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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173)_들불
2011년 03월 789

 

 

“옘병! 괴기가 잽히긴 뭣이가 잽힌다는겨? 이 엄동설한에 붕어새끼덜이 열쳤다구 입질을 허간? 그놈덜두 주둥이가 죄다 얼어 붙었을껴.”

낚시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씁새가 소리쳤다.

“어따, 쓰벌눔. 진득허니 앉아서 고요히 낚시 줌 혀라. 이 추위에 입질 한번 받으면 그것이 4짜리여. 잔챙이는 입질 안 혀두 고요히 지달리면 대물이 입질을 헐 것이다.”

호이장놈이 인상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예미럴 4짜. 지랭이는 꼬돌꼬돌허니 얼어버리고, 떡밥은 아스팔트보담 더 딱딱허니 얼어붙을 판인디, 뭣이가 입질이구, 대물이여?”

씁새가 지지 않고 소리쳤다.

“니놈이 그따우로 진득허덜 못 혀서 안적두 4짜는 커녕 월척 한 마리 못 잡은겨. 시상 사람덜이 다 아는 천하의 씁새가 낚시인생 40년이 넘어서면서두 월척 한 마리 못 잡았다는 것을 알아봐라. 예미럴 잔챙이 조사놈아!”

총무놈이 미끼를 갈아 끼우며 말했다. 넓은 수로 위로 칼날 같은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시방새가! 내가 원제 월척을 못 잡았다는겨? 재작년에 고북지서 잡은 건 월척이 아니구 뭣이란겨?”

씁새가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얼씨구, 아주 박수무당이 깨춤 추는 소리를 허구 있네. 이 씁새야! 그건 월척으루 치덜 않는 떡붕어 아녀? 그것두 좋다구 어탁 떠서는 거실에 붙여 놓았드만.”

총무놈이 이죽거리며 대답했다.

“니놈은 가죽이 모질라서 눈을 찢어놓은 게 틀림없어. 그게 우치키 떡붕어란겨?”

“등판때기가 아주 그냥 백두산처럼 치솟은 전형적인 떡붕어드만, 그놈 마빡에 ‘내는 떡붕어구먼유’ 이라구 써 있더만, 우길 걸 우겨야지.”

“씨바랄 놈…”

씁새가 중얼거리며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떡붕어란 사실을 믿지 못하겠으면, 아예 어탁을 낚시춘추로 보내. 그려서 감정을 받으면 되잖여?”

호이장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낚시춘추가 진품명품이여? 뭔 골동품이라구 감정까지 허구 난리여? 그러구 솔직시럽게 얘기혀서, 호이장, 네놈이 이 수로가 한겨울 낚시에는 찐땡이 명당이라는 소리 낚시춘추 보구 알아낸 거 아녀?”

씁새가 곱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오돌거리며 물었다.

“그것이 뭣이가 잘못 됐다는겨? 한겨울 수로낚시 특집 보구서 알아낸 것인디?”

호이장이 뭔 소리를 하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라문, 니놈두 낚시춘추헌티 당헌겨.”

씁새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그건 먼 소리여? 낚시춘추헌티 당허다니?”

“낚시춘추 편집장님 이름이 뭣이여? 허만갑 편집장님 아닌가? 그 이름의 뜻을 아는겨?”

“이건 뭔 박수무당이 깨춤 추는 소리여?”

회원놈이 몸을 부르르 떨고는 물었다.

“허풍이 한두 갑두 아니구, 만 갑이다 이 뜻이여. 그라니께 호이장, 니놈이 낚시춘추 편집장님헌티 당헌겨!”

씁새가 몸을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

“씨바랄놈… 낚시춘추에 글 쓴다는 놈이 편집장 이름이루 지랄허구 잘 논다. 니놈은 애시당초 낚시춘추에 글을 쓰문 안되는겨. 품위 떨어지게시리…”

총무놈이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겁나게 추워서 못 허겄다. 불이라두 피워서 오그라든 불알이나 펴야 쓰겄다.”

회원놈이 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나 수로 뚝방으로 올라가며 말했다.

“갈대숲이 만지면 바스라질 정도로 말랐으니께 조심혀서 피워. 갈대숲이루 불이 번지면 좃되는겨.”

뚝방으로 오르는 회원놈을 보며 총무놈이 소리쳤다.

 

 

“겁나게 따듯허다. 씁새야, 니놈두 월척 때려치우고 올라와서 얼어붙은 불알이나 녹여라.”

뚝방 위, 공터에 모닥불을 피워놓은 회원놈이 씁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지랄 말어. 내 기필코 월척 잡아서 떡붕어라고 오해받는 어탁을 갈아치우구 말겨!”

씁새가 비장한 어조로 대답했다.

“존나게 따듯허니 노랫가락이 나올라 허는디? 갑자기 돌아가신 유씨 성님이 생각나는구먼. 에헤이여~ 자진방아루 돌려라히~”

회원놈이 느닷없이 노랫가락을 뽑아냈다.

“이라니께 개차반낚시회에는 낚시 꼴통들만 모였다구 소문이 난겨. 남사스러워서 같이 낚시를 다닐 수가 없다니께.”

호이장놈이 입맛을 쩍 다시며 중얼거렸다. 차가운 물 위에 떠있는 찌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칼바람만 벌판을 휩쓸고 있을 뿐이었다.

“얼레? 돼지 멱따는 소리가 안 들리는디?”

씁새가 회원놈의 노랫소리가 잠잠해지자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얼씨구? 불알이 따땃허니께 한잠 주무시는구먼?”

