔 소리여? 미쳤다니?”

“뭔 소린지 몰러두 남해에 좃도라는 섬이 있다는 겨.”

“좃…도…”

“그려… 씨불. 거기 뭔 가자미가 살고, 박어가 산대는 겨.”

“진짜루 미쳤는개비네.”

호이장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누가 뭘 어쨌다는 겨? 왜 잠두 못 자게 시끄럽게 지랄여?”

뒷좌석에서 한창 곯아떨어져 있던 회원놈이 몸을 뒤척이며 물었다.

“씁새놈이 맛이 간 것 같어. 씨불놈이 엊저녁까지두 역발산 기개세루다 떠들어대드만, 몇 시간 새에 완전 곤죽처럼 쉬어 터져 버렸는디?”

총무놈이 근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가을 아닌가? 길바닥에 굴러 댕기는 낙엽을 보니께 지놈두 맴이 울적시러운개비지.”

회원놈이 입맛을 쩍 다시며 대답했다.

“니미럴 놈아! 우덜이 무신 사춘기 초딩들이냐? 낙엽은 무신… 대머리 훌떡 까져서는 낼모레 환갑 바라보는 나이에 뭔 센티멘탈리즘을 찾는 겨?”

“그게 아니문 냅둬. 워낙이 승질이 지랄맞아서 냄비에 죽 끓듯 허는 씁새놈 아니냐? 저러다가 햇볕 나문 원제 그랬냐는 듯이 생난리 부루스 칠 놈이니께. 한두 해 겪어봤간디?”

회원놈이 후다닥 떠들어 대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면 좋겄다만… 우째 조짐이 요상시러워… 꼭 한강다리에 발 한 짝 올려놓은 놈처럼 위태시럽단 말여…”

호이장놈이 눈을 가늘게 뜨며 씁새 쪽을 쳐다보았다.

“웃기덜 말아라. 씁새놈은 한강다리에서 밀어 떨어뜨려두 뒤지지 않고 기어 올라올 모진 놈이여. 니놈덜이 그리두 씁새가 요상시러워 보인다면, 내가 알아볼란다.”

회원놈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섰다.

 

 

 

“우째 시상에 무서운 것 없다는 씁새놈 얼굴이 오늘은 씨방새가 되어버렸는가?”

씁새의 자리 쪽으로 건너온 회원놈이 씁새의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자네는 좃도를 아는가?”

여전히 씁새는 창밖을 바라보며 침울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좃도고 지랄이고 니놈 얼굴이 뭔 곤죽이 되었는가 이 말이여. 천하의 개차반낚시회 명예호이장님이시라는 씁새님께서 말이여.”

“그 섬에 괴기가 사는디…”

“씨벌. 고기는 좃도에만 사는 게 아녀. 물에는 늘상 괴기가 사는 겨. 대체 뭔 일로 그리 수심이 깊은 겨?”

순간, 창밖을 내다보던 씁새의 눈빛이 동그랗게 빛났다.

“가을이라고 시절이 하수상헌 겨? 아니문, 삼거리 위스키빠에 미스킴이 변심을 한 겨?”

회원놈이 씁새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물었다.

“니놈은 저 어스름헌 새벽을 바라보며 별 감흥이 안 드는 겨?”

씁새가 다시 물었다.

“뭔 감흥? 이따가 아침에 저 낙엽을 쓸어 치울라면 미화원 아자씨덜 고생이 상당히 심허시겄다는 감흥 말여?”

“니미럴놈. 시상은 니놈처럼 단세포적이루 돌아가는 게 아니여.”

씁새가 이죽거렸다.

“그려서? 낚시장비 바리바리 싸들고 모처럼 바다낚시 가자는디, 뭔 별시런 감흥과 의미가 부여되어야만 쓴다는 겨?”

회원놈이 되물었다.

어느새 호이장놈과 총무놈까지 씁새의 뒷좌석 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오늘 문득… 차가운 새벽에 이 버스를 올라서면서 그런 생각이 든 겨.”

씁새가 나직이 운을 떼었다.

“심오시런 철학적 논의가 튀어 나오는 겨?”

총무놈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 조동바리 좀 닥쳐. 시방 시상 근심을 모두 떠안으신 채로 부처님처럼 해탈헐 경지에 오르시는 씁새님 말씀이시니께.”

호이장놈이 같이 키득이며 말했다.

“니놈덜은 그려서 단세포적이라는 겨. 촘만놈들이 그저 물만 보문 낚싯대 담글 생각뿐이잖여?”

씁새가 드디어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고는 호이장을 바라보고 소리쳤다.

“그려서 니놈은 좃도에 오르가자미가 산대미? 이 씨불놈은 별 시답잖은 소리만 지껄이고서는 단세포는 뭔 개풀 뜯는 소리여?”

호이장이 지지 않고 쏘아 붙였다.

“조동바리 좀 닥치라니께. 우째 심란헌 씁새놈 맴두 헤알리지 않구 지랄들인 겨. 어여 이야기혀봐. 버스에 올랐는디, 우쨋다는 겨?”

총무놈이 좌중을 진정시키고는 씁새를 재촉했다.

“문득… 떠나고 싶어졌다 이 말이여.”

다시 눈길을 창밖으로 돌린 씁새가 조용히 말했다.

“시방 그려서 바다낚시 떠나잖여?”

“그런 것 말고, 우덜이 가보덜 않은 곳, 누구도 가보덜 않은 곳.”

씁새가 힘없이 대답했다.

“월레? 우덜이 몇 십 년 낚시 헌다고 쏘다녔는디, 안적두 안 가본 곳이 대한민국에 있간디? 그게 워디여?”

회원놈이 다그치자 씁새가 자그마한 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좃…도…”

순간 일행의 눈빛이 흔들렷다.

-씨벌! 씁새가 미쳤다. 오늘 낚시도 조질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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