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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새(171)_그 섬에 가고 싶다(下)
2011년 01월 561

 

 

 

“에또, 여기 계시는 선장님께서 오늘 우리를 고요시럽게 갯바우로 날라주시고, 평화시럽게 철수시켜주실 동원호 박선장이시구먼유.”

낚시회 총무가 인원 파악이 끝나자 선착장 둔덕으로 올라서서 선장을 소개했다. 새벽 기운에 스러져가는 바스라기 어둠이 선착장에 남아있었고, 낚시꾼들은 저마다의 채비를 점검하느라 총무의 말은 귓전으로 스쳐갈 뿐이었지만 총무의 너스레는 끊이지 않고 있었다.

“우덜이 낚시헐 자리는 감생이 소굴이라는 코끼리바우허구, 감생이 집단 군락지라고 소문이 자자헌 납작바우…”

“그란디… 시방 문제가 생겼는디…”

낚시회 총무의 말을 끊으며 박선장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선상님덜이 너무 늦응께 발써 세 팀이서 코끼리바우루 드갔부렀구먼.”

갑자기 싸한 적막이 흘렀다. 낚시회 총무와 선장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채비 점검에 여념이 없던 20여 명의 낚시꾼들도 분주하던 손길을 일시에 멈췄다.

“월래? 그건 뭔, 감생이 바늘에 범고래가 입질허는 소리래유? 우덜이 다섯 시경이문 도착헌다구 자리맡아 달라구 그리 신신당부혔는디… 그람, 납작바우는 괜찮지유?”

총무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것두 시방… 안양패들이 몰려와서 이미 선점해부렀구먼. 그려서 나가 몇 번이구 주의를 줬덜 안혔는가? 다섯 시면 늦으니께 네 시경에 도착허야 쓴다고. 네 시두 늦은 시간인디 말여…”

박선장이 애꿎은 밧줄을 툭툭 차며 말했다.

“그람… 우덜은 워디루 가야 헌다는겨유?”

보다 못한 호이장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성난 낚시꾼들의 탄식과 불만이 선착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잠시만 고요히 혀봐유. 이리저리 얘기허니께 정신이 혼미스럽잖여유.”

낚시회 총무가 좌중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우치키 됐거나 거제도 바닥이 죄다 뽀인뜨 아닌감유? 적어두 우덜 낚시헐 자리는 있덜 않겄슈? 그러지유, 선장님?”

“그거이… 웬만시런 자리덜은 주중 대목이라 이미 동나부렀고… 헐 자리는 조선소 건너편 쪽이루 몇 군데 갯바우는 있을 거이구먼.”

박선장이 헛기침을 두어 번 뱉어내고는 대답했다.

“예미… 그짝 갯바우는 30초에 한 번씩 유람선이 드나드는 바람에 감생이덜 기피지역인디, 거서 허란 말여? 유람선 파도 때미 찌두 안 보이는디, 바닥 놀래미 새끼나 건지란 얘기여?”

성난 낚시꾼 하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이… 호이장아… 이거 요상시럽잖냐?”

낚시회 총무와 박선장의 얘기를 경청하던 회원놈이 호이장놈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뭣이가 요상시럽대는겨? 감생이 대목에 다섯 시에 출조허는 놈덜이 요상시러운 것이지. 아예 갯바우서 날밤 까문서 명당자리 지켜야 허는 것이 감생이철 진리가 아닌가 말여.”

호이장놈이 쩝쩝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든적시런 놈! 저짝을 보란 말여. 시방 판국이 이정도 됐으문 아예 낚싯바늘에 낚시회 총무놈 매달아서 감생이 미끼로 던져 버리겠다고 지랄 지랄헐 씁새놈이 바지 자크에 고추털 끼인 놈 마냥 죽상을 허구 있잖여. 얼씨구… 이젠 되도 않는 폼까지 잡는디?”

소란스러운 좌중을 떠나 방파제 끝에 서서 부옇게 밝아오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담배를 빼어 무는 씁새를 손가락질하며 회원놈이 말했다.

“거참, 수상시런 놈일세. 저놈이 뭔가 사고 한번 칠 기센디… 저리 조용헌거 보문… 개과천선헌 거 아녀?”

