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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꽁트 씁새(217)-오빠 달려!
2014년 11월 677

낚시 꽁트 씁새(217)

 

 

오빠 달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1. 선비적 질주

“낚시라는 게 말이지유, 그저 괴기나 잡겄다고 헐작시면 낚시가 아니다 이 말이지유. 그것은 어부고, 우덜의 낚시란 고매시러운 취미생활이다 이거지유.”
씁새는 자꾸 감기는 눈을 붙잡는 사내가 영 못마땅했다. 새벽 낚시대회를 가는 회원들의 버스 안. 뒷좌석의 호이장과 총무놈은 이미 단잠에 빠져 있건만,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사내의 너스레는 끝날 줄을 몰랐다.
어두운 버스 안은 새벽잠에 빠진 꾼들의 코 고는 소리와 몸을 뒤척이는 소리만 가득한데, 이 빌어먹을 사내는 입에 침도 안 마르는지, 버스가 떠나올 때부터 떠들기 시작한 것이 벌써 두 시간째였다.
“즉, 낚시란 무엇이냐? 마음을 다스리는 철학이다 이 말이지유.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보고, 세상을 돌아보는 그야말로 선비들의 취미다 이 말이지유.”
-개눔의 쉐이! 선비는 잠도 없냐? 잠이나 좀 자빠져 자라!
씁새의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중이었다.
“그란디 말여유. 개중에는 몇몇 안 되는 낚시꾼덜이 선비덜의 중후시런 취미를 욕보이는 자덜이 개중에는 있더라, 이 말이지유.”
-니놈이 나를 욕보이고 있다. 이 개눔아!
“그거이 말이지유, 이… 오늘 같은 낚시대회를 헌다 허문 말이지유. 이 버스가 대회장에 도착하자마자 득달같이 저수지루 달려가는 꾼덜이 개중에 있더라 이 말이지유. 우차피 저수지 괴기덜이 어디 가겄슈? 그 괴기를 많이 잡느냐, 못 잡느냐는 순전히 그 꾼의 기술과 노하우 아녀유?”
-개눔, 개눔, 개눔!
“그란디두 득달같이 쏜살같이 달려간다 이 말이지유. 목 좋은 곳을 먼첨 차지허겄다는 거지유. 허지만!”
-하지 마라, 개눔아! 제발 잔소리 좀 하지 마라, 개눔아!
“그런 꾼덜을 보문 목 좋은 곳, 즉 뽀인뜨는 죄다 비껴 앉더라 이 말이지유. 아닌 말루 우물에서두 파도가 치구 똥통에도 뽀인뜨가 있다는 것 아녀유? 즉, 뽀인트를 읽는 기술이 없음서 냅다 달려간다 이 말이지유.”
-그 뽀인뜨에 네놈을 수장시키고 싶구나, 개눔아!
씁새는 자신의 인내에 한계가 오고 있음을 느꼈다.
“지 말인즉슨, 우리 낚시를 즐기는 선비적 취미의 꾼덜이 조금만 더 느긋하고 여유로운 낚시를 즐겼으문 헌다 이 말이지유.”

