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장바구니 주문배송조회 고객센터
과월호신청
Home> 낚시썰툰 > 낚시소설
낚시 꽁트 씁새(215)_귀신이 산다(하)
2014년 09월 674

낚시 꽁트 씁새(215)

 

 

귀신이 산다(하)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아랫배미 이야기
 


상황은 조금 전과 똑같았다. 초릿대에서 낚싯줄이 끊어지고 찌에 꽂힌 케미가 반짝이며 저수지의 중앙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일행의 등 뒤로 싸한 바람이 지나갔다.
“대체… 저게 뭐여?”
정신을 차린 호이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잉어 아녀?”
회원놈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랄허네. 아무리 잉어라두 순식간에 3호 원줄을 끊고 가버릴 수가 있는겨? 물속이서 꼼짝을 안허든디?”
씁새가 말했다.
“그라문… 증말루 용이라두 있다는겨?”
총무놈의 목소리도 떨리긴 마찬가지였다.
“그따위 말을 믿을 놈이 워디 있간디?”
한동안 그들은 말이 없이 어두운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해괴한 일을 끝으로 입질이 끊기고 시간은 자정을 넘어서고 있었다.
“뭔가 이상허덜 안혀?”
호이장놈이 미동도 없는 찌를 바라보다 일행에게 물었다.
“뭣이가 이상혀?”
총무놈이 되물었다.
“아까부텀… 밤새 소리도 안 들리구… 벌레 소리두 안 들리는디? 시상이 이리 고요시러울 수가 있는겨?”
정말로 그랬다. 그리도 시끄럽게 울어대던 풀벌레들과 밤새 소리가 어느 순간에 멎어있었다. 바람조차 불어오지 않는데도 이상하리만큼 차가운 냉기가 감돌고 있었다.
“기분이 묘헌디….”
씁새가 랜턴으로 주위를 비추며 일어설 때였다.
-철푸덕!
저수지 중앙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 뭐여! 뭐여!”
모두가 일어서서 저수지 중앙으로 랜턴을 비췄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흔들림 하나 없이 저수지는 고요할 따름이었다.
“예미랄! 우째 낚시를 잘못 온 기분인디?”
총무놈이 랜턴으로 사방을 비추며 말했다. 어느 샌가 일행들은 자신의 낚시자리에서 일어나 한 곳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리고 랜턴으로 저수지를 비추던 거시기가 소리쳤다.
“어! 저… 거시… 거시기!”
녀석이 비추는 저수지의 그곳에는 엄청나게 굵고 긴 몸통 하나가 물살을 헤치고 지나가는 중이었다.
“저게 뭐여?”
“배… 뱀이여?”
“뱀이 저리 굵은 게 워디 있간디?”
“구렁이!”
“개똥같은 소리하구 자빠졌네! 구렁이가 왜 물속이루 돌아댕겨?”
“증말루 용인개벼!”
그렇게 저수지 물살을 가르던 녀석이 그대로 물속으로 잠겼다.
“예미럴! 이눔의 저수지가 왜 이따구여? 귀신이라두 사는 거 아녀?”
“저눔이 우덜 낚싯대를 그리 만든 것인개벼!”
그리고 놈이 물속으로 사라지자 한바탕 바람이 불었고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한순간에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귀신에 홀린 기분이여….”
호이장이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기분이 찜찜헌디… 그냥 장비 걷고 철수헐까?”
회원놈이 잔뜩 겁먹은 소리로 말했다.
“개떡 같은 소리 고만혀! 환갑이 낼모레인 놈이 뭣이가 무서워서 도망 간대는겨? 게다가 이 오밤중에 그 먼 길을 우치키 내려가자는겨?”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철푸덕!