총무놈도 근심스러운 얼굴로 씁새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람, 워디루 가자는 겨? 헐 자리두 없는디?”

“기왕에 출조헌 것인디, 갯바우에 올라타 봐야 쓰는 거 아녀?”

“예미… 갯바우가 뭔 술집 작부여? 대충 아무거나 올라타게?”

“내미럴! 니놈은 뭣인디 내 말에 초치는겨?”

“아놔… 씨벌… 니놈이 해보자는겨? 출조비루 오만원씩 걷었으문 우치키든 낚싯대 던질 구녕은 맨들어 줘야 허는 거 아녀?”

“이런 어린 새퀴가! 워디서 구녕 타령이여? 대구리에 피두 안 마른 것이 구녕이 뭔지나 아는겨?”

“이런 개늠 아들놈이! 워디서 구녕 강의질이여?”

서서히 들끓던 낚시꾼들의 원성이 급기야는 같은 꾼들끼리의 패악질로 발전하고 있었다.

“어허! 이봐유. 인자 고요히 허시구 지 말 좀 들어봐유.”

보다 못한 낚시회 총무가 발을 구르며 말했다.

“보긴 뭘 보잔겨? 모처럼 낚시를 개차반이루 만들구서! 그라문 총무가 근사헌 뽀인뜨 맹길어 줄라는 겨? 발써 해가 중천이루 뜰라는디, 이눔의 선착장서 죽치다 가자는 겨?”

거친 낚시로 잔뼈가 굵은 듯한 반백의 낚시꾼이 낚시회 총무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그려! 예미… 워디서 뭣 같은 낚시회 하나 맹길어서 출조비나 챙겨먹자는 얄팍헌 사기질 허는 거 아녀?”

또 다른 낚시꾼이 동조하며 나섰다.

“지미럴! 발써 아침 여섯 시여. 물돌이 끝나고 이미 만조가 되부렀는디, 총무가 우치키 책임질 껴?”

여기저기서 모든 화살이 낚시회 총무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곤혹스러운 얼굴로 낚시꾼들을 훑어가던 낚시회 총무의 눈길이 선착장 끝에서 무심히 서있는 씁새에게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씁새의 멍한 듯 무념스러운 눈이 쨍하고 빛났다.

“어이, 거기 총무님. 그러구 박선장님. 내가 듣기에 이 근처에 겁나게 멋진 뽀인뜨가 있다는디 말여유. 그란디 거기는 아무두 모르는 명당 자리라든디…”

피우던 담배를 툭툭 털어서는 조끼 옆에 달린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은 씁새가 거들먹거리며 다가와 말했다.

“그건 뭔 소리대유? 명당자리 뽀인뜨… 시상에 낚시꾼덜이 모르는 거제도 명당 뽀인뜨가 워디 있대유? 거기가 워디래유?”

낚시회 총무가 씁새를 보며 말했다. 일순간 시끄럽던 낚시꾼들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모두의 눈길이 씁새에게로 집중됐다.

“좆도!”

 

 

씁새가 이죽거리듯이 조용히 말했다.

“아… 씨벌… 저 든적시런 놈이 시작했다.”

호이장놈이 제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탄식을 쏟아냈다.

“예미… 우째 씁새가 조용시럽다 했다. 니미… 워디서 주워들은 좆도여…”

회원놈도 모자를 벗어 땅바닥을 툭툭 털고는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곳에 가면, 오르가자미허구 박어가 지천이루 잽힌다구 허드만유.”

“좆도? 그건 뭔 자빠져 자다가 제수씨 넓적다리 긁는 소리여? 시상에 좆도가 워디 있대는 겨?”

“아자씨, 시방 이 판국에 농담이 나와유? 워디서 좆도타령을 허는 겨유? 안 그려두 출조 계획 틀어져서 정신없는디.”

박선장과 낚시회 총무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씁새를 바라보다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증말여! 좆도가 있대유. 그려서 옛말에 좆도 모르문 낚시를 허지 말라구 허덜 안 했는가유?”

낚시꾼 모두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씁새를 쳐다보았지만, 정작 씁새의 얼굴은 의외로 진지해 보였다.

