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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새 (205)_전설은 살아있다(하)
2013년 11월 688

  씁 새 (205) 

 

 

전설은 살아있다(하)
 


호이장은 미칠 듯한 궁금증에 빠져들고 있었다. 씁새놈의 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놈의 일상에 무슨 변화가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물며 씁새의 마누라에게 전화를 걸어 봐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게유… 그저 이번 주말에 거제도루 중요시런 낚시를 가야 헌다드만유. 지두 몰러유. 워디서 누구허고 가는지 당췌 말을 해야 말이지유. 그러구 지가 낚시과부루 30여 년을 살았는디, 남편이 워디루 가는지 누구허고 가는지 물어볼 기력두 없구먼유. 대충 옷 꿰고 나가문 그려, 가는구나 허는 거지유. 내는 몰러유!”
씁새 마누라의 매몰찬 한숨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물론 씁새의 잔머리가 그 상황까지 미처 간파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분명코 호이장 패거리들이 자신의 행선지와 동행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 샅샅이 조사를 할 것이고, 자신의 마누라에게도 꼬치꼬치 캐물을 것임을 능히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마누라에게도 입을 봉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비둬! 지놈이 간다니께 언놈덜허구 같이 가겄지. 우덜은 청산도 드갈 쌩각이나 혀! 이미 선약 잽힌놈헌티 매달려서 뭐헐 거여? 그 썩을 놈이 단단히 앙심을 품은 모냥인디, 어디루 누구허고 간다고 낼름 얘기 허겄어? 내비둬!”
창수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호이장과 총무놈, 회원놈, 거시기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왠지 이 사고뭉치에 대책 없는 천하의 망나니 씁새이건만, 그래도 수십 년을 같이 떠들고 동고동락하며 낚시를 다니던 죽마고우가 아닌가 말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자신들이 씁새에게 무시를 당하고 왕따를 당하는 것 같은 이상한 서글픔이 드는 것이다.

또한, 이 천하의 잡놈인 씁새를 날름 모시고, 그야말로 데리고도 아니고 모시고 낚시를 가겠다는 놈들이 누구인지도 몹시 궁금했다. 혹은 그 패거리들이 씁새에게 환심을 사고, 씁새를 정중히 모시어 그야말로 씁새가 그쪽 낚시회에 가입이라도 한다면… 이것은 완벽한 개차반낚시회의 붕괴이며 씻을 수 없는 모욕인 것이다. 그래도 개차반낚시회의 상징적인 존재가 아직은 씁새이니 말이다.