뚝방 위에서 열심히 노래를 불러대던 회원놈이 어느새 쪼그려 앉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중이었다.

“저 지랄허다가 불구덩이루 엎어지는 거 아녀?”

총무놈이 부스스 일어서며 말했다.

“어이! 회원놈아! 불구덩이서 깨춤 추덜 말고 정신 챙겨. 불 앞에서 졸고 있다가는 인생 조지는겨.”

씁새가 냉큼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씁새의 고함 소리가 화근이었다. 씁새의 고함 소리에 놀라 번뜩 정신이 든 회원놈이 비틀거리다가 앞에 타고 있는 불을 피하느라 몸을 옆으로 돌리며 쓰러졌고, 그대로 뚝방, 언덕을 굴러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원놈이 쓰러지며 발에 걸린 모닥불이 흩어지더니 순식간에 옆의 갈대숲으로 옮겨 붙었다.

“엇다, 씨벌. 엇다 씨벌.”

언덕을 맹렬히 굴러 내려오는 회원놈과 후드득 타오르는 갈대숲을 번갈아 보며 세 놈이 발만 동동 굴러댔다.

 

“뭐혀! 불부터 꺼.”

호이장놈이 씁새와 총무놈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뚝방 언덕을 굴러 내려오는 회원놈을 지나쳐 언덕으로 세 놈이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걸 우치키 끈다는겨?“

순식간에 번져나가는 불을 보며 총무놈이 소리를 질렀다.

“벗어!”

호이장놈이 자신의 낚시복 상의를 벗더니 휩쓸려가는 불의 앞쪽에 덮어씌웠다.

“옷이루 불을 쳐서 끌라문 더 번지니께 앞쪽 번지는 불에다가 옷을 씌우구 눌러서 끄는겨. 얼릉 끄덜 않고 뭐 허는겨. 지랄맞은 놈들아.”

“예미랄. 비싼 옷인디.”

씁새가 울상이 되어 옷을 벗으며 말했다.

“풍덩!”

어느새 언덕을 다 굴러 내려간 회원놈이 수로물로 빠지며 시원한 소리를 내질렀다.

“야, 이 새키들아! 사람 살려라.”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회원놈이 소리를 질렀다.

“거기 빠져서는 안 뒤지니께, 얼릉 기어 나와서 니놈이 싸지른 불이나 꺼. 든적시런 놈아!”

씁새가 온통 그을음과 재로 범벅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나 뒤진다고, 이 빌어먹을 놈들아!”

여전이 회원놈이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소리쳤다.

“저기는 어린애 발모가지 깊이뿐이 안되니께 뒤지지는 않을 것이여. 지놈이 기어 나오라 허고 얼릉 불이나 꺼.”

호이장놈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다행히 불길이 잡혀가기 시작했고, 꽤 넓은 길이의 갈대숲이 검게 변한 채 연기를 피우고 있었다.

“잔불이 남을지 모르니께 수로에서 물을 길어다가 뿌리자고.”

앞머리칼과 눈썹이 하얗게 그슬린 호이장놈이 말했다.

“니… 니… 놈덜은 치… 친구두… 아녀. 물에… 빠… 빠져서… 생사가… 오… 오락가… 허… 허는디… 구해… 주는… 놈… 하나… 없다니…”

열심히 살림망에 물을 떠서 언덕으로 나르는 패거리들을 보며, 수로에서 기어나와 부들부들 떨며 회원놈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예 빠져 뒤지지 그랬냐, 빌어먹을 놈아.”

씁새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 쪼그려 앉은 회원놈의 다리를 툭 차며 말했다.

“예미랄. 옷은 다 타고, 머리칼은 그슬리고, 오늘 낚시 좃되번졌다. 예미.”

갈대숲의 시커먼 잔해에 물을 뿌리며 총무놈이 중얼거렸다.

“씨이벌. 가자!”

남은 잔불이 없는지 확인을 끝낸 호이장놈이 낚시장비를 챙기며 말했다.

“이… 이… 썩을 놈…들아… 내… 내가… 어… 얼어 죽게… 생겼는디… 워… 워디루… 가… 자… 는겨?”

회원놈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집이루 가자구, 이 개떡 같은 놈아.”

물이 줄줄 흐르는 회원놈을 일으켜 세우며 총무놈이 말했다.

“새해 벽두부텀 아조 개차반났구먼. 이놈덜아, 잘 들어라. 분명히 단언하건대, 이번 사고는 내가 친 거 아녀. 씁새가 사고 친 거 아니라고.”

씁새가 회원놈의 낚시가방을 둘러메고 뚝방 언덕을 오르며 말했다.

“잘났다, 씁새야. 아조 자랑이다, 씁새야.”

총무놈이 돌아보며 이죽거렸다.

“그나저나 이 타버린 낚시복은 누가 보상해 주는겨?”

씁새가 회원놈을 노려보며 물었다.

“니… 니놈…덜은 치… 친구…두… 아녀. 뒤… 뒤…뒤지라고… 구… 구해…주… 주지두… 않고…”

회원놈이 오돌오돌 떨며 호이장놈에게 기대어 승합차로 가며 말했다.

“닥쳐, 개아들놈아! 니놈헌티 옷 사달라는 얘기 안 헐거이니께 입 닥치구 있어.”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니이미 쓰벌… 허다허다 이제는 낚시 와서 불 끄다가 집이루 돌아가는 사건까지 닥치다니…”

총무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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