“거참… 짜증나는 순간에 헛소리 그만 헙시다. 당신 농담 듣자구 비싼 돈 내고 여기까지 온거 아니니께.”

반백의 낚시꾼이 카악 침을 뱉으며 말했다.

“이봐유, 성님! 보아 하니께 손가락이루 청개비 끊어낸 햇수가 얼추 수십 년 돼 보이는디 좆도두 몰러유?”

씁새가 여전히 천진스러운 표정으로 반백의 낚시꾼을 보며 물었다.

“예미… 좆도 아닌 게… 됐시다! 여보슈, 총무. 이왕 출조고 뭐고 판 깨졌으니께, 우덜 출조비 중에 뱃삯으로 받은 3만원은 돌려주쇼. 2만원은 왕복 출조비로 제허시구… 이왕 이리 된 거 조선소 건너편이라도 들어가야지 어쩌겠나. 오늘 낚시 좆됐다. 얘들아, 가자.”

반백의 낚시꾼이 우두머리였던 듯, 입맛을 다시며 돌아서는 그의 뒤를 따라 십오륙 명의 낚시꾼들이 우르르 박선장의 배로 몰려갔다. 덩달아 나머지 낚시꾼들도 주섬주섬 채비를 들고는 박선장의 배로 오르기 시작했다.

“좆도? 아놔… 진짜 오늘 낚시 좆됐구만.”

툴툴거리며 선착장을 빠져나가는 동원호 뱃전에서 반백의 낚시꾼이 씁새를 보며 끌끌 혀를 찼다.

“그게 증말루 있대니까유! 지가유, 벽에다가 똥이루 전위예술 허시면서 오래 사셨던 낚시꾼헌티 들었는디… 좆도가 증말루 있대유!”

떠나가는 동원호를 바라보며 씁새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우라질 놈!”

이제 텅 비어버린 선착장에서 호이장놈이 씁새를 보며 이죽거렸다.

“니미럴 새퀴… 증말루 미친 거 아녀? 에혀… 어쩌겄냐? 우덜두 가까운 방파제서 낚싯대에 물이나 처바르다가 돌아가자.”

회원놈과 총무놈이 낚시가방을 둘러메며 말했다.

“어이! 미친 씁새야. 어여 가자. 좆도 아닌 소리 그만하고.”

호이장놈이 선착장을 빠져 나가며 소리쳤다. 저만치 빠져나가는 패거리들을 본 씁새의 천진스러운 눈빛이 일순간에 바뀐 것도 그때였다. 그리고 이제는 둘만 남은 선착장에서 낚시회 총무가 씁새에게 바짝 다가왔다.

“증말루 성님 다시 봤구먼유. 이미 새벽 3시에 거제도 뽀인뜨가 꽉 찼다구 박선장이 갑자기 연락혀서 우덜 낚시꾼들헌티 몰매 맞아 뒤지는 중 알았구먼유. 우치키 성님은 그런 기발시런 생각을 허셨대유? 역시 씁새 성님 잔머리는 시상 최고라니께유. 봤지유? 그 용운동 왈패 낚시꾼이 성님의 좆도 얘기 때미 허탈허게 돌아서는 거? 성님 아니었으문 시방 나는 그 패거리덜헌티 수장 당했을 껴유.”

낚시회 총무가 씁새의 두 손을 부여잡고는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내가 누구여? 씁새여. 세치 혀루 감생이두 끌어낼 기세라니께. 그려두 우리 개차반낚시회 패거리까정 속이느라구 뒷골이 뻣뻣허구먼. 약속 잊덜 말어. 소란 안 나게 해주문 감생이 낚싯대 한 세트 선물한다는 거.”

씁새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여부가 있겄슈? 릴대허고 릴까정 2.5호줄 매서 고이 선물허겄구먼유.”

어느새 콧노래를 부르며 선착장을 빠져나가는 씁새를 보며 낚시회 총무가 입이 찢어지도록 웃으며 말했다. 화답하듯 한 쪽 손을 번쩍 들어 보이는 씁새의 뒷모습에 햇살이 내려앉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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