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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꽁트 씁새 (220)-바람이 분다 살아야 한다
2015년 02월 672

낚시 꽁트 씁새 (220)

 

 

바람이 분다 살아야 한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그려. 완벽허니 떼고기여. 감생이 40센티 실헌 놈이루 세 마리. 농어 60센티짜리 두 마리. 자잘헌 놈이루 일곱 마리 잡았다니께. 이 정도문 온 동네 잔치혀두 되니께 저녁에 죄다덜 모이라구 혀. 대박부동산 장사장 부부허구 써니수선 이사장 부부, 그러구 돼지네 성만이두 온다구 혔으니께 돼지네루 죄다 모이라구 혀. 여기서 아예 횟감이루 손질혀서 올라갈 것이니께 가서 썰어 먹기만 허문 될 것이여.”
오랜만에 씁새가 휴대전화에 대고 신나서 떠들었다. 씁새는 전화를 하는 순간에도 거실 밖의 수돗가에 놓여있는 빨간 고무통을 연신 바라보고 있었다. 고무통에는 씁새의 조과물인 감생이와 농어가 숨 가쁘게 헐떡이는 중이었다.
씁새는 밤낚시의 피로까지 어느새 날아간 모습이었다. 밤낚시를 끝내고 돌아와 박 선장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대전으로 돌아갈 예정인 그들이 박 선장의 집 거실에서 쉬는 중이었다.
“간만에 제대루 한 건 혔구먼? 우뗘? 내가 그 자리가 시방이 최고 포인트라고 안 혔는가? 아이스박스가 터질 지경일세!”
박 선장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어제 늦은 오후에 도착해서 부랴부랴 넓은여로 들어간 씁새가 잡아낸 고기는 그야말로 떼고기였다. 기준치 이하라고 생각되는 놈들은 모두 돌려보내고도 아이스박스가 차고 넘쳤다.
“염병… 우짜다가 자리 잘못 잡는 바람에 우덜은 이것이 뭔 짓이여?”
총무놈이 갯바위 신발을 탁탁 털며 말했다. 애초에 박 선장이 씁새와 함께 넓은여로 들어가라고 강권했건만, 호이장과 총무놈, 회원놈은 계속 마당바위를 고집했다. 놈들의 머릿속에는 사고뭉치인 씁새와 엮여서 하룻밤을 조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이러한 결과로 나타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회원놈 패들은 모두 입질 한 번 보지도 못한 몰황이었고 씁새만 밤새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신나게 낚아 올렸던 것이다.

“그러게 워디를 가든 선장님 말만 잘 들으문 아이스박스는 채우는겨. 이 어린 놈덜은 고집이 대쪽 같으니께 인생을 조지는겨. 옛말에두 있잔여? 선장님 말만 잘 들으문 자다가두 물괴기가 생긴다고 말여. 우헤헷. 좌우간 이 한겨울에 이 정도 조과문 대박이여!”
씁새가 킬킬 웃으며 말했다.
“마당바위는 봄 포인트여. 겨울에는 마당바위가 물살이 죽어 가는디 거기서 낚시를 허겄다는 놈덜이 이상한 것이지. 내 말대루 혔으문 모두 다 쿨러는 채웠을 것인디 말여. 여즉까정 내 말 잘 듣다가 우째 어제는 내 말을 씹은겨? 좌우간 선장 말 안 듣고 지 뽄새대루 고집 피우고는 낭중에 선장이 뽀인뜨를 잘못 알려줬네, 선장이 초짜네, 말들은 많어요.”
박 선장도 씁새를 거들고 나섰다.
“우쨌든 수고들 혔어. 점심때 될라문 두어 시간 있어야 허니께 눈 좀 부치고 점심 먹고 대전이루 올라가. 내는 읍내에 나갔다 와야 허니께. 자네덜 가는 모습은 못 볼 것이여.”
박 선장이 일어서며 말했다.
“괴기는 우짤거래유?”
박 선장의 부인이 점심 준비를 하러 주방으로 들어가며 씁새에게 물었다.
“점심 먹고 손질해야지유. 여기서 아예 포를 떠서 가져갈 모냥여유. 얼음 위에 잘 모셔가문 숙성두 되니께 집이 가자마자 회루 썰어 먹으려구유.”
씁새가 소파에 길게 누우며 말했다. 호이장과 총무놈, 회원놈도 못마땅한 얼굴로 중얼거리며 각자 소파와 거실에 누웠다. 오랜만에 맛본 호황에 신이 난 씁새가 잠이 올 리 만무하였다. 잠깐 눈을 붙인 씁새가 자랑스러운 자신의 조과를 또 확인하려고 소파에서 일어나 창문을 통해 마당 쪽을 쳐다보았다.
“농어 두 마리, 감생이 세… 한 마리?”
분명히 한 마리였다.

 


