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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꽁트 씁새 (221)-님아, 그 저수지는 가지 마오
2015년 03월 769

낚시 꽁트 씁새 (221)

 

님아, 그 저수지는 가지 마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세종시가 들어서기 전 고북저수지 출조 때의 일이다. 어차피 세종시가 들어서고 개발이 되기 시작하면 더 이상 고북저수지에서의 출조는 힘들어질 것이므로 그 전에 고북지와의 아름다운 추억이나 만들자는 몰지각한 놈의 계략으로 출조했건만, 여전히 고북저수지는 그 악명을 또 한 번 각인시켜주었다. 밤새 피라미 한 마리조차 구경하지 못한 채, 고북지는 씁새들이 바라던 아름다운 추억을 매몰차게 돌려세웠다. 그리고 아침나절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사건이 시작되었다.
연기군에서 대전으로 넘어오면서 호이장놈이 그 둠벙을 발견한 것이었다. 둠벙이라기에는 제법 컸고 저수지라 부르기엔 턱없이 작은, 작고 애매한 모양새의 저수지였다.
“우뗘?”
길가로 차를 세우며 호이장놈이 우리를 돌아보았다. 차량 통행도 뜸한 지방도로에서 꽤 멀리 떨어진 마을의 중간쯤에 그 저수지가 보였다.
“되겄어?” 
총무놈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 저수지는 마을의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모양새였고, 희한하게도 집들이 그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었다. 즉, 마을의 한가운데에 저수지가 위치해 있었던 것이다. 마을의 중간쯤에 땅을 파고 물을 가두어 놓은 평지형 호수라는 것이 알맞은 설명일 것이다.
“낚시허는 사람이 있는디?”
소머즈급의 시력을 자랑하는 회원놈이 말했다. 정말로 둥근 원형의 저수지 중간쯤에 누군가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해보까?”
씁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호이장놈이 마을로 차를 몰았다. 어렵지 않게 그 저수지 앞까지 들어가 차를 세웠고 우르르 달려가 낚시꾼들의 정겨운 인사가 시작되었다.

“우째 좀 잽히나유?”
호이장놈이 허름한 옷의 낚시꾼에게 물었다. 옷 입은 모양이나 받침대에 걸쳐놓은 투박한 낚싯대로 보나 현지꾼임에 틀림없었다. 나이는 70세 정도로 그들보다는 꽤 연배였다.
“그냥 저냥 잽히는디… 뭐 심심허니 재미루 허는 거지유.”
그러면서 현지꾼이 물속에 담아둔 살림망을 들어 보여주었다. 촤르륵! 살림망속의 붕어들이 맹렬하게 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붕어들의 크기는 그다지 신통치는 않았다. 6치에서 7치급의 손바닥만 한 붕어들로 그득할 뿐이었다. 다만, 그 마릿수는 대단해 보였다.

 


“월레? 대단허니 잡으셨네유?”
“실력이 참이루 좋으신개벼유? 원제부텀 허셨대유?”
“프로 낚시꾼이신개비네?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네유?”
씁새들의 입바른 칭찬이 쏟아지자 현지꾼의 어깨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게… 어이? 에… 아침부텀 여서… 어이? 이… 낚시를 혔는디… 이것이… 어이? 오늘은 그다지… 어이? 좋은 편은 아니여. 맘먹고 낚시허문… 어이? 관고기 올리는 것은… 어이? 일두 아녀!”
한껏 기분 좋아진 현지꾼이 손사래를 쳐가며 대답했다. 이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거나 흥분하면 ‘어이’라는 희한한 추임새를 넣는 모양이었다.
“그람 우덜두 여서 손맛이나 보구 갈라는디유?”
총무놈이 조심스레 물었다. 대충 동네 가운데에 저수지가 있거나 동네에서 가까운 저수지들은 원주민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그려, 그려. 이 저수지가… 어이? 누구 소유도 아녀. 어이? 그냥 심심허문… 어이? 낚싯대 담그구 그라는 거여. 여그가 이래벼두… 어이? 월척두 심심치 아니… 어이? 나오구 그랴.”
왠지 신이 난 현지꾼은 독특한 추임새와 함께 입이 찢어질 정도로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씁새패들이 대를 펴기 시작했다. 고북저수지의 잃어버린 손맛을 이곳의 잔챙이들에게서나마 풀어볼 심산이었다. 그리고 찌를 세우기 무섭게 달려드는 붕어들의 놀라운 입질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이 끌어 올리는 붕어들은 거의 월척급에 해당하는 묵직한 놈들이었다. 현지꾼의 자잘한 붕애들과는 전혀 달랐다. 바로 낚싯대의 차이였다. 현지꾼은 두 대의 낚싯대를 펼쳤는데, 모두 2칸 낚싯대였고 씁새패들은 저수지 중간쯤의 수초지대를 공략하기 위해 4칸 대 들을 펼친 것이었다.
기어코 호이장놈이 월척을 뽑아냈다. 그리고 총무놈도 월척을 뽑아냈고, 급기야는 회원놈이 팔뚝만 한 가물치까지 끌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쯤 되면서 씁새패들은 현지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호이장놈이 월척을 끌어낼 때까지도 그들을 축하해주던 현지꾼이 말을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흘깃 쳐다본 현지꾼의 모습은 마치 자신의 장난감을 남에게 빼앗긴 어린아이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댓 발 튀어나온 입과 잔뜩 찌푸린 얼굴과 드문드문 걸려오는 6치급의 붕어를 바늘에서 떼어내는 매정한 손길이 현지꾼이 화가 몹시 충만해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기어코 현지꾼이 서둘러 낚싯대를 접고는 일어섰다.
“어르신! 그냥 가시는겨유?”
그들이 불러도 아무 말 없이 현지꾼은 짐을 싸들고는 마을을 향해서 떠나버렸다. 그리고 한동안 신나는 낚시가 이어졌다. 하지만, 씁새가 이러다가 정말로 관고기 잡아내는 것이 아니냐고 키득거릴 때였다.
“아아. 용X리 이장, 황봉구여요. 인자 우덜 마을의 이… 저수지가 있잖여유?”
갑자기 마을에 스피커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을 중간의 투박하게 생긴 콘크리트 건물인 마을회관에서 이장이 안내방송 중인 모양이었다.