“창수 성님두 조금은 야멸차시구먼유. 아무리 그려두 창수 성님허구 씁새허구 몇 년을 지냈슈? 외나로도니, 거문도니, 청산도니, 홍도니 해서 싸질러 댕긴 햇수가 있는디, 순식간에 그리 씁새를 내치시문 우째유?”
총무놈이 볼 멘 소리를 해댔다.
“뭣이여? 자네는 씁새놈이 뭔 짓거리를 허고 댕기는지 알문서 그려? 씁새놈헌티 당한 것을 생각허문 내가 이만치 허는 것도 양반이여! 그 썩을 놈이 추자도서 몇 시간 만에 겨우 입질 보고 있는디 괴기 안 잽힌다고 돌덩이 던지구 지랄혀서 꽝치게 헌 거 생각 안 나는가? 외나로도서는 우쨌어? 지가 하반까정 가는 길을 안다고 차를 이리 돌려라, 저리 돌려라 허드만 외진 산골짜기서 하룻밤을 추위에 떨게 헌 것도 생각 안 나는가 말이여? 그러고 지난번 땡벌 사건은 우쩔껴?”
창수씨가 입에 거품을 물었다.
“아무리 그려두 씁새가 성님은 끔찍시럽게 챙기잖여유? 성님두 그눔이 성품은 지랄 같아두 마음은 따땃시런거 아심서 그류….”
회원놈이 총무놈을 거들었다.
“그려? 그라문 우쩌자는겨? 이미 다른 놈덜허구 선약이 있다는디, 보쌈이라두 해서 우리하고 가게 만들겄다는겨?”
창수씨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것이… 우덜은 거시기허니께, 인자 거시기허문 좀 더 거시기 해지니께 거시기하자는 거지유.”
거시기가 창수씨를 흘겨보며 말했다.
“넌 입 다물어 썩을 놈아. 외계인 같은 놈! 뭔 소린 중 알아야 대답을 허지.”
창수씨 말에 거시기가 더욱 째진 눈을 만들었다. 거시기로서는 씁새와 남다르다. 자신의 무 취미에 무색무미한 인생을 낚시계로 이끈 사람이 씁새였고, 더구나 자신의 얼토당토않은 거시기라는 소리를 용케 알아 들어주는 유일한 사람이 씁새였다. 그러기에 창수씨의 말에 더욱 화가 났다.
“그라문, 니덜은 청산도 안 갈껴? 씁새놈이 다시 우덜 곁으로 돌아올 때까정 안 갈 거여?”
창수씨가 최후 통첩하듯 물었다.
“그게 아니구유, 성님은 우덜 진의를 참이루 몰라주시는구먼유. 지덜은 그래두 좋든 싫든 같이 지내던 친군디, 우덜하구 멀어지는 듯혀서 그러지유… 씁새놈 말마따나 그딴 소소시런 사고 없이 낚시나 댕기문 뭔 재미래유? 그려두 씁새놈이 있었으니께 사건 사고 벌려두 지미진 거지유.”
호이장놈이 창수씨를 쏘아보며 말했다.
“예미! 썩을 종자덜. 알았어! 청산도는 니놈덜이나 댕겨와! 내두 안 갈라니께. 다시는 내헌티 연락허덜 말어. 나 혼자 다닐라니께! 개놈의 개차반낚시회놈덜하고는! 잘 먹구 잘 살어라, 썩을 개차반놈덜아!”
창수씨가 테이블을 쾅 내려치고는 말릴 사이도 없이 낚시점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러나 일행 모두가 그런 창수씨를 말리거나 붙잡지 않고 멍한 눈으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니덜 낚시 좃된겨? 청산도 깨진겨? 허이구 요상시러운 일이로세… 씁새놈은 있으나 없으나 사고를 치는구먼… 결국 그놈 때매 이번 토요일 낚시는 좃된겨? 이 자리에 없는 씁새가, 그 씁새의 망령이 니덜 낚시를 좃이루 맨든겨? 대단시러운 씁새놈일세.”
낚시점 박 사장이 그들의 해괴스러운 작태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한편, 그 시각! 씁새 역시 허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뭐여? 봉사활동? 낚시가 아니고 봉사활동?”
씁새가 자신의 가슴을 퍽퍽 치며 물었다.
“그렇다네유? 본부장님이 낚시두 좋지만, 우리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하여 1사1촌, 측 한 회사마다 하나의 농촌을 정해서 봉사활동허는 프로그램이루 이번 M.T를 정하셨다네유? 그려서 강경 쪽의 마을루 벼 베기 행사를 가는디, 강제루는 안 허구유, 신청자를 받겄다네유?”
그렇게 대답하는 장 대리의 책상에 놓인 참석자 명단은 한 페이지를 가득 넘기고 있었다. 본부장의 입김이었고, 줄을 대려는 사람들의 명단인 것이다.
“좃됐다!”
씁새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며 한숨을 폭 내쉬었다. 이미 어마어마한 단체에서 자신을 모시고 거제도로 낚시를 떠난다며, 네놈들이 아니어도 낚시를 간다며 큰소리 탕탕 쳐댔던 자신이었다. 다시는 네놈들과 낚시를 가지 않을 듯이 매몰차게 내쳐버린 자신이었다. 이리 될 줄 알았으면 못 이기는 척 패거리들에게 돌아갔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자신의 입에서 헛소리는 떠나갔다.
“본부장! 네 이놈… 시월에 저물어가는 갈대두 아닌 놈이 행사를, 그것도 회사의 어마어마한 행사를 한 순간에 바꿔치기를 혀? 낚시라는 신성시러운 행위를 홍어 좃이루 아는겨? 순식간에 바꿔 버리게?”
이를 부득 갈아보지만, 어차피 본부장은 자신보다 상관이었고, 자신도 붙어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잘 보여야 할 인물이었다.
“이 씨부럴!”
의자에 깊게 앉은 씁새의 눈에서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호이장, 총무놈, 거시기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미 다시는 그들과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았고, 다시는 그 찬란한 때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또, 당장 이번 주 토요일은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죽치고 집에 들어앉아 있다가는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 뻔했다. 그렇게 큰소리 뻥뻥 치던 씁새놈이 결국 방구석에 처박혀 있다고 말이다.
“아오! 씨벌!”

