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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꽁트 씁새 (200)_고수열전
2013년 06월 696

고수열전

 

 

또다시 바닷바람이 세차게 몰아쳐왔다. 낚싯대조차 세우지 못할 정도의 태풍 같은 바람이었다. 거기에 더해 어젯밤부터 기승을 떨어대는 한파는 아침이 지나 해가 중천에 떠올랐건만 도저히 물러갈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지이미!”
겨우 던진 낚싯대가 바람에 휘청대고 대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워지자 씁새가 욕설을 내뱉었다.
“옘병헐! 대체 이눔의 날씨가 우찌된겨? 4월 말에 이 지랄루 한파가 몰아치는 게 대체 뭔 지랄여?”
“대전에는 눈이 왔단다. 서울에는 시방두 눈이 온단다. 조지나 불알이 땡글땡글 얼어붙는디 뭔 낚시질이여?”
생판 거친 욕설이라고는 할 생각도 할 줄도 모르는 호이장놈이 방파제 위에 쪼그리고 앉아 개 떨듯 떨어대며 대답했다.
“그려두 여기는 남해 끝자락 아녀? 거금도까정 왔는디 밤새 비바람에 떨고 한낮인디 이 지랄이문 이게 지대루 된 날씨여?”
총무놈이 기어코 낚싯대를 접으며 씩씩거렸다. 또다시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다.
“낚시질 수십 년이라는 놈덜이 뭔 구시렁질이여? 눈보라치는 날씨에두 갯바위만 잘 타던 놈덜이 이까짓 날씨에 불알 떨어질깨비 걱정허는겨?”
개차반낚시회의 고문이라는 겁 없이 웃기는 직함을 갖고 있는 박창수가 피식 웃으며 원투대를 곧추잡았다.
“창수 성님! 시방 우덜이 개차반낚시회에 고문이루다가 영입시켜 드리니께 부애가 나서 우덜 고문할라고 여기까정 오자고 헌 거지유? 안 그려두 주간날씨가 요번 주말은 완전 개떡이라구 허는디두 부득부득 거금도로 오자고 헌 것을 보문 성님 지랄 같은 성격이 나타난겨!”
씁새가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려 낚싯대를 던지려다가 또다시 부는 바람에 절망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랄 맞은 놈들허구는… 나는 안적까정 니놈덜이 개차반낚시회의 고문이라고 허락도 없이 내를 자리에 앉혀 놨지만은 개차반낚시회에 들어갈 생각도 없으니께 고문소리는 빼. 그러고 올해 들어 기상이변이 한두 번이여? 꼴에 낚시꾼이랍시고 설치는 놈덜이 이깟 날씨에 울고 불고 지랄허는겨?”
힘차게 원투대를 던진 창수씨가 릴을 고정시키며 말했다.
“그러고 정 괴기가 안 잡히문 녹동에 우리 후배놈이 마늘밭을 크게 허니께 이따가 거기 가서 마늘밭에서 마늘쫑이나 뜯어가. 마늘쫑 뜯어가는 것은 뭐라 안 허니께. 오그라든 불알 만지문서 오돌오돌 떠는 것보담 그 짝이 더 나슨 거 아녀?”