 


“뭐여? 마을에서 무신 행사를 허는 개비네?”
씁새가 듣고 있다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그 저수지가 상당시리 유서 깊은 저수진디… 요즘 들어서 낚시꾼덜이 우치키 찾아서 들어오는지, 오늘두 한 떼루다가 낚시꾼덜이 들어 왔구먼유.”
“얼레? 이건 뭐여? 아까 그 낚시꾼이 여기는 아무나 낚시혀두 된다드만… 이건 뭐여?”
씁새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하지만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오는 이장의 목소리는 점점 단호해지고 있었다.
“이, 낚시꾼덜이 저수지에 드나들문 우치키 되는지 잘 알잖여. 논빼미 빠대서 죄다 절딴내는겨. 고추밭이고 배차(배추)밭이고 죄다 빠댄다 이 말여요.”
점점 격앙되는 이장의 목소리가 흥분 상태로 넘어가며 드디어는 실체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어이? 이거이… 어이? 한 해 농사지은 거 죄다 빠대고… 어이? 문질러 빠수고 어이? 그 유서 깊은 저수지를… 어이? 씨레기루 쳐바르고… 어이?”
특이한 추임새! 그 현지꾼이었다!

“뭐여? 아까 그 사람이 여기 이장이었어?”
호이장이 눈이 동그래지며 말했다.
“이건 먼 해괴한 일이여?”
씁새도 낚싯대를 떨구며 말했다.
“그러고… 어이? 접때 춘봉이네 아부지가 거기서… 어이? 어린애 키만 한… 어이? 그 가물치를 잡았다가 놓쳤잖여?… 어이? 그걸… 어이? 이 낚시꾼덜이 냉큼 잡았단 말여… 어이?”
순간 회원놈이 목줄로 묶어놓은 가물치를 쳐다보았다.
“이거이… 어이? 낚시꾼덜이 드나들문… 어이? 저 손바닥 만치헌 저수지가… 어이? 괴기 한 마리 안 남기고… 어이? 죄다 쓸어가는겨… 어이?”
순식간에 씁새패들은 천하에 없는 몹쓸 놈들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인자 봐봐유! 어이? 논빼미 절딴나고, 어이? 밭때기 절딴나고, 어이? 저수지두… 어이? 절딴나문… 어이? 이장이 책임지랄껴? 어이?”
“이건 또 뭔 해괴스러운 말씀이여?”
씁새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저수지 주위에는 논이나 밭은 전혀 없었다. 논밭은 마을에서 떨어진 아래쪽에 있었고, 저수지는 말 그대로 동네 한가운데 있을 뿐이었다. 마을의 공터가 저수지인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그들의 등 뒤로 한기가 몰려들었다. 어느새 그들의 등 뒤와 동그란 저수지를 둘러싸듯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얼레? 우덜 수장되는 거 아녀?”
극심한 공포감이 몰려온 호이장놈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이장의 목소리는 더욱 힘이 붙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거이… 어이? 그 저수지가 우덜 소유는… 어이? 아니여요. 어이? 그란디, 그 저수지 때문에……어이? 낚시꾼덜이 마을을 절딴내는겨. 어이?”
아… 씁새패들은 마을을 황폐화시키고 망가뜨리는 천하에 없는 고약한 무뢰한들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장은 아까 자신이 이 저수지가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다는 말을 덧붙이고 교묘히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저거이… 저수지는 관리허문 입장료를… 어이? 받고 그라는디… 어이? 우덜네는 손바닥 만허니 입장료두… 어이? 못 받는다고… 어이? 그라는디… 마을을 절딴낸… 어이? 그 비용은 누가 내는겨? 어이? 이장이 내는겨? 춘배 아부지가 낼껴? 어이? 광철이네 엄니가 낼껴? 어이?”
이미 씁새패들은 주섬주섬 낚싯대를 걷고 있었고, 잡은 고기들은 모두 저수지에 방류 중이었다.
“그렇다구… 어이? 우덜 동네 저수지루 들어오는… 어이? 낚시꾼을… 어이? 막지는 못하는겨요… 어이? 근디 우덜 마을이 절딴나는디… 어이? 국가가 배상헐껴? 대통령이… 어이? 호주머니 털껴? 어이? 군수가 배상할껴? 어이?”
이미 씁새패들은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나와 차에 오르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눈들이 그들의 온몸에 비수처럼 날아들고 있었다.
“나라가 어렵다는디… 어이? 우덜 마을이 절딴나는 거… 어이? 나랏님이 어이? 신경이나 쓰간디? 요새는… 어이? 젊은이덜두 일자리가 없다고… 어이? 난리두 아닌디… 어이? 춘생이는 안적두 그 나이에 취직두 못 허고…어이? 서울서 뭔 짓거리를 허는지… 어이? 춘생이 아부지가 가봐야 허는 거 아녀? 어이?”
씁새패들이 황급히 마을을 빠져나와 지방도로 위로 올라섰을 때 마을의 스피커에서는 국가시책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이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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