씁새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울부짖을 때, 역시나 나머지 패거리들도 머리를 벅벅 긁으며 울부짖고 있었다.
“예미랄! 청산도구 뭣이구! 아오!”
“그라문… 이미 청산도구 뭣이구 이 기분이루 바다낚시 떠나야 조진 일이고… 초평저수지서 좌대나 타자구… 우치키허든 개차반낚시회를 봉합혀야 않겄냐.”
호이장의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총무놈이 시무룩해서 말했다.

토요일 새벽. 어둠을 헤치며 씁새가 놀이터를 지니고 있었다. 그때, 주차장에 불을 켜고 무엇인가 주섬주섬 트렁크에 집어넣고 있는 한 무리의 인물들이 보였다.
“뭐… 뭐여? 니덜… 호이장, 총무놈! 회…원놈. 거시기… 아항! 청산도 드간다드만, 준비허는겨?”
호이장과, 총무놈, 회원놈. 그리고 거시기가 낚시짐을 트렁크에 넣는 중이었다.
“그… 그려. 청산도… 창수 성님 승합차가 고장났다구, 내 차를 끌구 가자네? 자네는 거제도루 간다 혔는가?”
호이장놈이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순간, 씁새의 예리한 눈이 놈들의 보따리가 바다용이 아니라 민물용인 것을 간파했다.
-월레? 이 좀만놈덜이 바다가 아니구 민물루 가는겨? 뭔 일이 생긴겨?
“그… 그렇구먼. 내는 저 농협 앞이루 대불러 온다구 혀서 그리 가는 길이구먼. 거제도서 감생이가 지천이루 올라온다네?”
씁새가 역시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순간, 호이장과 총무놈, 그리고 회원놈의 예리한 눈이 씁새의 낚시짐이 유달리 홀쭉하다는 것을 간파했다.
-얼씨구? 이 쓰벌눔 낚시가방이 빈약시러운디? 저거 거제도 간다구 뻥치구 어디 PC방 구석에서 처박혔다가 올라는 거 아니여? 뭔 일이 생긴겨?
“그려… 그려서… 우리두… 청산도… 이 감생이가 팔뚝만 허다네? 참이루 오늘은 괴기 줌 잡겄어. 날씨두 좋은 징조여!”
“얼레? 그것이 지들은 거시기가 조져서 거시기루 갈라는 그 거시기 아녀유? 그라구 씁새 성님두 그 거시기가 참이루 거제도루 갈라는 거시기가 아닌디유?”
거시기놈이 눈치 없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헉! 이 지랄맞은 놈이! 그려! 이 씨부럴. 우덜 회사서 거제도 낚시 간다드먼 무신 농촌봉사활동이루 급작시럽게 바꿨다. 이 씨불 내두 조졌는디, 니놈덜두 채비가 민물인거 보니께 니놈덜두 청산도 조진 모냥이여?”
씁새가 버럭 소리 지르며 실토했다. 호이장놈의 생각대로 씁새는 낚시를 간다고 하고는 어디 조용한 곳에서 시간이나 때우려는 속셈이었다.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그려! 이 씨불넘아! 우리두 창수 성님허구 니놈 때미 싸우다 조졌다. 개눔아! 그려서 초평지루 좌대 타러 간다, 이 개씁새눔아!”
총무놈이 버럭 소리 질렀다.
“허… 나원참! 알았다, 이 개차반낚시회 쓰레기들아! 잠깐 기다려, 이 빌어먹을 종자덜아. 냉큼 민물장비루 챙겨 내려 올라니께!”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아파트 현관으로 내달렸다.
“옌장할 개차반낚시회!”
호이장놈이 킬킬 웃어대자 나머지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 토요일 새벽, 아파트 주차장에 그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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