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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새(199)-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하)
2013년 05월 588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하)

 

 

“이 저수지가 솔찮이 좋은 낚시터구먼유? 붕어덜 씨알두 이만허문 빠지덜 않고, 붕어덜 자원두 많은개벼유?”
녀석이 또 붕어를 건져 올리며 키득거렸다.
“씨불넘. 낚싯대를 열두 개나 던져 놓고 낚시질을 허니께 잘 잽히는 것이겄지. 아조 투망질을 허지.”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찌를 바라보며 씁새가 중얼거렸다.
“뭐여? 옘병헐! 가물치 아녀?”
호이장놈이 모처럼 잡혀 올라온 물고기가 가물치인 것을 보고 혀를 찼다. 손바닥만 한 가물치를 보고 호이장놈이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물에 놓아주려고 했다.
“잠깐! 그거 내놔.”
순간 머릿속을 치고 들어오는 기발한 생각에 씁새가 호이장의 손에서 가물치를 가로채며 말했다.
“뭐여? 이따위 가물치루 뭣을 헐려고? 어디 애 낳고 몸 안 좋은 임산부라도 가져다 줄라는겨?”
호이장놈이 희한하다는 표정으로 물었지만, 씁새는 입가에 사악한 미소만 흘릴 뿐이었다.
“조 이상한 놈을 아예 조져버릴껴!”
씁새가 손 안에서 퍼덕이는 가물치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흐미! 또 올라오는구먼. 이따가 큼직헌 새우로 미끼를 쓰문 대물두 올라오겄슈.”
녀석의 희희낙락하는 목소리가 잡목 사이로 들려왔다. 녀석이 차지한 황금 포인트와 씁새와 호이장이 자리한 몹쓸 포인트와는 6~7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고, 중간에 키 작은 상수리나무가 몇 그루 서있어서 일어서면 상대가 보이지만, 앉으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으흐흐! 존만놈. 네놈이 새우로 미끼를 쓰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또다시 씁새가 사악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뭔 짓거리를 할라는겨? 이 저수지 새우덜을 모두 아작내겄다는겨?”
호이장놈이 씁새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지만, 씁새는 여전히 실눈을 뜨고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녀석은 계속해서 붕어를 걸어 올리며 최고의 명당자리임을 확인하고 있었지만, 최악의 포인트에 주저앉은 씁새와 호이장놈은 겨우 가물치 한 마리와 재수 없이 떡밥을 물고 올라온 빠가사리 한 마리뿐이었다.
“인자 어둑허니 해두 저물었는디, 밥이나 먹고 허야지유?”
씁새가 녀석이 있는 쪽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라지유. 얼렁 저녁 먹고 본격적이루 낚시를 허야지유.”
기쁨에 겨운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이장아! 어여 저눔 데불구 가서 컵라면이나 끓여놔. 내는 좀 더 있다가 갈라니께.”
씁새가 호이장의 어깨를 떠다밀며 말했다. 찝찝한 표정으로 호이장이 씁새를 돌아보며 미루나무 언덕으로 올라갔고, 이어서 녀석이 미루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얼핏 호이장의 눈에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녀석이 낚시하던 자리로 숨어 들어가는 씁새의 모습이 비쳤다. 
 

 

