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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꽁트 씁새(230)-나의 절친 악당들
2015년 11월 961

낚시 꽁트 씁새(230)

 

 

나의 절친 악당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어차피 내일 새벽에 출조헐 것인디, 뭔 때미 일찍부텀 지랄여?”
또다시 개차반낚시회의 공식 운전수로 전락한 호이장놈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참… 그놈 말 많아요… 일찍 가서 민박 잡고 술이나 한잔 하다가 잠깐 눈 부치고 출조하자는 거 아녀?”
씁새가 뒷좌석에서 삐죽거리며 말했다.
“그려두 시방 시간이 오후 2시여. 홍원항 어부낚시에 도착혀두 넉넉히 4시여. 그랄라문 저녁 먹구 느지감치 출발혀두 되는 거 아녀, 이 썩을 놈들아!”
“낚시!”
총무놈이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뭔 개지랄여?”
“내일 새벽에 주꾸미낚시 가는 것은 그렇다 치고, 일찍 가서 방파제낚시 좀 즐기자는겨. 야밤낚시에 제법 큰 우럭덜이 나온대잔여.”
총무놈의 말에 회원놈이 부연설명을 했다.
“아조 지랄을 떼창으로 해요, 썩을 종자덜. 아무리 그려두 내는 가게 문도 못 닫고 니놈덜 헌티 끌려 나왔단 말여. 저녁 먹구 늦게나 출발하는 중 알았더니, 이게 뭔 사단이여?”
호이장놈이 운전대를 내리치며 말했다.
“니는 홀몸이잖여!”
총무놈이 또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게 이거와 뭔 상관이여? 내는 홀몸이니께 아무 때나 니놈덜 뒤치다꺼리 해도 된다는겨? 그러구 왜 맨날 내만 운전대 잡아야 허는겨?”
“그럼 내가 하까?”

 


씁새가 호기 있게 나서며 말했다.
“개눔! 면허두 없는 뚜벅이는 빠져!”
총무놈이 씁새의 등짝을 후려치며 말했다.
“시방 생각이 난 것인디 말여! 우덜 동네 시장통에 과부집이라는 술집 생긴 거 아는가?”
느닷없이 회원놈이 말했다.
“그… 그려. 전두 팔구 막걸리도 팔구 허는 그 집. 근디 우쨌다는겨?”
씁새가 물었다.
“거기 과수댁이 제법 인물이 되드만. 나이두 얼추 우리 동생뻘 정도 돼 보이구. 그려서, 우치키 호이장놈허구 엮으문 쓰겄는디?”
“애 조진다.”
이번에도 총무놈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뭔 소리여?”
“쓰벌눔아, 사람 소개시킬라문 전후사정을 파악허구 소개혀. 그 집이 말만 과부집이지, 임자 있는 사람이여!”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과부집인디?”
“간판만 과부집이지. 접때 술 먹으러 갔는디, 남편이 있드라고. 그것두 황소두 맨 주먹이루 때려잡을 떡대가!”
“그래서 호이장 조지는겨.”
“이 씨불놈덜은 모이면 내를 씹어.”
호이장놈이 뒷좌석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때였다.
“어어! 애들, 애들.”
마침 그들의 차는 주말이라 붐비는 큰 도로를 피해서 지름길인 골목길로 빠져 나가는 중이었고, 공교롭게도 1차선 골목길로 들어선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 앞에 골목길에서 놀고 있는 여자애들 두 명이 나타난 것이었다.


“어어어! 차. 차!”
호이장놈이 애들 피하랴, 가뜩이나 좁은 골목길에 주차된 차들을 피하랴 정신없는 통에 사거리 골목길을 통과하며 가로질러 가던 승용차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조수석의 문짝을 들이받고 만 것이었다.
“으메! 지랄 났네!”
씁새 패들이 우르르 내려섰다. 승용차에서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내리고 있었다. 차대가 높은 호이장의 승합차는 앞 범퍼가 조금 패였을 뿐 큰 피해는 없었으나, 남자의 승용차는 조수석의 문짝이 움푹 들어가 버렸다.
“미안시럽게 되었구먼유. 애덜 피헌다고 정신이 없어서 앞을 못 봤구먼유. 다친 데는 없지유?”
호이장놈이 남자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크게 다친 것은 없는디… 상당시리 난감허구먼유.”
남자가 자신의 차를 둘러보며 말했다.
“걍 보험처리허문 쉬운디… 낭중에 보험할증이 붙을 것이고… 우치키 허문 좋겠는가유?”
호이장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물었다.
“지두 난감시럽구먼유. 우치키 허야 헐지….”
남자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대답하고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시작했다.
“그냥 보험이루 처리허자구 혀. 시간두 없는디, 여기서 날 새겄어.”
씁새가 호이장에게 말했다. 그사이 좁은 골목길의 사거리를 막은 탓에 수시로 들고 나는 차들이 막히기 시작했고, 회원놈과 총무놈은 그 차들을 정리해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씁새가 전화를 끝낸 남자에게 말했다.
“그라문 서로 간에 빨리 일처리 허는 게 좋을 것이여. 그니께 깔쌈시럽게 보험이루 처리허자고. 길바닥에서 이라구 있어봐야 시간만 아까운 벱이여.”
“그게… 지가 친구들헌티 물어보니께 의견덜이 다들 틀리대유. 그려서 시방 우찌해야 할런지혀서... 친구가 다시 전화를 헌다구 혀는디유?”
남자가 휴대폰으로 부서진 차를 찍으며 대답했다.
“친구헌티 얘기해 봐야 뭐헐 거여? 바쁜 사람덜끼리 후딱 마무리혀는 게 최고여.”
씁새가 답답해서 말했다.
“근디 우째 지헌티 반말이세유? 원제 봤다구 반말 막 허셔유?”
남자가 얼굴을 붉히며 씁새에게 대들었다.
“이봐, 젊은 친구. 내가 막 이렇게 응? 얼굴에 주름이 막 있고, 소갈머리도 빠져서 주변머리 밖에 없는디 응? 자네헌티 막 ‘네, 네’ 혀봐. 자네가 월매나 죄송시럽겄어? 이게 다 젊은 친구 맘 편허라구 배려허는거여!”
씁새의 말에 남자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고 개차반놈들은 배를 잡고 꺾어질 지경이었다.
“좌우간 친구덜 말 들어보구 헐 것이니께, 잠시 기다리셔유.”
남자는 또다시 어딘가로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흐미, 금쪽같은 시간 다 흘러가는디… 지금쯤은 고속도로 탔어야 허는 것인디 말여.”
씁새가 입맛을 쩍쩍 다시며 말했다.
“이 썩을놈아! 시방 낚시 가는 게 중요혀? 니놈덜 태우고 가다가 사고가 났는디?”
호이장놈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피해자인 남자가 이리저리 통화하고 기다리느라 시간은 이미 한 시간 가까이 흘러가고 있었다.

