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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꽁트-223 낚시꾼 풍경
2015년 05월 1073

낚시 꽁트

 

 

낚시꾼 풍경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1) 하얗게 불태웠어

하얗게 불태웠어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바야흐로 붕어들의 산란기를 맞아 그 저수지에는 꾼들로 가득 들어 차 있었다. 공교롭게도 씁새 패거리들이 포진해 있는 옆으로 모 낚시회에서 시조회를 하고 있었다. 봄 날씨라는 것이 머리에 꽃 꽂고 널뛰기 하는 언년이 성질을 닮은지라, 그날따라 한동안 따뜻하던 날씨가 눈발이라도 날릴 듯이 찬바람이 불어대는 중이었다. 시조회를 왔던 낚시회는 얼어 죽을 듯 추워지는 날씨에 낚시고 뭐고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고, 고맙게도 씁새 패거리들에게도 막걸리와 떡, 그리고 잘 익은 돼지 수육까지 한 상 거하게 차려 주었다.
말뚝처럼 서 있는 찌 쳐다보느라 잔뜩 웅크리고 떨고 있던 씁새 패거리들에게는 참으로 황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얼어붙은 몸에 알싸하게 막걸리가 돌기 시작했고, 비어있던 내장에 기름진 돼지 수육이 흘러 들어가자 잠시 후 씁새의 뱃속에서 기별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염병!”
낚시가방의 옆구리에서 화장지를 빼들고 씁새가 갈대숲으로 순식간에 몸을 던졌다. 일촉즉발의 위기를 벗어나자 나른한 안도감이 몰려왔다. 쪼그려 앉은 종아리가 저려오기 시작하여 씁새가 뒤처리를 하려는 순간이었다. 무엇인가 후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씁새의 앞쪽으로 굴러 들어온 것이었다. 놀란 씁새가 눈앞의 갈대를 헤쳐내자 자신을 바라보며 얼굴에 오만 인상을 쓰고 앉아있는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아…!”
씁새가 황당한 외마디 소리를 뱉어내자 마주앉은 사내가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같은 외마디 소리로 화답했다.
“아…!”
시조회를 온 낚시회의 총무였다. 사내 역시도 풀어진 괄약근을 주체하지 못하고 엉덩이로 한바탕 소리를 내지르며 일을 보기 시작했다. 씁새의 머릿속에서는 수백 가지의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다. 과연 오른손으로 헤쳐 놓은 갈대풀을 살며시 원 상태로 되돌려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나는 이미 볼일을 끝냈으니 먼저 일어서겠노라고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뒤처리를 한 다음에 자리를 떠야 하는 것인가.
“아핫… 아…”
사내가 다시 비명 같은 외마디 소리를 냈다.
“그… 아핫… 아… 음식… 감사합니다.”
씁새가 여전히 사내와 자신을 가로막은 갈대풀을 감아쥐고는 말했다.
“예…… 아… 예…”
차가운 칼바람이 엉덩이를 할퀴며 지나가고 있었다. 종아리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아파오고 오금은 저리다 못해 깨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얼굴을 마주한 채 엉덩이를 까고 앉은 두 사내는 어떻게 해야 이 민망한 순간을 버틸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봄인데… 낚시가… 잘…”
씁새가 겨우 말을 걸었다. 마음속으로는 자신의 손으로 부여잡고 있는 갈대풀을 놓고 두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한 다음에 자연스럽게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몸은 마음과 다르게 경직되어 있었다. 왜인지 먼저 일어선다든가 갈대풀을 원상태로 해놓는 것이 더 뻘쭘해 보일 것만 같았다.
“날씨가… 뭐… 아하하…”
사내가 멋쩍게 대답했다. 이제 두 사람 모두 화장지를 잘라서 뒤처리를 해야 할 시간이었으나 도저히 민망스러움에 어쩌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그럼… 그…”
“아… 뭐… 그럼… 저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지경까지 간 두 사람이 화장지를 꺼냈고 있는 힘을 쥐어 짜 다리를 편 후에 서로 민망함으로 도배된 얼굴을 보이며 뒤처리를 끝냈다. 이미 씁새가 움켜쥐고 있던 갈대풀을 놓았지만, 뒤처리를 위해 일어선 그들의 상체가 보이는지라 여전히 민망함은 떨쳐낼 수 없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겨우 겨우 바지를 추켜 올린 채로 풀려버린 다리를 주체치 못하고 옆으로 쓰러져 버렸다.
“아핫… 이… 이거 참…”
사내가 갈대밭에 쓰러진 채로 중얼거렸다.
“아핫… 그… 그러게 말입니다… 아하하…”
씁새가 어질어질한 정신으로 대답했다.
“이눔은 똥 누러 가서 뒈졌다 온겨? 뭐허다가 이제 오는겨?”
한참 후에 일행들의 자리로 간 씁새를 보며 총무놈이 물었다.
“하얗게 불태웠어…”
여전히 몽롱한 정신으로 씁새가 대답했다.

