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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꽁트 씁새 (222)-거친 녀석들
2015년 04월 786

낚시 꽁트 씁새 (222)

 

 

거친 녀석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모 낚시방송국에서 부산의 그 방파제에만 가면 감생이와 참돔까지 자주 출몰함은 물론이요, 삼치까지 무시로 얼굴을 보여준다고 침을 튀기며 말하고 있었다. 귀 얇기가 미농지 수준인 씁새 패거리들이 그 방송을 보며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믿음직한 낚시꾼이 나와서 몸소 감생이와 삼치를 잡아 올리며 이래도 안 올 거냐고 패거리들을 홀려주고 있었다.
“증말여? 방송에서 그리 얘기 했다는겨?”
“공신력으로 무장한 TV방송이여. 진실된 보도와 양심적인 방송을 주 무기로 하는 방송국이지! 더구나 우리 삼천만 낚시인의 영원한 친구이며 가이드인 낚시방송이여!”
“실시간 중계의 최고봉이지. 철지난 낚시잡지와는 격이 달라!”
그러나 씁새 패거리들은 결코 방송국의 공신력도 철지난 잡지와 그 차이가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부리나케 달려온 그 방파제에는 방송국의 낚시질에 속아서 온 것인지, 아니면 그저 교통편하고 내 집 앞 같은 편리성 때문에 온 것인지는 몰라도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이 빼곡하게 낚시꾼들로 들어차 있었다. 그야말로 고기보다 낚시꾼이 더 많은 지경이었다. 겨우 겨우 자리 마련해서 패거리들이 낚시를 시작했지만, 찌는 날씨에 잡아낸 것이라고는 한 뼘 크기의 베도라치 한 마리뿐이었다.
“공신력? 대한민국 방송의 공신력 수준이 겨우 이따위란 게냐?”
“개뿔이나 그 방송국은 베도라치를 감생이루 착각한겨 뭐여? 감생이가 뭔 줄이나 아는겨?”
“방송국을 베도라치로 테러해 버릴까?”
“방송에 나와서 감생이 잡아내면서 떠들던 그 작자는 누구여? 그 베도라치처럼 생겨 처먹은 작자!”
슬슬 패거리의 인내심이 폭발하고 있었고, 주위의 낚시꾼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패거리들의 옆 빈자리로 두 명의 낚시꾼이 새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한 눈에 보기에도 그들의 행색이 묘해 보였다. 낚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후줄근한 남방과 신사복 바지, 그리고 광 잘 낸 구두 차림이었다. 물론 동네 방파제의 특성상 현지꾼이라면 그리 어색할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남방 위에 입은 구명조끼는 뭔가 부자연스러웠고, 한사람의 어깨에 짊어진 엄청난 크기의 낚시가방에서는 부조화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그들의 나이 차이는 5살 이상은 되어 보였다. 나이 많은 쪽 낚시꾼이 방파제 위로 올라서더니 씁새 패거리를 향해 무덤덤한 얼굴로 노려보더니 이내 바다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뭐……뭐지…?
순간 씁새는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이 적은 쪽의 낚시꾼이 방파제 아래의 도로에서 그 엄청난 크기의 낚시가방을 열어 젖혔다.
아! 씁새 패거리들은 이동식 낚시할인매장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민물과 바다를 망라하고 계류와 루어까지, 그리고 각양각색의 원투대까지 줄잡아 20여개가 넘는 모든 종류의 낚싯대가 그 안에 들어 있었다. 더구나 각종 소모품과 잡동사니들로 빈틈이 없었다.

 

“머해?”
방파제 위의 나이 많은 낚시꾼이 여전히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방파제 밑의 낚시꾼이 릴대를 꺼내놓고는 대답한다.
“이… 보자… 이 바늘을 어따 놓으 뒀드라…?”
밑의 낚시꾼이 낚시가방의 옆 보조주머니를 뒤지며 말했다. 그러자 방파제 위의 낚시꾼이 홱 돌아서며 빽 소리를 질렀다.
“그기 있네! 그기 안주머니에 있네! 그기 안에!”
순간 씁새 패거리들은 자신들이 혼나는 것으로 착각할 지경이었다. 하마터면 자신들의 바늘을 내어줄 판이었다.
“그기! 그기!”
방파제 위의 낚시꾼이 계속 소리를 질렀고 씁새 패거리들은 방파제 밑의 낚시꾼이 방파제 위의 낚시꾼에게 폭행을 당해 널브러지는 예상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 위대한 부산 싸나이들은 씁새 패거리들 같은 새가슴은 아니었다. 방파제 밑의 낚시꾼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여유롭게 바늘을 찾아내서 한 세트의 낚시장비를 만들어냈다.
“도!”
방파제 위의 낚시꾼이 소리를 지르자 방파제 밑의 낚시꾼이 채비가 다 된 릴대를 건네주었다. 더욱 희한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분명 채비를 만지는 솜씨나 릴대와 릴을 장착하는 솜씨로는 방파제 밑의 낚시꾼도 대단한 고수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그러나 방파제 밑의 낚시꾼은 자신의 릴대를 만들지 않았고 오히려 방파제 둔덕에 기대어 방파제 위의 낚시꾼이 낚시하는 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저… 저거 뭐여?”
호이장놈이 그들을 곁눈질하며 물었다.
“도통 생경시러운 그림이라 나두 모르겄어.”
씁새 역시도 뭐라고 설명이 힘들었다. 얼추 보아서는 방파제 위의 낚시꾼의 솜씨는 일반 낚시꾼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역시 그 낚시꾼의 릴대에도 아무런 변화도 없이 시간만 죽여가고 있었다. 무료해진 방파제 밑의 낚시꾼이 말했다.
“커피 끼릴까요?”
순간 또다시 씁새 패거리들은 무슨 소린지 먹먹해지고 있었다. 그러자 방파제 위의 낚시꾼이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쌍화차 없나?”
자다가 봉창이었다. 바닷가에서 쌍화차라니… 설마 계란 노른자 동동 띄우고 대추 썰어서 대령하란 소린가?
“커피 드소.”
방파제 밑의 낚시꾼이 여전히 심드렁하고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기 먼데?”
“아메리까노!”
“까긴 멀 까? 그기 먼데? 쓴 거 무면 속이 씨리가 안 돼!”
결국 방파제 아래의 낚시꾼이 혼자 커피를 끓였고, 여전히 느긋한 표정으로 방파제 둔덕에 기대어 커피를 마셨다. 하지만 씁새들은 속이 불안하고 불편할 뿐이었다. 자칫하면 방파제에 피바람이 불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있었다.