박 선장네 수돗가의 빨간 고무통에 들어있는 고기들 중에 농어는 두 마리 그대로인데, 감생이는 한 마리였다.
“뭐여? 언놈이여? 언놈이 내 감생이 쌔비간겨?”
씁새가 거실에 널브러진 놈들을 보고 소리쳤다.
“이건 또 뭔 해괴스런 작태여?”
호이장놈이 부스스 일어나며 물었다.
“언놈이 내 감생이 두 마리를 고새 털어간겨? 저 새빨간 고무통이 시장바닥의 가판댄 중 아는겨? 언놈이 쌔빈겨?”
씁새가 불같이 화를 내며 물었다.
“이런 지랄맞은 놈이… 니놈 감생이를 누가 쌔비간다는겨? 우덜은 여기서 죄다 자빠져 자고 있는디?”
총무놈이 일어나 창밖의 고무통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려. 우덜이 아무리 괴기에 궁혔어두 니놈 괴기를 털어가겄냐? 의심나문 우덜 아이스박스를 뒤져보든가!”
회원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 참… 귀신이 곡헐 노릇이네…”
마당으로 나와 고무통을 들여다보며 씁새가 중얼거렸다. 박 선장네 대문은 닫혀있는 상태였고, 낚시점과 작은 편의점을 겸하는 상점으로 통하는 중문도 닫혀있는 상태였다. 누구도 이 집으로 들어와 감생이를 가져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감생이 두 마리가 사라졌다. 붉은 고무통에서 숨을 헐떡이는 것은 농어 두 마리에 감생이 한 마리, 그리고 매운탕에 쓸 만한 잡고기 일곱 마리였다.
“괴기가 날아간 개비네?”
씁새의 옆으로 다가온 총무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마두… 네놈이 잡은 괴기가 감생이가 아니고 날치였는개벼. 그라니께 두 마리가 훨훨 날아갔겄지.”
총무놈은 씁새의 기고만장하던 꼴이 못내 속이 쓰렸을 것이다.
“나머지 괴기덜두 날아갈지 모르니께 아예 칼집을 넣어둬. 이따가 포 뜨려문 시방부터 피를 빼 놓는 것이 좋을껴.”
호이장놈이 하품을 크게 하며 말했다.
“근디… 누가 저놈 괴기를 가져간겨?”
창문 밖으로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고기에 칼집을 넣고 있는 씁새를 보며 호이장놈이 물었다.
“그걸 누가 알겄어? 우덜은 모두 여기서 자고 있었는디?”
회원놈이 소파에 길게 누우며 대답했다.
“우덜 중에 있는 것은 아니겄지?”
총무놈이 물었다.
“지랄맞은 소리. 아무리 씁새놈이 꼴 뵈기 싫다고 혀두 그런 짓을 허겄는가? 우덜이 같이 낚시 다닌 지두 어언 30여년이여. 그따위 썩을 짓을 헐 놈이면 그 세월 전에 우덜 패거리에서 사라졌을껴.”
호이장이 혀를 차며 대답했다.
“예미럴… 감생이 두 마리 사라졌으니께 오늘 모임에 푸지게 먹기는 텄겄는디… 귀신이 곡헐 노릇이구먼… 워떤 놈이 괴기를 훔쳐간겨?”
씁새가 수건에 손을 닦으며 거실로 들어와 말했다.
“그렇게 아쉬우면 요 앞 방파제에 나가서 갈 때까정 낚시나 더 해봐. 우찌 알겄는가? 오늘은 씁새가 복 받은 날이니께 방파제에서두 감생이가 물어줄런지.”
총무놈이 씁새의 처진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억울한 심정을 누르며 깜빡 잠이 든 씁새의 어깨를 누군가가 후려치고 있었다.

“씁새야! 저거 봐라. 네놈 괴기 다 훔쳐간다!”
호이장놈이었다. 녀석이 씁새의 어깨를 치며 다급하게 창문 쪽을 가리켰다. 놀라 일어난 씁새의 눈에 창밖의 풍경이 들어왔다. 창밖의 수돗가에 길고양이 다섯 마리가 고무통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미 한 놈이 손질된 감생이 한 마리를 물고 힘겹게 끌고 가는 중이었고 나머지 놈들은 서로 고기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 중이었다. 결국 그중 가장 큰놈인 검은 고양이 한 놈이 농어를 질질 끌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저…저… 저거 빨리 뺏어야지!”
총무놈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하지만 씁새의 얼굴은 매우 평온해 보였다.
“냅둬.”
씁새가 조용하게 말했다.
“뭐여? 저 괭이덜이 니놈 괴기 다 훔쳐 가는디 그냥 내비둘껴?”
회원놈도 의아해서 씁새를 보며 물었다.
“그냥 내비둬.”
이제 한 마리 남은 농어를 남아있던 네 마리가 해체를 시작했고 둘러앉아 신나게 농어 파티를 즐기는 중이었다.
“저놈덜이!”
호이장놈이 거실 문을 열고 나서려는 순간, 씁새가 호이장놈의 바지춤을 붙잡았다.
“그대로 둬.”
씁새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월레? 이 지랄맞은 인간이 또 뭔 짓이여?”
호이장이 씁새를 보며 물었다.
“우덜은 취미루 괴기 잡는디, 저놈덜은 목숨을 부지하려고 괴기 잡는겨. 저놈덜두 월매나 고단한 삶을 살겄냐… 우덜두 작년에는 엄청이 슬프고 고단하게 살았는디… 저놈덜이 맛있게 한 끼 먹었음 좋겄다. 올해도 무사히 살아내야지… 암.”
마지막 농어가 사라지고 이제 고양이들이 일곱 마리의 작은 고기들을 하나씩 꿰차고 여기저기 주저앉아 뜯고 있었다.
“저녁에 동네사람들 모아서 회 파티 한다드만?”
한참을 맛있게 먹는 고양이들을 바라보던 총무놈이 물었다.
“포구에 들러서 사가야지.”
씁새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돈이 만만치 않을 것인디…”
“니놈이 빌려 줄 거잔여?”
“나 돈 없다.”
“시끄러워. 니놈덜 주머니 다 털어서 내놔. 새해 첫 낚시에서 나헌티 더러운 소리 듣고 싶덜 않으면.”
씁새의 눈이 쨍하고 빛났다.
“개눔… 이러니께 내가 니놈허구 낚시를 다니는겨. 니놈이 이런 짓도 안 허고 사고나 치고 다닌다면 애초에 니놈하고는 낚시두 안 다녔을껴!”
호이장놈이 주머니를 뒤적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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