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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꽁트 씁새 (219)-2014 그들의 시간이 지나간다
2015년 01월 782

낚시 꽁트 씁새 (219)

 

 

2014 그들의 시간이 지나간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11월의 무창포 광어 다운샷. 오랜만의 배낚시인지라 개차반낚시회 회원들은 모두 기분이 들떠 있었다.
“볼텨? 이것이 니놈덜이 말로만 듣던 아빠가루샤란 낚싯대여. 그러고 요것이 같은 세트의 전동릴이여. 낚시의 절반은 뽀대라는 거 알랑가 모르겄네?”
씁새가 동생에게 선물 받은 낚싯대를 흔들며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개눔아! 낚싯대 좋다구 괴기덜이 신나게 몰려든다더냐? 낚시 한평생에 월척두 못 잡은 놈이 장비 자랑허구 지랄여.”
총무놈이 배알이 틀리는 듯 소리를 질렀다.
“그니께 내는 오십 프로 먹구 들어간다 이거여! 통나무 낚싯대 휘두르는 네놈들과는 틀리다 이거여.”
씁새도 지지 않았다.
“그려, 예미럴. 내는 똥구녕이 찢어지게 가난혀서 변변헌 낚싯대조차 없어. 그려두 지난번 홍원항 주꾸미 잡으러 갔을 땐 네놈보다 배는 더 잡았어. 변변헌 낚싯대두 없는 내가 말여.”
회원놈이 이죽거렸다.
“그래두 내가 오십 프로 먹고 들어간대니께?”
그날은 씁새의 낚싯대 자랑으로 모두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시끄러워. 어디서 늦은 저녁 먹고 차에서 좀 쉬다가 새벽 5시에 박 선장네루 가야 혀. 저녁 먹을 식당이나 찾아보자구.”
참다못한 호이장놈이 소리쳤다. 아마도 그들은 씁새의 낚싯대와 장비 자랑에 넋이 나가있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창포루 들어가문 제대로 된 식당도 없을 것인디?”
“밤새 허는 식당 있다니께. 거서 간단히 저녁 먹고 박선장네 낚시가게로 가서 명부 쓰문 될 것이여.”
“내 장비는 아빠가루샤여!”
어차피 입만 살아있는 낚시꾼들의 전형일 뿐이다.
“그러덜 말고 무창포까정 들어가문 지대루 된 식당이 없으니께 여기서 먹구 가지?”
무창포로 들어가는 초입에서부터 일이 틀려지기 시작했다. 밤 10시. 그들이 발견한 것은 꽤 그럴듯한 식당이었다.
“뭣헌다구 저런 디서 저녁을 먹는다는겨?”
총무놈이 시큰둥하게 말했지만 내심 싫지는 않은 표정이었다.
“먹구 뒤지문 때깔두 좋대잖여? 무창포서 미역국에 밥 먹느니 여서 지대루 먹구 가자구.”
서해 쪽의 고기 축제들이 끝난 상황인지라 식당도 허전하기 짝이 없었다. 식당 구석의 빈 테이블에서 졸던 여주인이 부스스 일어서며 그들을 맞이했다.
“뭣을 먹을껴? 이왕이문 삼겹살 우뗘?”
씁새가 식당까지 낚시세트를 들고 들어와서 흔들어대며 말했다.
“내는 그람 술을 못 먹는디?”
만년 운전기사인 호이장놈이 벌컥 소리질렀다.
“니는 괴기 많이 먹어. 낚싯대가 워낙이 좋은디?”
씁새가 여전히 낚싯대를 휘두르며 말했다.
“빌어먹을 놈아! 눈 찔리겄어. 저리 치워.”
총무놈이 씁새를 발로 차며 말했다.
“아빠가루샤에 눈 찔리문 영광이여.”
씁새의 지치지 않는 낚싯대 자랑에 모두 심기가 뒤틀리기 시작했고 슬슬 올라온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중이었다.

“낚시 가는 개벼유?”
어차피 손님도 없는 판이라 패거리들 옆에 주저앉은 여주인이 물었다.
“그렇구먼유. 무창포루 광어잡이 가는 구먼유.”
“그려유? 무창포 가려면 한참은 더 가야는디? 술 마시구 가심 되겄슈?”
“괜잖유. 우리 운전기사가 술 한 방울 안 마시구 있으니께.”
씁새의 대답에 호이장놈이 눈을 번쩍였다.
“그라구유. 이 낚싯대가 상당시럽게 비싼 낚싯대여유. 우리 동상이 선물헌 것인디. 쟤덜 몽둥이 낚싯대허고는 질이 달러!”
씁새가 또 낚싯대를 휘두르며 소주잔을 비웠다.
“그려유? 안 그래두 낚싯대가 번쩍번쩍 허는구먼!”
“그렇지유? 아줌니두 낚싯대 볼 줄 아는구먼유?”
씁새와 여주인의 대화가 가관이었고 그 꼴을 보는 일행들의 술잔이 쉴 새 없이 비워지고 있었다.
“그라문 지두 한 잔 주시구유, 오늘 등심이 무척이나 싱싱스러운 게 들어왔는디 싸게 디릴테니께 그거 잡숴봐유. 삼겹살두 다 떨어졌는디.”
일행이 말릴 틈도 없었다. 여주인은 씁새가 따라준 소주잔을 냉큼 비우고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우쩌자는겨? 여기서 주저 앉을껴? 술도 거의 됐는디 인자 일어서야 허는 거 아녀?”
회원놈이 불안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안적 11시여! 더 처먹어!”
호이장놈이 느닷없이 술 취한 소리를 질러댔다.
“월레? 이눔이 원제 홀짝거림서 술을 처 먹은겨?”
총무놈이 호이장놈을 보며 말했다.
“그려 아빠가루샤 보니께 신세가 심란시러워서 술 먹었고, 만년 운전기사 신세에 속상혀서 술 마셨다. 니놈덜이 운전혀!”
호이장놈이 또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고는 단숨에 들이켠 후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상에 내던졌다.