-이놈은 선비가 아니여. 악마여!
버스가 달리기 시작한 지 4시간째. 어느덧 동이 터오기 시작했고, 저 멀리 산중턱의 목적지인 저수지가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더라도 결단코 뽀인뜨도 읽덜 못함서 줄창 달려가는 이런 비선비적인 행동은 이제는 지양해야 할 악습이다 이 말이지유.”
씁새는 불끈 불끈 올라오는 주먹을 애써 선비적 인내로 참아내고 있었다.
“오늘은 참이루 멋지고 고매시런 선비적 취미를 가지신 선생님과 둘이서 짝을 이루어 즐거운 담소를 나누면서 참이루 즐겁게 목적지에 도착했구먼유. 이따가 저녁에 갈 때에도 선생님과 짝이 되어 철학적 낚시에 대해 논했으면 허는 바램이 있구먼유.”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리고 낚시꾼들이 모두 깨어났고 버스는 저수지 입구의 공터로 들어섰다. 그때 씁새는 보았다. 꾼들이 그제야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는 동안 어느새 버스 기사의 옆, 승강구에 낚시짐을 지고 메고는 독야청청 홀로 서 있는 녀석을! 차가 정거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선비적, 철학적, 고매스러운 취미를 갖고 있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보는 어마무시한 취미를 가진 녀석이 빛의 속도로 새벽안개를 뚫고 저수지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 뒤를 따라 몇몇의 낚시꾼들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씨부럴눔. 뽀인뜨는 읽고 있는겨?”
“그건 무신 개 풀 뜯는 소리여?”
씁새가 중얼거리자 호이장이 다가오며 물었다.
“아아~ 거기 저수지루 달려가시는 회원님덜, 다시 돌아오셔유. 낚시 자리는 심지 뽑기루 결정헐 것이니께 달려 가셔봐야 소용 읍슈. 다시 돌아오셔유. 자기가 뽑은 번호의 자리서만 허셔야 대회 참가가 인정되니께 돌아오셔유!”
낚시회 총무가 휴대용 마이크를 들고 소리쳤다. 그리고 녀석이 계면쩍은 얼굴로 본부석 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뛰시는 것이 우찌 그리두 야멸차게 선비적이루 뛰실 수가 있대유?”
씁새가 녀석에게 다가가 한 마디 건네자 녀석이 씨익 웃었고, 저녁에 돌아오는 차에서는 씁새가 곤히 숙면할 수 있었다.
 

2. 죽음의 질주

“잘 들어! 애기 홈통이여. 애기 홈통을 차지허덜 못 하문 우린 숭어 새끼만 아이스박스에 댓 마리 챙겨오는 불상사가 생긴다 이 말이여.”
호이장놈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알아들었으니께 그만혀.”
총무놈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 쓰벌눔아! 지난번에두 그짝 애기 홈통 뺏기구서 꽝 친 기억이 새롭지도 않은겨? 보아허니께 형제섬이루 내리는 팀이 우덜까정 네 팀이여. 저 팀덜두 우덜 내리는 곳이서 조금씩 떨어져 내리려고 허는 것을 보니께 분명히 애기 홈통을 노리는 모냥이여. 그라니께 우덜이 죽기 살기루 달려가서 선점을 혀야 헐 것이여.”
씁새가 총무놈의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말했다. 형제섬의 애기 홈통은 아는 꾼들에게는 소문이 날 대로 난 곳이었다. 밀물에는 배로 진입하기가 쉬웠지만, 지금 같은 썰물에는 암초투성이라 배로 진입하는 것이 절대 불가한 장소였다. 결국 애기 홈통 근처로 내려서 그 많은 짐들을 들고 애기 홈통으로 걸어가야만 하는 곳이었다. 말이 걸어서 진입이지, 바위투성이에 절벽을 타고 오르내리며 섬의 뒤쪽으로 가야 하므로 거의 초죽음이 되어야 다다를 수 있는 명당이었다.
밀물이 시작되면서 애기 홈통으로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4짜의 감성돔이 마릿수로 붙는 곳이었으며 만조가 되면 입질이 희한하게 딱 멈추는 곳이었다. 즉,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딱 3시간의 반짝 호황을 뿜어내는 희한한 명당인 것이다. 더구나 공교롭게도 애기 홈통을 둘러싸고 딱 세 사람의 낚시 자리가 형성되어 있었다. 드디어 배가 형제섬으로 닿았다. 전쟁같은 자리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씁새팀이 먼저 내렸다. 일단은 첫 번째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이다. 일사불란하게 짐들을 던지고 받았다. 그리고 두 번째 팀이 씁새들이 내린 곳에서 큰 바위를 건너서 내리고 있었다. 서로 간의 거리는 20여 미터!
일단은 씁새 쪽이 애기 홈통 쪽으로 가깝다. 저쪽 팀들도 그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아이스박스가 무참히 공중을 나르고 있었고, 낚시가방이 마구 갯바위로 팽개쳐지고 있다.
“던져!”
갯바위 위쪽으로 올라간 호이장이 소리쳤다. 이어서 씁새와 총무놈이 아이스박스를 호이장 쪽으로 내던졌다. 바위에 긁히고 깨져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은 고지 점령전일 뿐이다.
세 번째 팀이 씁새들이 내린 곳의 우측으로 30여 미터 떨어진 평평한 바위에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팀은 이미 애기 몸통을 포기해야 할 것이었다. 그들이 애기 홈통으로 진입하려면 깍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을 기어오르든가 씁새 쪽으로 빙 돌아서 진입해야만 한다. 어제 저녁에 도착해서 선장의 낚시가게에서 아양 좀 떨어준 효과가 톡톡히 나타나고 있었다.
네 번째 팀은 배를 타고 형제섬 뒤쪽으로 사라졌다. 그쪽은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이 썰물 시간에 애기 홈통으로 쉽게 진입할 자리를 찾는 중인 모양이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이다. 그 팀은 노래미와 숭어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자리에서 하루 놀다 가면 된다.

