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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꽁트 씁새(218)-가을 저녁의 깨춤
2014년 12월 931

낚시 꽁트 씁새(218)

 

 

가을 저녁의 깨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날씨 죽인다. 완벽시러운 가을 날씨구먼.”
차평저수지 초입으로 올라서며 호이장놈이 하늘을 보며 떠들었다.
“인자 좀 있음 겨울인디, 낚싯대두 벽장이루 집어넣어야 할 판이여.”
총무놈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백이가 갈치낚시 가자 허든디 원제 한번 떠날껴?”
“갈치낚시가 월매나 돈이 드는디 그걸 가자는겨? 그눔은 접때두 광어 다운샷 가자고 전화왔드만 우덜 같은 노동계급은 그따위 귀족계급덜 쫓아댕기문 가랑이가 찢어지는겨!”
회원놈의 말에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개눔… 그렇다구 노바닥 갯바위나 방파제서 놀래미 새끼만 때려 잡을껴?”
“말이 그렇다는겨. 주머니에 동전만 바스락대는 우덜은 그저 붕어새끼에 놀래미 새끼까정 반가워허야 한단 말이여.”
승합차는 저수지 밑에 세우고는 짐을 바리바리 지고 저수지 둑을 타고 오르는 중이었다. 차로 저수지 진입이 가능한 오른쪽 도로가는 편하기는 하지만, 조황이 그다지 시답지 않았고 저수지 둑을 타고 올라서 왼쪽의 산 밑쪽이 그래도 조황은 나은 편이었다. 둑 위로 올라서자 몇 개의 좌대와 짙은 청색의 물이 보였다.
“고요시럽구먼. 괴기만 잘 낚이면 될 것인디, 이눔의 저수지두 복불복이라서 젬병이여.”
회원놈이 산길을 따라 만들어진 오솔길로 접어들며 말했다. 별 의미 없는 말들을 던지며 일행들은 저수지 안쪽의 도라지밭 밑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낚시들 오셨는개벼유?”
자리를 고르고 받침대를 박으며 낚시 준비를 하는 그들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그들의 뒤에는 커다란 소쿠리와 호미 등의 연장을 든 노인 두 명이 서 있었다.
“그… 그렇구먼유.”
“이 저수지는 잘 아시는개비네유? 마침 좋은 자리를 고르셨구먼유. 여기는 접때두 낚시꾼이 한 살림망 채워서 나간 곳이구먼유.”
소쿠리를 든 노인이 말했다.
“그래유? 지들두 몇 번 와본 기억이 있어서 이리루 들어왔구먼유. 자리 잘 골랐내비네.”
씁새가 헤헤 웃으며 답했다.
“그래두 우덜 동네에 오셨는디 많이 잡으시문 우덜두 좋지유. 안적 점심두 못 허셨겄는디, 이리 오셔서 약주나 한 잔 하셔유.”
다른 노인이 그들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약…주!”
“안적 대낮이라 괴기두 안 나올 거여유. 이따가 밤이나 돼야 괴기가 몰리지, 시방은 안 되유. 그니께 이리 올라 오셔서 막걸리 한 잔 허셔유.”

 