씁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다시 저수지로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아아아!”
놀란 일행들이 이리저리 랜턴을 돌려댔지만 어디에도 무엇인가가 떨어진 흔적이 없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풀벌레 소리와 밤새 소리가 순식간에 그쳤다.
“이런 빌어먹을….”
씁새가 부들부들 떨며 랜턴 빛을 저수지 쪽으로 천천히 옮겼다. 역시나 저수지의 중앙 부근에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거대한 몸통 하나가 지나가고 있었다. 몸 전체를 내놓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몸의 등 쪽 부분만 물 밖으로 내놓은 채 물줄기를 만들며 지나가는 것이었다. 시커먼 형태의 등 쪽이 랜턴 불빛에 번뜩였다.
“저 요물은 대체 뭐여?”
회원놈이 아예 이빨까지 떨어대며 말했다.
“귀신이 있는 거 아녀? 귀신이 철푸덕 소리를 내면 어김없이 저눔이 나타나는개벼.”
호이장놈 역시도 잔뜩 질린 표정이었다. 그렇게 저수지 중앙을 가르던 놈이 물속으로 사라지고 잠시 후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왔다.
“틀림없이 귀신이 있는겨! 철수하는 게 좋을 거 같어.”
호이장놈이 당장이라도 낚싯대를 거둘 자세를 하며 말했다. 잔뜩 겁먹은 거시기놈도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 밤중에 우치키 두어 시간이나 걸려서 올라온 길을 내려가겄다는겨?”
“그라문 우쩔껴? 밤새도록 저 이상한 놈을 지켜보며 날 밝을 때까정 기다리자는겨?”
어느 누구도 낚시의자에 앉을 엄두도 못낸 채 옹기종기 모여서 떠들기만 할 뿐이었다. 무섭기는 씁새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고생을 해서 올라왔던 길을 이 캄캄한 밤에 되짚어 내려갈 생각을 하니 막막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새소리와 벌레소리가 멎었다.
“또 시작인개비다!”
총무놈이 흠칫 놀라며 소리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철푸덕이 아니었다.
-따닥! 따닥!
무엇인가가 나뭇가지를 부러트리며 그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예… 옘병!”
씁새가 뒷받침대 하나를 꺼내 들었다.
- 따닥 따닥 따닥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오듯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그들에게 다가왔고, 정확하게 그들의 머리 위쪽에서 소리가 멈췄다. 그것이 더 무서운 노릇이었다. 그들의 머리 위쪽 커다란 나무 위에서 무엇인가가 그들을 노려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가… 가자!”
씁새가 부들부들 떨며 말하자 순식간에 짐들을 꾸리기 시작했다. 마구잡이로 쑤셔 넣은 낚시 짐들을 챙겨 저수지를 떠나는 순간에도 그들의 등 뒤에서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저! 저거!”
겨우겨우 후들거리는 다리를 추스르며 저수지를 빠져나와 마을로 통하는 오솔길을 올라서자 총무놈이 산 위로 뻗은 오솔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먼발치에서 하얗게 빛나는 무엇인가 길 위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을 따라오듯 숲에서는 계속해서 나뭇가지들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뛰… 뛰지 말고… 천… 천천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천천히 걸어 내려가자구!”
씁새가 랜턴으로 길을 비추며 말했다. 뛰었다가는 뒤쪽 길 위에서 지켜보는 것이 그들을 덮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며 흔들리는 다리로 조심스럽게 걷자니 더욱 미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는 누군가가 따라오며 나뭇가지를 꺾는 소리가 들리는 중이었다.
“그 허… 허연 거 따라오냐?”
“몰러… 모… 몰러!”
“나… 나뭇가지 꺾는 놈은 뭐고… 저 허연 놈은 또 뭐여?”
“몰러! 예미럴! 귀신이 두 놈인개벼!”
“윗배미 암놈 용허구 아랫배미 남편 용 아니여?”
“모른대니께! 오줌이라도 지릴 지경이여! 말 시키덜 말고 그냥 걸어!”

그렇게 비틀거리며 겨우겨우 마을로 들어서자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가 멎었다. 어떻게 내려왔는지, 정신마저 나가서 혼절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그들이 내려온 오솔길을 쳐다보았을 때, 그 허연 물체가 여전히 길 위에 서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워메! 저… 저것이 뭣이여? 왜 우리헌티 이라는겨?”
씁새가 고래고래 그 허연 물체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어느 집 개가 맞장구치듯 짖어대기 시작했다. 그 개소리에 놀란 듯 그 허연 물체가 뒤로 돌더니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씨벌! 내가 돌아가문 기필코 똥배를 앞뒤로 썰어 주겠어!”
씁새가 낚시가방을 내려놓고 주저앉으며 말했다.
“니미럴! 이따위 귀신이 사는 저수지를 대물터라구 알려줘? 고약한 놈!”
모두들 힘이 풀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을은 새벽안개에 젖어 고요하기만 했다. 그렇게 씁새 일행이 아랫배미에서 귀신을 만나 죽을 고생을 했다는 소문이 대전낚시점을 통해 회자되었고, 그 저수지를 알려준 동배씨는 씁새에게 갖은 욕을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창수씨네 패거리들이 호기롭게 그곳을 찾아가 1미터에 육박하는 대형 가물치를 잡았다는 소식이 대전낚시점을 통해 들려왔다.
더욱 희한한 것은 같이 따라간 용주씨가 밤중에 산에서 돌아다니던 하얀색의 백구를 한 마리 데리고 왔다는 것이었다. 결국 아랫배미의 저수지를 가로지르던 물체가 미터급의 가물치였고, 길 위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것은 백구였다고 결론이 났지만, 순식간에 그쳤다 울기를 반복하던 밤새와 풀벌레들, 그리고 등 뒤에서 나뭇가지를 꺾어대며 그들을 따라오던 것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창수씨네가 다음번에는 윗배미를 찾으러 같이 가자고 했지만, 씁새는 ‘나는 낚시꾼이지 모험가는 절대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끝)

 



※ 낚시광장의 낚시춘추 및 Angler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무단 복제, 전송, 배포 등) 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