“그, 낚시라는 게 말여유. 실지루 보문 매가리 없는 취미다 이거지유. 안 그류? 어깨 빠지게 낚싯대 휘둘러서니 지우 잡는다는게 붕어새끼덜 아녀유? 쏟아 부은 힘에 비허면 쓰잘 데 없는 짓거리다 이거지유. 그깐놈의 붕어가 월매나 비싸길래 그 모진 노동을 들여서 잡아내는가 말이지유.”
녀석이 컵라면을 입에 들이붓다시피 하며 떠들었다.
“그라는 그짝은 우째 그런 쓰잘데기 없는 낚시를 허신대유? 자신이 허문서 그리 폄하하문 그짝두 바보 되는 거 아녀유?”
듣다 못한 호이장이 쏘아 붙였다.
“암만! 대체로 낚시질허는 인물덜은 뭣이가 좀 덜된 기분이 든다 이거지. 참이루 창조적인 취미생활과 고상시런 운동을 혀두 모자라는 판에 뭣이라구 비린내 나는 이 짓거리를 허느냐 이거지.”
씁새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월레? 이 씁새까정 왜 이 지랄여? 천만 낚시인의 돌팔매를 우찌 감당할라는겨?”
호이장놈이 돌변한 씁새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여허튼 그리혀서 이짝 양반은 알차게 수십 대의 낚싯대를 던지는 것이지. 암만. 한 방에 해치우겄다, 이거여. 우덜처럼 낚싯대 두세 대 놓고 쭈그리고 앉아 궁상떠는 것 보담은 그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이거여. 안 그류?”
씁새가 녀석을 향해 씩 웃으며 물었다.
“그… 그게… 그… 그류.”
녀석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듯, 눈을 껌뻑였다.
“인자 이 양반은 수 십대의 낚싯대를 던지는 것에서 진일보혀서 온 저수지를 릴대로 채울 양반이다 이것이지. 암, 참이루 진보적인 낚시꾼이여. 독보적인 낚시꾼이며 미래지향적인 글로벌시런 낚시꾼이다 이것이지. 낚시꾼을 가장한 어부!”
씁새가 마치 존경하는 듯한 눈빛으로 녀석을 노려보았다.
“지 얘기는 그것이 아니구유. 물론 가끔씩은 릴대 우르르 펴놓고 대청댐에서 장기 숙박 낚시를 허기는 허지만….”
“바로 그거여! 인자 우리 이 양반이 창조적이며 진취적인 낚시 취미를 발전시키기 위혀서 대청댐 상류부텀 하류까정 릴대를 수천 개 던질껴. 그러고는 밤새도록, 몇 날 며칠을 상류에서 하류로 왕복허문서 뭣 빠지게 뛰어 댕기는 것이지. 릴 댕겨서 괴기 잡을라고. 그러다가 어부로 돌변허는겨. 그것도 생계형 어부가 아니라, 낚시허는 어부.”
“뭔 개 풀  뜯는 소리여?”
호이장놈이 열변을 토하는 씁새를 보며 물었다.
“한 마디루, 개 같은 소리란겨.”
씁새가 녀석을 향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그라문… 지는 인자 낚시를….”
녀석이 씁새의 눈치를 살피며 일어서더니 그대로 뛰듯이 자신의 낚시자리를 향해 내려갔다.

 


“존만한 이상한 놈!”
씁새가 이죽거렸다. 그러더니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인자 비명 소리가 들릴 거여. 하나, 둘, 셋!”
“워메!!!!!!!!! 이… 이것이 뭔 일이여?”
씁새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녀석의 낚시자리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호이장놈이 벌떡 일어나 녀석의 비명소리가 이어지는 곳으로 달려갔다.
녀석의 낚시자리는 난장판이었다. 촘촘히 던져놓은 12개의 낚싯대가 모두 이리저리 얽히고설켜서 물위에 둥둥 떠 있고, 겨우 손잡이 총알받이가 뒷받침대에 끼어있던가, 손잡이를 하늘로 향한 채 물 속으로 곤두박질 친 상태였다. 어느 한 낚싯대도 제대로 있는 것이 없었다. 녀석은 이 황망한 사태에 놀라 어쩌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입만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뭐, 엄칭시런 대물이라두 잽혀서 난봉질을 부렸는개벼유? 그러게 낚싯대 존나게 많이 드리워 봤자 심신이 고달픈겨. 낚시가 우째 신선놀음인 중 알어유? 낚싯대 서너 개 던져놓고 세월 지나가는 것을 쳐다봄서 유유자적허니께 신선놀음인 거지유. 심신이 고달프문 개뿔두 아닌겨.”
씁새가 컵라면의 국물을 후르륵 들이켜며 말했다.
“우쩌겄슈… 대충 보니께 죄다 줄덜이 엉켰는개빈데. 천상 죄다 끊어내야 허겄구먼. 줄 끊어 내는 것두 일이겄는디?”
씁새가 빈 컵라면 그릇을 쓰레기봉투에 쑤셔 넣으며 거창한 트림 소리를 냈다. 황망함에서 깨어난 녀석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낚싯대를 걷어서 줄들을 끊어내기 시작했다.
“이…씨불! 우째 떡밥에 빠가사리가 걸린겨?”
여섯 번째 낚싯대의 줄을 끊고는 엉킨 줄을 끌어당긴 녀석이 낚싯바늘이 옹골차게 걸린 빠가사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월레? 이건 또 뭣이여?”
마지막 낚싯대의 줄을 끊어내고는 엉킨 줄들을 끌어내던 녀석이 바늘에 걸린 물고기를 보며 소리쳤다. 손바닥만 한 가물치였다. 그와 동시에 호이장놈이 씁새 쪽을 돌아보았다. 어느새 씁새는 미루나무의 공터로 돌아가 새우망을 펼쳐들고 있었다.