도라지밭에 소쿠리와 연장들을 던져 놓은 노인이 재차 그들을 불렀다. 어차피 밤낚시에 승부를 보겠다고 생각한 참이었다. 서둘러 자리를 만들고 채비를 마친 일행들이 도라지밭으로 올라갔다.
“도라지 캐러 오셨내벼유?”
“그렇지유. 인자 도라지 대궁두 시들허니께 어여 캐내야 허는디 벼 베느라구 신경을 못 썼구먼유.”
노인이 앉은 자리에서 도라지를 솜씨 좋게 캐내더니 그대로 툭툭 흙을 털어냈다.
“이 막걸리가 진땡이여유. 우엣것은 걷어서 마셨구, 인자 이것이 아래짝이루 남은 찌개미 걸른 것이라 맛이 최고구먼유.”
다른 노인이 탁배기에 막걸리를 따르며 말했다. 아직도 시골의 인심과 정서가 남아있는지라 낯선 이도 불러서 음식을 같이 나누는 것이 우리네 관습이 아니던가. 그리고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개차반 패거리들이니 어찌 마다하겠는가. 술 찌개미로 걸렀다더니 그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깊고 짙은 향이 입안을 감돌아 나갔다.
“이 도라지를 이 고추장에 찍어서 안주를 해 봐유. 술두 안 취허고 향기가 기가 맥힐껴유.”
밭주인인 듯한 노인이 도라지 껍질을 벗기고는 그들 앞에 놓았다.
“이건 환상인디?”
막걸리 한 모금에 도라지 뿌리를 한입 베어 문 씁새가 감탄을 했다. 이어서 나머지 놈들도 그 맛에 감탄을 이어 나갔다. 결국 한 주전자의 막걸리가 동이 나고 다른 노인이 또 마을로 내려가서는 두 주전자의 막걸리를 가지고 올라왔다. 어느새 낚시는 뒷전이고 술판이 벌어진 것이었다.
흥이 동한 패거리들이 저녁에 먹자고 싸온 불고기에 반찬을 내놓았고, 술잔들이 춤을 추었다. 또다시 주전자가 비었고 노인들은 도라지는 캐지도 못한 채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마을로 내려갔다.
“예미… 진땡이 막걸리라드먼 사람 잡겄네.”
씁새가 비틀비틀 일어서며 말했다.
“우째 낚시 조진 기분이여. 이 지경이루 낚시 허겄냐?”
호이장놈이 아예 밭 가운데에 드러누우며 말했다. 술 찌개미를 걸러낸 진땡이 막걸리였다. 웬만한 독한 술보다 더 무섭도록 취하는 것이 이것이었다. 술 마시고는 일어서지 못한다는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불리운다. 이미 패거리들은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고 다리는 맥없이 풀려 나가고 있었다. 더구나 땡볕에서 마셔댄 술이었다.
“우웩 도저히 못 견디겄다.”
총무놈이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비탈길을 올라가서는 바지춤을 까내렸다. 대변이라도 볼 요량이었건만, 그놈의 술이 문제였다. 녀석은 바지를 까 내린 채로 비탈길을 굴러 내려가서는 그대로 낚시자리까지 곤두박질을 친 것이었다.
“예미럴. 똥두 옳게 못 싸겄다. 건너편 관리사무실 옆이 화장실루 댕겨와야 허겄는디.”
“내도 같이 가자.”
바지를 추켜올리는 총무놈과 함께 씁새까지 일어섰다.
“건너편까정 그 몸이루 우찌 간대는겨? 산 위에다 구덩이 파고 싸문 되잖여?”
호이장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산비탈서 똥 누다가는 굴러 떨어지는디 우치키 누라는겨!”
씁새가 같이 소리를 질러댔고 그 둘은 왔던 저수지 옆 산길을 타고 둑 쪽으로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두 놈이 저수지 둑을 무사히 걸어서 건너편의 관리인 집 옆의 공용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이 조그맣게 보였다.
“씨불놈들. 술 처먹구 비틀거리면서두 잘도 찾아가네 그려.”
회원놈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건너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뉘엿뉘엿 해가 떨어져 가는데도 두 녀석이 나타나질 않는 것이었다.
“이놈덜이 뚱뚜깐에 빠지기라두 헌겨? 왜 이리 안 오는겨?”
정신 못 차리게 하던 취기도 거의 사라졌고 온전한 정신이 돌아오는 중이었다. 씁새와 총무놈이 건너편 화장실로 가고는 근 두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예미럴 놈덜이 왜 이리 안 오는겨? 술 처먹고 어디 고꾸라진 거 아니여?”
슬슬 불안스러워진 회원놈이 말했다.
“씨벌. 그 놈의 막걸리 때미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디….”
결국 호이장놈과 회원놈이 둘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풀린 다리 억지로 떼어가며 찾아간 관리사무실 공용화장실에는 녀석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다 둘러보아도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이 빌어처먹을 놈들이 워디루 사라진겨?”
고래고래 씁새와 총무놈의 이름을 불러대던 호이장놈이 화를 벌컥 내며 말했다.
“워디 구석에 처박혀서 자빠져 자는 거 아녀? 날씨두 쌀쌀한디 노지서 자다가는 입이 돌아갈 것인디?”
회원놈이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고도 한참을 찾아다녔지만, 녀석들은 머리털 하나 보이질 않았다.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었을 때였다. 아랫마을의 논에서 일을 하다 저수지 윗마을로 올라가는 아낙네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시상에 뭔 지랄이여? 나잇살두 꽤 돼보이는 놈덜이 왜 거기서 깨춤을 추는겨? 남사시럽게.”
“뭔 지랄루다 이장님네 논빼미서 첨벙거리는겨? 미친놈덜 아녀?”
아낙네들의 말을 들은 호이장놈의 머리에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이 지랄 같은 놈덜인개비다!”
호이장놈이 뛰기 시작하자 회원놈도 덩달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장님네 논이라면 마을 중간쯤의 길 옆 넓은 논을 말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씁새와 총무놈이었다. 이장님네 논 옆으로 흐르는 수로에 두 놈이 처박혀서 허우적거리는 중이었다. 논농사가 끝나서 수로에는 어른 무릎 정도의 물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건만, 두 녀석은 술에 취해 엄청난 깊이의 저수지 물에라도 빠진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사람 살려!”
씁새놈이 허우적거리다가 일어서자 엎어져서 허우적거리던 총무놈이 씁새를 부둥켜안고 나뒹군다.
“살려줘유!”
씁새를 짓밟고 일어선 총무놈이 소리 지르자 이번엔 씁새놈이 총무놈을 끌어안고 나뒹군다. 얼마동안을 그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이 미친놈들은 왜 낚시자리로 안 오고 이 들판으로 내려왔던 것일까?
“사람 살려!”
“여기 사람 좀 살려 줘유!”
두 놈은 풀린 눈으로 온몸이 물에 젖은 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회원놈아.”
두 놈의 헛짓거리를 하염없이 쳐다보던 호이장놈이 조용히 말했다.
“어여 올라가서 장비 챙기자.”
“뭔 소리여? 이놈들 끄집어내야 허는 거 아니여?”
“됐어. 이놈덜은 여기서 조금 더 깨춤 추라고 하고 낚시장비 걷고 얼른 돌아가자. 창피시럽다!”
호이장놈이 한숨을 폭 쉬며 말했다. 그렇게 호이장놈과 회원놈이 낚시짐을 걷으러 저수지로 올라간 후에도 두 놈은 수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또 엉망으로 변해버린 출조가 저무는 해와 함께 끝나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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