 

 

(2) 그러지 마라~ 그러는 거 아니다!
“씁새님은 유명하시다, 그쵸? 근데… 총무님이 씁새님 얘기할 때 하고 실제로 보니까 전혀 아니다, 그쵸? 막 사고 치고 그런다는데 안 그렇다, 그쵸?”
씁새는 저놈의 입을 찢어주고 싶었다.
“막 유명하신 씁새님하고 낚시 간다, 그쵸? 날씨도 좋으니까 오늘 고기 무지 잡을 거다, 그쵸?”
총무놈이 데리고 온 이 자식이 말썽이었다. 총무놈 말로는 동네 어린 후배이고, 제 딴에는 금강변을 오르내리며 쏘가리깨나 잡아냈다는 루어꾼이라는데, 낚시의 영역을 넓혀 보겠노라며 바다낚시를 배우기 위해 따라나섰다는 것이다. 물론 씁새에 대해 총무놈이 좋게 소개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녀석의 말투가 영 심기에 거슬리는 중이었다. 말끝마다 묻는 것도 아니고 감탄사도 아닌 그렇다고 존댓말도, 반말도 아닌 그쵸를 연발하는 모습이 온몸을 오글거리게 하고 있었다.
“우리 이쪽 방파제에서 낚시한다, 그쵸? 뽀인트는 기가 막힌다 그쵸?”
방파제에 포인트가 어디 있겠는가만은 녀석은 총무놈이 던져 준 막장대 하나 들고는 방파제를 들쑤시기 시작했다.
“여기 방파제가 고기는 잘 나오게 생겼다, 그쵸? 우리는 대전에서 왔는데 다들 낚시 잘하시니까 오늘은 아이스박스 채운다, 그쵸?”
녀석이 방파제의 모든 낚시꾼마다 한마디씩 떠들고 있었다. 친화력이 좋은 것인지, 오지랖이 넓은 것인지, 아니면 약간 모자란 놈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가 저 그쵸 새끼 방파제에 기필코 수장시키고 말껴!”
씁새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좀 봐줘라. 저놈이 넓은 바다를 보면서 마음을 정화해 보겠다고 쫓아왔는데 어쩌겄냐?”
총무놈이 씁새를 달래며 대답했다.
“개눔! 네놈은 정화조에 수장시켜주마.”
씁새가 부득 이를 갈았다.
“호이장님은 벌써 우럭 한 마리 잡았다, 그쵸? 그러고 회원님도 뱅에돔이라는 거 한 마리 잡았다, 그쵸? 근데 씁새님은 한 마리도 못 잡는다, 그쵸?”
낚싯대를 던지기 무섭게 녀석이 쫓아와 중계방송을 하고 있었다.
“어이구, 총무님도 농어 한 마리 했는데 씁새님은 아직 한 마리도 못 잡았다, 그쵸? 아무래도 씁새님 자리가 안 좋다, 그쵸?”
한바탕 중계방송을 하고 녀석이 방파제 끄트머리로 가버리자 씁새가 총무놈을 후려쳤다.
“야, 이 개눔아! 너 나 엿 먹일라고 저놈 데려왔지?”
“뭔 소리여? 내가 뭔 억하심정이 있다고 네놈헌티 그러겄냐? 저놈두 바다에 오니께 기분 좋아서 그러는 것이지. 말도 공손하게 잘 하는구먼.”
총무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공손? 예미랄. 이렇게 공손하게 엿 먹기는 첨이여. 씨부럴.”
씁새가 씩씩거리며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씁새의 낚싯대에 오랜만에 입질이 왔고, 의기양양해진 씁새가 낚싯대를 힘차게 낚아챘다.
“오호! 씁새님이 이제 실력을 보인다, 그쵸? 완전 멋지다, 그쵸?”
어느새 녀석이 뛰어 오더니 씁새의 옆에 찰싹 붙어서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낚싯대의 감촉으로는 무엇인가 걸리긴 했는데, 영 어떤 종류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오오오! 잡았다, 그쵸? 이거 낙지다, 그쵸?”
낙지였다. 왜 감생이 채비에 낙지가 걸렸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지만, 엄연히 낙지였다.
“굉장하다. 낙지를 잡았다, 그쵸?”
신이 난 녀석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저기 계신 분이 씁새라는 분이시다, 그쵸? 다들 감생이라는 놈 잡는데, 저 씁새님은 낙지 잡는다, 그쵸? 낙지 잡아봤어요? 씁새님만 낙지 잡았다, 그쵸? 실력 완전 좋다, 그쵸?”
녀석은 방파제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신이 나서 씁새가 낙지를 잡았다고 떠들고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씁새는 안다. 지금 웃고 있는 방파제의 낚시꾼들의 웃음소리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감생이보다는 낙지가 더 좋다, 그쵸? 이거 많이 잡아가면 좋겠다, 그쵸?”
어느새 중계방송을 마치고 돌아온 녀석이 씁새의 발 아래서 꿈틀대는 낙지를 보며 말했다.
“그쳐! 재미있냐?”
씁새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당연히 재미있다, 그쵸? 총무님이 씁새님 낚시 실력이 가장 더럽다고 했는데, 보니까 씁새님 실력이 제일 좋다, 그쵸? 남들은 못 잡는 낙지도 척척 잡아낸다 그쵸?”
녀석이 눈망울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화 풀어. 녀석이 뭔지 몰라서 저러는 것 같은디…”
호이장놈이 풀죽어 있는 씁새에게 다가와 말했다. 녀석은 어느새 방파제 끝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미친놈이 칼을 물고 날뛰어도 이곳 보다는 살만할껴…”
씁새가 방파제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씁새님~ 씁새님은 감생이, 이런 거 말고 오늘 낙지 잡으면서 실력 발휘한다, 그쵸?”
방파제 끝에서 녀석이 소리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씁새의 등 뒤에서 총무놈이 매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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