 

“박격포가 여기 근처 살지 않는가?”
무슨 심산인지 씁새가 중얼거리더니 박격포에게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박격포가 자신의 차를 끌고 나타났다.
“월레? 호이장님 사고났다, 그쵸? 그것도 이 좁은 골목에서, 그쵸?”
나타난 박격포가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내가 사고나봐서 안다, 그쵸? 이렇게 되면 서로 차 고쳐주기로 한다, 그쵸? 이른바 현질이다, 그쵸? 근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쵸?”
녀석은 사고차량과 피해차량을 번갈아 보며 떠들기 시작했다.
“그려서, 자네가 그리 잘 알문 해결 방법을 내놔봐. 우덜 낚시 갈라고 나왔는디 여기서 날밤 까게 생겼으니께.”
회원놈이 박격포에게 말했다.
“보험으루 하면 깔끔하다, 그쵸?”
박격포가 중재에 나서며 상황은 일단락되기 시작했다. 남자와 호이장은 각자의 보험사로 전화를 걸었고, 담당자들이 도착하기로 하였다.
“그라문 인자 우덜 떠나는겨? 담당자 오면 끝이여?”
씁새가 시계를 보며 물었다.
“그렇게 되면 오죽 좋다, 그쵸? 하지만, 저 피해자분 차가 망가졌으니까 렌트차량 불러야 한다, 그쵸? 수리할 동안 타고 다녀야 하니까, 그쵸? 그리고 저 남자분 차를 견인해야 한다, 그쵸? 그러고 양쪽 담당자들끼리 사고경위 따지고 몇 대 몇 그거 해야 한다 그쵸? 서류 작성하고 그러면 앞으로 한 시간이나 두 시간 걸린다, 그쵸?”
“씨이벌!”
씁새가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쳤다.
“어이, 박격포. 호이장 차에 물건덜 자네 차로 옮겨! 다행시럽게도 자네 차도 승합차니께 잘 되었으.”
금방 무슨 뜻인 줄 눈치 챈 총무놈과 회원놈도 부랴부랴 호이장 차의 낚시 짐들을 박격포의 차로 옮겨 싣기 시작했다.
“뭐여? 뭐여? 사고 수습 안 하고 뭔 짓이여?”
역시 눈치 챈 호이장놈이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우덜이 먼저 가서 괴기 잡아 놀 테니께, 천천히 수습하고 와. 자네 차는 안 망가졌으니께 타고 오면 되잖여? 얼른 가서 우럭 잡아서 회 떠놓을라니께, 걱정허덜 말고.”
회원놈이 속사포처럼 쏘아대고는 박격포의 차로 올라탔다.
“이 개놈들아! 그러고도 니놈덜이 친구여? 이 개차반 새끼들아! 친구가 사고 났는디, 그것도 지놈덜하고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는디, 그놈의 낚시에 눈이 빠져서 나만 냅두고 튀는겨?”
“내 친구!”
총무놈이 호이장의 어깨를 도닥였다.
“이 부루조아, 인민의 껍데기를 빼 처먹을 지주놈의 자식!”
호이장놈이 차에 오르는 총무놈의 엉덩이를 발로 차대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친구… 내 고향은 논산, 호국의 요람. 농노의 자식일세.”
총무놈이 차문을 닫으며 말했다.
“우덜이 고소한 우럭 회 떠놓고 기다릴라니께 과히 심려치 말고 천천히 사고 수습혀고 천천히 운전혀서 오게나. 자네를 두고 떠나려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만, 이것도 운명이려니 받아들이게.”
마지막으로 씁새가 조수석에 타며 말했다.
“이 천벌을 받을 개놈들! 니놈덜허구 친구 먹고 지낸 세월이 서글프다, 이 소갈머리 없는 새끼들아!”
호이장이 상욕을 뱉어내며 녀석들이 탄 차에 주먹질을 날렸지만, 이미 차는 골목길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개누무 새끼들….”
호이장놈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놈들이 타고 가는 차를 지켜보고 있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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