“인자 괴기가 안 잡히니께 마늘쫑 뜯자는 얘기까정 나오는구먼. 그려유. 슬슬 고문허셔유. 근디… 이 괴기 새끼덜을 증말로 포 떠야 허는겨?”
낚싯대를 접고 방파제 위로 올라간 총무놈이 아이스박스에 담긴 고기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아이스박스에는 앙증맞은 갯장어 두 마리와 쏨뱅이 한 마리, 그리고 손바닥만 한 노래미 세 마리가 들어있었다. 그나마 창수씨가 원투대로 잡아낸 놈들이었다.
거금도 쪽에 미역 양식이 끝나면서 감생이가 붙었다는 창수씨 말에 감생이 얼굴 본 지 수십 년은 되는 씁새와 호이장, 그리고 총무놈이 부랴부랴 어제 저녁에 거금도로 달려왔건만, 느닷없이 터진 바람과 비 때문에 바닷물은 뒤집어져 흙탕물과 같았고 모진 추위와 비바람에 밤새 시달려야만 했다.
아침이 되고 해는 중천으로 떠올라 점심 무렵이 되어가건만 추위와 바람은 수그러들 줄을 몰랐다. 형광등 크기의 학공치가 알을 낳으러 내만으로 붙었다는 따위의 이야기는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서울지역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대전에는 진눈깨비와 함께 눈발까지 날리고 있다는 4월 말의 이상스러운 날씨였다. 태풍처럼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낚싯대는 던져봐야 발밑에 떨어지고 엉키기 일쑤였다.
“까자!”
씁새가 낚싯대를 집어던지고 방파제로 올라오며 말했다.
“배때기가 등짝이루 붙어버릴 지경인디 무신 낚시질이여! 창수 성님두 그만허고 올라오셔유. 낚시질은 예미랄, 오늘두 조진겨!”
씁새가 돌덩이를 들더니 창수씨 앞의 바다로 던지며 말했다.
“개눔의 시키!”
창수씨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오머나! 고기 잡아서 회 뜨셨나부다.”
씁새와 총무놈이 보잘 것 없는 노래미와 쏨뱅이를 회 뜨고 호이장놈이 라면을 끓여 방파제에 펼쳐 놓았을 때였다. 거금도로 여행을 온 듯한 등산객 차림의 40대 중반의 여자들이 한 무더기 방파제로 몰려오더니 씁새 일행을 보고는 소리쳤다.
“고기가 잘 잡히나부다. 오호호.”
“라면하고 회하고 맛있겠다.”
“회는 잡자마자 그 자리에서 회를 떠먹어야 맛있는 거야. 오호호.”
“이 아저씨들은 프로 낚시꾼인가 봐. 오호호”
가뜩이나 보잘 것 없이 펼쳐놓은 음식 나부랭이와 추위에 사시나무 떨듯 하는 거지꼴의 씁새 일행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씨펄!”
아줌마 군단이 물러가자 부글부글 얼굴이 끓어오른 씁새가 종이컵 가득 소주를 따라 단숨에 마시고는 종이컵을 구기며 버럭 소리 질렀다.
“저 소리가 뭔 소리루 들리는가? 저건, 엄머? 완전 거지꼴의 노숙자들이 방파제에 퍼질러 앉아 주접을 떨고 있네? 이게 낚시꾼이여? 거지지. 이런 소린겨!”
“씁새야. 그건 완전 오바하는건디?”
창수씨가 씁새에게 새 잔을 권하며 말했다.
“옘병헐….”
씁새가 또다시 잔 가득 소주를 따르며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좀 잡히나요?”
또다시 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아까 여자들과 같은 일행인 듯한 세 명의 여자들이 또 다가오고 있었다.
“바람이 터져서 깔따구나 좀 잡힐까… 날씨 보니까 제대루 낚시하기는 틀린 것 같다.”
한 여자가 바람이 휘몰아치는 바다를 보며 말했다.
“뭐… 뭐여?”
씁새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바닷물도 뒤집히고… 이대로라면 사나흘 지나야 물이 가라앉을 텐데?”
또 다른 여자가 말했다.
“이 정도면 바닥 고기두 미끼가 안 보여서 잡히지두 않을 건데?”
세 번째 여자가 말했다.
“호이장아! 저 여자들 뭐여?”
씁새가 여자들의 말을 들으며 물었다.
“몰러… 행색은 등산객인디? 말 하는 본새는 프로 낚시꾼인디?”
호이장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대답했다.
“어차피 이런 상황이라면 홍개비 달아서 원투 쳐야 놀래미나 낱마리 잡을 거야.”
“오늘이 몇 물이야?”
“3물. 만조 될라면 두어 시간 더 있어야 할 거고.”
“차라리 이쪽보다는 저기 테트라포드 쪽에서 흘림낚시를 하는 게 더 확률이 있지 않겠어?”
“흘려도 미끼가 보여야 고기가 물지. 어차피 오늘부터 사흘 동안은 낚시하긴 틀렸다니까.”
여자들의 이야기는 점입가경이었다. 복장은 분명히 등산객이었다. 거금도가 하나의 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다가 산세가 부드럽고 완만하고 사방의 바다를 구경할 수도 있어 등산객이나 관광객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이었다. 여자들도 분명히 봄나들이 겸 등산을 온 무리들일 것이었다. 고급 상표의 등산복과 현란한 무늬의 등산화, 그리고 유명메이커의 배낭에 등산용 지팡이까지. 그러나 여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분명히 바다낚시 몇 년은 했어야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녹동 쪽은 감생이가 붙었을까?”
“아직 안 붙었을 거야. 미역 끝나고 김까지 녹아야 붙을 테니까 5월 중순 정도 돼야 붙겠지. 학공치는 붙었겠다.”
“아저씨들.”
갑자기 여자들이 서로 떠들다 말고 씁새 일행을 보며 불렀다.
“떠헉!”
여자들의 말을 넋을 놓고 경청하며 무슨 귀신 보듯 정신이 나가있던 씁새가 놀라서 대답도 아니고 비명도 아닌 이상한 소리를 질렀다.
“어차피 오늘은 낚시하시기는 힘들 거예요. 원투 던져도 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고요. 조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것 같으니까 차라리 이쪽 말고 난바다 쪽 테트라포드로 올라가세요. 테트라포드 구멍에다 민낚으로 구멍치기하면 붙박이는 몇 마리 건질 수 있을 거예요. 조류가 흐르니까 뻘물이 빨리 깨끗해질 테니까요. 이쪽은 뻘물이 가라앉질 않아서 바닥고기도 아예 안 붙었을 거예요.”
검은색 선글라스를 걸친 빨간색 등산복의 여자가 손짓을 해가며 말했다. 여자의 말에 낚시경력 십수 년이라는 네 놈 모두 입만 벌리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세 명의 여자들 뒤에서 마치 후광이 피어오르는 듯 보였던 것이다.
-고수다!
어디선가 청아한 음악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았다. 네 놈은 그저 입만 벌리고 초점을 잃은 눈으로 그녀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여자들이 이 악천후 속에서 낚싯대를 던진다면 감생이 정도는 우습게 잡아 올릴 듯싶었다. 따지고 보면 바다낚시 몇 년 하다보면 누구나 알 수 있고 알고 있는 이야기일 뿐이었지만, 그들은 여자들이었던 것이다!
“얘들아… 녹동으로 마늘쫑 따러 가자!”
세 여자들이 방파제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창수씨가 소주가 들어있는 컵을 내려놓으며 힘없이 말했다. 씁새 일행들이 아무 소리 없이 조용히 일어서더니 주섬주섬 낚싯대를 걷기 시작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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