 


“그러게 지랄하구 낚싯대 자랑이여?”
총무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만년기사 신네 만든 건 원 놈이여?”
씁새도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그라문… 누가 운전혀는겨? 다들 술 마셨는디?”
회원놈이 조그맣게 말했다.
“됐으니께 술 처먹어! 아줌니 여기 쏘주 더 주셔유.”
호이장놈이 주방 쪽으로 소리를 질렀다.
“우째… 오늘 낚시두 좃 되는 기분여.”
총무놈이 또 다시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는 호이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라문 12시까정 마시구 좀 술 깨고 출발혀.”
회원놈이 여주인이 가져온 등심을 불에 올리며 말했다.
“하여튼 사고 치구서도 태평스런 놈덜이여….”
총무놈이 혀를 끌끌 찼다. 가라앉은 기분에 한동안 말도 없이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구 말여….”
한동안 어색한 시간이 흐른 후 호이장놈이 입을 열었다.
“우덜 개차반낚시회 말여. 인자부텀 돌아가문서 운전기사 혀.”
호이장놈의 말은 단호해 보였다. 술에 취한 목소리였으나 비장함조차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너, 씁새. 아빠가루샤인지 아빠를 갈아 마시는 것인지 그거.”
“그… 그려.”
“그거 버려!”
호이장놈이 씁새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 쓰벌눔이!”
“이 갈아 마실 놈이!”
씁새와 호이장놈이 벌떡 일어섰다. 두 놈의 시선이 허공에서 날카롭게 부딪혔다.
“그만 혀! 몇 십년지기 친구덜이 쌈질이여?”
총무놈이 두 녀석을 말리며 말했다.
“씨벌 냅둬. 오늘 저 씁새놈을 갈아 마실껴.”
“그려. 냅둬! 내가 저 호이장놈을 조사버릴껴!”
씁새가 먼저 호이장놈의 멱살을 잡았다.
“얼레? 멱살 잡은겨? 해 보자는겨? 따라 나와. 밖이서 한판 붙어! 이 쓰벌눔아!”
결국 호이장과 씁새가 서로 멱살을 잡은 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놈덜 우치키 말려야 허는 거 아녀?”
회원놈이 겁에 질려 말했다.
“냅둬. 저 쓰벌눔덜은 언젠간 한 판 붙을 놈덜이여. 그래봐야 입 아프게 조동아리로 싸우다 들어올껴. 저놈덜 저 지랄하는 거 매년 연례행사여.”
총무놈이 술잔을 따르며 대답했다.
“그려두 오늘은 너무 쎈디?”
회원놈이 여전히 불안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랄 말구 술이나 마셔. 12시까정 마시구 술 깨문 되니께.”
“내는 불안시러워서 못 마시겄어.”
회원놈이 소주잔을 치우며 대답했다.
“소심시러운 놈!”
총무놈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불안스러운 눈으로 식당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뗘? 그람 내년부텀 내는 운전기사 안 해도 되는겨?”
호이장놈이 씁새에게 담배를 권하며 물었다.
“저 두 놈 중에 한 놈이 허겄지.”
씁새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라문 누가 운전기사 혀야 좋은겨? 총무놈이 빠릿빠릿하기는 헌디 좀 울컥하는 기운이 있는 놈이고 회원놈은 조심스럽기는 헌디 느려터진디?”
호이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회원놈으루 혀. 저눔 아까부텀 겁나서 술도 못 마시구 있으니께.”
씁새가 식당 안쪽을 보며 말했다.
“좌우간 네놈 잔머리는 대단혀. 우치키 쌈박질 허는 시늉이루 저놈덜헌티 운전기사 맡길 생각을 헌겨?”
호이장놈이 씁새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니놈덜은 우차피 내 손바닥에서 노는 놈덜이여. 인자 들어가서 마무리 시키자구. 그나저나 이 아빠가루샤 낚싯대 죽이는디? 낭창낭창시러운 게 명품이여.”
밖에까지 들고 나온 낚싯대를 흔들며 씁새가 말했다.
“개눔… 시키.”
호이장놈이 씁새의 엉덩이를 퍽 차며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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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구름 재미있어유 201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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