“이기 머꼬?”
또다시 방파제 위의 낚시꾼이 소리를 질렀다. 그의 릴대에 베도라치가 걸려 나왔던 것이다.
“버리!”
방파제 위의 낚시꾼이 릴대 끝에서 달랑거리는 베도라치를 방파제 아래의 낚시꾼에게 주며 소리치자 방파제 아래의 낚시꾼이 군말 없이 베도라치를 떼어냈다. 또다시 무료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씁새 패거리들은 이 시간들이 조마조마하기만 했다.

“라면 드실란교?”
무료하게 바다 쪽을 쳐다보던 방파제 아래의 낚시꾼이 말했다. 역시나 방파제 위의 낚시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는 그런 거 안 묵어. 밀가리 무면 자꾸 방구가 나와 싸서 안 돼! 커피나 한 잔 도바라!”
이게 뭔 해괴한 짓거리인지 씁새들의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저 씨불넘이 아까 커피는 속이 씨리가 안 처묵는다매?”
씁새가 총무놈 쪽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지랄맞은 넘들… 개판여….”
회원놈이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역시나 방파제 아래의 낚시꾼이 혼자서 라면을 끓여 먹었고, 방파제 위의 낚시꾼에게는 속이 쓰려서 안 먹는다는 커피를 끓여주지 않았다.
“니, 해바봐!”
라면을 끓여먹고 또다시 방파제 둔덕에 기대있는 방파제 아래의 낚시꾼에게 방파제 위의 낚시꾼이 소리를 지르며 낚싯대를 던졌다. 상황은 역전되고 있었다. 방파제 아래에 있던 나이 적은 낚시꾼이 방파제 위로 올라섰고 나이 많은 낚시꾼이 방파제 아래로 내려섰다.
역시 달랐다. 씁새들의 예상대로 나이 적은 낚시꾼의 솜씨가 월등히 좋았다. 릴을 다루는 솜씨나 유려한 몸짓으로 휘두르는 모습이 예사 낚시꾼이 아니었다. 그리고 낚싯대를 교대한 나이 많은 낚시꾼은 아까의 나이 적은 낚시꾼이 그랬듯이 방파제 둔덕에 기대어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잡혔다!”
갑자기 나이 적은 낚시꾼이 소리쳤다.
“먼대?”
“감시이!”
나이 적은 낚시꾼이 대답과 동시에 릴을 감아 들이기 시작했다. 역시 대를 다루는 솜씨와 고기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몇 시에 만난다 캤지요?”
릴을 감아 들이며 나이 적은 낚시꾼이 물었다.
“10분! 10분뿌이 안 남았어! 10분!”
둔덕에 기대어 있는 나이 많은 낚시꾼이 또 소리쳤다.
“바쁘네.”
나이 적은 낚시꾼이 대답과 동시에 릴을 힘차게 감아 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발치에 족히 40cm는 되어 보이는 감성돔이 떠올랐다. 그러자 나이 적은 낚시꾼은 뜰채도 없이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감성돔을 들어 올렸고 감성돔은 정확히 방파제 아래 도로 쪽으로 떨어졌다.
“가입시다.”
나이 적은 낚시꾼이 미련 없이 릴대를 접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맞추어 나이 많은 낚시꾼이 감성돔을 검은 비닐봉투에 담고는 그대로 낚시가방에 던져 넣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았다. 나이 많은 낚시꾼이 귀신같은 솜씨로 낚시가방을 닫아버리자 나이 적은 낚시꾼이 끙 소리와 함께 어깨에 둘러멨다. 나이 많은 낚시꾼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달랑 새우 미끼 한 통을 들고는 앞장서 방파제 밖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재미있능교?”
“어~데!”
그들의 모습이 황당한 씁새패들을 뒤로하고 방파제 저 끝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부산 문디 씁새들….”
씁새가 이를 악다물고 중얼거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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