호이장이 아이스박스 세 개를 몸에 메고 끌고 힘겹게 바위산을 오른다. 밑밥통과 미끼통, 낚시가방을 주렁주렁 단 씁새와 총무놈이 뒤를 따라 짐들을 질질 끌며 오른다.
문득 쳐다본 두 번째 팀이 괴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녀석들 쪽에 체격이 명절날 민속씨름에서나 봐 왔던 덩치가 한 놈 있다! 녀석이 그 많은 짐을 몽땅 들쳐 메고 바위를 오르고 있었고, 앞에서 한 녀석이 덩치를 끌고, 한 녀석이 덩치의 등 뒤에서 밀고 있다.
“한 고비!”
호이장놈이 소리쳤다. 우리가 감생이 등줄기라고 부르는 날카롭고 긴 바위 등걸이 나타난 것이다. 호이장이 그 등걸 뒤편으로 아이스박스들을 내던진다. 그리고 훌쩍 타 넘어갔다. 이어서 씁새와 총무놈이 짐 보따리들을 수류탄 던지듯 등걸 너머로 던진다.
문득 뒤돌아보자, 덩치가 속한 두 번째 팀이 거의 씁새팀 스무 걸음 정도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어느새 세 번째 팀도 뒤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그 팀은 아이스박스가 없었고 낚시가방도 커다란 것 하나였다! 영악한 놈들….
맨 뒤의 녀석 허리춤에 살림망이 보인다. 필시 살림망에 고기를 살려서 가져갈 요량이었고, 놈들의 낚싯대는 가방 하나에 몽땅 넣었을 것이다. 각자의 아이스박스는 배에 실려 있을 것이다. 구명조끼가 불룩한 것은 미끼로 쓸 새우와 갯지렁이를 주머니에 우겨넣은 것일 터이다!
“두 번째 고비!”
호이장놈이 헉헉거리며 소리친다. 이제 절벽을 오른쪽으로 두고 기어서 바위틈을 지나야 한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입에서는 단내가 난다. 손등에는 어디서 다쳤는지 피가 비친다. 왼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절벽을 타 넘는다.
두 번째 팀이 세 번째 팀에게 추월당했다. 덩치가 발목을 삐끗한 모양인지 주저앉아 발을 주무르고 있고, 그들을 세 번째 팀이 휙휙 지나친다. 누군가가 씨발! 하며 소리친다.
“마지막 고비!”
호이장이 힘주어 소리친다. 불룩불룩 솟은 바위들 너머에 드디어 애기 홈통이 있다. 호이장이 그대로 바위 너머로 아이스박스를 던진다. 내 앞을 스치듯 지나가던 세 번째 팀들이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서는 아쉬운 탄식을 쏟는다. 그 바위 너머가 바로 애기 홈통이고 아이스박스를 던진 바위 너머가 평평한 바위로 되어있는 세 사람의 낚시 자리인 것이다.
이제 그 자리는 우리가 찜한 것이다. 고지 점령전에서 승리한 것이다. 녀석들을 보며 씁새가 씨익 웃어준다. 너희놈들도 노래미 당첨! 그때였다!
“이게 뭐래유? 우째 우덜헌티 아이스박스를 던져유?”
바위 너머에서 누군가가 얼굴을 내밀며 묻는다.
“우덜이 엊저녁에 와서는 비박 낚시 중인디… 다른 짝이루 가셔야 헐 거 같은디유?”
그 놈의 얼굴에서 씁새에게 내뱉는 말을 읽었다.
-네놈들도 노래미 당첨!
씁새팀과 세 번째 팀이 같이 소리친다.
“씨이이발!”(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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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byungg53 씁새님 몇년전부터 님의 글을 재밋게 보고 있읍니다 대단히 감사 합니다,,,,,, 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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