“나뿐 놈의 새끼!”
호이장놈이 씁새를 향해 이를 갈았다.
“씁새야! 이 천하에 나뿐 놈! 겨우 손바닥만 한 가물치 한 마리가 저 많은 낚싯대를 죄다 엉켜놓고 낚싯대를 물로 끌고 가지는 않았을껴! 이실직고헐껴, 뒤질껴?”
호이장놈이 씁새에게 다가서며 낮게 이죽거렸다. 하지만, 씁새는 아랑곳 하지 않고 풀 죽어서 낚싯대들을 뭉뚱그려 들고 언덕으로 올라서는 녀석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인자 낚시는 조졌는개벼유? 가지고 있는 낚싯대는 죄다 엉키고 난리가 났으니께 말여유. 그라문 우덜이 저 자리루 들어가서 낚시혀두 되겄지유? 요즘은 떡밥에두 가물치가 잽히는 모냥이여? 지구가 온난화 어쩌구 허드먼… 생태계두 혼란시런개벼.”
말을 마친 씁새가 자신이 하던 낚시자리로 내려가더니 콧노래와 함께 낚싯대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녀석의 자리로 옮길 준비였다.
공터에 앉아 엉킨 줄에서 낚싯대와 찌를 정리하는 이상한 녀석의 모습을 측은하게 내려다보던 호이장놈이 녀석의 맞은편에 앉았다.
“참이루 이상시런 일이여유. 여즉껏 이런 일이 없었는디… 우째 떡밥에 가물치가 걸려서 이런대유? 참이루 이상시럽지유?”
녀석이 거의 울음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시상이 그런 거지유. 그짝보담은 지가 더 이상시런 일들을 많이 봐 왔으니께… 모진 놈헌티 걸리문 조지는겨유. 나쁜 놈한티 걸리문 이상한 놈허구 좋은 놈덜은 죄다 좃되는겨.”
호이장놈이 엉킨 줄을 들고 끙끙거리는 녀석을 도와 줄을 풀어내며 말했다.
“그게 뭔 소리래유?”
“몰라두 되유. 모르는 게 약이지유.”
호이장놈이 작은 칼로 엉킨 줄을 끊어 찌를 떼어내며 말했다. 이미 자신의 낚싯대와 짐을 녀석의 자리로 옮긴 씁새의 콧노래 소리가 언덕 아래에서 들려왔다.
“개놈의 새끼. 천하에 잡놈!”
호이장놈이 이를 악물며 내뱉었다.
“예? 지… 지 말인가유?”
“아녀유, 아녀유. 때려죽일 나쁜 놈은 한 놈뿐여유.”
호이장놈이 한숨을 폭 쉬며 대답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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